[쇼맥] 지역화폐 전성시대…지속 가능성은?

입력 2020.07.20 (20:12) 수정 2020.07.20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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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흐름, 사안의 맥을 짚어보는 쇼맥뉴스 시간입니다. 

오늘은 한 귀여운 캐릭터 이야기부터 하려고 합니다. 

주인공은 바로 아톰인데요.

1950년대 연재된 만화를 기반으로 제작된 만화 영화 아톰은 로봇 아톰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며 인류의 평화를 위해 싸운다는 내용이죠. 

우리나라에서는 70년대 인기리에 방영됐고, 아직도 다양한 소품 등으로 사랑받고 있죠. 

만화 이야기를 하려는 건 아니고요.

이 만화 아톰 외에도 10년 넘게 사랑받고 있는 또 다른 아톰을 소개하려 합니다. 

바로, 일본의 '아톰 통화'인데요.

2004년 생겨난 아톰 통화는 도쿄 등 전국 5개 지역에서 사용할 수 있는 일본의 대표 장수 지역화폐입니다. 

가맹점은 천여 곳, 발행 규모는 우리 돈으로 2억 원가량인데요.  

이와 더불어 일본에서는 2000년 초반 지역 화폐가 우후죽순 생겨나 수천 개에 달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도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지역경제 활성화가 이슈가 됐죠. 

정부의 지원까지 더해져 지역 화폐가 속속 도입되고 있습니다. 

대구에서는 '대구행복페이'가 지난달 3일 정식 발행됐습니다. 

시행 한 달 만에 판매금액이 582억 원을 돌파하면서 대구시는 발행 규모를 3천억 원으로 늘리고, 10% 특별 할인 기간도 연말까지로 연장했습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인기일까요?  

먼저 이용자들, 손해 볼 게 없습니다. 

특별할인으로 10% 싸게 사는 데다 연말정산 시 소득공제 30% 혜택을 받게 되는데요.  

월 구매 한도가 50만 원이니까 꽉 채우면 한 달에 5만 원을 버는 셈입니다.  

그렇다고 발급이 어렵냐, 그것도 아닙니다. 

신분증만 갖고 대구 소재 대구은행을 방문하면 바로 발급할 수 있고 충전도 온라인, 오프라인 모두 가능합니다. 

다만 백화점, 대형마트 등 일부 업종은 사용이 제한됩니다.  

소상공인 역시 카드 가맹점 수수료가 절감되는 데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로 갈 소비를 끌어들일 수 있으니, '누이 좋고 매부 좋고'가 따로 없습니다. 

이 때문에 경북에서도 울릉군을 제외한 22개 시군 모두가 지역 화폐를 발행하고 있는데요.  

올해 규모는 7천5백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3배 늘었고, 가맹점 수도 최근 5개월 사이 3배 급증해 9만8천 곳을 넘어섰습니다. 

전국적으로도 광역, 기초단체 합쳐 2백여 곳이 지역사랑 상품권, 즉 지역 화폐를 발행하고 있는데요.  

모두가 윈윈인 지역 화폐, 한계가 없을까요? 

문제는 역시 돈입니다. 

가장 큰 혜택이죠.

10% 할인 혜택은 국비와 지방비를 8:2로 나눠 보전하는데요.  

결국 국비 지원이 끊기거나 10% 환급 혜택이 사라지면 지역 화폐의 인기가 유지될지는 알 수 없는 겁니다.  

실제로 부산에서는 지역 화폐 '동백전'이 발행 넉 달 만에 좌초위기에 처하기도 했습니다. 

[황정순/부산시 소상공인지원담당관 지역화폐팀장 : "국비확보를 위해서 노력은 하고 있습니다. 나머지는 예산 없이도 진행할 수 있는 다양한 수당들을 동백전에 실어서 지급할 수 있도록..."]

부산시가 확보한 환급 예산 대부분이 고갈됐기 때문인데요.  

결국 지난 5월 충전 한도를 월 100만 원에서 50만 원으로, 캐시백 비율도 10%에서 6%로 낮췄는데, 그마저도 이달 들어 10만 원 이상은 5%까지 줄였습니다. 

이렇게 되자 시민들의 구매도 현저히 줄고 있는 상황입니다.

대구행복페이도 보면, 대구경실련이 판매 추이를 분석한 결과 이달 들어 이틀 만에 91억 원이 팔렸는데요. 

이 때문에 예산 3천억 원이 조기 소진될 수 있다며 후속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결국 지역 화폐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국비 보전 같은 정부주도 방식에서 벗어나 자치단체와 소상공인들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데요. 

참고할 사례로 영국의 '브리스톨 파운드'가 있습니다.  

2012년 발행된 이 지역 화폐는 지역 공동체 기업이 운영을 맡아 가맹점 유치 등 마케팅을 펼치고 있고요. 

이 화폐로 브리스톨 시장과 직원은 급여 일부를 받고, 시민들은 지방세 등 세금까지 납부할 수 있습니다. 

또, 앞서 소개한 아톰통화는 지역의 다양한 문제와 화폐를 연결한 것이 차별점인데요.  

가맹점에서 진행하는 빈 병 회수나 에코백 사용 등 지역 환경문제 해결 프로젝트에 참여하면 아톰 통화를 받을 수 있습니다.  

단순히 '우리 지역이니까 우리가 사주자' 이런 애향심에 기댄 소비 촉진이 아니라, 지역을 위한 시민들의 자발적인 움직임을 만드는 겁니다. 

결국 지역화폐의 지속가능성은 '화폐'가 아닌, '지역'에 방점을 찍을 때 더 높아질 수 있을 겁니다.  

소비의 선순환을 넘어 지역의 미래를 고민하고 지역에 애착을 키우며, 정주의식이 높아질 때 더 큰 틀의 선순환이 이뤄지고요. 

그렇게 될 때 지역 화폐 역시, 오래오래 지역민들에게 사랑 받을 수 있지 않을까요?  

지금까지 쇼맥뉴스, 오아영입니다. 

영상편집:김희영/그래픽:인푸름·정은옥·손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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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20-07-20 20:3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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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흐름, 사안의 맥을 짚어보는 쇼맥뉴스 시간입니다.  오늘은 한 귀여운 캐릭터 이야기부터 하려고 합니다.  주인공은 바로 아톰인데요. 1950년대 연재된 만화를 기반으로 제작된 만화 영화 아톰은 로봇 아톰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며 인류의 평화를 위해 싸운다는 내용이죠.  우리나라에서는 70년대 인기리에 방영됐고, 아직도 다양한 소품 등으로 사랑받고 있죠.  만화 이야기를 하려는 건 아니고요. 이 만화 아톰 외에도 10년 넘게 사랑받고 있는 또 다른 아톰을 소개하려 합니다.  바로, 일본의 '아톰 통화'인데요. 2004년 생겨난 아톰 통화는 도쿄 등 전국 5개 지역에서 사용할 수 있는 일본의 대표 장수 지역화폐입니다.  가맹점은 천여 곳, 발행 규모는 우리 돈으로 2억 원가량인데요.   이와 더불어 일본에서는 2000년 초반 지역 화폐가 우후죽순 생겨나 수천 개에 달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도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지역경제 활성화가 이슈가 됐죠.  정부의 지원까지 더해져 지역 화폐가 속속 도입되고 있습니다.  대구에서는 '대구행복페이'가 지난달 3일 정식 발행됐습니다.  시행 한 달 만에 판매금액이 582억 원을 돌파하면서 대구시는 발행 규모를 3천억 원으로 늘리고, 10% 특별 할인 기간도 연말까지로 연장했습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인기일까요?   먼저 이용자들, 손해 볼 게 없습니다.  특별할인으로 10% 싸게 사는 데다 연말정산 시 소득공제 30% 혜택을 받게 되는데요.   월 구매 한도가 50만 원이니까 꽉 채우면 한 달에 5만 원을 버는 셈입니다.   그렇다고 발급이 어렵냐, 그것도 아닙니다.  신분증만 갖고 대구 소재 대구은행을 방문하면 바로 발급할 수 있고 충전도 온라인, 오프라인 모두 가능합니다.  다만 백화점, 대형마트 등 일부 업종은 사용이 제한됩니다.   소상공인 역시 카드 가맹점 수수료가 절감되는 데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로 갈 소비를 끌어들일 수 있으니, '누이 좋고 매부 좋고'가 따로 없습니다.  이 때문에 경북에서도 울릉군을 제외한 22개 시군 모두가 지역 화폐를 발행하고 있는데요.   올해 규모는 7천5백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3배 늘었고, 가맹점 수도 최근 5개월 사이 3배 급증해 9만8천 곳을 넘어섰습니다.  전국적으로도 광역, 기초단체 합쳐 2백여 곳이 지역사랑 상품권, 즉 지역 화폐를 발행하고 있는데요.   모두가 윈윈인 지역 화폐, 한계가 없을까요?  문제는 역시 돈입니다.  가장 큰 혜택이죠. 10% 할인 혜택은 국비와 지방비를 8:2로 나눠 보전하는데요.   결국 국비 지원이 끊기거나 10% 환급 혜택이 사라지면 지역 화폐의 인기가 유지될지는 알 수 없는 겁니다.   실제로 부산에서는 지역 화폐 '동백전'이 발행 넉 달 만에 좌초위기에 처하기도 했습니다.  [황정순/부산시 소상공인지원담당관 지역화폐팀장 : "국비확보를 위해서 노력은 하고 있습니다. 나머지는 예산 없이도 진행할 수 있는 다양한 수당들을 동백전에 실어서 지급할 수 있도록..."] 부산시가 확보한 환급 예산 대부분이 고갈됐기 때문인데요.   결국 지난 5월 충전 한도를 월 100만 원에서 50만 원으로, 캐시백 비율도 10%에서 6%로 낮췄는데, 그마저도 이달 들어 10만 원 이상은 5%까지 줄였습니다.  이렇게 되자 시민들의 구매도 현저히 줄고 있는 상황입니다. 대구행복페이도 보면, 대구경실련이 판매 추이를 분석한 결과 이달 들어 이틀 만에 91억 원이 팔렸는데요.  이 때문에 예산 3천억 원이 조기 소진될 수 있다며 후속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결국 지역 화폐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국비 보전 같은 정부주도 방식에서 벗어나 자치단체와 소상공인들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데요.  참고할 사례로 영국의 '브리스톨 파운드'가 있습니다.   2012년 발행된 이 지역 화폐는 지역 공동체 기업이 운영을 맡아 가맹점 유치 등 마케팅을 펼치고 있고요.  이 화폐로 브리스톨 시장과 직원은 급여 일부를 받고, 시민들은 지방세 등 세금까지 납부할 수 있습니다.  또, 앞서 소개한 아톰통화는 지역의 다양한 문제와 화폐를 연결한 것이 차별점인데요.   가맹점에서 진행하는 빈 병 회수나 에코백 사용 등 지역 환경문제 해결 프로젝트에 참여하면 아톰 통화를 받을 수 있습니다.   단순히 '우리 지역이니까 우리가 사주자' 이런 애향심에 기댄 소비 촉진이 아니라, 지역을 위한 시민들의 자발적인 움직임을 만드는 겁니다.  결국 지역화폐의 지속가능성은 '화폐'가 아닌, '지역'에 방점을 찍을 때 더 높아질 수 있을 겁니다.   소비의 선순환을 넘어 지역의 미래를 고민하고 지역에 애착을 키우며, 정주의식이 높아질 때 더 큰 틀의 선순환이 이뤄지고요.  그렇게 될 때 지역 화폐 역시, 오래오래 지역민들에게 사랑 받을 수 있지 않을까요?   지금까지 쇼맥뉴스, 오아영입니다.  영상편집:김희영/그래픽:인푸름·정은옥·손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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