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에 ‘뇌전증 치료제’ 가바펜틴이 왜?…인체 유해성 연구 필요

입력 2020.07.2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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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구진이 낙동강에서 뇌전증 치료제 주성분 '가바펜틴'이 광범위하게 검출된 실태를 확인했습니다. 연구팀은 낙동강에 배출된 가바펜틴이 정수장을 거치면서 '독성 가능성' 있는 물질로 변환돼 일부 부산 지역 수돗물로 공급된다는 사실도 세계 최초로 규명했습니다.

다만, 수돗물에 공급되는 가바펜틴 부산물 독성은 우려할만한 수준이 아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가바펜틴이 취수원에 존재한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졌었지만, 이 성분이 얼마나 섞여 있었는지 확인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낙동강에서 나온 뇌전증 치료제 성분 '가바펜틴'


광주과학기술원 지구·환경공학부 이윤호 교수 연구팀은 부산광역시 상수도사업본부 수질연구소와 공동연구를 통해 낙동강 유역과 하수처리장에서 배출되는 물을 떠 성분 분석을 해보니 뇌전증 치료제 주성분인 가바펜틴이 검출됐다고 밝혔습니다. 가바펜틴은 강 상류와 하류, 저수지, 정수처리장 등을 가리지 않고 광범위하게 발견됐습니다.

가바펜틴 검출 농도가 가장 높았던 곳은 하수처리장 배출수였습니다. 하수처리 배출수의 평균 가바펜틴 농도는 1ℓ당 1,285ng(나노그램·1ng은 1g의 1/1,000,000,000)으로 낙동강 유역(1ℓ당 304ng)보다 4배가량 높았습니다.

연구팀은 가바펜틴 주요 오염원으로 생활하수를 지목했습니다. 연구팀은 "버려진 뇌전증 약물과 이를 복용한 사람의 배설물이 생활하수에 섞여 가바펜틴의 농도를 높인 것으로 보인다"며 "전체 낙동강 유량의 4분이 1 정도는 하수 처리된 배출수가 차지하기 때문에 가바펜틴이 광범위하게 검출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국내 연구진, 정수 처리 과정에서 '독성 가능성' 부산물 확인

연구팀은 강물에 녹아든 가바펜틴이 다시 수돗물로 공급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성분 변화를 추적했습니다. 그 결과 가바펜틴이 정수장 염소 처리 과정에서 독성을 띨 수 있는 부산물을 배출한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가바펜틴이 염소와 만나게 되면 '가바펜틴-니트릴'이라는 부산물을 만들어내는데, 체내에서 독성을 나타낼 가능성도 있다는 겁니다.

다만, 연구팀은 이번에 검출된 '가바펜틴-니트릴'의 화학 구조를 자세히 살펴보니, 독성 물질로 분해될 가능성은 현재로써는 낮다고 보고 있습니다. 연구팀은 앞으로 독성 연구가 필요하다면서도 수돗물에 포함된 '가바펜틴-니트릴'이 해를 끼칠 정도는 아니라는 의견을 내놨습니다.

또, 정수 처리 과정에서 '가바펜틴-니트릴' 농도가 무해한 수준까지 낮아진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부산시민 110만 명에게 공급되는 화명정수장의 정수 후 '가바펜틴-니트릴' 농도는 리터당 30~46ng(나노그램) 수준의 극히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독성 가능성' 등 후속 연구 필요

연구팀은 이번 연구의 확대 해석은 경계했습니다. 생활하수 유입이 적은 수도권 취수원의 경우 가바펜틴 농도는 상대적으로 낮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윤호 교수는 "미량으로 존재하는 오염물질이라도 물속에서 어떻게 이동하고 변환하는지에 대한 후속 연구를 통해 지속적인 관리 방안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강물 속에 녹아든 가바펜틴과 정수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가바펜틴-니트릴' 성분이 위험한 수준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정확하게 우리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는 필요해 보입니다. 스위스 등 선진국의 경우에는 혹시라도 모를 국민 건강에 대한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이 같은 '미량 오염물질'도 처리하도록 기준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는데, 후속 연구를 통해 제도적 보완도 필요하다면 해야 할 겁니다.

연구팀의 이번 연구성과는 환경과학 및 수자원 분야 국제학술지인 '워터 리서치(Water Research)' 온라인판에 지난 8일 자로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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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낙동강에 ‘뇌전증 치료제’ 가바펜틴이 왜?…인체 유해성 연구 필요
    • 입력 2020-07-21 06:01:05
    취재K
국내 연구진이 낙동강에서 뇌전증 치료제 주성분 '가바펜틴'이 광범위하게 검출된 실태를 확인했습니다. 연구팀은 낙동강에 배출된 가바펜틴이 정수장을 거치면서 '독성 가능성' 있는 물질로 변환돼 일부 부산 지역 수돗물로 공급된다는 사실도 세계 최초로 규명했습니다.

다만, 수돗물에 공급되는 가바펜틴 부산물 독성은 우려할만한 수준이 아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가바펜틴이 취수원에 존재한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졌었지만, 이 성분이 얼마나 섞여 있었는지 확인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낙동강에서 나온 뇌전증 치료제 성분 '가바펜틴'


광주과학기술원 지구·환경공학부 이윤호 교수 연구팀은 부산광역시 상수도사업본부 수질연구소와 공동연구를 통해 낙동강 유역과 하수처리장에서 배출되는 물을 떠 성분 분석을 해보니 뇌전증 치료제 주성분인 가바펜틴이 검출됐다고 밝혔습니다. 가바펜틴은 강 상류와 하류, 저수지, 정수처리장 등을 가리지 않고 광범위하게 발견됐습니다.

가바펜틴 검출 농도가 가장 높았던 곳은 하수처리장 배출수였습니다. 하수처리 배출수의 평균 가바펜틴 농도는 1ℓ당 1,285ng(나노그램·1ng은 1g의 1/1,000,000,000)으로 낙동강 유역(1ℓ당 304ng)보다 4배가량 높았습니다.

연구팀은 가바펜틴 주요 오염원으로 생활하수를 지목했습니다. 연구팀은 "버려진 뇌전증 약물과 이를 복용한 사람의 배설물이 생활하수에 섞여 가바펜틴의 농도를 높인 것으로 보인다"며 "전체 낙동강 유량의 4분이 1 정도는 하수 처리된 배출수가 차지하기 때문에 가바펜틴이 광범위하게 검출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국내 연구진, 정수 처리 과정에서 '독성 가능성' 부산물 확인

연구팀은 강물에 녹아든 가바펜틴이 다시 수돗물로 공급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성분 변화를 추적했습니다. 그 결과 가바펜틴이 정수장 염소 처리 과정에서 독성을 띨 수 있는 부산물을 배출한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가바펜틴이 염소와 만나게 되면 '가바펜틴-니트릴'이라는 부산물을 만들어내는데, 체내에서 독성을 나타낼 가능성도 있다는 겁니다.

다만, 연구팀은 이번에 검출된 '가바펜틴-니트릴'의 화학 구조를 자세히 살펴보니, 독성 물질로 분해될 가능성은 현재로써는 낮다고 보고 있습니다. 연구팀은 앞으로 독성 연구가 필요하다면서도 수돗물에 포함된 '가바펜틴-니트릴'이 해를 끼칠 정도는 아니라는 의견을 내놨습니다.

또, 정수 처리 과정에서 '가바펜틴-니트릴' 농도가 무해한 수준까지 낮아진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부산시민 110만 명에게 공급되는 화명정수장의 정수 후 '가바펜틴-니트릴' 농도는 리터당 30~46ng(나노그램) 수준의 극히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독성 가능성' 등 후속 연구 필요

연구팀은 이번 연구의 확대 해석은 경계했습니다. 생활하수 유입이 적은 수도권 취수원의 경우 가바펜틴 농도는 상대적으로 낮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윤호 교수는 "미량으로 존재하는 오염물질이라도 물속에서 어떻게 이동하고 변환하는지에 대한 후속 연구를 통해 지속적인 관리 방안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강물 속에 녹아든 가바펜틴과 정수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가바펜틴-니트릴' 성분이 위험한 수준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정확하게 우리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는 필요해 보입니다. 스위스 등 선진국의 경우에는 혹시라도 모를 국민 건강에 대한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이 같은 '미량 오염물질'도 처리하도록 기준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는데, 후속 연구를 통해 제도적 보완도 필요하다면 해야 할 겁니다.

연구팀의 이번 연구성과는 환경과학 및 수자원 분야 국제학술지인 '워터 리서치(Water Research)' 온라인판에 지난 8일 자로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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