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세 고지서 뜯지 않아도 재산 정보 알 수 있어…개인정보 술술

입력 2020.07.2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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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에 사는 서영미 씨는 최근 재산세 고지서를 받고 깜짝 놀랐습니다. 작년보다 늘어난 재산세 때문일까요. 아닙니다. 발송된 고지서 봉투 때문입니다.

서 씨는 함께 사는 어머니 이 씨 앞으로 온 재산세 봉투를 보다가 우연히 투명한 비닐 부분을 통해 고지서에 인쇄된 QR코드가 그대로 드러나는 걸 발견했습니다. QR코드 밑에는 '납부용 바코드'라고 적혀있었습니다. 혹시나 해서 스마트폰 결제 앱을 켜 QR코드 쪽으로 갖다 댔다가 당황했습니다. 순식간에 QR코드가 인식되면서 관련 재산 정보가 나온 겁니다.

봉투 뜯지 않고 결제 앱 갖다 댔더니…QR코드 바로 인식

서 씨의 제보를 받은 취재진이 서 씨 어머니의 재산세 고지서로 직접 실험을 해봤습니다. 봉투를 뜯지 않고 비닐을 통해 보이는 QR코드에 네이버 앱을 갖다 댔더니 순식간에 인식됐습니다. 서 씨 어머니인 이 씨(서울 용산구 거주)의 재산 세액이 떴습니다.

카카오 앱으로 인식하면 어떨까. QR코드를 인식했더니 이름과 재산 세액은 물론 전자납부 번호까지 떴습니다. 전자납부번호는 새로운 정보 유출의 통로이기도 했습니다. 전자납부번호를 지방세 인터넷 납부시스템에 입력하면 납부자가 소유한 재산의 상세 주소까지 나왔습니다. 이 씨가 소유한 강서구 아파트가 어느 동이고 몇 호인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어머니뿐 아닙니다. 서 씨가 소유한 관악구 주택의 상세 주소도 이 방법을 통해 접근 가능했습니다.

재산세 고지서는 본인에게 우편으로 배송됩니다. 하지만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 우편함을 한 번 떠올려보죠. 다른 집 우편함에 꽂혀 있는 고지서를 마음만 먹으면 다른 사람이 쉽게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누구나 우편함에 꽂힌 고지서를 통해 타인의 재산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겁니다. 서 씨는 "다세대 주택이나 편지함이 따로 모여있는 곳이면 개인정보가 완전히 노출되는 것 아니냐"며 "QR코드가 가려지기만 했어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다"고 했습니다.

이런 문제가 특정 구청만의 문제일까요. 취재 결과 서울시 25개 구 모두 같은 양식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QR코드가) 앞에 위치하는 이유는 봉투를 뜯지 않고도 편리하게 낼 수 있게 해달라는 민원인의 요청이 있어서 그렇게 된 것 같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재산 세액과 과세대상 건수에 따라 사용하는 봉투와 배송 방법이 다르다고 해명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재산세가 30만 원 이하이고 과세 대상이 1건일 경우에만 투명 비닐이 있는 '창 봉투'를 사용하고 일반 우편으로 보내 노출 우려가 있다는 겁니다. 30만 원 이상이고 과세대상이 1건이면 창 봉투를 사용하긴 하지만 등기로 보낸다고 서울시는 설명했습니다. 본인이 직접 등기 우편물을 받기 때문에 정보 유출 우려가 낮다는 겁니다.

과세대상이 2건에서 5건인 경우는 비닐 부분이 없는 일반 편지 봉투로, 6건 이상은 A4 크기의 대형봉투를 사용하기 때문에 'QR코드 노출' 같은 문제는 생길 수 없다고 서울시는 해명했습니다. 그러면서도 개인정보 노출 우려가 있어서 오는 9월 2차 재산세 고지 전까지 고지서 양식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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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산세 고지서 뜯지 않아도 재산 정보 알 수 있어…개인정보 술술
    • 입력 2020-07-21 08:00:35
    취재K
서울 용산구에 사는 서영미 씨는 최근 재산세 고지서를 받고 깜짝 놀랐습니다. 작년보다 늘어난 재산세 때문일까요. 아닙니다. 발송된 고지서 봉투 때문입니다.

서 씨는 함께 사는 어머니 이 씨 앞으로 온 재산세 봉투를 보다가 우연히 투명한 비닐 부분을 통해 고지서에 인쇄된 QR코드가 그대로 드러나는 걸 발견했습니다. QR코드 밑에는 '납부용 바코드'라고 적혀있었습니다. 혹시나 해서 스마트폰 결제 앱을 켜 QR코드 쪽으로 갖다 댔다가 당황했습니다. 순식간에 QR코드가 인식되면서 관련 재산 정보가 나온 겁니다.

봉투 뜯지 않고 결제 앱 갖다 댔더니…QR코드 바로 인식

서 씨의 제보를 받은 취재진이 서 씨 어머니의 재산세 고지서로 직접 실험을 해봤습니다. 봉투를 뜯지 않고 비닐을 통해 보이는 QR코드에 네이버 앱을 갖다 댔더니 순식간에 인식됐습니다. 서 씨 어머니인 이 씨(서울 용산구 거주)의 재산 세액이 떴습니다.

카카오 앱으로 인식하면 어떨까. QR코드를 인식했더니 이름과 재산 세액은 물론 전자납부 번호까지 떴습니다. 전자납부번호는 새로운 정보 유출의 통로이기도 했습니다. 전자납부번호를 지방세 인터넷 납부시스템에 입력하면 납부자가 소유한 재산의 상세 주소까지 나왔습니다. 이 씨가 소유한 강서구 아파트가 어느 동이고 몇 호인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어머니뿐 아닙니다. 서 씨가 소유한 관악구 주택의 상세 주소도 이 방법을 통해 접근 가능했습니다.

재산세 고지서는 본인에게 우편으로 배송됩니다. 하지만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 우편함을 한 번 떠올려보죠. 다른 집 우편함에 꽂혀 있는 고지서를 마음만 먹으면 다른 사람이 쉽게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누구나 우편함에 꽂힌 고지서를 통해 타인의 재산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겁니다. 서 씨는 "다세대 주택이나 편지함이 따로 모여있는 곳이면 개인정보가 완전히 노출되는 것 아니냐"며 "QR코드가 가려지기만 했어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다"고 했습니다.

이런 문제가 특정 구청만의 문제일까요. 취재 결과 서울시 25개 구 모두 같은 양식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QR코드가) 앞에 위치하는 이유는 봉투를 뜯지 않고도 편리하게 낼 수 있게 해달라는 민원인의 요청이 있어서 그렇게 된 것 같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재산 세액과 과세대상 건수에 따라 사용하는 봉투와 배송 방법이 다르다고 해명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재산세가 30만 원 이하이고 과세 대상이 1건일 경우에만 투명 비닐이 있는 '창 봉투'를 사용하고 일반 우편으로 보내 노출 우려가 있다는 겁니다. 30만 원 이상이고 과세대상이 1건이면 창 봉투를 사용하긴 하지만 등기로 보낸다고 서울시는 설명했습니다. 본인이 직접 등기 우편물을 받기 때문에 정보 유출 우려가 낮다는 겁니다.

과세대상이 2건에서 5건인 경우는 비닐 부분이 없는 일반 편지 봉투로, 6건 이상은 A4 크기의 대형봉투를 사용하기 때문에 'QR코드 노출' 같은 문제는 생길 수 없다고 서울시는 해명했습니다. 그러면서도 개인정보 노출 우려가 있어서 오는 9월 2차 재산세 고지 전까지 고지서 양식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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