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코로나 블루’가 ‘인종 차별’ 감정을 건드렸나?
입력 2020.07.21 (10:17)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폭동으로 파손된 버스정류장(DPA)
토요일이었던 18일 밤, 독일의 금융 도시 프랑크푸르트 암 마인의 오페라 광장. 분수대가 있는 널찍한 광장에 청년 3천여 명이 모였다. 코로나19 사태로 클럽이 문을 닫으면서 오페라 광장은 주말마다 젊은이들이 모여 술을 마시며 노는 이른바 '코로나 파티장'이 됐다.
주말마다 파티가 열려 방역 수칙이 무너지는 경우가 생겼지만 불미스러운 사건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은 달랐다. 일요일 새벽 1시쯤 술에 취한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새벽 3시쯤 5백~8백 명 정도가 남았을 때 급기야 광장 무리들 사이에서 몸싸움이 일어났다. 20여 명이 뒤섞여 싸웠고, 피를 흘리는 부상자가 생겼다. 경찰이 출동해 무리에서 부상자를 빼내려고 할 때 사달이 벌어졌다. 몸싸움을 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경찰을 공격하기 시작한 것이다.
사람들은 경찰에게 술병을 던지며 "모든 경찰은 개XX"(ACAB:All Cops Are Bastards)라고 욕을 퍼부었다. 경찰이 추가로 배치되자 무리들은 이번엔 경찰차를 향해 병을 던졌다. 일부 무리는 버스 정류장을 부수기 시작했다. 폭력을 진압하던 경찰관 5명이 다치고, 경찰차 여러 대가 파손됐다.
20세 안팎 39명 체포…"이민자 출신"
경찰은 현장에서 폭력을 행사한 39명을 체포했다. 17~23세의 남성 38명, 여성 1명이었다. 10명은 프랑크푸르트에 거주했지만, 나머지는 오펜바흐, 하나우, 담슈타트 등 인근 지역에서 주말 파티를 위해 프랑크푸르트에 온 청년들이었다. 용의자 대부분은 이민자 출신이라고 경찰은 밝혔다.
기자회견하는 게르하르트 베레스빌 프랑크푸르트 시 경찰서장(DPA)
프랑크푸르트 시 당국은 20일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다. 프랑크푸르트 시 경비책임자, 경찰서장, 보건소 관계자들이 모였다.
프랑크푸르트 시 당국은 경찰에 대한 폭력을 용납할 수 없는 일로 규정하고 강력 대처하기로 했다. 특히 위기에 처한 시민을 구하려는 경찰관을 공격하는 행위는 사회가 용납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법부에게는 엄정한 처벌을 촉구했다.
시 당국은 구체적 조치로 금요일과 토요일 자정 이후 오페라 광장에 대한 사람들의 접근을 금지하기로 했다. 체포된 39명 중 프랑크푸르트 이외 거주자 29명에 대해서는 앞으로 수 개월 동안 프랑크푸르트에 아예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광장 등 사람들이 다수 모이는 곳에는 경찰력을 더 많이 투입하기로 했다.
경찰 상대 집단 폭력·약탈…"강력한 법집행" 무색
6.20 슈투트가르트 폭동 현장(BILD)
코로나19 통제 속에 경찰에 대한 집단 폭력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한 달 전인 지난달 20일 밤 슈투트가르트 도심에서도 유사한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이 17세 마약 소지 용의자를 검문하는 과정에서 주변에 있던 2백여 명이 경찰에게 돌과 병을 던졌다. 일부 흥분한 무리는 상점 40여 개를 부수고 휴대전화 등 물품을 약탈해 달아났다. 경찰관 19명이 다치고 경찰차 12대가 부서졌다.
호르스트 제호퍼 독일 내무장관이 즉각 현장을 방문해 엄격한 법집행을 강조하고, 앙겔라 메르켈 총리까지 나서 '혐오스럽다'는 표현을 쓰며 우려를 표했지만, 한 달 만에 다시 도심에서 유사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쯤 되면 독일 정부의 강력한 법집행 의지와 공권력이 무시당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올 만하다.
'코로나 블루'가 '인종 차별에 대한 저항'으로?
프랑크푸르트와 슈투트가르트에서의 집단 폭력 사건은 유사점이 있다. 폭동 현장이 코로나19 통제로 문을 닫은 클럽을 대신해 젊은층의 집합 장소 역할을 해 온 곳이었다는 점이다.
독일에서 클럽은 코로나19 통제로 인한 영업 금지의 빗장이 아직도 해제되지 않은 거의 유일한 영업장이다. 독일 정부는 바이러스 확산세가 누그러지면서 상점과 식당, 호텔, 술집, 박물관 등의 영업 재개를 허용했지만, 클럽에 대해서만은 아직 금지를 풀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실제로 클럽에서 다수 확진자가 나왔고, 많은 사람들이 밀폐된 공간에서 신체를 움직이는 특성 상 바이러스가 확산될 최적의 조건을 갖췄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유명 클럽이 몰려 있는 수도 베를린을 비롯해 독일 대도시의 클럽들이 고사 위기에 직면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왜 폭력의 대상이 경찰인가? 프랑크푸르트 시의 대책 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게르하르트 베레스빌 경찰서장은 "헤센 주 경찰의 인종 차별과 미국 경찰의 폭력적인 진압이 이번 폭력 사태의 원인일 수 있다"고 언급했다.
경찰관이 이민자 출신 개인 정보 유출…살해 위협
왼쪽부터 세다 바샤이-일디스(변호사), 이딜 바이다르(코미디언), 안네 헬름(베를린시 좌파당 원내대표)/DPA
최근 독일에선 경찰관이 이민자 배경을 가진 유명 인사들의 개인 정보를 극우주의 단체에 유출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비판을 받고 있다. 헤센 주에 근무하는 한 경찰관이 비스바덴 시 경찰서 컴퓨터로 이민자 출신 유명 인사들의 개인 정보를 검색해 이들의 주소와 이메일, 연락처 등을 극우단체에 넘겼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밝혀진 개인 정보 유출 피해자는 6명으로 모두 여성이다. 이민자 출신의 변호사와 기자, 코미디언, 그리고 이민자에게 우호적인 태도를 취해온 정치인들이 극우주의자들로부터 협박 편지를 받았다. "죽여버리겠다" "두 살배기 딸을 살해하겠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협박 편지 중 한 통은 경찰서 팩스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 일각에서는 협박 용의자가 경찰 내 극우 성향을 가진 모임의 일원일 거라는 추측도 제기되고 있다. 개인 정보 유출이 밝혀진 직후 헤센 주 경찰청장은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베레스빌 프랑크푸르트 시 경찰서장은 이번 사건으로 모든 경찰이 인종차별주의자라고 주장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억측이 경찰관을 향한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경찰관의 개인 정보 유출 사건이 이민자 배경을 가진 사람들의 피해 의식에 불을 붙였을까? 경찰서장이 공식 기자회견 석상에서 이번 폭력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할 정도면 그럴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 같다.
유흥시설에 대한 오랜 통제 조치, 이로 인한 우울감과 답답함, 여기에 경찰관의 고의적 정보 유출로 이민자 출신 인사들이 살해 위협을 당했다고 하니 적대감까지 더해 경찰에 대한 집단 폭력으로 비화됐다는 가설이다. 프랑크푸르트에서 체포된 39명 대부분이 이민자 출신이라는 점이 그 가설을 뒷받침한다.
▶ ‘ 코로나19 현황과 대응’ 최신 기사 보기http://news.kbs.co.kr/news/listIssue.html?icd=19588
주말마다 파티가 열려 방역 수칙이 무너지는 경우가 생겼지만 불미스러운 사건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은 달랐다. 일요일 새벽 1시쯤 술에 취한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새벽 3시쯤 5백~8백 명 정도가 남았을 때 급기야 광장 무리들 사이에서 몸싸움이 일어났다. 20여 명이 뒤섞여 싸웠고, 피를 흘리는 부상자가 생겼다. 경찰이 출동해 무리에서 부상자를 빼내려고 할 때 사달이 벌어졌다. 몸싸움을 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경찰을 공격하기 시작한 것이다.
사람들은 경찰에게 술병을 던지며 "모든 경찰은 개XX"(ACAB:All Cops Are Bastards)라고 욕을 퍼부었다. 경찰이 추가로 배치되자 무리들은 이번엔 경찰차를 향해 병을 던졌다. 일부 무리는 버스 정류장을 부수기 시작했다. 폭력을 진압하던 경찰관 5명이 다치고, 경찰차 여러 대가 파손됐다.
20세 안팎 39명 체포…"이민자 출신"
경찰은 현장에서 폭력을 행사한 39명을 체포했다. 17~23세의 남성 38명, 여성 1명이었다. 10명은 프랑크푸르트에 거주했지만, 나머지는 오펜바흐, 하나우, 담슈타트 등 인근 지역에서 주말 파티를 위해 프랑크푸르트에 온 청년들이었다. 용의자 대부분은 이민자 출신이라고 경찰은 밝혔다.

프랑크푸르트 시 당국은 20일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다. 프랑크푸르트 시 경비책임자, 경찰서장, 보건소 관계자들이 모였다.
프랑크푸르트 시 당국은 경찰에 대한 폭력을 용납할 수 없는 일로 규정하고 강력 대처하기로 했다. 특히 위기에 처한 시민을 구하려는 경찰관을 공격하는 행위는 사회가 용납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법부에게는 엄정한 처벌을 촉구했다.
시 당국은 구체적 조치로 금요일과 토요일 자정 이후 오페라 광장에 대한 사람들의 접근을 금지하기로 했다. 체포된 39명 중 프랑크푸르트 이외 거주자 29명에 대해서는 앞으로 수 개월 동안 프랑크푸르트에 아예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광장 등 사람들이 다수 모이는 곳에는 경찰력을 더 많이 투입하기로 했다.
경찰 상대 집단 폭력·약탈…"강력한 법집행" 무색

코로나19 통제 속에 경찰에 대한 집단 폭력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한 달 전인 지난달 20일 밤 슈투트가르트 도심에서도 유사한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이 17세 마약 소지 용의자를 검문하는 과정에서 주변에 있던 2백여 명이 경찰에게 돌과 병을 던졌다. 일부 흥분한 무리는 상점 40여 개를 부수고 휴대전화 등 물품을 약탈해 달아났다. 경찰관 19명이 다치고 경찰차 12대가 부서졌다.
호르스트 제호퍼 독일 내무장관이 즉각 현장을 방문해 엄격한 법집행을 강조하고, 앙겔라 메르켈 총리까지 나서 '혐오스럽다'는 표현을 쓰며 우려를 표했지만, 한 달 만에 다시 도심에서 유사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쯤 되면 독일 정부의 강력한 법집행 의지와 공권력이 무시당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올 만하다.
'코로나 블루'가 '인종 차별에 대한 저항'으로?
프랑크푸르트와 슈투트가르트에서의 집단 폭력 사건은 유사점이 있다. 폭동 현장이 코로나19 통제로 문을 닫은 클럽을 대신해 젊은층의 집합 장소 역할을 해 온 곳이었다는 점이다.
독일에서 클럽은 코로나19 통제로 인한 영업 금지의 빗장이 아직도 해제되지 않은 거의 유일한 영업장이다. 독일 정부는 바이러스 확산세가 누그러지면서 상점과 식당, 호텔, 술집, 박물관 등의 영업 재개를 허용했지만, 클럽에 대해서만은 아직 금지를 풀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실제로 클럽에서 다수 확진자가 나왔고, 많은 사람들이 밀폐된 공간에서 신체를 움직이는 특성 상 바이러스가 확산될 최적의 조건을 갖췄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유명 클럽이 몰려 있는 수도 베를린을 비롯해 독일 대도시의 클럽들이 고사 위기에 직면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왜 폭력의 대상이 경찰인가? 프랑크푸르트 시의 대책 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게르하르트 베레스빌 경찰서장은 "헤센 주 경찰의 인종 차별과 미국 경찰의 폭력적인 진압이 이번 폭력 사태의 원인일 수 있다"고 언급했다.
경찰관이 이민자 출신 개인 정보 유출…살해 위협

최근 독일에선 경찰관이 이민자 배경을 가진 유명 인사들의 개인 정보를 극우주의 단체에 유출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비판을 받고 있다. 헤센 주에 근무하는 한 경찰관이 비스바덴 시 경찰서 컴퓨터로 이민자 출신 유명 인사들의 개인 정보를 검색해 이들의 주소와 이메일, 연락처 등을 극우단체에 넘겼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밝혀진 개인 정보 유출 피해자는 6명으로 모두 여성이다. 이민자 출신의 변호사와 기자, 코미디언, 그리고 이민자에게 우호적인 태도를 취해온 정치인들이 극우주의자들로부터 협박 편지를 받았다. "죽여버리겠다" "두 살배기 딸을 살해하겠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협박 편지 중 한 통은 경찰서 팩스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 일각에서는 협박 용의자가 경찰 내 극우 성향을 가진 모임의 일원일 거라는 추측도 제기되고 있다. 개인 정보 유출이 밝혀진 직후 헤센 주 경찰청장은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베레스빌 프랑크푸르트 시 경찰서장은 이번 사건으로 모든 경찰이 인종차별주의자라고 주장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억측이 경찰관을 향한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경찰관의 개인 정보 유출 사건이 이민자 배경을 가진 사람들의 피해 의식에 불을 붙였을까? 경찰서장이 공식 기자회견 석상에서 이번 폭력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할 정도면 그럴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 같다.
유흥시설에 대한 오랜 통제 조치, 이로 인한 우울감과 답답함, 여기에 경찰관의 고의적 정보 유출로 이민자 출신 인사들이 살해 위협을 당했다고 하니 적대감까지 더해 경찰에 대한 집단 폭력으로 비화됐다는 가설이다. 프랑크푸르트에서 체포된 39명 대부분이 이민자 출신이라는 점이 그 가설을 뒷받침한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특파원리포트] ‘코로나 블루’가 ‘인종 차별’ 감정을 건드렸나?
-
- 입력 2020-07-21 10:17:22

폭동으로 파손된 버스정류장(DPA)
토요일이었던 18일 밤, 독일의 금융 도시 프랑크푸르트 암 마인의 오페라 광장. 분수대가 있는 널찍한 광장에 청년 3천여 명이 모였다. 코로나19 사태로 클럽이 문을 닫으면서 오페라 광장은 주말마다 젊은이들이 모여 술을 마시며 노는 이른바 '코로나 파티장'이 됐다.
주말마다 파티가 열려 방역 수칙이 무너지는 경우가 생겼지만 불미스러운 사건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은 달랐다. 일요일 새벽 1시쯤 술에 취한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새벽 3시쯤 5백~8백 명 정도가 남았을 때 급기야 광장 무리들 사이에서 몸싸움이 일어났다. 20여 명이 뒤섞여 싸웠고, 피를 흘리는 부상자가 생겼다. 경찰이 출동해 무리에서 부상자를 빼내려고 할 때 사달이 벌어졌다. 몸싸움을 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경찰을 공격하기 시작한 것이다.
사람들은 경찰에게 술병을 던지며 "모든 경찰은 개XX"(ACAB:All Cops Are Bastards)라고 욕을 퍼부었다. 경찰이 추가로 배치되자 무리들은 이번엔 경찰차를 향해 병을 던졌다. 일부 무리는 버스 정류장을 부수기 시작했다. 폭력을 진압하던 경찰관 5명이 다치고, 경찰차 여러 대가 파손됐다.
20세 안팎 39명 체포…"이민자 출신"
경찰은 현장에서 폭력을 행사한 39명을 체포했다. 17~23세의 남성 38명, 여성 1명이었다. 10명은 프랑크푸르트에 거주했지만, 나머지는 오펜바흐, 하나우, 담슈타트 등 인근 지역에서 주말 파티를 위해 프랑크푸르트에 온 청년들이었다. 용의자 대부분은 이민자 출신이라고 경찰은 밝혔다.

프랑크푸르트 시 당국은 20일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다. 프랑크푸르트 시 경비책임자, 경찰서장, 보건소 관계자들이 모였다.
프랑크푸르트 시 당국은 경찰에 대한 폭력을 용납할 수 없는 일로 규정하고 강력 대처하기로 했다. 특히 위기에 처한 시민을 구하려는 경찰관을 공격하는 행위는 사회가 용납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법부에게는 엄정한 처벌을 촉구했다.
시 당국은 구체적 조치로 금요일과 토요일 자정 이후 오페라 광장에 대한 사람들의 접근을 금지하기로 했다. 체포된 39명 중 프랑크푸르트 이외 거주자 29명에 대해서는 앞으로 수 개월 동안 프랑크푸르트에 아예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광장 등 사람들이 다수 모이는 곳에는 경찰력을 더 많이 투입하기로 했다.
경찰 상대 집단 폭력·약탈…"강력한 법집행" 무색

코로나19 통제 속에 경찰에 대한 집단 폭력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한 달 전인 지난달 20일 밤 슈투트가르트 도심에서도 유사한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이 17세 마약 소지 용의자를 검문하는 과정에서 주변에 있던 2백여 명이 경찰에게 돌과 병을 던졌다. 일부 흥분한 무리는 상점 40여 개를 부수고 휴대전화 등 물품을 약탈해 달아났다. 경찰관 19명이 다치고 경찰차 12대가 부서졌다.
호르스트 제호퍼 독일 내무장관이 즉각 현장을 방문해 엄격한 법집행을 강조하고, 앙겔라 메르켈 총리까지 나서 '혐오스럽다'는 표현을 쓰며 우려를 표했지만, 한 달 만에 다시 도심에서 유사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쯤 되면 독일 정부의 강력한 법집행 의지와 공권력이 무시당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올 만하다.
'코로나 블루'가 '인종 차별에 대한 저항'으로?
프랑크푸르트와 슈투트가르트에서의 집단 폭력 사건은 유사점이 있다. 폭동 현장이 코로나19 통제로 문을 닫은 클럽을 대신해 젊은층의 집합 장소 역할을 해 온 곳이었다는 점이다.
독일에서 클럽은 코로나19 통제로 인한 영업 금지의 빗장이 아직도 해제되지 않은 거의 유일한 영업장이다. 독일 정부는 바이러스 확산세가 누그러지면서 상점과 식당, 호텔, 술집, 박물관 등의 영업 재개를 허용했지만, 클럽에 대해서만은 아직 금지를 풀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실제로 클럽에서 다수 확진자가 나왔고, 많은 사람들이 밀폐된 공간에서 신체를 움직이는 특성 상 바이러스가 확산될 최적의 조건을 갖췄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유명 클럽이 몰려 있는 수도 베를린을 비롯해 독일 대도시의 클럽들이 고사 위기에 직면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왜 폭력의 대상이 경찰인가? 프랑크푸르트 시의 대책 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게르하르트 베레스빌 경찰서장은 "헤센 주 경찰의 인종 차별과 미국 경찰의 폭력적인 진압이 이번 폭력 사태의 원인일 수 있다"고 언급했다.
경찰관이 이민자 출신 개인 정보 유출…살해 위협

최근 독일에선 경찰관이 이민자 배경을 가진 유명 인사들의 개인 정보를 극우주의 단체에 유출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비판을 받고 있다. 헤센 주에 근무하는 한 경찰관이 비스바덴 시 경찰서 컴퓨터로 이민자 출신 유명 인사들의 개인 정보를 검색해 이들의 주소와 이메일, 연락처 등을 극우단체에 넘겼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밝혀진 개인 정보 유출 피해자는 6명으로 모두 여성이다. 이민자 출신의 변호사와 기자, 코미디언, 그리고 이민자에게 우호적인 태도를 취해온 정치인들이 극우주의자들로부터 협박 편지를 받았다. "죽여버리겠다" "두 살배기 딸을 살해하겠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협박 편지 중 한 통은 경찰서 팩스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 일각에서는 협박 용의자가 경찰 내 극우 성향을 가진 모임의 일원일 거라는 추측도 제기되고 있다. 개인 정보 유출이 밝혀진 직후 헤센 주 경찰청장은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베레스빌 프랑크푸르트 시 경찰서장은 이번 사건으로 모든 경찰이 인종차별주의자라고 주장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억측이 경찰관을 향한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경찰관의 개인 정보 유출 사건이 이민자 배경을 가진 사람들의 피해 의식에 불을 붙였을까? 경찰서장이 공식 기자회견 석상에서 이번 폭력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할 정도면 그럴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 같다.
유흥시설에 대한 오랜 통제 조치, 이로 인한 우울감과 답답함, 여기에 경찰관의 고의적 정보 유출로 이민자 출신 인사들이 살해 위협을 당했다고 하니 적대감까지 더해 경찰에 대한 집단 폭력으로 비화됐다는 가설이다. 프랑크푸르트에서 체포된 39명 대부분이 이민자 출신이라는 점이 그 가설을 뒷받침한다.
▶ ‘ 코로나19 현황과 대응’ 최신 기사 보기http://news.kbs.co.kr/news/listIssue.html?icd=19588
주말마다 파티가 열려 방역 수칙이 무너지는 경우가 생겼지만 불미스러운 사건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은 달랐다. 일요일 새벽 1시쯤 술에 취한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새벽 3시쯤 5백~8백 명 정도가 남았을 때 급기야 광장 무리들 사이에서 몸싸움이 일어났다. 20여 명이 뒤섞여 싸웠고, 피를 흘리는 부상자가 생겼다. 경찰이 출동해 무리에서 부상자를 빼내려고 할 때 사달이 벌어졌다. 몸싸움을 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경찰을 공격하기 시작한 것이다.
사람들은 경찰에게 술병을 던지며 "모든 경찰은 개XX"(ACAB:All Cops Are Bastards)라고 욕을 퍼부었다. 경찰이 추가로 배치되자 무리들은 이번엔 경찰차를 향해 병을 던졌다. 일부 무리는 버스 정류장을 부수기 시작했다. 폭력을 진압하던 경찰관 5명이 다치고, 경찰차 여러 대가 파손됐다.
20세 안팎 39명 체포…"이민자 출신"
경찰은 현장에서 폭력을 행사한 39명을 체포했다. 17~23세의 남성 38명, 여성 1명이었다. 10명은 프랑크푸르트에 거주했지만, 나머지는 오펜바흐, 하나우, 담슈타트 등 인근 지역에서 주말 파티를 위해 프랑크푸르트에 온 청년들이었다. 용의자 대부분은 이민자 출신이라고 경찰은 밝혔다.

프랑크푸르트 시 당국은 20일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다. 프랑크푸르트 시 경비책임자, 경찰서장, 보건소 관계자들이 모였다.
프랑크푸르트 시 당국은 경찰에 대한 폭력을 용납할 수 없는 일로 규정하고 강력 대처하기로 했다. 특히 위기에 처한 시민을 구하려는 경찰관을 공격하는 행위는 사회가 용납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법부에게는 엄정한 처벌을 촉구했다.
시 당국은 구체적 조치로 금요일과 토요일 자정 이후 오페라 광장에 대한 사람들의 접근을 금지하기로 했다. 체포된 39명 중 프랑크푸르트 이외 거주자 29명에 대해서는 앞으로 수 개월 동안 프랑크푸르트에 아예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광장 등 사람들이 다수 모이는 곳에는 경찰력을 더 많이 투입하기로 했다.
경찰 상대 집단 폭력·약탈…"강력한 법집행" 무색

코로나19 통제 속에 경찰에 대한 집단 폭력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한 달 전인 지난달 20일 밤 슈투트가르트 도심에서도 유사한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이 17세 마약 소지 용의자를 검문하는 과정에서 주변에 있던 2백여 명이 경찰에게 돌과 병을 던졌다. 일부 흥분한 무리는 상점 40여 개를 부수고 휴대전화 등 물품을 약탈해 달아났다. 경찰관 19명이 다치고 경찰차 12대가 부서졌다.
호르스트 제호퍼 독일 내무장관이 즉각 현장을 방문해 엄격한 법집행을 강조하고, 앙겔라 메르켈 총리까지 나서 '혐오스럽다'는 표현을 쓰며 우려를 표했지만, 한 달 만에 다시 도심에서 유사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쯤 되면 독일 정부의 강력한 법집행 의지와 공권력이 무시당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올 만하다.
'코로나 블루'가 '인종 차별에 대한 저항'으로?
프랑크푸르트와 슈투트가르트에서의 집단 폭력 사건은 유사점이 있다. 폭동 현장이 코로나19 통제로 문을 닫은 클럽을 대신해 젊은층의 집합 장소 역할을 해 온 곳이었다는 점이다.
독일에서 클럽은 코로나19 통제로 인한 영업 금지의 빗장이 아직도 해제되지 않은 거의 유일한 영업장이다. 독일 정부는 바이러스 확산세가 누그러지면서 상점과 식당, 호텔, 술집, 박물관 등의 영업 재개를 허용했지만, 클럽에 대해서만은 아직 금지를 풀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실제로 클럽에서 다수 확진자가 나왔고, 많은 사람들이 밀폐된 공간에서 신체를 움직이는 특성 상 바이러스가 확산될 최적의 조건을 갖췄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유명 클럽이 몰려 있는 수도 베를린을 비롯해 독일 대도시의 클럽들이 고사 위기에 직면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왜 폭력의 대상이 경찰인가? 프랑크푸르트 시의 대책 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게르하르트 베레스빌 경찰서장은 "헤센 주 경찰의 인종 차별과 미국 경찰의 폭력적인 진압이 이번 폭력 사태의 원인일 수 있다"고 언급했다.
경찰관이 이민자 출신 개인 정보 유출…살해 위협

최근 독일에선 경찰관이 이민자 배경을 가진 유명 인사들의 개인 정보를 극우주의 단체에 유출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비판을 받고 있다. 헤센 주에 근무하는 한 경찰관이 비스바덴 시 경찰서 컴퓨터로 이민자 출신 유명 인사들의 개인 정보를 검색해 이들의 주소와 이메일, 연락처 등을 극우단체에 넘겼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밝혀진 개인 정보 유출 피해자는 6명으로 모두 여성이다. 이민자 출신의 변호사와 기자, 코미디언, 그리고 이민자에게 우호적인 태도를 취해온 정치인들이 극우주의자들로부터 협박 편지를 받았다. "죽여버리겠다" "두 살배기 딸을 살해하겠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협박 편지 중 한 통은 경찰서 팩스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 일각에서는 협박 용의자가 경찰 내 극우 성향을 가진 모임의 일원일 거라는 추측도 제기되고 있다. 개인 정보 유출이 밝혀진 직후 헤센 주 경찰청장은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베레스빌 프랑크푸르트 시 경찰서장은 이번 사건으로 모든 경찰이 인종차별주의자라고 주장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억측이 경찰관을 향한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경찰관의 개인 정보 유출 사건이 이민자 배경을 가진 사람들의 피해 의식에 불을 붙였을까? 경찰서장이 공식 기자회견 석상에서 이번 폭력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할 정도면 그럴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 같다.
유흥시설에 대한 오랜 통제 조치, 이로 인한 우울감과 답답함, 여기에 경찰관의 고의적 정보 유출로 이민자 출신 인사들이 살해 위협을 당했다고 하니 적대감까지 더해 경찰에 대한 집단 폭력으로 비화됐다는 가설이다. 프랑크푸르트에서 체포된 39명 대부분이 이민자 출신이라는 점이 그 가설을 뒷받침한다.

-
-
유광석 기자 ksyoo@kbs.co.kr
유광석 기자의 기사 모음
-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
좋아요
0
-
응원해요
0
-
후속 원해요
0
이슈
코로나19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