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족관에 갇힌 흰고래 ‘벨루가’의 비극…“바다로 보내주세요”

입력 2020.07.21 (19:38) 수정 2020.07.21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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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외모에 온순한 성격으로 수족관에서 사랑받는 흰고래, 이른바 '벨루가'가 어린 나이에 죽는 일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수족관 곳곳에 있는 벨루가를 바다로 돌려 보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12살 수컷 벨루가 '루이'의 돌연사

어제(20일) 새벽 2시쯤, 전남 여수시 세계박람회장에 있는 '아쿠아플라넷 여수'에서 12살 난 벨루가 '루이'가 폐사했습니다. 루이는 평소 건강에 이상이 없었지만, 죽기 전날부터 구토 등의 증상을 보였습니다. 루이의 정확한 사인은 고래연구센터와 서울대 수의학과 등이 부검을 통해 밝히기로 했습니다.

루이는 여수 세계박람회가 열리던 지난 2012년 4월에 여수로 왔습니다. 러시아에서 포획된 다른 벨루가들인 '루오'와 '루비'와 함께였습니다. 당시 수입허가서에 기재된 반입 목적은 '연구'와 '상업 이용'이었습니다. 루이는 세 살, 다른 벨루가들은 한 살과 두 살이었습니다. 벨루가들은 아쿠아플라넷 여수의 대표 마스코트로 인기를 끌며 9년을 보냈습니다.


■ 수백 미터 잠수하는데 수조 깊이는 7 미터…인기 많은 게 비극

하지만 사람에게 인기가 많은 게 오히려 벨루가의 비극이었습니다. 수족관에서의 삶은 순탄하지만은 않았습니다. 벨루가는 수백 미터까지 잠수하는 특성이 있는데, 수조 깊이는 7 미터에 불과했습니다. 벨루가 세 마리가 합사하려다 수컷 두 마리가 암컷 한 마리를 공격하는 일도 발생했습니다. 합사가 불발되자 벨루가들은 돌아가며 원래 수조보다도 더 좁은 수조에서 지내야 했습니다. 실제 수족관에서 지내는 벨루가들은 특별한 이유 없이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정형 행동'을 보이거나, 심하게는 자폐 증세까지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어린 나이에 벨루가가 폐사한 건 여수에서만 벌어진 일이 아닙니다. 서울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에선 지난 2016년과 지난해, 각각 5살과 12살짜리 벨루가가 잇따라 폐사했습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CUN)이 멸종위기 근접종으로 지정한 벨루가가, 수족관에서 지내다 어린 나이에 잇따라 목숨을 거두고 있는 겁니다.

■ "바다로 풀려난 '제돌이'처럼 자연 방류해야"

동물보호단체는 벨루가를 바다로 보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좁은 어항에 고래를 가둬 놓는 것은 생태 왜곡이며, 벨루가에게 신체적·정신적 무리를 줄 수밖에 없다는 주장입니다. 동물자유연대는 어제(20일) 성명서를 내고, 아쿠아플라넷 여수와 해양수산부가 남은 벨루가 두 마리의 자연 방류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선례는 있습니다. 제주에서 불법 포획된 뒤 공연에 동원되던 남방큰돌고래 '제돌이'가 지난 2013년 바다로 방사된 겁니다. 제돌이를 비롯해 바다로 풀려난 돌고래들은 새끼도 낳고 자연에 적응하며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벨루가 세 마리 가운데 두 마리가 폐사하고 한 마리만 남아 있는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은 방류를 결정하고, 최근 방류기술위원회를 발족하기도 했습니다.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국내 모든 수족관이 비슷한 문제점을 갖고 있다"며 "야생에서 살던 동물을 야생으로 돌려보내는 게 인간의 도리"라고 역설했습니다.


아쿠아플라넷 여수 측은 벨루가의 수조 크기는 관련 규정이 정한 것보다 크며, 관객들에게 전시하는 것 외에 여러 연구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는 입장을 전했습니다. 또 벨루가 방류는 여수세계박람회재단 등과 논의해 결정할 사항이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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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족관에 갇힌 흰고래 ‘벨루가’의 비극…“바다로 보내주세요”
    • 입력 2020-07-21 19:38:38
    • 수정2020-07-21 20:54:31
    취재K
귀여운 외모에 온순한 성격으로 수족관에서 사랑받는 흰고래, 이른바 '벨루가'가 어린 나이에 죽는 일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수족관 곳곳에 있는 벨루가를 바다로 돌려 보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12살 수컷 벨루가 '루이'의 돌연사

어제(20일) 새벽 2시쯤, 전남 여수시 세계박람회장에 있는 '아쿠아플라넷 여수'에서 12살 난 벨루가 '루이'가 폐사했습니다. 루이는 평소 건강에 이상이 없었지만, 죽기 전날부터 구토 등의 증상을 보였습니다. 루이의 정확한 사인은 고래연구센터와 서울대 수의학과 등이 부검을 통해 밝히기로 했습니다.

루이는 여수 세계박람회가 열리던 지난 2012년 4월에 여수로 왔습니다. 러시아에서 포획된 다른 벨루가들인 '루오'와 '루비'와 함께였습니다. 당시 수입허가서에 기재된 반입 목적은 '연구'와 '상업 이용'이었습니다. 루이는 세 살, 다른 벨루가들은 한 살과 두 살이었습니다. 벨루가들은 아쿠아플라넷 여수의 대표 마스코트로 인기를 끌며 9년을 보냈습니다.


■ 수백 미터 잠수하는데 수조 깊이는 7 미터…인기 많은 게 비극

하지만 사람에게 인기가 많은 게 오히려 벨루가의 비극이었습니다. 수족관에서의 삶은 순탄하지만은 않았습니다. 벨루가는 수백 미터까지 잠수하는 특성이 있는데, 수조 깊이는 7 미터에 불과했습니다. 벨루가 세 마리가 합사하려다 수컷 두 마리가 암컷 한 마리를 공격하는 일도 발생했습니다. 합사가 불발되자 벨루가들은 돌아가며 원래 수조보다도 더 좁은 수조에서 지내야 했습니다. 실제 수족관에서 지내는 벨루가들은 특별한 이유 없이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정형 행동'을 보이거나, 심하게는 자폐 증세까지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어린 나이에 벨루가가 폐사한 건 여수에서만 벌어진 일이 아닙니다. 서울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에선 지난 2016년과 지난해, 각각 5살과 12살짜리 벨루가가 잇따라 폐사했습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CUN)이 멸종위기 근접종으로 지정한 벨루가가, 수족관에서 지내다 어린 나이에 잇따라 목숨을 거두고 있는 겁니다.

■ "바다로 풀려난 '제돌이'처럼 자연 방류해야"

동물보호단체는 벨루가를 바다로 보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좁은 어항에 고래를 가둬 놓는 것은 생태 왜곡이며, 벨루가에게 신체적·정신적 무리를 줄 수밖에 없다는 주장입니다. 동물자유연대는 어제(20일) 성명서를 내고, 아쿠아플라넷 여수와 해양수산부가 남은 벨루가 두 마리의 자연 방류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선례는 있습니다. 제주에서 불법 포획된 뒤 공연에 동원되던 남방큰돌고래 '제돌이'가 지난 2013년 바다로 방사된 겁니다. 제돌이를 비롯해 바다로 풀려난 돌고래들은 새끼도 낳고 자연에 적응하며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벨루가 세 마리 가운데 두 마리가 폐사하고 한 마리만 남아 있는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은 방류를 결정하고, 최근 방류기술위원회를 발족하기도 했습니다.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국내 모든 수족관이 비슷한 문제점을 갖고 있다"며 "야생에서 살던 동물을 야생으로 돌려보내는 게 인간의 도리"라고 역설했습니다.


아쿠아플라넷 여수 측은 벨루가의 수조 크기는 관련 규정이 정한 것보다 크며, 관객들에게 전시하는 것 외에 여러 연구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는 입장을 전했습니다. 또 벨루가 방류는 여수세계박람회재단 등과 논의해 결정할 사항이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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