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K] “후기인 줄 알았는데…” 인플루언서 광고, 사기죄 처벌 가능?

입력 2020.07.22 (05:16) 수정 2020.07.22 (17:41)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유명 스타일리스트 한혜연 씨와 가수 강민경 씨 등 이른바 '인플루언서'들이 유튜브에서 협찬·광고 표기 없이 간접광고를 한 사실이 최근 알려져 논란이 됐습니다.

자기 돈으로 산 물건을 사심 없이 리뷰한 영상인 줄 알고 봤는데, 실은 협찬·광고였다니 실망했다거나 배신감을 느꼈다는 누리꾼들이 많은데요. 심지어 사기 아니냐는 목소리까지도 나왔습니다.

협찬을 숨기고 후기로 가장한 인플루언서들의 개인방송, 사기죄로 처벌할 수 있을까요?

◆ 협찬·광고 숨긴 게 사기는 아니다

언뜻 보면, 당연히 사기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 그렇진 않습니다. 한 씨 등이 업체로부터 협찬을 받았거나 광고라는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고 해서 사기죄가 성립하는 건 아닙니다.

형법은 누군가를 속여서 재산상 이득을 취할 경우 사기죄로 봅니다. 인플루언서들의 후기를 가장한 간접광고를 그렇게 보긴 힘들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입니다.

누군가 방송을 보고 물건을 샀다고 해도 그 돈이 인플루언서 본인에게 가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속은 사람들'이 채널운영자에게 직접 돈을 입금해서 물건을 산다면 모르겠지만 그게 아니잖아요? 판매 수익은 광고를 의뢰한 사업자에게 돌아가고 채널운영자들은 유튜브 조회 수에 대한 광고 수익을 유튜브로부터 얻을 뿐입니다. 한마디로 '속은 사람들'이 운영자에게 재산상 이득을 줬다고 볼 수는 없는 거죠.


더군다나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훨씬 적극적인 기망행위가 있어야 합니다. 단순히 협찬·광고 여부를 숨겼다고 해서 사기죄가 성립하진 않습니다.

조을원 변호사는 2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사기죄로 처벌하려면 예를 들어 (제품의) 원산지를 속였다든지, 성분을 속였든지 아주 적극적으로 기망행위를 해야 한다."면서 "광고였다는 걸 고지 안 한 것만으로는 현행법상 사기죄 처벌이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위 건이 허위·과장 광고 사례는 아니지만, 설사 허위·과장 광고라고 해도 일반적인 상거래의 관행과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시인될 수 있는 정도라면 남을 속인 걸로 보지 않습니다. (대법원 98도3549 등 판결)

표시광고법 적용 과징금 부과 가능…단, 광고주가 대상

사기죄는 아니더라고 정도가 심한 허위 과장 광고는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약칭: 표시광고법)과 시행령, 심사지침을 적용해 제재할 수 있습니다.

해당 규정들에 따르면 광고주와 인플루언서 간 경제적 이해관계가 있는 경우 해당 내용을 표시하는 문구를 게시물 처음과 마지막에 표시해야 합니다. 이를 표시하지 않거나 모호한 표현 등으로 표시할 경우 과징금을 매기거나 시정조치를 내릴 수 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규정을 바탕으로 지난해 말 협찬·광고 사실을 밝히지 않고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한 7개 사업자에게 시정명령과 총 2억 7천만 원 상당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습니다.


다만, 그 제재 대상이 광고주, 다시 말해 사업주와 사업자 단체에 한정돼 있어 직접 방송을 한 인플루언서에 대해서는 별도의 제재를 부과할 수는 없습니다.

그 이유가 뭘까요?

공정위 관계자는 "표시광고법이 사업자 간 공정한 거래에 초점을 맞춘 공정거래법이어서 행위자 개인을 타깃으로 삼을 경우 법리적으로 따져볼 여지가 생긴다."면서 "개인을 활용해서 조직적으로 마케팅하는 사업자를 규제하는 게 효율성 측면에서 더 나은 이유도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공정위는 사업자들이 협찬·광고 여부를 더 명확히 밝히도록 한 심사지침을 개정해 9월 1일부터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개인 방송의 파급력은 날로 급증하고 있습니다. 시청자들에게 미치는 영향력도 커지고 있죠. 이런 이유로 일각에선 현행법을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앞으로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마케팅이 더 늘어날 수 있는 상황에서 더 강력한 규제책이 필요하다는 건데요. 관련 입법 시도가 있었습니다.

'인플루언서법' 20대 국회서 발의됐다 폐기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둘러싼 논란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보니, 지난 20대 국회에선 관련 법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습니다.

원유철 자유한국당 전 의원은 지난 1월 인플루언서가 SNS 등을 통해 대가성 광고를 한 경우 반드시 알리도록 하고 이를 위반하면 1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한 일명 '인플루언서법'을 대표발의했습니다. 규제 대상을 사업자에서 인플루언서까지 넓힌 겁니다.

원 전 의원은 당시 "현행법은 사업자 등으로 하여금 부당한 표시·광고 행위를 금지하고 있지만, 사업자 등으로부터 경제적 보상을 받고 특정 상품에 대한 글을 게시한 인터넷 유명인에 대한 규제 규정은 없어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물론 문제의 소지가 없었던 건 아닙니다.

당시 소관 상임위인 정무위원회 검토보고서를 보면 어느 범위까지 '인터넷 유명인'으로 보고 규제할지와 개인에게 직접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이 현행법 체계에 부합한 지 여부 등을 더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이후 추가 논의는 이뤄지지 못했고 20대 국회 임기가 만료되면서 개정안도 폐기됐습니다. 21대 국회에서는 아직 관련 개정안이 발의되지 않았습니다.

[결론]

인플루언서의 '후기 가장 광고'는 사기죄로 처벌할 수 있나?

→ 대체로 사실 아님. 관련 건을 사기죄로 처벌하는 건 여러모로 어려워.


◆ 진실을 향한 더 깊은 시선 [팩트체크K 보러 가기]
◆ 영상으로 한번에 팩트체크 [체크살 보러 가기]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팩트체크K] “후기인 줄 알았는데…” 인플루언서 광고, 사기죄 처벌 가능?
    • 입력 2020-07-22 05:16:47
    • 수정2020-07-22 17:41:32
    팩트체크K
유명 스타일리스트 한혜연 씨와 가수 강민경 씨 등 이른바 '인플루언서'들이 유튜브에서 협찬·광고 표기 없이 간접광고를 한 사실이 최근 알려져 논란이 됐습니다.

자기 돈으로 산 물건을 사심 없이 리뷰한 영상인 줄 알고 봤는데, 실은 협찬·광고였다니 실망했다거나 배신감을 느꼈다는 누리꾼들이 많은데요. 심지어 사기 아니냐는 목소리까지도 나왔습니다.

협찬을 숨기고 후기로 가장한 인플루언서들의 개인방송, 사기죄로 처벌할 수 있을까요?

◆ 협찬·광고 숨긴 게 사기는 아니다

언뜻 보면, 당연히 사기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 그렇진 않습니다. 한 씨 등이 업체로부터 협찬을 받았거나 광고라는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고 해서 사기죄가 성립하는 건 아닙니다.

형법은 누군가를 속여서 재산상 이득을 취할 경우 사기죄로 봅니다. 인플루언서들의 후기를 가장한 간접광고를 그렇게 보긴 힘들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입니다.

누군가 방송을 보고 물건을 샀다고 해도 그 돈이 인플루언서 본인에게 가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속은 사람들'이 채널운영자에게 직접 돈을 입금해서 물건을 산다면 모르겠지만 그게 아니잖아요? 판매 수익은 광고를 의뢰한 사업자에게 돌아가고 채널운영자들은 유튜브 조회 수에 대한 광고 수익을 유튜브로부터 얻을 뿐입니다. 한마디로 '속은 사람들'이 운영자에게 재산상 이득을 줬다고 볼 수는 없는 거죠.


더군다나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훨씬 적극적인 기망행위가 있어야 합니다. 단순히 협찬·광고 여부를 숨겼다고 해서 사기죄가 성립하진 않습니다.

조을원 변호사는 2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사기죄로 처벌하려면 예를 들어 (제품의) 원산지를 속였다든지, 성분을 속였든지 아주 적극적으로 기망행위를 해야 한다."면서 "광고였다는 걸 고지 안 한 것만으로는 현행법상 사기죄 처벌이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위 건이 허위·과장 광고 사례는 아니지만, 설사 허위·과장 광고라고 해도 일반적인 상거래의 관행과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시인될 수 있는 정도라면 남을 속인 걸로 보지 않습니다. (대법원 98도3549 등 판결)

표시광고법 적용 과징금 부과 가능…단, 광고주가 대상

사기죄는 아니더라고 정도가 심한 허위 과장 광고는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약칭: 표시광고법)과 시행령, 심사지침을 적용해 제재할 수 있습니다.

해당 규정들에 따르면 광고주와 인플루언서 간 경제적 이해관계가 있는 경우 해당 내용을 표시하는 문구를 게시물 처음과 마지막에 표시해야 합니다. 이를 표시하지 않거나 모호한 표현 등으로 표시할 경우 과징금을 매기거나 시정조치를 내릴 수 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규정을 바탕으로 지난해 말 협찬·광고 사실을 밝히지 않고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한 7개 사업자에게 시정명령과 총 2억 7천만 원 상당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습니다.


다만, 그 제재 대상이 광고주, 다시 말해 사업주와 사업자 단체에 한정돼 있어 직접 방송을 한 인플루언서에 대해서는 별도의 제재를 부과할 수는 없습니다.

그 이유가 뭘까요?

공정위 관계자는 "표시광고법이 사업자 간 공정한 거래에 초점을 맞춘 공정거래법이어서 행위자 개인을 타깃으로 삼을 경우 법리적으로 따져볼 여지가 생긴다."면서 "개인을 활용해서 조직적으로 마케팅하는 사업자를 규제하는 게 효율성 측면에서 더 나은 이유도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공정위는 사업자들이 협찬·광고 여부를 더 명확히 밝히도록 한 심사지침을 개정해 9월 1일부터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개인 방송의 파급력은 날로 급증하고 있습니다. 시청자들에게 미치는 영향력도 커지고 있죠. 이런 이유로 일각에선 현행법을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앞으로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마케팅이 더 늘어날 수 있는 상황에서 더 강력한 규제책이 필요하다는 건데요. 관련 입법 시도가 있었습니다.

'인플루언서법' 20대 국회서 발의됐다 폐기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둘러싼 논란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보니, 지난 20대 국회에선 관련 법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습니다.

원유철 자유한국당 전 의원은 지난 1월 인플루언서가 SNS 등을 통해 대가성 광고를 한 경우 반드시 알리도록 하고 이를 위반하면 1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한 일명 '인플루언서법'을 대표발의했습니다. 규제 대상을 사업자에서 인플루언서까지 넓힌 겁니다.

원 전 의원은 당시 "현행법은 사업자 등으로 하여금 부당한 표시·광고 행위를 금지하고 있지만, 사업자 등으로부터 경제적 보상을 받고 특정 상품에 대한 글을 게시한 인터넷 유명인에 대한 규제 규정은 없어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물론 문제의 소지가 없었던 건 아닙니다.

당시 소관 상임위인 정무위원회 검토보고서를 보면 어느 범위까지 '인터넷 유명인'으로 보고 규제할지와 개인에게 직접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이 현행법 체계에 부합한 지 여부 등을 더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이후 추가 논의는 이뤄지지 못했고 20대 국회 임기가 만료되면서 개정안도 폐기됐습니다. 21대 국회에서는 아직 관련 개정안이 발의되지 않았습니다.

[결론]

인플루언서의 '후기 가장 광고'는 사기죄로 처벌할 수 있나?

→ 대체로 사실 아님. 관련 건을 사기죄로 처벌하는 건 여러모로 어려워.


◆ 진실을 향한 더 깊은 시선 [팩트체크K 보러 가기]
◆ 영상으로 한번에 팩트체크 [체크살 보러 가기]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