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개인연금 500억 원 찾아가세요”

입력 2020.07.22 (10:23) 수정 2020.07.22 (10:25)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지난해 5월 부친상을 당한 정승원 씨. 너무 경황이 없어서 사망신고도 두 달 뒤인 지난해 7월에 하게 됐습니다.

정 씨는 이 자리에서 고인의 금융거래 내역을 확인하기 위해 '재산조회 통합처리 신청서'를 접수했습니다.

며칠 뒤 조회가 가능하다는 문자가 왔고, 정 씨는 금융감독원 상속인금융거래조회서비스(https://cmpl.fss.or.kr)에서 이름과 접수번호를 입력했는데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아버지가 생전에 가족들 모르게 개인연금 상품 2개에 가입하신 겁니다. 한 상품은 납부가 끝나서 매달 80만 원씩 받고 계셨고, 또 다른 상품은 아직 보험료를 내고 계셨습니다.

하지만 이후 사망신고가 접수돼 고인의 계좌가 모두 지급정지되면서 보험금을 받지도, 보험료를 내지도 못한 상황이 된 겁니다.

정 씨는 곧장 금융사에 연락해 아버지가 매달 받던 80만 원은 어머니가 받도록 했고, 계약 기간이 남은 상품은 해지해 1,500만 원가량을 돌려받았습니다.

정승원/서울 성동구
너무나 경황이 없고 슬퍼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서비스를 이용해서 되게 빨리 신속하게 집에서 편안하게 한눈에 이런 걸 정보를 파악할 수가 있었고요. 정보를 파악한 이후에는 금융기관에 연락을 해서 신속하게 간편하게 자세히 안내를 받고 편리하게 모든 일을 처리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조회에서 지급까지 단 사흘밖에 걸리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상속인금융거래조회서비스가 개편됐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1월까지는 조회를 해도 기본적인 보험가입 정보만 알 수 있었고, 세부내용은 보험사를 직접 방문해 물어봐야 했습니다.

애초 고인이 개인연금에 가입한 사실 자체를 모르거나, 사망하면 연금 지급이 중단된다고 착각해 못 받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금감원은 2017년 기준으로 찾아가지 않은 개인연금이 매년 280억 원에 이른다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2월부터 금감원이 서비스를 개선하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조회하면 개인연금 가입 여부는 물론, 보험상품명과 상속받을 수 있는 연금액 등 10여 개의 핵심 정보를 확인할 수 있게 된 겁니다.

금감원은 개선 효과가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실제 개인연금 가입자의 사망으로 지난해 상속인이 받은 보험금은 3천681억 원으로 전년과 비교해서 10.7%, 356억 원 늘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남아 있습니다. 서비스 개선 이전에 정보가 부족해 개인연금을 찾지 못한 상속인이 여전히 많다는 겁니다.

상속인이 개선된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고선 확인할 방법이 없는데, 이를 신청하도록 홍보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습니다.

잠자는 개인연금 '직접' 찾아드립니다

때문에 금감원이 내놓은 해법은 개인연금을 찾지 않는 상속인들에게 돈을 찾아가라고 직접 알려주는 겁니다.

금감원이 보유 중인 2017년 1월 1일(2017년 이전 건은 파기)부터 2019년 1월 31일(서비스 개선 직전)까지 상속인 금융거래 조회서비스 신청 정보 37만 건을 이용하는 방식인데요.


금감원이 보유한 신청 정보 속 사망자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보험협회에 보내주면, 보험협회는 보험사로부터 사망자의 개인연금 가입 여부와 미수령 연금액 등의 정보를 받습니다.

금감원은 이를 토대로 찾아가지 않은 개인연금이 있는 상속인을 확인해서, 오는 9월부터 우편으로 안내할 방침입니다.

상속인들은 해당 보험사를 방문해 증빙 서류를 제출하면 연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데, 금감원은 상속인에게 찾아갈 개인연금 규모가 약 5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잠자는 개인연금 돌려주는 게 보험사도 이익

이번 대책에는 보험업계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고 하는데요. 500억 원이 빠져나갈 수 있는데 선뜻 이해가 안 가시죠?

사실 보험사는 가입자의 사망 여부를 알 수 없다고 합니다. 또 보험계약은 보험사와 가입자 1대 1계약이니까, 가입자를 뺀 다른 가족들의 연락처도 모른다고 합니다.

만약 가입자가 사망해 보험료가 석 달간 밀리면 보험 계약은 자동 해지돼 집으로 통보서를 보낸다고 하는데, 주소가 바뀌어 반송되는 경우도 많다고 하고요.

이와 반대로 보험금을 3년 또는 5년간 찾아가지 않으면 소멸시효가 지나 휴면보험금으로 처리됩니다.

휴면보험금은 서민금융진흥원으로 넘어가서 서민들을 위한 각종 대출 사업을 위해 쓰이게 되는데요.

하지만 보험사 입장에선 가입자나 상속자가 요청하면 보험금을 전부 돌려줘야 하고요. 휴면보험금이 되면 찾아가기 전까지 이자가 부과된다고 합니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각종 유지관리비용에, 이자까지 들어갈 수 있으니까 되도록 빨리 개인연금을 지급하는 게 좋은 겁니다.

결국, 잠자는 개인연금 돌려주는 게 국민과 보험사 모두에게 '윈윈'이란 얘기인데요. 이번 대책으로 자고 있던 모든 개인연금이 깨어나길 기대해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잠자는 개인연금 500억 원 찾아가세요”
    • 입력 2020-07-22 10:23:37
    • 수정2020-07-22 10:25:00
    취재K
지난해 5월 부친상을 당한 정승원 씨. 너무 경황이 없어서 사망신고도 두 달 뒤인 지난해 7월에 하게 됐습니다.

정 씨는 이 자리에서 고인의 금융거래 내역을 확인하기 위해 '재산조회 통합처리 신청서'를 접수했습니다.

며칠 뒤 조회가 가능하다는 문자가 왔고, 정 씨는 금융감독원 상속인금융거래조회서비스(https://cmpl.fss.or.kr)에서 이름과 접수번호를 입력했는데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아버지가 생전에 가족들 모르게 개인연금 상품 2개에 가입하신 겁니다. 한 상품은 납부가 끝나서 매달 80만 원씩 받고 계셨고, 또 다른 상품은 아직 보험료를 내고 계셨습니다.

하지만 이후 사망신고가 접수돼 고인의 계좌가 모두 지급정지되면서 보험금을 받지도, 보험료를 내지도 못한 상황이 된 겁니다.

정 씨는 곧장 금융사에 연락해 아버지가 매달 받던 80만 원은 어머니가 받도록 했고, 계약 기간이 남은 상품은 해지해 1,500만 원가량을 돌려받았습니다.

정승원/서울 성동구
너무나 경황이 없고 슬퍼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서비스를 이용해서 되게 빨리 신속하게 집에서 편안하게 한눈에 이런 걸 정보를 파악할 수가 있었고요. 정보를 파악한 이후에는 금융기관에 연락을 해서 신속하게 간편하게 자세히 안내를 받고 편리하게 모든 일을 처리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조회에서 지급까지 단 사흘밖에 걸리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상속인금융거래조회서비스가 개편됐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1월까지는 조회를 해도 기본적인 보험가입 정보만 알 수 있었고, 세부내용은 보험사를 직접 방문해 물어봐야 했습니다.

애초 고인이 개인연금에 가입한 사실 자체를 모르거나, 사망하면 연금 지급이 중단된다고 착각해 못 받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금감원은 2017년 기준으로 찾아가지 않은 개인연금이 매년 280억 원에 이른다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2월부터 금감원이 서비스를 개선하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조회하면 개인연금 가입 여부는 물론, 보험상품명과 상속받을 수 있는 연금액 등 10여 개의 핵심 정보를 확인할 수 있게 된 겁니다.

금감원은 개선 효과가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실제 개인연금 가입자의 사망으로 지난해 상속인이 받은 보험금은 3천681억 원으로 전년과 비교해서 10.7%, 356억 원 늘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남아 있습니다. 서비스 개선 이전에 정보가 부족해 개인연금을 찾지 못한 상속인이 여전히 많다는 겁니다.

상속인이 개선된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고선 확인할 방법이 없는데, 이를 신청하도록 홍보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습니다.

잠자는 개인연금 '직접' 찾아드립니다

때문에 금감원이 내놓은 해법은 개인연금을 찾지 않는 상속인들에게 돈을 찾아가라고 직접 알려주는 겁니다.

금감원이 보유 중인 2017년 1월 1일(2017년 이전 건은 파기)부터 2019년 1월 31일(서비스 개선 직전)까지 상속인 금융거래 조회서비스 신청 정보 37만 건을 이용하는 방식인데요.


금감원이 보유한 신청 정보 속 사망자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보험협회에 보내주면, 보험협회는 보험사로부터 사망자의 개인연금 가입 여부와 미수령 연금액 등의 정보를 받습니다.

금감원은 이를 토대로 찾아가지 않은 개인연금이 있는 상속인을 확인해서, 오는 9월부터 우편으로 안내할 방침입니다.

상속인들은 해당 보험사를 방문해 증빙 서류를 제출하면 연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데, 금감원은 상속인에게 찾아갈 개인연금 규모가 약 5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잠자는 개인연금 돌려주는 게 보험사도 이익

이번 대책에는 보험업계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고 하는데요. 500억 원이 빠져나갈 수 있는데 선뜻 이해가 안 가시죠?

사실 보험사는 가입자의 사망 여부를 알 수 없다고 합니다. 또 보험계약은 보험사와 가입자 1대 1계약이니까, 가입자를 뺀 다른 가족들의 연락처도 모른다고 합니다.

만약 가입자가 사망해 보험료가 석 달간 밀리면 보험 계약은 자동 해지돼 집으로 통보서를 보낸다고 하는데, 주소가 바뀌어 반송되는 경우도 많다고 하고요.

이와 반대로 보험금을 3년 또는 5년간 찾아가지 않으면 소멸시효가 지나 휴면보험금으로 처리됩니다.

휴면보험금은 서민금융진흥원으로 넘어가서 서민들을 위한 각종 대출 사업을 위해 쓰이게 되는데요.

하지만 보험사 입장에선 가입자나 상속자가 요청하면 보험금을 전부 돌려줘야 하고요. 휴면보험금이 되면 찾아가기 전까지 이자가 부과된다고 합니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각종 유지관리비용에, 이자까지 들어갈 수 있으니까 되도록 빨리 개인연금을 지급하는 게 좋은 겁니다.

결국, 잠자는 개인연금 돌려주는 게 국민과 보험사 모두에게 '윈윈'이란 얘기인데요. 이번 대책으로 자고 있던 모든 개인연금이 깨어나길 기대해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