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으로 2천만 원 넘게 벌어도 세금 안 낸다…‘동학개미’의 승리?

입력 2020.07.22 (14:35) 수정 2020.07.22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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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금융세제 개편안' 대폭 수정
주식 양도세 공제 늘리고 증권거래세 인하 앞당겨
손실 이월공제도 5년으로 확대
"개인 투자자 위해 정책적 배려"

지난달부터 주식 투자자들 사이에서 뜨거운 감자였던 '금융 세제 개편'과 관련한 정부 안이 최종 확정됐다.

정부는 오늘(22일) 발표한 '2020년 세법 개정안'에 금융 세제 개편안도 담았는데, 지난달 발표한 초안에서 많은 내용을 뜯어고쳤다.

핵심은 주식 양도세 기본 공제액을 2,000만 원에서 5,000만 원으로 늘리고, 증권거래세 인하 시기를 1년 앞당긴 것 등이다.

코로나19로 주가가 크게 떨어졌을 때 대규모로 주식 투자에 나선 이른바 '동학개미'들의 반발에 정부가 한발 물러선 모양새인데, 초안과 어떤 내용이 달라졌는지 따져봤다.

■양도소득세 공제 2천만 원→5천만 원

정부는 국내 상장주식에 새롭게 물리는 양도소득세 기본 공제액을 5,000만 원으로 정했다. 2,000만 원이었던 초안보다 3,000만 원 더 많다.

이에 따라 1억 원을 투자해서 4,000만 원을 벌면 기본 공제액 2,000만 원을 제외하고 양도세 400만 원을 내야 하는 것은 '없던 일'이 됐다. 5,000만 원을 넘게 벌었을 때만 세금을 내면 된다.

정부는 또, 공모 주식형 펀드도 국내 상장주식과 합쳐 5,000만 원 공제를 해주기로 했다. 초안에서 펀드는 기본 공제액이 하나도 없어서 1원이라도 벌면 세금을 내야 했는데, 이 부분도 수정한 것이다.

이 방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국내 상장주식과 공모 주식형 펀드의 이익과 손실을 따져 연 순이익이 5,000만 원을 넘는 사람은 20%(3억 원 초과는 25%)의 세금을 내면 된다. 해외주식의 기본 공제액은 기존대로 250만 원이다.

정부는 이렇게 기본 공제액을 늘리면서 주식 투자자 가운데 상위 2.5%, 약 15만 명만 양도세를 내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제액이 2,000만 원이었을 때 상위 5%, 약 30만 명이 양도세를 낸다고 분석한 것과 비교하면 세 부담 대상이 절반으로 줄어든 것이다.

정부는 주식 양도세를 도입하면서 금융투자로 나오는 소득을 '금융투자소득'으로 묶어 과세하는 방안도 2022년 시행에서 2023년 시행으로 1년 늦췄다. 새 제도를 준비할 시간을 더 준다는 취지다.


■증권거래세 인하 2022년→2021년

정부는 주식 양도세를 새로 만들면서 대신 증권거래세율을 낮추기로 했는데, 낮추는 시기도 앞당겼다.

초안에서는 2022년 0.02%포인트 인하, 2023년 0.08%포인트 인하였는데, 내년 0.02%포인트 인하, 2023년 0.08%포인트 인하로 바꿨다. 주식 양도세가 새로 생기면서 '이중과세' 논란이 계속되자,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인하 시기를 앞당긴 것이다.

정부는 증권거래세를 아예 폐지하지 않는다고 해서 이중과세라고 하는 건 맞지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임재현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주식 등 양도차익) 5,000만 원 초과분에 대해서 (양도세가) 과세되기 때문에 그 이하 부분(양도차익 5,000만 원 이하 주식 거래)에 대한 증권거래세가 부과되더라도 이를 이중과세라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증권거래세 폐지 가능성에 대해 임 실장은 "증권거래세를 폐지할 계획이 있느냐, 이런 말씀을 드리기는 어렵다"며 "거래세가 필요하다고 하는 주장이나 이런 견해를 가지신 분도 굉장히 많이 있다"고 선을 그었다.

■손실 이월공제기간 3년→5년

정부는 금융투자소득을 신설하면서, 여기에 포함되는 모든 금융투자의 이익과 손실을 합해서 따지는 손익 통산을 도입하겠다고 지난달 밝혔다.

그러면서 손실이 이익보다 커서 순손실이 났을 경우 그 손실을 3년 동안 이월해서 반영하겠다고 했다. 예를 들어 올해 금융투자소득이 2,000만 원 순손실이 났다면, 2023년까지 손익 계산 때 이 손실을 반영하는 것이다.

이월공제기간이 3년이란 얘긴데, 정부는 이것도 초안에 2년을 더해 5년으로 늘렸다. 이 역시 투자자들에게 유리한 조치다.


■월별 원천징수→반기별 원천징수

지난달 금융세제 개편안이 발표됐을 때 논란이 됐던 것 중 하나가 금융투자소득세의 '월별 원천징수'다.

투자자가 계좌를 개설한 금융기관에서 세금을 내는 걸 원천징수라고 하는데, 이를 매월 하겠다는 뜻이었다.

투자자들은 매월 원천징수를 하게 되면 수익을 재투자해서 돈을 불리는 '복리효과'가 줄어든다고 반발했다. 수익에서 매달 세금을 떼기 때문에 수익을 그대로 재투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월별 원천징수를 반기별 원천징수로 바꿨다. 쉽게 말해 1년에 최대 12번 걷으려던 세금을 2번으로 줄여서 걷는다는 얘기다.

■"정부가 많이 양보…정책적 배려한 듯"

금융세제 개편안 수정에 대해선 긍정적 반응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개인 투자자들의 의욕을 꺾는 방식이 아니어야 한다"고 말한 부분이 상당히 반영됐다는 평가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투자 전문가는 "정부가 많이 양보한 걸로 보인다"며 "개인 투자자들을 위해 세수를 포기하고 정책적 배려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주식 양도세 기본 공제액을 5,000만 원으로 늘린 것이 가장 의미 있다고 평가하며 "개인 투자자 대부분은 양도세를 낼 가능성이 없어졌다"며 "일부 '수퍼 개미'만 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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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식으로 2천만 원 넘게 벌어도 세금 안 낸다…‘동학개미’의 승리?
    • 입력 2020-07-22 14:35:29
    • 수정2020-07-22 15:36:27
    취재K
'금융세제 개편안' 대폭 수정<br />주식 양도세 공제 늘리고 증권거래세 인하 앞당겨<br />손실 이월공제도 5년으로 확대<br />"개인 투자자 위해 정책적 배려"
지난달부터 주식 투자자들 사이에서 뜨거운 감자였던 '금융 세제 개편'과 관련한 정부 안이 최종 확정됐다. 정부는 오늘(22일) 발표한 '2020년 세법 개정안'에 금융 세제 개편안도 담았는데, 지난달 발표한 초안에서 많은 내용을 뜯어고쳤다. 핵심은 주식 양도세 기본 공제액을 2,000만 원에서 5,000만 원으로 늘리고, 증권거래세 인하 시기를 1년 앞당긴 것 등이다. 코로나19로 주가가 크게 떨어졌을 때 대규모로 주식 투자에 나선 이른바 '동학개미'들의 반발에 정부가 한발 물러선 모양새인데, 초안과 어떤 내용이 달라졌는지 따져봤다. ■양도소득세 공제 2천만 원→5천만 원 정부는 국내 상장주식에 새롭게 물리는 양도소득세 기본 공제액을 5,000만 원으로 정했다. 2,000만 원이었던 초안보다 3,000만 원 더 많다. 이에 따라 1억 원을 투자해서 4,000만 원을 벌면 기본 공제액 2,000만 원을 제외하고 양도세 400만 원을 내야 하는 것은 '없던 일'이 됐다. 5,000만 원을 넘게 벌었을 때만 세금을 내면 된다. 정부는 또, 공모 주식형 펀드도 국내 상장주식과 합쳐 5,000만 원 공제를 해주기로 했다. 초안에서 펀드는 기본 공제액이 하나도 없어서 1원이라도 벌면 세금을 내야 했는데, 이 부분도 수정한 것이다. 이 방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국내 상장주식과 공모 주식형 펀드의 이익과 손실을 따져 연 순이익이 5,000만 원을 넘는 사람은 20%(3억 원 초과는 25%)의 세금을 내면 된다. 해외주식의 기본 공제액은 기존대로 250만 원이다. 정부는 이렇게 기본 공제액을 늘리면서 주식 투자자 가운데 상위 2.5%, 약 15만 명만 양도세를 내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제액이 2,000만 원이었을 때 상위 5%, 약 30만 명이 양도세를 낸다고 분석한 것과 비교하면 세 부담 대상이 절반으로 줄어든 것이다. 정부는 주식 양도세를 도입하면서 금융투자로 나오는 소득을 '금융투자소득'으로 묶어 과세하는 방안도 2022년 시행에서 2023년 시행으로 1년 늦췄다. 새 제도를 준비할 시간을 더 준다는 취지다. ■증권거래세 인하 2022년→2021년 정부는 주식 양도세를 새로 만들면서 대신 증권거래세율을 낮추기로 했는데, 낮추는 시기도 앞당겼다. 초안에서는 2022년 0.02%포인트 인하, 2023년 0.08%포인트 인하였는데, 내년 0.02%포인트 인하, 2023년 0.08%포인트 인하로 바꿨다. 주식 양도세가 새로 생기면서 '이중과세' 논란이 계속되자,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인하 시기를 앞당긴 것이다. 정부는 증권거래세를 아예 폐지하지 않는다고 해서 이중과세라고 하는 건 맞지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임재현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주식 등 양도차익) 5,000만 원 초과분에 대해서 (양도세가) 과세되기 때문에 그 이하 부분(양도차익 5,000만 원 이하 주식 거래)에 대한 증권거래세가 부과되더라도 이를 이중과세라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증권거래세 폐지 가능성에 대해 임 실장은 "증권거래세를 폐지할 계획이 있느냐, 이런 말씀을 드리기는 어렵다"며 "거래세가 필요하다고 하는 주장이나 이런 견해를 가지신 분도 굉장히 많이 있다"고 선을 그었다. ■손실 이월공제기간 3년→5년 정부는 금융투자소득을 신설하면서, 여기에 포함되는 모든 금융투자의 이익과 손실을 합해서 따지는 손익 통산을 도입하겠다고 지난달 밝혔다. 그러면서 손실이 이익보다 커서 순손실이 났을 경우 그 손실을 3년 동안 이월해서 반영하겠다고 했다. 예를 들어 올해 금융투자소득이 2,000만 원 순손실이 났다면, 2023년까지 손익 계산 때 이 손실을 반영하는 것이다. 이월공제기간이 3년이란 얘긴데, 정부는 이것도 초안에 2년을 더해 5년으로 늘렸다. 이 역시 투자자들에게 유리한 조치다. ■월별 원천징수→반기별 원천징수 지난달 금융세제 개편안이 발표됐을 때 논란이 됐던 것 중 하나가 금융투자소득세의 '월별 원천징수'다. 투자자가 계좌를 개설한 금융기관에서 세금을 내는 걸 원천징수라고 하는데, 이를 매월 하겠다는 뜻이었다. 투자자들은 매월 원천징수를 하게 되면 수익을 재투자해서 돈을 불리는 '복리효과'가 줄어든다고 반발했다. 수익에서 매달 세금을 떼기 때문에 수익을 그대로 재투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월별 원천징수를 반기별 원천징수로 바꿨다. 쉽게 말해 1년에 최대 12번 걷으려던 세금을 2번으로 줄여서 걷는다는 얘기다. ■"정부가 많이 양보…정책적 배려한 듯" 금융세제 개편안 수정에 대해선 긍정적 반응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개인 투자자들의 의욕을 꺾는 방식이 아니어야 한다"고 말한 부분이 상당히 반영됐다는 평가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투자 전문가는 "정부가 많이 양보한 걸로 보인다"며 "개인 투자자들을 위해 세수를 포기하고 정책적 배려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주식 양도세 기본 공제액을 5,000만 원으로 늘린 것이 가장 의미 있다고 평가하며 "개인 투자자 대부분은 양도세를 낼 가능성이 없어졌다"며 "일부 '수퍼 개미'만 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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