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돗물 유충’ 왜 생겼을까?…좁혀지는 원인 3가지

입력 2020.07.22 (15:37)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인천에서 시작된 `수돗물 유충` 사태가 오늘(22일)로서 13일째다. 어제 오후 6시까지 인천의 관련 신고 건수는 814건, 실제 유충 발견 건수는 211건에 이른다.

유충이 발견된 인천의 공촌·부평정수장은 일반 정수처리장과 달리 수돗물을 `고도정수처리`하는 곳이다. `고도정수처리`는 일반 정수처리장과 마찬가지로 표준처리공정(혼화→응집→침천→여과→소독)을 거치지만, 마무리 `여과` 단계가 일반 정수처리장과 다르다.

고도처리 정수장은 `입상활성탄` 공정 등을 추가한다. 활성탄은 쉽게 말해 숯가루다. 활성탄을 바닥에 깐 여과지(池)를 만들어 물을 통과시키는 원리다. 활성탄은 흡착력이 높아서 표준처리공정에서 제거하기 어려운 적은 양의 유해물질도 제거할 수 수 있다.

환경부는 전국 정수장 49개소를 점검한 결과, 공촌·부평정수장을 포함해 7곳의 활성탄 필터에서 유충이 발견됐다고 어제 밝혔다. 이런 결과를 토대로 전국을 발칵 뒤집은 `수돗물 유충` 추정 원인 세 가지를 짚어봤다.

활성탄 여과지의 ‘역세척’ 개념도활성탄 여과지의 ‘역세척’ 개념도

① 긴 `역세척` 주기, `수돗물 유충` 불렀나

`활성탄`은 시간이 흐르면 유기물들이 표면에 붙는다. 이 유기물들은 벌레의 먹이가 될 수 있어서 유충이 살기 쉬운 환경을 만든다. 정수장은 유기물을 없애기 위해 주기적으로 물의 방향을 바꿔 수압을 높이는 `역세척`을 한다.

인천시는 `역세척`을 열흘에 한 번꼴로 하다가, 유충 발견 뒤 이틀로 줄였다고 지난 19일 보도자료에서 설명했다. 하지만 활성탄 여과지 운전 기록 등을 검토한 민관합동조사단은 공촌·부평정수장의 일부 `역세척` 주기가 20일이 넘었던 것을 확인했다.

공촌·부평정수장의 `역세척` 주기는 적절했을까. 문제가 있다고 속단할 순 없다. `활성탄`은 유해물질을 거르기 위한 생물막을 형성하는데, 너무 자주 씻으면 정수 효과가 떨어진다. 환경부 조석훈 물이용기획과장은 활성탄 여과지의 `역세척` 주기에 대해 "길게는 30일 정도 가져가기도 하고, 원수의 상황에 따라서 20일에서 10일 정도 탄력적으로 운영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원수(原水)의 수질, 그러니까 공촌·부평정수장이 물을 끌어오는 취수장의 수질이 `역세척` 주기를 가늠한다는 얘기다. 공촌·부평정수장은 서울 영등포 정수센터와 같은 `풍납취수장`의 물을 쓴다. 영등포 정수센터 역시 활성탄 여과지를 갖추고 있는데, 이곳의 `역세척` 주기는 약 130시간이다. 정리하자면 영등포 정수센터는 5~6일에 한 번, 공촌·부평 정수장은 최대 20일이 넘어서 한 번 `역세척`을 했다는 것이다.

깔따구 유충의 알은 7일 이내에 부화한다고 한다. `역세척` 주기가 지나치게 길면 유충이 서식하기 충분한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다. 공촌·부평 정수장과 동일한 취·정수조건을 갖춘 영등포 정수센터에서는 유충 발견 사례가 없었던 것을 볼 때, `역세척` 주기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밀폐형’ 부평정수장의 활성탄 여과지‘밀폐형’ 부평정수장의 활성탄 여과지

② "문 여닫을 때 벌레 유입 가능성"

`역세척`을 자주 하지 않는다고 해도 벌레가 활성탄 여과지로 절대 들어올 수 없는 구조라면, 유충은 발견되지 않았을 것이다. 지난 13일 첫 깔따구 유충이 발견된 인천 공촌정수장의 활성탄 여과지는 `개방형` 구조였다. 덮개는 갖추고 있지만, 옆쪽은 외부로 뚫려 있어서 벌레가 날아 들어오기 쉬웠다. 인천시가 초기 조사 때 "벌레가 날아와 활성탄 여과지에 알을 낳은 것 같다"고 발표했던 이유다.

하지만 지난 18일 부평정수장에서도 유충이 발견되면서 이 설명에는 허점이 생겼다. 부평정수장은 이중으로 차단막이 설치된 `밀폐 구조`다. 물론 `폐쇄형` 구조라고 해도, 벌레가 들어올 만한 작은 틈이 있었을 가능성은 있다. 또 정수장 관계자들이 시설문을 여닫을 때 벌레가 들어올 수도 있다.

통상 정수장에는 벌레를 막는 `방충망`이나 `포충기`가 설치되어 있지만, 벌레 유입 관리가 미흡한 경우도 있다. 환경부는 어제 전국 정수장 긴급점검 결과를 발표하며 `방충망` 설치가 되어 있지 않은 정수장 12곳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③ `잔류 오존농도` 처리 미흡했나

민관합동조사단은 공촌·부평정수장의 잔류오존농도에도 주목하고 있다. 수돗물의 정수 과정에서 오존 주입을 하는 공정을 거치는데, 처리 과정이 미흡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민관합동조사단의 한 전문가는 KBS와의 통화에서 "활성탄조 상단 부분에 오존이 충분히 남아 있으면 깔따구의 알이 부화하지 못한다"며 "잔류오존농도 상황도 함께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민관합동조사단은 특정 오존농도에서 실험군과 대조군을 비교하는 생물 실험도 진행할 계획이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수돗물 유충’ 왜 생겼을까?…좁혀지는 원인 3가지
    • 입력 2020-07-22 15:37:10
    취재K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인천에서 시작된 `수돗물 유충` 사태가 오늘(22일)로서 13일째다. 어제 오후 6시까지 인천의 관련 신고 건수는 814건, 실제 유충 발견 건수는 211건에 이른다.

유충이 발견된 인천의 공촌·부평정수장은 일반 정수처리장과 달리 수돗물을 `고도정수처리`하는 곳이다. `고도정수처리`는 일반 정수처리장과 마찬가지로 표준처리공정(혼화→응집→침천→여과→소독)을 거치지만, 마무리 `여과` 단계가 일반 정수처리장과 다르다.

고도처리 정수장은 `입상활성탄` 공정 등을 추가한다. 활성탄은 쉽게 말해 숯가루다. 활성탄을 바닥에 깐 여과지(池)를 만들어 물을 통과시키는 원리다. 활성탄은 흡착력이 높아서 표준처리공정에서 제거하기 어려운 적은 양의 유해물질도 제거할 수 수 있다.

환경부는 전국 정수장 49개소를 점검한 결과, 공촌·부평정수장을 포함해 7곳의 활성탄 필터에서 유충이 발견됐다고 어제 밝혔다. 이런 결과를 토대로 전국을 발칵 뒤집은 `수돗물 유충` 추정 원인 세 가지를 짚어봤다.

활성탄 여과지의 ‘역세척’ 개념도
① 긴 `역세척` 주기, `수돗물 유충` 불렀나

`활성탄`은 시간이 흐르면 유기물들이 표면에 붙는다. 이 유기물들은 벌레의 먹이가 될 수 있어서 유충이 살기 쉬운 환경을 만든다. 정수장은 유기물을 없애기 위해 주기적으로 물의 방향을 바꿔 수압을 높이는 `역세척`을 한다.

인천시는 `역세척`을 열흘에 한 번꼴로 하다가, 유충 발견 뒤 이틀로 줄였다고 지난 19일 보도자료에서 설명했다. 하지만 활성탄 여과지 운전 기록 등을 검토한 민관합동조사단은 공촌·부평정수장의 일부 `역세척` 주기가 20일이 넘었던 것을 확인했다.

공촌·부평정수장의 `역세척` 주기는 적절했을까. 문제가 있다고 속단할 순 없다. `활성탄`은 유해물질을 거르기 위한 생물막을 형성하는데, 너무 자주 씻으면 정수 효과가 떨어진다. 환경부 조석훈 물이용기획과장은 활성탄 여과지의 `역세척` 주기에 대해 "길게는 30일 정도 가져가기도 하고, 원수의 상황에 따라서 20일에서 10일 정도 탄력적으로 운영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원수(原水)의 수질, 그러니까 공촌·부평정수장이 물을 끌어오는 취수장의 수질이 `역세척` 주기를 가늠한다는 얘기다. 공촌·부평정수장은 서울 영등포 정수센터와 같은 `풍납취수장`의 물을 쓴다. 영등포 정수센터 역시 활성탄 여과지를 갖추고 있는데, 이곳의 `역세척` 주기는 약 130시간이다. 정리하자면 영등포 정수센터는 5~6일에 한 번, 공촌·부평 정수장은 최대 20일이 넘어서 한 번 `역세척`을 했다는 것이다.

깔따구 유충의 알은 7일 이내에 부화한다고 한다. `역세척` 주기가 지나치게 길면 유충이 서식하기 충분한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다. 공촌·부평 정수장과 동일한 취·정수조건을 갖춘 영등포 정수센터에서는 유충 발견 사례가 없었던 것을 볼 때, `역세척` 주기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밀폐형’ 부평정수장의 활성탄 여과지
② "문 여닫을 때 벌레 유입 가능성"

`역세척`을 자주 하지 않는다고 해도 벌레가 활성탄 여과지로 절대 들어올 수 없는 구조라면, 유충은 발견되지 않았을 것이다. 지난 13일 첫 깔따구 유충이 발견된 인천 공촌정수장의 활성탄 여과지는 `개방형` 구조였다. 덮개는 갖추고 있지만, 옆쪽은 외부로 뚫려 있어서 벌레가 날아 들어오기 쉬웠다. 인천시가 초기 조사 때 "벌레가 날아와 활성탄 여과지에 알을 낳은 것 같다"고 발표했던 이유다.

하지만 지난 18일 부평정수장에서도 유충이 발견되면서 이 설명에는 허점이 생겼다. 부평정수장은 이중으로 차단막이 설치된 `밀폐 구조`다. 물론 `폐쇄형` 구조라고 해도, 벌레가 들어올 만한 작은 틈이 있었을 가능성은 있다. 또 정수장 관계자들이 시설문을 여닫을 때 벌레가 들어올 수도 있다.

통상 정수장에는 벌레를 막는 `방충망`이나 `포충기`가 설치되어 있지만, 벌레 유입 관리가 미흡한 경우도 있다. 환경부는 어제 전국 정수장 긴급점검 결과를 발표하며 `방충망` 설치가 되어 있지 않은 정수장 12곳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③ `잔류 오존농도` 처리 미흡했나

민관합동조사단은 공촌·부평정수장의 잔류오존농도에도 주목하고 있다. 수돗물의 정수 과정에서 오존 주입을 하는 공정을 거치는데, 처리 과정이 미흡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민관합동조사단의 한 전문가는 KBS와의 통화에서 "활성탄조 상단 부분에 오존이 충분히 남아 있으면 깔따구의 알이 부화하지 못한다"며 "잔류오존농도 상황도 함께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민관합동조사단은 특정 오존농도에서 실험군과 대조군을 비교하는 생물 실험도 진행할 계획이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