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K]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개설사업’ 실시계획 고시 논란…좌초되나?

입력 2020.07.22 (19:43) 수정 2020.07.22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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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탐사K는 앞서 두 차례에 걸쳐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개설 사업의 제2공항 연계 의혹과 교통안전 문제를 심층 보도했는데요.

취재 과정에서 이번 사업의 행정 절차 진행 과정에 중대한 하자를 포착했습니다. 

절차까지 어겨가면서 도로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이유에 대한 의문이 갈수록 커져가고 있습니다. 

[리포트]

1965년 고시된 뒤 55년 동안 계획으로만 남아 있다 최근 제주도가 본격 추진을 예고하며 급물살을 타고 있는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개설사업. 

전체 4.2km 구간 가운데 우선 1.5km 구간에 445억 원을 들여 6차로 도로를 추진하고 있는데, 이에 따라 제주도는 구체적인 사업 계획을 담은 실시계획을 지난달 5일자로 고시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고시가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절차가 끝나기 전 이뤄졌다는 점입니다. 

현행 환경영향평가법은 사업 계획 등에 대한 승인을 하려면 협의 내용이 반영됐는지 확인을 거치고, 협의내용이 반영되지 않았으면 반영하게 해야 한다고 명시했습니다. 

그런데 제주도는 실시계획 고시 이틀 전에야 환경영향평가 검토를 접수했고, 영산강유역환경청이 제주도에 협의 내용을 통보한 시기는 40여 일이 지난 지난 17일로 확인됐습니다. 

결국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개설사업 실시계획은 환경영향평가법을 어긴 채 고시된 셈입니다. 

[영산강유역환경청 관계자/음성변조 : "실시계획 인가 자체는 어떻게 보면 이게 협의가 난 다음에 하는 게 맞죠. 이런 것들(협의 의견을) 다 반영해서 해야지."]

제주도는 왜 무리수까지 둬가며 실시계획 고시를 했을까? 

그 배경에는 이달부터 시행되고 있는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 일몰제가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20년이 넘도록 집행되지 않은 사업은 도시계획시설 지정을 취소하기로 했는데, 1965년 고시했지만 아직 공사에 들어가지 못한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사업도 일몰제 적용 대상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미개설 구간은 지난 1일자로 도시계획도로에서 해제됐는데, 이번에 추진하는 1.5km 구간도 미리 실시계획을 고시하지 않았다면 지난 1일 일몰제가 적용돼 도시우회도로 사업의 근거가 사라질 수도 있었던 겁니다. 

[이영웅/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 "도로건설을 유지하기 위한 절차를 강행한 게 아닌가라고 보는데, 그 과정에서 이런 위법한 행정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특히 제주도의 이번 실시계획 고시 문제는 앞으로 법적 다툼으로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환경영향평가 적용 대상지에 있는 주민들이 절차 위반을 문제 삼아 소송을 제기할 경우 취소될 여지가 있다는 겁니다. 

[강주영/제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행정법적 입장에서 본다면 절차 위반의 소지가 매우 크다라고 저는 판단됩니다. 소송 갔을 때도 행정이 불리한 측면에 놓일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크게 됩니다."]

이같은 지적에 제주도는 공사 착공 전에만 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을 반영하면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행정 행위에 하자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검토해보겠다고 답변했습니다. 

법률로 정한 절차마저 지키지 않은 채 강행되고 있는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개설사업. 

타당성이 떨어지고 교통안전 우려까지 불거진 상황에서 주민 숙원 해소를 위한다는 명분은 행정이 이 사업을 밀어부치는 이유를 설명하기에는 부족해 보입니다.

탐사K입니다.

촬영기자:부수홍/그래픽:서경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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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탐사K]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개설사업’ 실시계획 고시 논란…좌초되나?
    • 입력 2020-07-22 19:43:14
    • 수정2020-07-22 19:51:59
    뉴스7(제주)
[기자] 탐사K는 앞서 두 차례에 걸쳐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개설 사업의 제2공항 연계 의혹과 교통안전 문제를 심층 보도했는데요. 취재 과정에서 이번 사업의 행정 절차 진행 과정에 중대한 하자를 포착했습니다.  절차까지 어겨가면서 도로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이유에 대한 의문이 갈수록 커져가고 있습니다.  [리포트] 1965년 고시된 뒤 55년 동안 계획으로만 남아 있다 최근 제주도가 본격 추진을 예고하며 급물살을 타고 있는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개설사업.  전체 4.2km 구간 가운데 우선 1.5km 구간에 445억 원을 들여 6차로 도로를 추진하고 있는데, 이에 따라 제주도는 구체적인 사업 계획을 담은 실시계획을 지난달 5일자로 고시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고시가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절차가 끝나기 전 이뤄졌다는 점입니다.  현행 환경영향평가법은 사업 계획 등에 대한 승인을 하려면 협의 내용이 반영됐는지 확인을 거치고, 협의내용이 반영되지 않았으면 반영하게 해야 한다고 명시했습니다.  그런데 제주도는 실시계획 고시 이틀 전에야 환경영향평가 검토를 접수했고, 영산강유역환경청이 제주도에 협의 내용을 통보한 시기는 40여 일이 지난 지난 17일로 확인됐습니다.  결국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개설사업 실시계획은 환경영향평가법을 어긴 채 고시된 셈입니다.  [영산강유역환경청 관계자/음성변조 : "실시계획 인가 자체는 어떻게 보면 이게 협의가 난 다음에 하는 게 맞죠. 이런 것들(협의 의견을) 다 반영해서 해야지."] 제주도는 왜 무리수까지 둬가며 실시계획 고시를 했을까?  그 배경에는 이달부터 시행되고 있는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 일몰제가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20년이 넘도록 집행되지 않은 사업은 도시계획시설 지정을 취소하기로 했는데, 1965년 고시했지만 아직 공사에 들어가지 못한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사업도 일몰제 적용 대상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미개설 구간은 지난 1일자로 도시계획도로에서 해제됐는데, 이번에 추진하는 1.5km 구간도 미리 실시계획을 고시하지 않았다면 지난 1일 일몰제가 적용돼 도시우회도로 사업의 근거가 사라질 수도 있었던 겁니다.  [이영웅/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 "도로건설을 유지하기 위한 절차를 강행한 게 아닌가라고 보는데, 그 과정에서 이런 위법한 행정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특히 제주도의 이번 실시계획 고시 문제는 앞으로 법적 다툼으로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환경영향평가 적용 대상지에 있는 주민들이 절차 위반을 문제 삼아 소송을 제기할 경우 취소될 여지가 있다는 겁니다.  [강주영/제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행정법적 입장에서 본다면 절차 위반의 소지가 매우 크다라고 저는 판단됩니다. 소송 갔을 때도 행정이 불리한 측면에 놓일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크게 됩니다."] 이같은 지적에 제주도는 공사 착공 전에만 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을 반영하면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행정 행위에 하자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검토해보겠다고 답변했습니다.  법률로 정한 절차마저 지키지 않은 채 강행되고 있는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개설사업.  타당성이 떨어지고 교통안전 우려까지 불거진 상황에서 주민 숙원 해소를 위한다는 명분은 행정이 이 사업을 밀어부치는 이유를 설명하기에는 부족해 보입니다. 탐사K입니다. 촬영기자:부수홍/그래픽:서경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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