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상에 ‘둥지 튼’ 저기압…최고 250mm 폭우 쏟는다

입력 2020.07.23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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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째 장맛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오늘(23일) 아침까지는 보슬비 수준이었는데요. 오후부터는 상황이 달라집니다. 기상청은 모레(25일)까지 최고 250mm의 폭우를 예보했습니다. 최근 몇 차례 기상청의 오보가 있었죠. 이번에는 '진짜' 폭우일까요?

서해상에 발달한 비구름 접근…"오후부터 비 강해져"

이번 비를 직접 눈으로 보고 판단할 수 있는 몇 가지 영상을 준비했습니다. 먼저 레이더 영상입니다. 레이더 영상은 실제 지금 어느 지역에 강한 비구름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자료입니다.

오늘(23일) 오전 9시 현재 기상청 레이더 영상오늘(23일) 오전 9시 현재 기상청 레이더 영상

오전 9시 현재 내륙 대부분 지역에 초록색 또는 파란색의 비구름이 뒤덮고 있네요. 시간당 5mm 이하의 비교적 약한 비를 뿌리는 구름대입니다.

그런데 서해 상의 비구름은 색이 다르죠. 노란색 또는 붉은색, 일부분은 보라색으로 보입니다. 붉은색은 시간당 10mm 이상, 보라색은 시간당 30mm가 넘는 집중호우를 머금은 비구름입니다. 남해 상에도 곳곳에 붉은색의 강한 비구름이 보이네요.

오늘(23일) 오전 7시~9시 기상청 레이더 영상오늘(23일) 오전 7시~9시 기상청 레이더 영상

이제 시간에 따라 이동하는 모습을 볼까요? 비구름이 서에서 동으로 느리게 이동하는 모습 보이시죠. 그러니까 서해 상의 발달한 비구름이 점차 내륙 쪽으로 다가오고 있는 겁니다. 또 남해 상에서는 붉은 비구름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데요. 비구름이 점점 더 발달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비구름의 이동 모습만 봐도 앞으로 짧은 미래의 상황은 누구나 예측할 수 있겠네요. 아마도 점심 무렵부터는 서해안 지역부터 비가 강해질 것 같습니다. 또 남해 상에서 비구름이 발달하고 있으니 제주나 남해안에서도 점차 빗줄기가 굵어질 것이라 예상할 수 있습니다.

실제 기상청은 오늘 오후부터 남해안과 지리산 부근에 시간당 50mm 이상, 서해안과 수도권 지역에 시간당 30mm 이상의 매우 강한 비가 내리겠다고 예보했습니다.

서해 상에 저기압 정체…동해안·남해안·지리산 부근에 폭우

짧은 시간 뒤의 상황은 비구름의 이동 모습만으로도 누구나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보다 먼 미래의 상황은 어떻게 예측할까요?

비구름은 마냥 같은 세기를 가지고 같은 속도로 이동하지는 않습니다. 주변 기압계의 상황에 따라 발달하거나 약해지기도 하고, 속도나 방향이 바뀌기도 합니다. 이럴 때 필요한 자료가 슈퍼컴퓨터 예측 모델입니다.

유럽중기예보센터(ECMWF) 예측 모델, 제공 : 윈디닷컴(windy.com)유럽중기예보센터(ECMWF) 예측 모델, 제공 : 윈디닷컴(windy.com)

위 영상은 유럽중기예보센터(ECMWF)가 운영하는 비구름 예측 자료입니다. 전 세계 예측 모델 가운데 가장 정확도가 높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색으로 표현된 부분이 비구름의 강도, 화살표는 바람, 선은 기압계의 형태라고 보시면 됩니다. 비구름의 모습은 레이더 영상과 비슷해 보이죠? 하지만 레이더 영상이 전파를 쏴 관측한 실제 비구름이라면, 이 예측 모델은 미래의 상황을 가상으로 표현한 시뮬레이션 자료라는 차이가 있습니다.

먼저 비구름의 이동 모습을 보면 오늘(23일) 오후부터 내일(24일) 오전 사이 서해상의 강한 비구름이 내륙 지역을 서에서 동으로 훑고 지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비구름을 몰고 왔던 소용돌이 바람의 중심 'L'은 보다 느리게 이동하며 서해상에 머물러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 'L'은 저기압을 나타내는데요. 저기압 중심 부근에서는 반시계방향으로 바람이 회전하며 모여들어 비구름을 더 발달시키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강한 비구름이 동쪽으로 빠진 뒤에도 서해 상에 남아 있는 이 저기압 부근에서 비구름이 계속 발달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요. 또 하나 눈여겨볼 지역은 강원 영동 지역입니다. 내일 오후까지도 붉은색의 강한 비구름이 강원 영동 지역에 머무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정체하는 저기압과 백두대간이라는 지형 때문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저기압 주변에서는 반시계방향으로 바람이 부는데요. 이 저기압이 느리게 서해 상을 지나면서 강원 영동 지역에 계속해서 동풍을 몰고 옵니다. 동해의 습기를 머금은 동풍이 백두대간에 부딪히면서 비구름을 높다랗게 발달시켜 강한 비를 뿌리는 겁니다.

동해안·남해안 최고 250mm 폭우 예보…"저지대·해안가 침수 주의"

이제 기상청 예보를 살펴볼까요? 모레까지 남해안과 지리산 부근, 강원 영동과 경북 북부 동해안, 제주 산지에 최고 250mm, 수도권 등 그 밖의 전국에도 50에서 150mm의 비가 오겠다고 예보했네요. 다만 수도권 지역은 내일 오후에 비가 모두 그치기 때문에 내일까지 내리는 비의 양입니다.


강원 영동과 경북 북부 동해안 지역의 폭우가 동풍의 영향이라면 남해안과 지리산, 제주 산지는 남풍의 영향입니다. 역시 서해 상에 정체한 저기압 주변의 반시계방향의 바람이 이 지역에는 남풍을 몰고 오기 때문인데요. 남쪽의 덥고 습한 바람이 남해안과 지리산, 한라산 등의 지형에 부딪혀 비구름이 강하게 발달하는 겁니다.

올해 장마의 고비가 될 듯…. 장마철 막바지 폭우 특히 위험

그러니까 이번 폭우의 주원인은 저기압의 정체 때문으로 볼 수 있습니다. 윤기한 기상청 통보관은 "저기압이 서해 상에 둥지를 튼 것 같이 26일까지 주변 고기압에 갇혀 오랫동안 위치하다가 약해지는 특이한 모습을 보이겠다"며 "이 저기압의 영향으로 비구름이 물결처럼 강약을 반복하며 전국적으로 비가 강하게 오는 곳이 많겠다"고 내다봤습니다.

비가 집중되는 시기는 남해안과 지리산, 서해안과 수도권은 오늘 오후부터 내일 새벽 사이이고, 강원 영동 지역은 내일 새벽부터 모레 새벽 사이입니다.

이번 비가 특히 위험한 것은 장마철 막바지에 내리는 폭우이기 때문입니다. 장마 시작 이후로 남해안 지역을 중심으로 많은 비가 집중됐는데요. 그동안 내린 비로 토양은 이미 물을 잔뜩 머금고 있습니다.

흙이 머금을 수 있는 물의 양은 한정돼 있기 때문에 이보다 많은 비가 내리면 침수나 산사태로 이어지기 십상입니다. 평소 재해 위험 지역에 거주하시는 분들은 미리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는 게 좋고요. 휴가철을 맞아 피서를 가신 분들은 물이 넘칠 수 있는 계곡 주변에서의 야영은 금물입니다.

또 해안가에서도 만조 시간대 침수 피해가 우려됩니다. 이번 폭우 기간이 만조 때 바닷물 높이가 높은 '사리' 기간과 겹치는 데다 발달한 저기압이 서해 상에 머물며 바닷물을 더 끌어올리기 때문입니다.

다음 주에도 몇 차례 장맛비가 더 예보돼 있습니다만, 사실상 이번 비가 올 장마의 고비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막바지 장맛비에 피해 없도록 철저한 대비가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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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해상에 ‘둥지 튼’ 저기압…최고 250mm 폭우 쏟는다
    • 입력 2020-07-23 10:25:58
    취재K
이틀째 장맛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오늘(23일) 아침까지는 보슬비 수준이었는데요. 오후부터는 상황이 달라집니다. 기상청은 모레(25일)까지 최고 250mm의 폭우를 예보했습니다. 최근 몇 차례 기상청의 오보가 있었죠. 이번에는 '진짜' 폭우일까요?

서해상에 발달한 비구름 접근…"오후부터 비 강해져"

이번 비를 직접 눈으로 보고 판단할 수 있는 몇 가지 영상을 준비했습니다. 먼저 레이더 영상입니다. 레이더 영상은 실제 지금 어느 지역에 강한 비구름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자료입니다.

오늘(23일) 오전 9시 현재 기상청 레이더 영상
오전 9시 현재 내륙 대부분 지역에 초록색 또는 파란색의 비구름이 뒤덮고 있네요. 시간당 5mm 이하의 비교적 약한 비를 뿌리는 구름대입니다.

그런데 서해 상의 비구름은 색이 다르죠. 노란색 또는 붉은색, 일부분은 보라색으로 보입니다. 붉은색은 시간당 10mm 이상, 보라색은 시간당 30mm가 넘는 집중호우를 머금은 비구름입니다. 남해 상에도 곳곳에 붉은색의 강한 비구름이 보이네요.

오늘(23일) 오전 7시~9시 기상청 레이더 영상
이제 시간에 따라 이동하는 모습을 볼까요? 비구름이 서에서 동으로 느리게 이동하는 모습 보이시죠. 그러니까 서해 상의 발달한 비구름이 점차 내륙 쪽으로 다가오고 있는 겁니다. 또 남해 상에서는 붉은 비구름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데요. 비구름이 점점 더 발달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비구름의 이동 모습만 봐도 앞으로 짧은 미래의 상황은 누구나 예측할 수 있겠네요. 아마도 점심 무렵부터는 서해안 지역부터 비가 강해질 것 같습니다. 또 남해 상에서 비구름이 발달하고 있으니 제주나 남해안에서도 점차 빗줄기가 굵어질 것이라 예상할 수 있습니다.

실제 기상청은 오늘 오후부터 남해안과 지리산 부근에 시간당 50mm 이상, 서해안과 수도권 지역에 시간당 30mm 이상의 매우 강한 비가 내리겠다고 예보했습니다.

서해 상에 저기압 정체…동해안·남해안·지리산 부근에 폭우

짧은 시간 뒤의 상황은 비구름의 이동 모습만으로도 누구나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보다 먼 미래의 상황은 어떻게 예측할까요?

비구름은 마냥 같은 세기를 가지고 같은 속도로 이동하지는 않습니다. 주변 기압계의 상황에 따라 발달하거나 약해지기도 하고, 속도나 방향이 바뀌기도 합니다. 이럴 때 필요한 자료가 슈퍼컴퓨터 예측 모델입니다.

유럽중기예보센터(ECMWF) 예측 모델, 제공 : 윈디닷컴(windy.com)
위 영상은 유럽중기예보센터(ECMWF)가 운영하는 비구름 예측 자료입니다. 전 세계 예측 모델 가운데 가장 정확도가 높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색으로 표현된 부분이 비구름의 강도, 화살표는 바람, 선은 기압계의 형태라고 보시면 됩니다. 비구름의 모습은 레이더 영상과 비슷해 보이죠? 하지만 레이더 영상이 전파를 쏴 관측한 실제 비구름이라면, 이 예측 모델은 미래의 상황을 가상으로 표현한 시뮬레이션 자료라는 차이가 있습니다.

먼저 비구름의 이동 모습을 보면 오늘(23일) 오후부터 내일(24일) 오전 사이 서해상의 강한 비구름이 내륙 지역을 서에서 동으로 훑고 지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비구름을 몰고 왔던 소용돌이 바람의 중심 'L'은 보다 느리게 이동하며 서해상에 머물러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 'L'은 저기압을 나타내는데요. 저기압 중심 부근에서는 반시계방향으로 바람이 회전하며 모여들어 비구름을 더 발달시키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강한 비구름이 동쪽으로 빠진 뒤에도 서해 상에 남아 있는 이 저기압 부근에서 비구름이 계속 발달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요. 또 하나 눈여겨볼 지역은 강원 영동 지역입니다. 내일 오후까지도 붉은색의 강한 비구름이 강원 영동 지역에 머무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정체하는 저기압과 백두대간이라는 지형 때문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저기압 주변에서는 반시계방향으로 바람이 부는데요. 이 저기압이 느리게 서해 상을 지나면서 강원 영동 지역에 계속해서 동풍을 몰고 옵니다. 동해의 습기를 머금은 동풍이 백두대간에 부딪히면서 비구름을 높다랗게 발달시켜 강한 비를 뿌리는 겁니다.

동해안·남해안 최고 250mm 폭우 예보…"저지대·해안가 침수 주의"

이제 기상청 예보를 살펴볼까요? 모레까지 남해안과 지리산 부근, 강원 영동과 경북 북부 동해안, 제주 산지에 최고 250mm, 수도권 등 그 밖의 전국에도 50에서 150mm의 비가 오겠다고 예보했네요. 다만 수도권 지역은 내일 오후에 비가 모두 그치기 때문에 내일까지 내리는 비의 양입니다.


강원 영동과 경북 북부 동해안 지역의 폭우가 동풍의 영향이라면 남해안과 지리산, 제주 산지는 남풍의 영향입니다. 역시 서해 상에 정체한 저기압 주변의 반시계방향의 바람이 이 지역에는 남풍을 몰고 오기 때문인데요. 남쪽의 덥고 습한 바람이 남해안과 지리산, 한라산 등의 지형에 부딪혀 비구름이 강하게 발달하는 겁니다.

올해 장마의 고비가 될 듯…. 장마철 막바지 폭우 특히 위험

그러니까 이번 폭우의 주원인은 저기압의 정체 때문으로 볼 수 있습니다. 윤기한 기상청 통보관은 "저기압이 서해 상에 둥지를 튼 것 같이 26일까지 주변 고기압에 갇혀 오랫동안 위치하다가 약해지는 특이한 모습을 보이겠다"며 "이 저기압의 영향으로 비구름이 물결처럼 강약을 반복하며 전국적으로 비가 강하게 오는 곳이 많겠다"고 내다봤습니다.

비가 집중되는 시기는 남해안과 지리산, 서해안과 수도권은 오늘 오후부터 내일 새벽 사이이고, 강원 영동 지역은 내일 새벽부터 모레 새벽 사이입니다.

이번 비가 특히 위험한 것은 장마철 막바지에 내리는 폭우이기 때문입니다. 장마 시작 이후로 남해안 지역을 중심으로 많은 비가 집중됐는데요. 그동안 내린 비로 토양은 이미 물을 잔뜩 머금고 있습니다.

흙이 머금을 수 있는 물의 양은 한정돼 있기 때문에 이보다 많은 비가 내리면 침수나 산사태로 이어지기 십상입니다. 평소 재해 위험 지역에 거주하시는 분들은 미리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는 게 좋고요. 휴가철을 맞아 피서를 가신 분들은 물이 넘칠 수 있는 계곡 주변에서의 야영은 금물입니다.

또 해안가에서도 만조 시간대 침수 피해가 우려됩니다. 이번 폭우 기간이 만조 때 바닷물 높이가 높은 '사리' 기간과 겹치는 데다 발달한 저기압이 서해 상에 머물며 바닷물을 더 끌어올리기 때문입니다.

다음 주에도 몇 차례 장맛비가 더 예보돼 있습니다만, 사실상 이번 비가 올 장마의 고비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막바지 장맛비에 피해 없도록 철저한 대비가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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