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차 팔아 돈 번 게 아니다?…‘천슬라’ 앞날은?

입력 2020.07.24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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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분기 연속 흑자 기록한 테슬라

테슬라 투자자들이 환호했습니다. 테슬라가 4분기 연속으로 순이익을 거두었다는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S&P500 지수에 편입될 자격을 갖추게 됐습니다.

테슬라 주가가 1천 달러를 돌파하면서 '천슬라'라는 말을 들은 이후에도 급등을 계속한 것은 바로 S&P500 지수 편입 가능성 때문이었습니다. S&P 500지수에 편입되면 이 지수를 추종하는 펀드 자금이 추가로 테슬라의 주식을 매수하게 됩니다. 상당한 양의 주식을 지수연동형 펀드와 ETF에서 매수할 것이라는 기대에 주가가 올랐던 것입니다.

■ '탄소배출권 판매' 없었다면?…3억 달러 적자

하지만 테슬라의 실적을 뜯어 보면 정작 차 판매로는 여전히 적자 상태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테슬라의 2분기 순이익은 1억4백만 달러인데요. 같은 2분기 테슬라의 탄소배출권 거래 매출은 무려 4억2천8백만 달러에 이릅니다. 테슬라가 탄소배출권을 팔지 못했다면 2분기에 3억2천4백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을 거란 이야기입니다.


결국, 본업인 차 판매 부문에서는 적자, 부업에서는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 때문에 자본시장에서는 테슬라가 과연 안정적으로 순이익을 낼 수 있는가 하는 의심도 여전히 존재합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탄소배출권 가격은 시장에서 변동될 수 있기 때문에, 이익 상당 부분이 가격 변동에 노출된다는 점 때문에 우려된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본업인 전기차 분야에서 확고한 비전을 인정받고 있기 때문에 걱정할 일은 아니라는 의견도 나옵니다. 삼성증권 모빌리티팀 임은영 팀장은 "환경규제는 더 엄격해지는 것으로 정책이 결정돼 있기 때문에 탄소배출권 판매액이 급격히 줄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습니다.

■ 테슬라는 어떻게 돈 버나?

테슬라의 탄소배출권 거래는 자동차의 탄소배출 규제가 강력한 유럽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이루어집니다. 예를 들어 유럽은 올해 특정 자동차 브랜드가 판매하는 모든 차량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km당 평균 95g 이하로 제한합니다. 이 기준을 맞추지 못하는 업체는 수천억 원 이상의 과징금을 내야 합니다.

2018년 피아트-크라이슬러 차량의 평균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23g이었습니다. 이걸 갑자기 95g로 낮춰야 하는데 전기차를 갑자기 직접 생산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래서 테슬라 같은 업체에 거액을 주고 '테슬라의 전기차 판매량을 피아트-크라이슬러의 판매량으로 집계할 수 있는 권리'를 사들이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는 유럽같은 방식의 브랜드별 평균 이산화탄소 배출량 같은 규제는 없습니다. 친환경 차 인증을 받을 때 연비 규제를 받는 것은 있지만, 전체 브랜드의 생산차종 평균 배출량을 규제하는 방식은 아닙니다. 친환경 차 확산에 막대한 세금이 들어가는데, 규제는 하지 않아도 괜찮은 것일까요?

물론 일반적으로 강력한 규제는 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테슬라는 캘리포니아와 유럽의 강력한 규제를 이익의 발판으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 테슬라의 앞날은?

상반기 전 세계 주요 자동차 브랜드가 최소 20% 이상의 판매 감소를 기록한 가운데, 테슬라만 10% 판매가 늘었습니다. 인터넷을 통한 비대면 판매에 집중하다 보니 매장 셧다운의 피해를 적게 본 것으로 보입니다. 이 표만 봐서는 테슬라의 앞날이 장밋빛으로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반기 테슬라의 전 세계 판매량은 18만 대에 불과합니다. 해마다 1천만 대 안팎을 파는 도요타와 폭스바겐, 르노-닛산은 물론 700만 대를 팔아온 현대자동차 그룹에 비해서도 판매 규모 면에서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적습니다. 그런데도 도요타를 앞선 시가총액이 합리적인 것이냐에 대해 갑론을박이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유럽 등의 환경 규제는 갈수록 엄격해질 것입니다. 피아트-크라이슬러가 이산화탄소 평균 배출량을 맞추지 못해서 내년에 내야 할 과징금이 20억 유로(약 2조 8천억 원)에 달할 것이란 예측도 있습니다. 지난해 국내 한 신용평가사 평가에 따르면 현대자동차그룹도 과징금 8천억 원을 내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벌금이 많아질수록 테슬라의 탄소배출권 가격도 오를 것입니다.

테슬라의 장기적 성장은 테슬라가 내놓을 '자율주행'의 성패와 전통 내연기관 자동차 회사들이 전기차 분야에서 반격에 성공할 것이냐 등에 달려 있습니다. 블룸버그는 올해 신차 중 전기차 비중을 2.7%, 5년 뒤에는 10%로 보고 있습니다.

가까운 미래에도 전기차 비중이 압도적으로 늘지는 않을 거란 분석입니다. 하지만, 몇조 단위의 유럽과 캘리포니아 환경 규제는 이 작은 전기차 시장이 전체 자동차 업계를 좌우할 정도로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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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테슬라, 차 팔아 돈 번 게 아니다?…‘천슬라’ 앞날은?
    • 입력 2020-07-24 08:19:43
    취재K
■ 4분기 연속 흑자 기록한 테슬라

테슬라 투자자들이 환호했습니다. 테슬라가 4분기 연속으로 순이익을 거두었다는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S&P500 지수에 편입될 자격을 갖추게 됐습니다.

테슬라 주가가 1천 달러를 돌파하면서 '천슬라'라는 말을 들은 이후에도 급등을 계속한 것은 바로 S&P500 지수 편입 가능성 때문이었습니다. S&P 500지수에 편입되면 이 지수를 추종하는 펀드 자금이 추가로 테슬라의 주식을 매수하게 됩니다. 상당한 양의 주식을 지수연동형 펀드와 ETF에서 매수할 것이라는 기대에 주가가 올랐던 것입니다.

■ '탄소배출권 판매' 없었다면?…3억 달러 적자

하지만 테슬라의 실적을 뜯어 보면 정작 차 판매로는 여전히 적자 상태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테슬라의 2분기 순이익은 1억4백만 달러인데요. 같은 2분기 테슬라의 탄소배출권 거래 매출은 무려 4억2천8백만 달러에 이릅니다. 테슬라가 탄소배출권을 팔지 못했다면 2분기에 3억2천4백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을 거란 이야기입니다.


결국, 본업인 차 판매 부문에서는 적자, 부업에서는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 때문에 자본시장에서는 테슬라가 과연 안정적으로 순이익을 낼 수 있는가 하는 의심도 여전히 존재합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탄소배출권 가격은 시장에서 변동될 수 있기 때문에, 이익 상당 부분이 가격 변동에 노출된다는 점 때문에 우려된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본업인 전기차 분야에서 확고한 비전을 인정받고 있기 때문에 걱정할 일은 아니라는 의견도 나옵니다. 삼성증권 모빌리티팀 임은영 팀장은 "환경규제는 더 엄격해지는 것으로 정책이 결정돼 있기 때문에 탄소배출권 판매액이 급격히 줄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습니다.

■ 테슬라는 어떻게 돈 버나?

테슬라의 탄소배출권 거래는 자동차의 탄소배출 규제가 강력한 유럽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이루어집니다. 예를 들어 유럽은 올해 특정 자동차 브랜드가 판매하는 모든 차량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km당 평균 95g 이하로 제한합니다. 이 기준을 맞추지 못하는 업체는 수천억 원 이상의 과징금을 내야 합니다.

2018년 피아트-크라이슬러 차량의 평균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23g이었습니다. 이걸 갑자기 95g로 낮춰야 하는데 전기차를 갑자기 직접 생산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래서 테슬라 같은 업체에 거액을 주고 '테슬라의 전기차 판매량을 피아트-크라이슬러의 판매량으로 집계할 수 있는 권리'를 사들이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는 유럽같은 방식의 브랜드별 평균 이산화탄소 배출량 같은 규제는 없습니다. 친환경 차 인증을 받을 때 연비 규제를 받는 것은 있지만, 전체 브랜드의 생산차종 평균 배출량을 규제하는 방식은 아닙니다. 친환경 차 확산에 막대한 세금이 들어가는데, 규제는 하지 않아도 괜찮은 것일까요?

물론 일반적으로 강력한 규제는 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테슬라는 캘리포니아와 유럽의 강력한 규제를 이익의 발판으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 테슬라의 앞날은?

상반기 전 세계 주요 자동차 브랜드가 최소 20% 이상의 판매 감소를 기록한 가운데, 테슬라만 10% 판매가 늘었습니다. 인터넷을 통한 비대면 판매에 집중하다 보니 매장 셧다운의 피해를 적게 본 것으로 보입니다. 이 표만 봐서는 테슬라의 앞날이 장밋빛으로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반기 테슬라의 전 세계 판매량은 18만 대에 불과합니다. 해마다 1천만 대 안팎을 파는 도요타와 폭스바겐, 르노-닛산은 물론 700만 대를 팔아온 현대자동차 그룹에 비해서도 판매 규모 면에서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적습니다. 그런데도 도요타를 앞선 시가총액이 합리적인 것이냐에 대해 갑론을박이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유럽 등의 환경 규제는 갈수록 엄격해질 것입니다. 피아트-크라이슬러가 이산화탄소 평균 배출량을 맞추지 못해서 내년에 내야 할 과징금이 20억 유로(약 2조 8천억 원)에 달할 것이란 예측도 있습니다. 지난해 국내 한 신용평가사 평가에 따르면 현대자동차그룹도 과징금 8천억 원을 내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벌금이 많아질수록 테슬라의 탄소배출권 가격도 오를 것입니다.

테슬라의 장기적 성장은 테슬라가 내놓을 '자율주행'의 성패와 전통 내연기관 자동차 회사들이 전기차 분야에서 반격에 성공할 것이냐 등에 달려 있습니다. 블룸버그는 올해 신차 중 전기차 비중을 2.7%, 5년 뒤에는 10%로 보고 있습니다.

가까운 미래에도 전기차 비중이 압도적으로 늘지는 않을 거란 분석입니다. 하지만, 몇조 단위의 유럽과 캘리포니아 환경 규제는 이 작은 전기차 시장이 전체 자동차 업계를 좌우할 정도로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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