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은 내 변호인, 그리고…성추행 의혹 당사자”

입력 2020.07.24 (20:23) 수정 2020.07.24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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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24일) 열린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는 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에 대한 질의와 추궁이 집중됐습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권인숙 의원의 질의는 연이은 권력형 성범죄에 분노하고 있는 국민들의 마음을 절실히 대변했습니다.


■ 권인숙 "박원순은 35년 전 나의 변호인"

단상에 오른 민주당 권인숙 의원은 "박원순 전 시장은 35년 전 부천서 성고문 사건을 당했던 나의 변호인이었다"고 입을 열었습니다. 그리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마저 성추행 의혹의 당사자가 될 수밖에 없는 현실에 절망했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권인숙 의원은 1986년 일어난 부천서 성고문 사건의 피해자입니다. 권 의원은 당시 대학생 신분으로 위장취업을 하며 노동운동을 하다가 구속돼 부천경찰서 문귀동 경장에게 성고문을 받았습니다.

은폐됐던 이 사건은 1988년 대법원이 재정신청을 받아들이면서 실체가 드러났고 가해자인 문 경장은 징역 5년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이 사건 변호인단의 막내 변호사가 바로 박원순 전 시장이었습니다.
권 의원이 본 박 전 시장은 어떤 공직자보다 성평등 정책을 열심히 펼치는 사람이었습니다. 서울시에는 젠더특보가 있었고, 성범죄 방지를 위한 규약들이 꼼꼼하게 마련돼 있었습니다.

여러 제도가 만들어졌지만, 고위 공직자들은 정작 자기 자신의 실질적인 변화에는 무심했습니다.

누구보다 가슴 아프게 이번 사건을 지켜봤음을 고백한 권 의원의 질의는 울림이 있었습니다.

권 의원의 질의에 대해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은 선출직 공무원의 경우 우리 사회의 통제가 약하다는 것을 이번 사건을 통해 확인했기 때문에, 반드시 제도적인 보완책을 내놓겠다고 말했습니다.


■김미애 "여성가족부는 권력형 성범죄 왜 침묵하나"

통합당 김미애 의원도 여성가족부를 향해 날 선 비판을 이어갔습니다.

"국회 국민동의 청원에 올라온 여성가족부 폐지 청원이 나흘 만에 10만 건을 넘겼다"며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건에 여성가족부가 뒤늦게, 마지못해 나서고 있다고 성토했습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건에 대해 정치인들이 '피해 호소인'이라고 부르며 무죄추정 원칙을 내세웠는데, 여가부가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다고 목소리도 높였습니다.

여성가족부가 정치적이라고도 비판했습니다. 정의기억연대 사건에 대해서는 감싸기에 급급하고, 오거돈 전 부산시장 성추행 사건에는 침묵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은 피해자 보호에 최선을 다하다 보니 대응이 늦어졌다고 해명하고, 권력형 성범죄 예방과 피해 지원 대책 마련에 동의한다고 했습니다.

통합당 의원들의 반응은 신랄했습니다. "(대책 마련하다가) 해 다 떨어지겠다"는 야유가 나왔습니다.


■정 총리 "축소, 왜곡, 증폭 없다... 원칙 따라 수사"

대정부질문에 출석한 정세균 국무총리는 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 수사에 대해 "축소도 왜곡도, 증폭도 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고 밝혔습니다.

이명수 의원이 '공소권 없음'으로 넘어가지 말고,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라고 하자, 정 총리는 여론에 따라 수사하는 것이 아니고, 법에 따라서 수사하겠다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또 경찰과 서울시 등이 피해자 고발에 대한 수사를 하고 있고, 정부는 피해자에 대해 성폭력 피해방지법에 따라 조력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도 했습니다.

■ 다짐·공언·반성…실질적인 변화는 언제쯤?

왜곡과 축소, 확대 없이 원칙대로 수사하겠다는 국무총리의 다짐부터 권력형 성범죄 예방을 위해 제도를 보완하겠다는 부처 장관들의 공언에 제도를 그렇게 잘 만들면서 정작 스스로 변화는 방관해왔다는 반성까지.

대정부 질문 자리에서 고 박원순 시장 사건을 둘러싸고 쏟아진 비판과 성찰과 다짐들, 언제쯤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질 수 있을까요? 순간의 비난을 모면하기 위한 일회성 보여주기가 아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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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원순은 내 변호인, 그리고…성추행 의혹 당사자”
    • 입력 2020-07-24 20:23:29
    • 수정2020-07-24 20:3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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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24일) 열린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는 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에 대한 질의와 추궁이 집중됐습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권인숙 의원의 질의는 연이은 권력형 성범죄에 분노하고 있는 국민들의 마음을 절실히 대변했습니다.


■ 권인숙 "박원순은 35년 전 나의 변호인"

단상에 오른 민주당 권인숙 의원은 "박원순 전 시장은 35년 전 부천서 성고문 사건을 당했던 나의 변호인이었다"고 입을 열었습니다. 그리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마저 성추행 의혹의 당사자가 될 수밖에 없는 현실에 절망했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권인숙 의원은 1986년 일어난 부천서 성고문 사건의 피해자입니다. 권 의원은 당시 대학생 신분으로 위장취업을 하며 노동운동을 하다가 구속돼 부천경찰서 문귀동 경장에게 성고문을 받았습니다.

은폐됐던 이 사건은 1988년 대법원이 재정신청을 받아들이면서 실체가 드러났고 가해자인 문 경장은 징역 5년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이 사건 변호인단의 막내 변호사가 바로 박원순 전 시장이었습니다.
권 의원이 본 박 전 시장은 어떤 공직자보다 성평등 정책을 열심히 펼치는 사람이었습니다. 서울시에는 젠더특보가 있었고, 성범죄 방지를 위한 규약들이 꼼꼼하게 마련돼 있었습니다.

여러 제도가 만들어졌지만, 고위 공직자들은 정작 자기 자신의 실질적인 변화에는 무심했습니다.

누구보다 가슴 아프게 이번 사건을 지켜봤음을 고백한 권 의원의 질의는 울림이 있었습니다.

권 의원의 질의에 대해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은 선출직 공무원의 경우 우리 사회의 통제가 약하다는 것을 이번 사건을 통해 확인했기 때문에, 반드시 제도적인 보완책을 내놓겠다고 말했습니다.


■김미애 "여성가족부는 권력형 성범죄 왜 침묵하나"

통합당 김미애 의원도 여성가족부를 향해 날 선 비판을 이어갔습니다.

"국회 국민동의 청원에 올라온 여성가족부 폐지 청원이 나흘 만에 10만 건을 넘겼다"며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건에 여성가족부가 뒤늦게, 마지못해 나서고 있다고 성토했습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건에 대해 정치인들이 '피해 호소인'이라고 부르며 무죄추정 원칙을 내세웠는데, 여가부가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다고 목소리도 높였습니다.

여성가족부가 정치적이라고도 비판했습니다. 정의기억연대 사건에 대해서는 감싸기에 급급하고, 오거돈 전 부산시장 성추행 사건에는 침묵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은 피해자 보호에 최선을 다하다 보니 대응이 늦어졌다고 해명하고, 권력형 성범죄 예방과 피해 지원 대책 마련에 동의한다고 했습니다.

통합당 의원들의 반응은 신랄했습니다. "(대책 마련하다가) 해 다 떨어지겠다"는 야유가 나왔습니다.


■정 총리 "축소, 왜곡, 증폭 없다... 원칙 따라 수사"

대정부질문에 출석한 정세균 국무총리는 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 수사에 대해 "축소도 왜곡도, 증폭도 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고 밝혔습니다.

이명수 의원이 '공소권 없음'으로 넘어가지 말고,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라고 하자, 정 총리는 여론에 따라 수사하는 것이 아니고, 법에 따라서 수사하겠다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또 경찰과 서울시 등이 피해자 고발에 대한 수사를 하고 있고, 정부는 피해자에 대해 성폭력 피해방지법에 따라 조력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도 했습니다.

■ 다짐·공언·반성…실질적인 변화는 언제쯤?

왜곡과 축소, 확대 없이 원칙대로 수사하겠다는 국무총리의 다짐부터 권력형 성범죄 예방을 위해 제도를 보완하겠다는 부처 장관들의 공언에 제도를 그렇게 잘 만들면서 정작 스스로 변화는 방관해왔다는 반성까지.

대정부 질문 자리에서 고 박원순 시장 사건을 둘러싸고 쏟아진 비판과 성찰과 다짐들, 언제쯤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질 수 있을까요? 순간의 비난을 모면하기 위한 일회성 보여주기가 아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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