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 ‘대통령’을 ‘박사’라고?…호칭 논란 사실은?

입력 2020.07.25 (08:01)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이자 독립운동가였던 이승만 전 대통령 서거 55주기 추모식이 지난 19일 열렸습니다. 이 자리에서 이 전 대통령을 '박사'라고 칭한 국가보훈처장의 추모사를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보훈처는 23일과 24일 잇따라 해명자료를 냈습니다. 행사를 주관한 (사)이승만건국대통령기념사업회의 입장을 들어봤습니다.

문재인 정부 보훈처장의 첫 추모식 참석

"초대 대통령으로 독립운동에 헌신한 '우남 이승만 박사'를 기리는 제55주기 추모식이 오는 19일 일요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 이화장에서 사단법인 이승만건국대통령기념사업회 주관으로 열립니다."

지난 17일, 국가보훈처는 '이승만 전 대통령 서거 55주기 추모식' 보도자료를 통해 박삼득 처장이 추모식에 참석한다고 알렸습니다. 문재인 정부 초대 보훈처장였던 피우진 전 처장은 3년 내내 참석하지 않았던 터라 박삼득 처장의 참석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보훈처장의 추모사가 논란이 됐습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을 '박사'로 칭했기 때문입니다.

박삼득 처장의 추모사입니다.

"오늘 우리는 엄숙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우남 이승만 박사님의 서거 55주기를 맞습니다. 먼저, 조국독립과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을 세우는데 헌신하신 박사님께 깊은 경의를 표하며, 머리 숙여 명복을 빕니다...1910년, 민족의 치욕적 역사인 경술국치를 맞았지만, 대한민국임시정부 초대 대통령이자 독립운동가로서 중추적 역할을 하셨기에 우리는 마침내 조국광복을 맞이할 수 있었습니다...박사님의 위국헌신 정신을 받들어 더 평화롭고 번영된 나라, 통합된 대한민국으로 나가는 것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책무이자 진정한 보훈이라고 생각합니다..."


호칭은 모두 '박사님'으로만 돼 있습니다. 보훈처는 공식 페이스북에서도 이승만 '박사'라는 호칭을 썼습니다. '폄훼했다', '초대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의도이다' 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박삼득 국가보훈처장이 19일 서울 종로구 이화장에서 열린 이승만 전 대통령 서거 55주기 추모식에서 추모사를 하고 있다.박삼득 국가보훈처장이 19일 서울 종로구 이화장에서 열린 이승만 전 대통령 서거 55주기 추모식에서 추모사를 하고 있다.

■10번의 추모사 중 '박사' 호칭은 처음...왜?

윤재옥 미래통합당 의원실(국회 정무위원회)이 공개한 2011년부터 올해까지 10년간 국가보훈처장의 추모사(대독 포함)를 보면, 9번 모두 '대통령님'으로 지칭했고 '박사님'로 칭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었습니다.

지상욱 미래통합당 여의도연구원장은 페이스북에서 "약산 김원봉 선생의 건국훈장 수여 시도, 백선엽 장군의 동작동 국립현충원 안장 논란에 이어 이 또한 자랑스러운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 역사 무너뜨리기의 일환인가!" 라고 비판했습니다.

지난 23일 열린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장에도 이승만 '박사' 호칭이 등장했는데 '국부' 논란까지 이어졌습니다.

(박진 / 미래통합당 의원)
이승만 대통령은 단순히 이승만 박사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초대 대통령이자 건국 대통령입니다. 동의하십니까?
(이인영 / 통일부장관 후보자)
다른 한편에서 이승만 대통령을 우리의 국부다 이렇게 하는 부분들에 대해서는 저는 사실은 조금 다르게 생각합니다. 저는 우리의 국부는 김구 주석이 되는 것이 더 마땅했다고 생각하고 그런 역사 인식을 하고 있습니다.


보훈처는 23일과 24일, 잇따라 해명자료를 냈습니다. 어떤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보훈처는 "담당 부서에서 작성한 추모식 행사명이 '우남 이승만 박사 서거 55주기 추모식'으로 돼 있었던 터라(보훈처 보도자료 제목도 그대로 사용됨) 추모사에도 호칭을 통일해 '박사'로 칭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2001년~2010년에도 확인되지 않은 4년(2002,2003,2009,2010)을 제외하고 국가보훈처장 추모사는 모두 '박사'라는 호칭을 사용한 바 있고, 추모사 호칭과 초대 대통령 인정 여부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었다"고 해명했습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이승만 전 대통령

(사)이승만건국대통령기념사업회 "더 이상 말이 말을 낳는 논란 없어야!"

이런 논란이 계속되는 것에 추도식을 주관한 (사)이승만건국대통령기념사업회는 불편한 속내를 내비쳤습니다. 23일 서울지방보훈청에서 (사)이승만건국대통령기념사업회 문무일 사무총장과 박삼득 보훈처장이 만난 사실은 보훈처 보도자료를 통해 알려졌습니다.

그 날의 면담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물어봤습니다. 문무일 총장은 "보훈처와 사업회는 늘 업무를 함께 주고받는 입장이고 추모식 초청에 응한 보훈처장에게 감사도 전할 겸 면담을 청했다"면서 "최근 논란에 괘념치 마시라는 덕담도 했다"고 했습니다.

문 총장은 "건국대통령 이승만 박사의 추모식을 두고 더 이상 말이 말을 낳는 논란은 없어야 한다는 게 사업회와 이승만 대통령 유족의 뜻"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날 보훈처장의 '박사님'은 그 저의를 의심할 여지 없이 아주 높여주는 의미로 해석했고 좋은 의미로 받아들였다"고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침소봉대되는 것을 원치 않고 국민통합을 위해선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이승만 ‘대통령’을 ‘박사’라고?…호칭 논란 사실은?
    • 입력 2020-07-25 08:01:13
    취재K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이자 독립운동가였던 이승만 전 대통령 서거 55주기 추모식이 지난 19일 열렸습니다. 이 자리에서 이 전 대통령을 '박사'라고 칭한 국가보훈처장의 추모사를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보훈처는 23일과 24일 잇따라 해명자료를 냈습니다. 행사를 주관한 (사)이승만건국대통령기념사업회의 입장을 들어봤습니다.

문재인 정부 보훈처장의 첫 추모식 참석

"초대 대통령으로 독립운동에 헌신한 '우남 이승만 박사'를 기리는 제55주기 추모식이 오는 19일 일요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 이화장에서 사단법인 이승만건국대통령기념사업회 주관으로 열립니다."

지난 17일, 국가보훈처는 '이승만 전 대통령 서거 55주기 추모식' 보도자료를 통해 박삼득 처장이 추모식에 참석한다고 알렸습니다. 문재인 정부 초대 보훈처장였던 피우진 전 처장은 3년 내내 참석하지 않았던 터라 박삼득 처장의 참석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보훈처장의 추모사가 논란이 됐습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을 '박사'로 칭했기 때문입니다.

박삼득 처장의 추모사입니다.

"오늘 우리는 엄숙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우남 이승만 박사님의 서거 55주기를 맞습니다. 먼저, 조국독립과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을 세우는데 헌신하신 박사님께 깊은 경의를 표하며, 머리 숙여 명복을 빕니다...1910년, 민족의 치욕적 역사인 경술국치를 맞았지만, 대한민국임시정부 초대 대통령이자 독립운동가로서 중추적 역할을 하셨기에 우리는 마침내 조국광복을 맞이할 수 있었습니다...박사님의 위국헌신 정신을 받들어 더 평화롭고 번영된 나라, 통합된 대한민국으로 나가는 것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책무이자 진정한 보훈이라고 생각합니다..."


호칭은 모두 '박사님'으로만 돼 있습니다. 보훈처는 공식 페이스북에서도 이승만 '박사'라는 호칭을 썼습니다. '폄훼했다', '초대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의도이다' 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박삼득 국가보훈처장이 19일 서울 종로구 이화장에서 열린 이승만 전 대통령 서거 55주기 추모식에서 추모사를 하고 있다.
■10번의 추모사 중 '박사' 호칭은 처음...왜?

윤재옥 미래통합당 의원실(국회 정무위원회)이 공개한 2011년부터 올해까지 10년간 국가보훈처장의 추모사(대독 포함)를 보면, 9번 모두 '대통령님'으로 지칭했고 '박사님'로 칭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었습니다.

지상욱 미래통합당 여의도연구원장은 페이스북에서 "약산 김원봉 선생의 건국훈장 수여 시도, 백선엽 장군의 동작동 국립현충원 안장 논란에 이어 이 또한 자랑스러운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 역사 무너뜨리기의 일환인가!" 라고 비판했습니다.

지난 23일 열린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장에도 이승만 '박사' 호칭이 등장했는데 '국부' 논란까지 이어졌습니다.

(박진 / 미래통합당 의원)
이승만 대통령은 단순히 이승만 박사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초대 대통령이자 건국 대통령입니다. 동의하십니까?
(이인영 / 통일부장관 후보자)
다른 한편에서 이승만 대통령을 우리의 국부다 이렇게 하는 부분들에 대해서는 저는 사실은 조금 다르게 생각합니다. 저는 우리의 국부는 김구 주석이 되는 것이 더 마땅했다고 생각하고 그런 역사 인식을 하고 있습니다.


보훈처는 23일과 24일, 잇따라 해명자료를 냈습니다. 어떤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보훈처는 "담당 부서에서 작성한 추모식 행사명이 '우남 이승만 박사 서거 55주기 추모식'으로 돼 있었던 터라(보훈처 보도자료 제목도 그대로 사용됨) 추모사에도 호칭을 통일해 '박사'로 칭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2001년~2010년에도 확인되지 않은 4년(2002,2003,2009,2010)을 제외하고 국가보훈처장 추모사는 모두 '박사'라는 호칭을 사용한 바 있고, 추모사 호칭과 초대 대통령 인정 여부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었다"고 해명했습니다.

이승만 전 대통령
(사)이승만건국대통령기념사업회 "더 이상 말이 말을 낳는 논란 없어야!"

이런 논란이 계속되는 것에 추도식을 주관한 (사)이승만건국대통령기념사업회는 불편한 속내를 내비쳤습니다. 23일 서울지방보훈청에서 (사)이승만건국대통령기념사업회 문무일 사무총장과 박삼득 보훈처장이 만난 사실은 보훈처 보도자료를 통해 알려졌습니다.

그 날의 면담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물어봤습니다. 문무일 총장은 "보훈처와 사업회는 늘 업무를 함께 주고받는 입장이고 추모식 초청에 응한 보훈처장에게 감사도 전할 겸 면담을 청했다"면서 "최근 논란에 괘념치 마시라는 덕담도 했다"고 했습니다.

문 총장은 "건국대통령 이승만 박사의 추모식을 두고 더 이상 말이 말을 낳는 논란은 없어야 한다는 게 사업회와 이승만 대통령 유족의 뜻"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날 보훈처장의 '박사님'은 그 저의를 의심할 여지 없이 아주 높여주는 의미로 해석했고 좋은 의미로 받아들였다"고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침소봉대되는 것을 원치 않고 국민통합을 위해선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