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조선중앙통신 등 관영매체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의심되는 월남 도주자가 3년 만에 불법적으로 분계선을 넘어 7월 19일 귀향하는 비상사건이 발생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25일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비상확대회의를 소집해 국가비상방역체계를 '최대비상체제'로 격상했습니다.
■ 北 "탈북민 감염, 석연치 않은 결과…개성 방역 총력"
오늘(27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며칠 전 전문 방역기관에서 불법 귀향자에 대한 여러 차례의 해당한 검사를 진행한 데 의하면 악성 비루스(바이러스) 감염자로 의진할 수 있는 석연치 않은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각 기관에 전염병 발생과 전파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를 최대한 취하라고 주문했습니다.
북한 내각 기관지 민주조선은 오늘 월북한 탈북민의 고향으로 알려진 개성시 비상방역지휘부가 "중앙비상방역지휘부의 지휘에 따라 어떤 정황에도 신속 정확히 대응할 수 있는 만단의 방역학적 태세를 유지하며 최대의 긴장 상태에서 사업을 전개해 나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개성시 당국은 2중 3중의 봉쇄대책을 강구하는 한편 지역 위생방역 및 보건 부문 종사자들로 '신속방역대'를 구성해 해당 구역들에 급파해 한 명의 감기 환자라도 놓치지 않고 찾아내기 위한 검병·검진을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
조선중앙TV에 출연한 오춘복 북한 보건상은 "세계적으로 전염병이 발생한 초기부터 지난 6개월간 전 국가적으로 각 방면에서 강력한 비상 방역조치를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경내에 악성비루스가 유입됐다고 볼 수 있는 위험한 사태가 발생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 北 코로나19 확진 공식통계는 0명…사실일까?
북한도 코로나19 확산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일 것이라는 여러 정황이 있었고 북한 내부에서도 비상 체제 돌입을 선언했지만, 공식적으로 북한당국이 밝힌 확진자 수는 아직 0명입니다.
그동안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북한의 주장을 받아들여 왔습니다. 에드윈 살바도르 WHO 평양소장은 이번 달 9일을 기준으로 북한에서 총 1,117명이 코로나19 검사를 받았으며,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결과에 의구심을 갖는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미국 마커스 갈로스카스 전 국가정보국(DNI) 북한정보담당관은 지난 21일 한미경제연구소(KEI) 화상토론회에서 "확진자가 1명도 없다는 WHO 발표는 감염자가 전혀 없었다는 뜻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실제로 북한 당국이 밝힌 격리자 수는 지난달 19일 255명에서 이달 9일 610명으로 늘었습니다.
WHO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보고되는 순간부터 북한이 주장하던 '코로나 청정국' 지위는 포기해야 합니다.
■ "쉽게 오픈 못 할 것" vs "더 이상 숨기기 어려워"
북한은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을 공식화할까요?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공개를 꺼릴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습니다. 홍 실장은 "WHO 등 국제수준의 엄격한 기준에서 북한의 코로나19 상황을 다시 들여다봤을 때 확진자가 상당히 많이 나온다면 당 창건 75주년을 앞둔 올해 북한 체제 통치를 위태롭게 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이같이 분석했습니다. 홍 실장은 "직접 WHO에 보고하는 방식보다는 국제기구 등을 통해서 직간접적인 지원을 받는 것에 초점을 맞출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북한의 코로나19 상황이 남북 방역협력의 물꼬를 틀 수 있을지 전망을 묻는 질문에는 "공개적이고 직접적인 남측의 지원은 힘들 것으로 본다"고 진단했습니다. 홍 실장은 "현재 북한은 대남 군사행동 '보류' 카드를 들고 있는 상황인데, 다른 쪽에서 남측과 교류협력을 하는 것은 남한에 대한 전략상 태도의 기초를 허무는 일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방역협력 제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비공개, 비정부 차원의 접근은 수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북한이 더 이상 국제사회에 코로나19 상황을 숨기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통일정책연구실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탈북민 재입북 사건을 핑계로 북한이 코로나19 발생 사실을 인정하는 수순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조 연구위원은 "코로나19 상황을 숨기기 어려운 임계점에 다다랐다"고도 평가했습니다.
조 연구위원은 "이번 사건을 북한이 정치적으로 활용할 가능성도 크다"면서 "경우에 따라 남북관계의 물꼬를 트는 돌파구가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임을출 경남대극동문제연구소 교수도 "코로나19 확진자가 0명이라고 계속 주장을 해서는 운신의 폭이 너무 좁은 상황"이라면서 "더 이상 독자적으로 대응하기엔 한계를 느낀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임 교수는 "결국 국제사회의 도움을 받겠다는 신호"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코로나19와 관련한 남측의 방역 지원도 받긴 하겠지만 결국은 WHO를 포함해 다양한 국제 민간 NGO 등 국제사회에 지원 요청을 먼저 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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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北, ‘코로나19 청정국’ 지위 포기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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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0-07-27 16:38:58

북한 조선중앙통신 등 관영매체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의심되는 월남 도주자가 3년 만에 불법적으로 분계선을 넘어 7월 19일 귀향하는 비상사건이 발생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25일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비상확대회의를 소집해 국가비상방역체계를 '최대비상체제'로 격상했습니다.
■ 北 "탈북민 감염, 석연치 않은 결과…개성 방역 총력"
오늘(27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며칠 전 전문 방역기관에서 불법 귀향자에 대한 여러 차례의 해당한 검사를 진행한 데 의하면 악성 비루스(바이러스) 감염자로 의진할 수 있는 석연치 않은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각 기관에 전염병 발생과 전파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를 최대한 취하라고 주문했습니다.
북한 내각 기관지 민주조선은 오늘 월북한 탈북민의 고향으로 알려진 개성시 비상방역지휘부가 "중앙비상방역지휘부의 지휘에 따라 어떤 정황에도 신속 정확히 대응할 수 있는 만단의 방역학적 태세를 유지하며 최대의 긴장 상태에서 사업을 전개해 나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개성시 당국은 2중 3중의 봉쇄대책을 강구하는 한편 지역 위생방역 및 보건 부문 종사자들로 '신속방역대'를 구성해 해당 구역들에 급파해 한 명의 감기 환자라도 놓치지 않고 찾아내기 위한 검병·검진을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
조선중앙TV에 출연한 오춘복 북한 보건상은 "세계적으로 전염병이 발생한 초기부터 지난 6개월간 전 국가적으로 각 방면에서 강력한 비상 방역조치를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경내에 악성비루스가 유입됐다고 볼 수 있는 위험한 사태가 발생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 北 코로나19 확진 공식통계는 0명…사실일까?
북한도 코로나19 확산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일 것이라는 여러 정황이 있었고 북한 내부에서도 비상 체제 돌입을 선언했지만, 공식적으로 북한당국이 밝힌 확진자 수는 아직 0명입니다.
그동안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북한의 주장을 받아들여 왔습니다. 에드윈 살바도르 WHO 평양소장은 이번 달 9일을 기준으로 북한에서 총 1,117명이 코로나19 검사를 받았으며,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결과에 의구심을 갖는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미국 마커스 갈로스카스 전 국가정보국(DNI) 북한정보담당관은 지난 21일 한미경제연구소(KEI) 화상토론회에서 "확진자가 1명도 없다는 WHO 발표는 감염자가 전혀 없었다는 뜻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실제로 북한 당국이 밝힌 격리자 수는 지난달 19일 255명에서 이달 9일 610명으로 늘었습니다.
WHO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보고되는 순간부터 북한이 주장하던 '코로나 청정국' 지위는 포기해야 합니다.
■ "쉽게 오픈 못 할 것" vs "더 이상 숨기기 어려워"
북한은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을 공식화할까요?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공개를 꺼릴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습니다. 홍 실장은 "WHO 등 국제수준의 엄격한 기준에서 북한의 코로나19 상황을 다시 들여다봤을 때 확진자가 상당히 많이 나온다면 당 창건 75주년을 앞둔 올해 북한 체제 통치를 위태롭게 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이같이 분석했습니다. 홍 실장은 "직접 WHO에 보고하는 방식보다는 국제기구 등을 통해서 직간접적인 지원을 받는 것에 초점을 맞출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북한의 코로나19 상황이 남북 방역협력의 물꼬를 틀 수 있을지 전망을 묻는 질문에는 "공개적이고 직접적인 남측의 지원은 힘들 것으로 본다"고 진단했습니다. 홍 실장은 "현재 북한은 대남 군사행동 '보류' 카드를 들고 있는 상황인데, 다른 쪽에서 남측과 교류협력을 하는 것은 남한에 대한 전략상 태도의 기초를 허무는 일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방역협력 제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비공개, 비정부 차원의 접근은 수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북한이 더 이상 국제사회에 코로나19 상황을 숨기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통일정책연구실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탈북민 재입북 사건을 핑계로 북한이 코로나19 발생 사실을 인정하는 수순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조 연구위원은 "코로나19 상황을 숨기기 어려운 임계점에 다다랐다"고도 평가했습니다.
조 연구위원은 "이번 사건을 북한이 정치적으로 활용할 가능성도 크다"면서 "경우에 따라 남북관계의 물꼬를 트는 돌파구가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임을출 경남대극동문제연구소 교수도 "코로나19 확진자가 0명이라고 계속 주장을 해서는 운신의 폭이 너무 좁은 상황"이라면서 "더 이상 독자적으로 대응하기엔 한계를 느낀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임 교수는 "결국 국제사회의 도움을 받겠다는 신호"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코로나19와 관련한 남측의 방역 지원도 받긴 하겠지만 결국은 WHO를 포함해 다양한 국제 민간 NGO 등 국제사회에 지원 요청을 먼저 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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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민 기자 freshmi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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