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 비대면’ 가능한데, 교사 집합시키는 서울교육청…왜?

입력 2020.07.27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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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급 자격도 갖고, 호봉도 가산되고!

초등이나 중등학교 2급 정교사 자격증을 가진 사람이 교사가 돼서 3년 이상 경력이 쌓이면 1급 정교사가 될 수 있습니다. 법률에 따라 별도 재교육이나 연수를 이수하면 1급 정교사가 되고, 무엇보다 1호봉이 올라간다는 큰 이점이 교사들에게 있습니다.

교사들의 임기 중에 반드시 해야 하는 자격연수로는 거의 유일하다 보니, 이 연수는 일선 교사들에게 큰 의미가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최근 한 교원단체에서 조사해보니 교편을 잡은 지 3년 만에 1급 정교사 자격연수를 받을 수 있는 지역은 인천과 제주, 충북과 강원 등 단 네 곳뿐이었습니다.

교육공무원법에는 '교육공무원에게는 연수기관에서 재교육을 받거나 연수할 기회가 균등하게 주어져야 한다'고 적시돼 있죠. 일선 교육 당국에서는 예산 부족과 담당인력, 위탁 교육기관이나 시설 부족이 이렇게 적체되는 요인이라고 설명하는데요. 그럼 전국 17개 교육청 중에서 꼴찌, 연수를 받는 데 평균 5.2년이 소요되는 서울교육청의 경우 어떻게 연수가 진행되고 있을까요?

"연수받을 교사, 모두 집합!"


서울교육청은 서울 소재 초등교사 264명에 대한 1급 정교사 자격연수를 지난 6일부터 본격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위 '연수안내 책자' 일부를 보시면 '원격' 연수 기간이 적혀있죠?

현 코로나19 상황으로 한 공간에 다수가 모이는 것을 가급적 지양하는 게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좋기 때문에 원격 연수를 반영한 조치입니다. 어 그런데, 그 밑에 '집합'을 하라는군요.

이미 지난 1일에 교사들을 전체 집합해 사전 설명(오리엔테이션)을 진행했다고 하네요. 그런데, 이 연수에 참여하고 있는 일부 교사는 저에게 '대체 왜 모이는지 모르겠다'고 말합니다. 이유가 뭘까요?

"연수는 필요하지만, 절대 '집합'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첫날부터, 왜 모이라고 한지 모르겠어요'

이번 연수에 참가한 한 서울 소재 초등교사의 말입니다. 지난 1일 오리엔테이션을 위해서 전체 집합했을 때는 더군다나 모든 학교가 '학기 중'이었다고 하는데요. 지난 1일은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50명대(51명)로 올라온 날이었습니다. 그런 날, 학기 중에 가서 들었던 설명은 아쉬운 수준이었다고 이 교사는 말하는데요.

'PDF문서를 탑재해주고 알아서 보라고 했어도 충분히 됐을 일 같았어요"라고 말합니다. 다음 달 모이게 될 집합 연수 과정에 대해서도 우려했는데요.


집합 교육은 출퇴근 식으로 이뤄진다고 합니다.

이 집합 연수에 참여하게 될 교사는 KBS에 "온라인으로 연수를 진행하면 실시간 쌍방향으로 분단 활동까지 다 할 수 있을 일정입니다. 게다가 어차피 논술형으로 진행되는데 실시간으로 문제를 제시하고 시간제한을 두고 온라인으로 제출하게 하면 되는 것 아닌가요? 굳이 왜 집합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게다가 코로나19 학교마다 학사일정이 다른 상황에서 저 집합 연수와 개학이 겹치는 학교도 있습니다. 그리고 교사 포함한 공무원들, 코로나19 걸리면 엄중히 문책하겠다는 공문도 왔었는데 이렇게 집합하라고 하니 어이가 없어요."

지난 3월 <보름간 강력한 거리두기…"지침 어긴 공무원 확진자도 문책 가능"> 이라는 제목으로 제가 먼저 KBS 뉴스9를 통해 보도한 적이 있는데요. 실제로 일선 학교에는 '공무원 본인이 신상 관리를 잘못해서 코로나19에 확진되거나 그런 일이 발생하면 본인은 물론 기관장도 문책 가능하다'는 공문이 인사혁신처에서 교육부를 거쳐, 서울교육청을 통해 일선 학교에 내려왔었다고 한 초등학교 교장은 말합니다.

"집합 연수는 불가피한 최소한의 조치"

'집합' 일정을 짤 수밖에 없었던 서울교육청 입장은 무엇일까요?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코로나19 상황과 실습이 꼭 필요한 과정이라는 여건을 반영해, 불가피하게 짠 일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집합연수는 실습 중심으로만 짜였습니다. 그나마 최소한으로 구성했고요, 기존에는 3주간 진행된 집합 연수를 부득이하게 줄였습니다. 이론 부분은 화상과 원격연수로 주로 다 빼놨고요. 예를 들어, 실질적으로 수업을 재구성하고, 학급 상담이나 학부모 상담 등 실습 중심은 집합 연수로 구성한 겁니다. 집합 연수도 코로나19 상황에 따라서는 언제든 화상으로 진행할 수 있게끔 계획하고 운영하고 있고요. 그리고 학교도 나가고 있잖아요?

물론 집합하지 않으면 저희도 훨씬 편하고 좋죠. 그러나 집합으로 실습이 꼭 필요한 연수를 반영한 거고요. 또, 강원이나 인천은 섬이나 떨어진 지역이 많기 때문에 집합하면 숙박을 같이 겸해야 하는 구조인데, 저희는 숙박이 아니라 모두 출퇴근하도록 했습니다."

"올해 한해 '전면 비대면 원격연수 가능"

그런데 교육부는 코로나19 상황을 반영한 지침을 내렸다고 합니다. '2020년도에 한해서 전면 비대면 원격연수가 가능하다'라는 내용이라고 하는데요. 실제로 이번 서울교육청 주관 연수에 참여하는 교사 수보다 세 배가 많은 670명의 경기교육청 예하 교사들은 '100% 원격 연수'로 진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경기교육청 담당자는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집합 연수로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예방 차원에서 교육부가 '전면 비대면 원격 연수도 가능하다'라는 권고 지침을 2020년도에 한해서 내린 것을 반영했습니다. 100% 원격연수로 진행하는데요. 경기도교육연수원과 경기도 언어교육연수원, 경기도 율곡교육연수원에 계신 연구사분들이 협의해서 연수 운영방법과 전반적인 교육과정을 원격으로 가능하게 짰습니다.

670명의 교사를 220여 명씩 세 반으로 나눠서 원격교육을 진행 중인데요. 실습도 원격으로 가능합니다. 가령 '의상' 실습의 경우 바느질 등의 것도 있는데, 이런 경우는 일선 대학교에 연수 위탁 의뢰를 하면 학교에서 해당 교사의 가정으로 천이나 실 등 재료를 택배로 보내주고 동영상으로 실습 과정을 찍게 해서 원격으로 보내는 식으로 연수 진행계획을 특별히 짰습니다"

이와 관련해 박근병 서울교사노조 위원장은 이렇게 말합니다.

"사실 바람직한 건 이 시점에서는 정말 비대면 연수로 가야 맞는 거고, 만약 모여서 해야 할 것은 정말 최소화해야겠죠. 하지만 집합 연수를 최소화로 진행하더라도 방역을 철저히 하고 거리 두기도 신경 써야 하는데 (이번 연수 과정은) 서울교육청에 있어서 좀 아쉬움이 있습니다."


어제(26일)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과 '하계 방학기간중 방역수칙 준수'를 안내하는 회의를 했습니다. 특히 "학생과 교직원이 안전한 하계방학·휴가를 보내기 위해 방역당국과 교육부가 공동으로 마련한 '안전한 방학·휴가 수칙'을 안내하고 준수를 당부한다"고 설명했는데요.

안전을 위해 기본적인 방역수칙 준수를 특히 강조했습니다. 코로나19 상황은 연말에서 내년까지 장기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전국 모든 시도교육청의 사정이 같을 수 없어서, 경기도교육청처럼 100% 원격연수로 전환하지 못하는 교육청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 연수에 참여하는 일선 교사들의 우려가 저에게도 전달된 것처럼 장기화하는 코로나 상황과 포스트코로나 국면 그리고 연수 적체를 해소할 방안이 무엇일지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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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면 비대면’ 가능한데, 교사 집합시키는 서울교육청…왜?
    • 입력 2020-07-27 17:35:02
    취재K
1급 자격도 갖고, 호봉도 가산되고!

초등이나 중등학교 2급 정교사 자격증을 가진 사람이 교사가 돼서 3년 이상 경력이 쌓이면 1급 정교사가 될 수 있습니다. 법률에 따라 별도 재교육이나 연수를 이수하면 1급 정교사가 되고, 무엇보다 1호봉이 올라간다는 큰 이점이 교사들에게 있습니다.

교사들의 임기 중에 반드시 해야 하는 자격연수로는 거의 유일하다 보니, 이 연수는 일선 교사들에게 큰 의미가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최근 한 교원단체에서 조사해보니 교편을 잡은 지 3년 만에 1급 정교사 자격연수를 받을 수 있는 지역은 인천과 제주, 충북과 강원 등 단 네 곳뿐이었습니다.

교육공무원법에는 '교육공무원에게는 연수기관에서 재교육을 받거나 연수할 기회가 균등하게 주어져야 한다'고 적시돼 있죠. 일선 교육 당국에서는 예산 부족과 담당인력, 위탁 교육기관이나 시설 부족이 이렇게 적체되는 요인이라고 설명하는데요. 그럼 전국 17개 교육청 중에서 꼴찌, 연수를 받는 데 평균 5.2년이 소요되는 서울교육청의 경우 어떻게 연수가 진행되고 있을까요?

"연수받을 교사, 모두 집합!"


서울교육청은 서울 소재 초등교사 264명에 대한 1급 정교사 자격연수를 지난 6일부터 본격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위 '연수안내 책자' 일부를 보시면 '원격' 연수 기간이 적혀있죠?

현 코로나19 상황으로 한 공간에 다수가 모이는 것을 가급적 지양하는 게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좋기 때문에 원격 연수를 반영한 조치입니다. 어 그런데, 그 밑에 '집합'을 하라는군요.

이미 지난 1일에 교사들을 전체 집합해 사전 설명(오리엔테이션)을 진행했다고 하네요. 그런데, 이 연수에 참여하고 있는 일부 교사는 저에게 '대체 왜 모이는지 모르겠다'고 말합니다. 이유가 뭘까요?

"연수는 필요하지만, 절대 '집합'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첫날부터, 왜 모이라고 한지 모르겠어요'

이번 연수에 참가한 한 서울 소재 초등교사의 말입니다. 지난 1일 오리엔테이션을 위해서 전체 집합했을 때는 더군다나 모든 학교가 '학기 중'이었다고 하는데요. 지난 1일은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50명대(51명)로 올라온 날이었습니다. 그런 날, 학기 중에 가서 들었던 설명은 아쉬운 수준이었다고 이 교사는 말하는데요.

'PDF문서를 탑재해주고 알아서 보라고 했어도 충분히 됐을 일 같았어요"라고 말합니다. 다음 달 모이게 될 집합 연수 과정에 대해서도 우려했는데요.


집합 교육은 출퇴근 식으로 이뤄진다고 합니다.

이 집합 연수에 참여하게 될 교사는 KBS에 "온라인으로 연수를 진행하면 실시간 쌍방향으로 분단 활동까지 다 할 수 있을 일정입니다. 게다가 어차피 논술형으로 진행되는데 실시간으로 문제를 제시하고 시간제한을 두고 온라인으로 제출하게 하면 되는 것 아닌가요? 굳이 왜 집합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게다가 코로나19 학교마다 학사일정이 다른 상황에서 저 집합 연수와 개학이 겹치는 학교도 있습니다. 그리고 교사 포함한 공무원들, 코로나19 걸리면 엄중히 문책하겠다는 공문도 왔었는데 이렇게 집합하라고 하니 어이가 없어요."

지난 3월 <보름간 강력한 거리두기…"지침 어긴 공무원 확진자도 문책 가능"> 이라는 제목으로 제가 먼저 KBS 뉴스9를 통해 보도한 적이 있는데요. 실제로 일선 학교에는 '공무원 본인이 신상 관리를 잘못해서 코로나19에 확진되거나 그런 일이 발생하면 본인은 물론 기관장도 문책 가능하다'는 공문이 인사혁신처에서 교육부를 거쳐, 서울교육청을 통해 일선 학교에 내려왔었다고 한 초등학교 교장은 말합니다.

"집합 연수는 불가피한 최소한의 조치"

'집합' 일정을 짤 수밖에 없었던 서울교육청 입장은 무엇일까요?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코로나19 상황과 실습이 꼭 필요한 과정이라는 여건을 반영해, 불가피하게 짠 일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집합연수는 실습 중심으로만 짜였습니다. 그나마 최소한으로 구성했고요, 기존에는 3주간 진행된 집합 연수를 부득이하게 줄였습니다. 이론 부분은 화상과 원격연수로 주로 다 빼놨고요. 예를 들어, 실질적으로 수업을 재구성하고, 학급 상담이나 학부모 상담 등 실습 중심은 집합 연수로 구성한 겁니다. 집합 연수도 코로나19 상황에 따라서는 언제든 화상으로 진행할 수 있게끔 계획하고 운영하고 있고요. 그리고 학교도 나가고 있잖아요?

물론 집합하지 않으면 저희도 훨씬 편하고 좋죠. 그러나 집합으로 실습이 꼭 필요한 연수를 반영한 거고요. 또, 강원이나 인천은 섬이나 떨어진 지역이 많기 때문에 집합하면 숙박을 같이 겸해야 하는 구조인데, 저희는 숙박이 아니라 모두 출퇴근하도록 했습니다."

"올해 한해 '전면 비대면 원격연수 가능"

그런데 교육부는 코로나19 상황을 반영한 지침을 내렸다고 합니다. '2020년도에 한해서 전면 비대면 원격연수가 가능하다'라는 내용이라고 하는데요. 실제로 이번 서울교육청 주관 연수에 참여하는 교사 수보다 세 배가 많은 670명의 경기교육청 예하 교사들은 '100% 원격 연수'로 진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경기교육청 담당자는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집합 연수로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예방 차원에서 교육부가 '전면 비대면 원격 연수도 가능하다'라는 권고 지침을 2020년도에 한해서 내린 것을 반영했습니다. 100% 원격연수로 진행하는데요. 경기도교육연수원과 경기도 언어교육연수원, 경기도 율곡교육연수원에 계신 연구사분들이 협의해서 연수 운영방법과 전반적인 교육과정을 원격으로 가능하게 짰습니다.

670명의 교사를 220여 명씩 세 반으로 나눠서 원격교육을 진행 중인데요. 실습도 원격으로 가능합니다. 가령 '의상' 실습의 경우 바느질 등의 것도 있는데, 이런 경우는 일선 대학교에 연수 위탁 의뢰를 하면 학교에서 해당 교사의 가정으로 천이나 실 등 재료를 택배로 보내주고 동영상으로 실습 과정을 찍게 해서 원격으로 보내는 식으로 연수 진행계획을 특별히 짰습니다"

이와 관련해 박근병 서울교사노조 위원장은 이렇게 말합니다.

"사실 바람직한 건 이 시점에서는 정말 비대면 연수로 가야 맞는 거고, 만약 모여서 해야 할 것은 정말 최소화해야겠죠. 하지만 집합 연수를 최소화로 진행하더라도 방역을 철저히 하고 거리 두기도 신경 써야 하는데 (이번 연수 과정은) 서울교육청에 있어서 좀 아쉬움이 있습니다."


어제(26일)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과 '하계 방학기간중 방역수칙 준수'를 안내하는 회의를 했습니다. 특히 "학생과 교직원이 안전한 하계방학·휴가를 보내기 위해 방역당국과 교육부가 공동으로 마련한 '안전한 방학·휴가 수칙'을 안내하고 준수를 당부한다"고 설명했는데요.

안전을 위해 기본적인 방역수칙 준수를 특히 강조했습니다. 코로나19 상황은 연말에서 내년까지 장기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전국 모든 시도교육청의 사정이 같을 수 없어서, 경기도교육청처럼 100% 원격연수로 전환하지 못하는 교육청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 연수에 참여하는 일선 교사들의 우려가 저에게도 전달된 것처럼 장기화하는 코로나 상황과 포스트코로나 국면 그리고 연수 적체를 해소할 방안이 무엇일지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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