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섶·미내·농’다리…보물이 된 다리들

입력 2020.07.28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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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도와 석모도 사이에는 석모대교가 놓아져 있다. 예전에는 배를 타고 석모도로 들어가야 했지만, 이젠 왕복 2차선의 시원한 다리가 강화도와 석모도 사이 1.54km를 잇고 있다. 2017년에 개통됐다. 보문사와 온천, 민머루 해수욕장, 석양 명소 등 석모도에 관광 명소가 꽤 있어, 평일에도 관광객들로 활기가 넘친다.

섬이 육지가 되는 기적, 모두 다리 덕분이다. 그 유용성 만큼이나 다리도 보기에 예쁘고,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수 있는 모양이었으면 좋겠다는 것에 생각이 머문 민족이 또 우리 조상이다.

밀양에서 기차를 내려 30분 정도 달리면 창녕이 나오고, 또 30분 정도 달리면 영산이란 곳이 나온다. 삼거리가 있고, 식육 식당들이 나란히 자리잡은, 대한민국 보통 시골 풍경 그대로인 동네인데, 보통과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젊은이들이 꽤 보인다는 점이다. 대부분 셀카봉을 든 커플들이다. 즉, 이 마을 어딘가에 사진 촬영 명소가 있다는 뜻이다.

이 마을을 커플들의 사진 촬영 명소로 만든 것, 바로 다리이다. 미국 어느 시골이라는 메디슨카운티에만 아름다운 다리가 있는 게 아니다. 파리 세느강변에 있다는 퐁네프만 사연이 많은 것도 아니다.

이 경남 창녕군 영산면에도 다리가 있다. 그 아름다움이 대단해, 이미 1972년 3월에 보물 제564호로 지정된 '귀한 몸'이다. 만 년이 지나도 무너지지 않을 만큼 튼튼한 다리라는 뜻에서, '만년교'라는 이름이 지어졌는데, 아직 만들어진지 240년 밖에 안 되어서, 이름값을 할지는 아직 증명되지 않았다.

창녕 영산 만년교창녕 영산 만년교

길이 13.5m, 너비 3m쯤 되는 무지개 다리. 하천 양쪽의 큰 바위 위에 양쪽 지지대를 세우고, 그 사이에 화강석을 반달 모양, 무지개 모양으로 조립한다. 그 위에 좀 더 작은 돌들을 여러 층 올린 다음, 다리 상판에는 황토를 깔아 걷기 편하게 만들었다. 흔히 '홍예교'라고 불리는 형식이다.

무지개 모양으로 축조된 다리 아래에 물이 흐르는데, 그 물 위에 만년교가 비치면서 완벽한 원 하나가 그려지는 모습은 설계 당시부터 계획하기라도 한 듯 똑 떨어진다. 그 완벽한 원을 통해 물과 물에 투영된 구름이 섞이는 몽환적 풍경을 감상할 수도 있다.

다리가 처음 만들어진 것은 1780년, 정조 4년. 한 석공이 처음 다리를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이 다리를 함께 건너면 사랑이 이뤄진다든지, 헤어졌다가도 언젠가는 만나게 된다든지 하는 스토리텔링이 더해진다면, 전국적인 '핫 플레이스'가 될 텐데, 안내판 어디에도 그런 결정적인 스토리텔링이 보이지 않는다.

진천 농다리진천 농다리

만년교는 13.5m쯤 되는 다리이지만, 충북 진천의 농다리는 길이가 8배쯤 길다. 100m에 가깝다. 크기가 가지각색인 돌들을 쌓아 교각을 삼고, 그 돌무더기의 빈 틈에다 크기가 각기 다른 작은 돌들로 끼워 놓고, 고정해 두었다. 그 돌무더기 교각 사이에 다리 상판을 만들었는데, 그 상판 역시 돌무더기이다. 그러니까 다리 자체가 돌무더기인 셈이다.

집중폭우가 내리면 일부가 유실되기도 한다. 그러면 전문가의 고증을 거쳐야 복구를 할 수 있다.

이 농다리는 무려 고려 시대에 만들어진 것이다. 고려의 멸망도 보고, 조선의 탄생도 보고, 임진왜란도 보고, 일제강점기도 본, 정말 오래된 다리. 멀리서 보면 거대한 지네 한 마리가 꿈틀거리면서 지나가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돌들을 육면체 모양으로 반듯반듯 깎아 쌓은 것도 아니요, 빈 틈을 석회같은 것으로 메운 것도 아닌데 천 년을 꿋꿋이 버텨왔으니 장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 진천의 농다리는 보물은 아니고, 충북 지방유형문화재 28호로 지정돼 있다.

미내다리. 출처 논산시청 누리집미내다리. 출처 논산시청 누리집

논산에서 강경으로 넘어가다 보면, 제대로 된 길이 나 있을 것 같지 않은 곳에 '1Km만 더 가면 미내다리'라는 표지판이 덩그라니 서 있다. 역사책에는 "미내다리가 있었는데, 조수가 물러가면 바위가 보인다"는 기록이 있다.

영조 7년인 1731년에 건립된 다리인데, 그 때는 이 곳까지 바닷물이 들어왔던 모양이다. 길이 30m, 높이가 4.5m나 되는 비교적 큰 다리가 강경 벌판의 일부가 되어 서 있다. 정월대보름에 미내다리를 건너면 건강해지고 소원이 이뤄진다고 한다.

영월 섶다리(왼쪽)와 영주 외나무다리(오른쪽)영월 섶다리(왼쪽)와 영주 외나무다리(오른쪽)

이밖에도 아름다운 다리는 많다. 오대산 상원사 가는 길에, 강원도 봉평에, 영월에 있는 섶다리. 통나무와 소나무 가지, 진흙으로 만들어져 있어, 그 다리에 서면 솔향기가 아찔하다. 영주 무섬마을 가는 내성천 위에 놓인 외나무 다리는 왠지 쓸쓸해 보이면서도 해저물녘 특히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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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만년·섶·미내·농’다리…보물이 된 다리들
    • 입력 2020-07-28 13:57:53
    취재K
강화도와 석모도 사이에는 석모대교가 놓아져 있다. 예전에는 배를 타고 석모도로 들어가야 했지만, 이젠 왕복 2차선의 시원한 다리가 강화도와 석모도 사이 1.54km를 잇고 있다. 2017년에 개통됐다. 보문사와 온천, 민머루 해수욕장, 석양 명소 등 석모도에 관광 명소가 꽤 있어, 평일에도 관광객들로 활기가 넘친다.

섬이 육지가 되는 기적, 모두 다리 덕분이다. 그 유용성 만큼이나 다리도 보기에 예쁘고,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수 있는 모양이었으면 좋겠다는 것에 생각이 머문 민족이 또 우리 조상이다.

밀양에서 기차를 내려 30분 정도 달리면 창녕이 나오고, 또 30분 정도 달리면 영산이란 곳이 나온다. 삼거리가 있고, 식육 식당들이 나란히 자리잡은, 대한민국 보통 시골 풍경 그대로인 동네인데, 보통과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젊은이들이 꽤 보인다는 점이다. 대부분 셀카봉을 든 커플들이다. 즉, 이 마을 어딘가에 사진 촬영 명소가 있다는 뜻이다.

이 마을을 커플들의 사진 촬영 명소로 만든 것, 바로 다리이다. 미국 어느 시골이라는 메디슨카운티에만 아름다운 다리가 있는 게 아니다. 파리 세느강변에 있다는 퐁네프만 사연이 많은 것도 아니다.

이 경남 창녕군 영산면에도 다리가 있다. 그 아름다움이 대단해, 이미 1972년 3월에 보물 제564호로 지정된 '귀한 몸'이다. 만 년이 지나도 무너지지 않을 만큼 튼튼한 다리라는 뜻에서, '만년교'라는 이름이 지어졌는데, 아직 만들어진지 240년 밖에 안 되어서, 이름값을 할지는 아직 증명되지 않았다.

창녕 영산 만년교
길이 13.5m, 너비 3m쯤 되는 무지개 다리. 하천 양쪽의 큰 바위 위에 양쪽 지지대를 세우고, 그 사이에 화강석을 반달 모양, 무지개 모양으로 조립한다. 그 위에 좀 더 작은 돌들을 여러 층 올린 다음, 다리 상판에는 황토를 깔아 걷기 편하게 만들었다. 흔히 '홍예교'라고 불리는 형식이다.

무지개 모양으로 축조된 다리 아래에 물이 흐르는데, 그 물 위에 만년교가 비치면서 완벽한 원 하나가 그려지는 모습은 설계 당시부터 계획하기라도 한 듯 똑 떨어진다. 그 완벽한 원을 통해 물과 물에 투영된 구름이 섞이는 몽환적 풍경을 감상할 수도 있다.

다리가 처음 만들어진 것은 1780년, 정조 4년. 한 석공이 처음 다리를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이 다리를 함께 건너면 사랑이 이뤄진다든지, 헤어졌다가도 언젠가는 만나게 된다든지 하는 스토리텔링이 더해진다면, 전국적인 '핫 플레이스'가 될 텐데, 안내판 어디에도 그런 결정적인 스토리텔링이 보이지 않는다.

진천 농다리
만년교는 13.5m쯤 되는 다리이지만, 충북 진천의 농다리는 길이가 8배쯤 길다. 100m에 가깝다. 크기가 가지각색인 돌들을 쌓아 교각을 삼고, 그 돌무더기의 빈 틈에다 크기가 각기 다른 작은 돌들로 끼워 놓고, 고정해 두었다. 그 돌무더기 교각 사이에 다리 상판을 만들었는데, 그 상판 역시 돌무더기이다. 그러니까 다리 자체가 돌무더기인 셈이다.

집중폭우가 내리면 일부가 유실되기도 한다. 그러면 전문가의 고증을 거쳐야 복구를 할 수 있다.

이 농다리는 무려 고려 시대에 만들어진 것이다. 고려의 멸망도 보고, 조선의 탄생도 보고, 임진왜란도 보고, 일제강점기도 본, 정말 오래된 다리. 멀리서 보면 거대한 지네 한 마리가 꿈틀거리면서 지나가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돌들을 육면체 모양으로 반듯반듯 깎아 쌓은 것도 아니요, 빈 틈을 석회같은 것으로 메운 것도 아닌데 천 년을 꿋꿋이 버텨왔으니 장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 진천의 농다리는 보물은 아니고, 충북 지방유형문화재 28호로 지정돼 있다.

미내다리. 출처 논산시청 누리집
논산에서 강경으로 넘어가다 보면, 제대로 된 길이 나 있을 것 같지 않은 곳에 '1Km만 더 가면 미내다리'라는 표지판이 덩그라니 서 있다. 역사책에는 "미내다리가 있었는데, 조수가 물러가면 바위가 보인다"는 기록이 있다.

영조 7년인 1731년에 건립된 다리인데, 그 때는 이 곳까지 바닷물이 들어왔던 모양이다. 길이 30m, 높이가 4.5m나 되는 비교적 큰 다리가 강경 벌판의 일부가 되어 서 있다. 정월대보름에 미내다리를 건너면 건강해지고 소원이 이뤄진다고 한다.

영월 섶다리(왼쪽)와 영주 외나무다리(오른쪽)
이밖에도 아름다운 다리는 많다. 오대산 상원사 가는 길에, 강원도 봉평에, 영월에 있는 섶다리. 통나무와 소나무 가지, 진흙으로 만들어져 있어, 그 다리에 서면 솔향기가 아찔하다. 영주 무섬마을 가는 내성천 위에 놓인 외나무 다리는 왠지 쓸쓸해 보이면서도 해저물녘 특히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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