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랩] 생수가 불법이던 시절…이유는 ‘위화감 조성’?

입력 2020.07.29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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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돗물이 오염돼 밥에선 악취가 나고, 양치질하던 사람들은 토하고. 그런데 생수 사 먹는 건 불법이었던 시절, 기억나시나요?

90년대 초 '수돗물 오염 사태', 그리고 이 때문에 촉발된 '생수 사 먹을 권리'. 70년대부터 국내에서 생수는 생산되고 있었지만, 수출용 혹은 외국인 대상으로만 판매가 허용됐습니다. 내국인이 생수를 사서 마시는 건 엄연한 불법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수 판매는 대중 사이에서 공공연하게 이뤄졌습니다. 가격은 기름만큼 비싸 위화감을 조성하고, 수돗물에 대해 불신을 조장한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생수 시장은 어둠의 경로를 통해 날이 갈수록 커졌습니다.

수돗물은 식수로써 믿지 못하고, 그렇다고 생수를 사 먹는 건 힘든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런 경우 아침마다 물통 두세 개를 들고 약수터로 향했고, 몇 시간씩 줄을 서서 겨우 물을 뜰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약수마저도 오염된 사례가 나오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그럼 대체 어떤 물을 먹어야 하느냐'며 분노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급기야 생수 시판 허용을 놓고 TV토론까지 열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1994년 3월, 드디어 대법원에서 생수 시판을 공식 허용하기에 이릅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보건사회부(現 보건복지부)가 생수 업체 허가를 내주면서 판매범위를 해외 및 주한 외국인으로 제한한 것은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는 국민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내 돈 주고 생수 사 먹는 것마저 불법이었던 90년대 초 이야기, 물 먹는 것만으로도 난리가 났었던 그 시절을 크랩이 되돌아봤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9vzgSOhg4p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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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랩] 생수가 불법이던 시절…이유는 ‘위화감 조성’?
    • 입력 2020-07-29 09: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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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돗물이 오염돼 밥에선 악취가 나고, 양치질하던 사람들은 토하고. 그런데 생수 사 먹는 건 불법이었던 시절, 기억나시나요?

90년대 초 '수돗물 오염 사태', 그리고 이 때문에 촉발된 '생수 사 먹을 권리'. 70년대부터 국내에서 생수는 생산되고 있었지만, 수출용 혹은 외국인 대상으로만 판매가 허용됐습니다. 내국인이 생수를 사서 마시는 건 엄연한 불법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수 판매는 대중 사이에서 공공연하게 이뤄졌습니다. 가격은 기름만큼 비싸 위화감을 조성하고, 수돗물에 대해 불신을 조장한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생수 시장은 어둠의 경로를 통해 날이 갈수록 커졌습니다.

수돗물은 식수로써 믿지 못하고, 그렇다고 생수를 사 먹는 건 힘든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런 경우 아침마다 물통 두세 개를 들고 약수터로 향했고, 몇 시간씩 줄을 서서 겨우 물을 뜰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약수마저도 오염된 사례가 나오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그럼 대체 어떤 물을 먹어야 하느냐'며 분노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급기야 생수 시판 허용을 놓고 TV토론까지 열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1994년 3월, 드디어 대법원에서 생수 시판을 공식 허용하기에 이릅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보건사회부(現 보건복지부)가 생수 업체 허가를 내주면서 판매범위를 해외 및 주한 외국인으로 제한한 것은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는 국민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내 돈 주고 생수 사 먹는 것마저 불법이었던 90년대 초 이야기, 물 먹는 것만으로도 난리가 났었던 그 시절을 크랩이 되돌아봤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9vzgSOhg4p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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