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러스, 판매점 매수해 SKT·KT 흠집내기?

입력 2020.07.29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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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아이폰 파격 0원폰 행사", 길가다 휴대전화 판매점에 붙은 '공짜폰' '0원폰'이라는 홍보글 자주 보셨을 겁니다. 판매점이 땅 파서 장사하는 것도 아니고 어떻게 100만 원을 훌쩍 넘는 최신 휴대전화를 공짜로 제공한다는 걸까요.

바로 통신사가 판매점에 지급하는 '판매장려금' 덕분입니다. 판매장려금은 판매점 몫입니다. 그런데 판매점은 소비자를 더 많이 끌어모으려고 자기 몫의 판매장려금을 '지원금'(보조금)으로 일부 돌려 소비자들에게 주고 있습니다. 장려금을 지원금으로 돌려 사용하는 건 불법입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불법 보조금'이라는 용어가 여기에서 나오는 말입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과도한 불법 보조금을 단속하기 위해 KAIT(카이트/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에 이동통신 3사의 불법 보조금을 감시하는 일을 맡겼습니다. KAIT는 시장에 뿌려지는 불법 보조금을 모니터링하기 위해 휴대전화 판매점 등을 이통사 '몰래' 섭외합니다. 몰래 섭외해야 이통사한테 들키지 않고 감시할 수 있는 것이죠. 이런 판매점을 이른바 '안테나 매장'이라고 부릅니다.

안테나 매장은 하루에도 수시로 바뀌는 이통 3사의 장려금 '정책'을 KAIT에 보고합니다. 이를 토대로 KAIT는 어떤 이통사가 과도한 판매 장려금을 시장에 뿌리고 있는지를 파악하게 됩니다.

그런데 '감시 대상'인 이통사가 '감시 수단'인 안테나 매장을 매수하는 일이 벌어졌다면 어떨까요. 바로 LG유플러스의 이야기입니다.

■ 보고 내용 일일이 조작…"우리는 축소·경쟁사는 과장"

휴대전화 판매점을 운영하는 최 모 씨는 2017년 말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연락을 받습니다. LG유플러스 본사 정책팀 소속 차장 A 씨였습니다. A 차장은 이렇게 제안합니다. "SKT·KT로부터 받는 정책을 공유해주면 매달 30만 원을 주겠다". 판매점 주인 최 씨는 A 차장의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다음이었습니다. 최 씨가 KAIT에도 정보를 보고하는 '안테나 매장'으로 활동하게 됐는데, 20만 원을 더 줄 테니 KAIT에 보고하기 전에 LG유플러스에 해당 보고 내용을 공유해달라고 제안이 들어온 겁니다.


이 과정에서 LG유플러스에 유리하도록 보고 내용이 미리 조작되기도 했습니다. A 차장은 LG유플러스 장려금은 문제가 되지 않도록 '축소'해서 보고하도록 하고, 경쟁사인 SKT·KT의 장려금은 실제보다 더 '부풀려서' 보고하도록 했습니다.

A 차장의 지시는 단순히 'LG유플러스에 유리하게 잘 부탁한다'는 수준이 아니었습니다. 최 씨가 보낸 실제 정책 표를 직접 고쳐서 이대로 KAIT에 보내라거나, 구체적인 금액을 더하거나 빼서 보고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조작입니다.


실제로 나온 적도 없는 경쟁사의 정책을 '그럴듯하게' 만들어, 이 내용을 그대로 KAIT에 보고하라는 지시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세세하게 고쳐놓는 A 차장의 '빨간 펜 지시'는 인사이동으로 해당 업무를 그만두는 지난해 말까지 이어졌다고 합니다.

판매점주가 LG유플러스로부터 '정보 공유' 대가로 받은 금액판매점주가 LG유플러스로부터 '정보 공유' 대가로 받은 금액

■ LG유플러스 "안테나 매장인 줄 몰랐었다…회사 차원 조작 아냐"

LG유플러스는 문제의 판매점을 '장려금 지급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섭외한 적은 있다고 인정했지만, 회사 차원에서 KAIT에 허위 보고를 하도록 종용한 적은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최 씨에게 지급한 금액은 경쟁사 정보를 제공해준 대가일 뿐이라고 해명했습니다.

또, "어느 판매점이 KAIT의 안테나 매장인 줄 알 수 없다"면서, A 차장이 우연히 최 씨가 KAIT 안테나 매장을 운영하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A 차장이 최 씨에게 개인적 차원에서 잘 봐달라 정도로 부탁했을 뿐"이라고 해명했습니다.

■ KAIT에 '안테나 매장' 추천한 LG유플러스?…"KAIT에게 줄 매장 주소 달라"

그러나 이상한 정황은 더 있습니다.

A 차장의 종용에 따라 KAIT에 허위 정보를 보고하게 된 최 씨의 판매점이 애당초 A 차장의 사전 계획에 의해 '안테나 매장'으로 선정된 정황이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2017년 10월, A 차장은 카카오톡 메시지를 통해 최 씨에게 "매장 주소 부탁한다. KAIT 가라고 해야죠"라는 메시지를 보냅니다. 이어서 A 차장은 "KAIT에게 연락 오면 자신에게 알려달라"라며 "KAIT 와서 한 얘기를 듣고 저도 같이 해야 한다"는 말을 합니다. 며칠 뒤에는 "(KAIT 담당자들이) 좀 바빠서 다음 달 초에 방문한다"는 정보를 최 씨에게 알려주기도 합니다.

다시 말해 A 차장이 최 씨 판매점을 KAIT의 '안테나 매장'으로 등록시키기 위한 사전 작업을 했다는 정황입니다. 최 씨는 A 차장과 이런 논의를 하기 전까지는 '안테나 매장'이라는 게 뭔지 개념조차 몰랐다고 합니다.


이 메시지를 주고받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실제로 최 씨의 판매점에 KAIT 관계자가 왔고 '안테나 매장' 역할을 부탁받았다고 최 씨는 털어놓았습니다.

LG 유플러스 직원이 판매점 한 곳을 섭외해서 KAIT '안테나 매장'으로 등록하게 만들고, 이곳을 통해 조작된 정보를 KAIT에 보고하도록 자신이 개입한 정황인 것입니다. 최 씨는 다음 달 판매점 문을 닫을 예정입니다. 폐업을 앞두고 언론에 '양심 고백'을 한 셈입니다.

LG유플러스와 KAIT는 모두 해당 의혹에 대해 부인했습니다. KAIT 안테나 매장을 추천해주거나, 추천받지 않는다는 겁니다. 상식적으로도 감시당하는 쪽이 감시해야 하는 쪽에 '감시자'를 추천해주는 건 말이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취재진이 확보한 대화 기록 등을 보면 의혹을 씻기엔 충분치 않아 보입니다.

최 씨는 LG유플러스의 행위가 개인적 차원일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A 차장과의 카톡방은 '1 대 1' 카톡방이 아니라, LG유플러스 정책팀원들이 함께 있는 '단체 카톡방'이라는 겁니다. 또, A차장이 휴가를 가면 같은 팀 대리를 카톡방에 초대하며 "평소와 같이 진행해달라"는 인수인계도 했다는 얘기입니다.


■ 시장 교란되어도 제재 방법 없다는 방통위·KAIT

최 씨는 결국 이런 허위 보고로 손해를 보는 건 소비자와 판매점이라 지적했습니다. KAIT가 허위 보고를 받고 SKT·KT의 장려금을 일시적으로 깎는 이른바 '안정화 정책'을 내리면, 소비자의 선택 폭이 좁아진다는 겁니다.

최 씨는 "판매점 입장에서는 장려금이 깎이는 안정화 정책이 적용되는 통신사로 소비자가 개통하면 보상이 적으니, LG유플러스로만 개통하도록 유도를 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최 씨는 방통위와 KAIT에 민원을 넣었지만 돌아오는 답은 시원치 않았습니다.

KAIT와 방통위는 시장 장려금 감시는 이통 3사의 자율적 협약이라, 이번 사례와 같은 문제가 발생해도 처벌이나 조처를 내릴 권한이나 근거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방통위는 "관리를 하는 KAIT에 주의하라고 경고했지만, LG유플러스에 대해 제재할 수 있는 근거는 없다"고 답했습니다. KAIT 역시 "앞으로 특정 통신사 편법 행위나 이슈에 잘 대처하도록 노력하겠다"는 원론적 입장만 내놓았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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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G유플러스, 판매점 매수해 SKT·KT 흠집내기?
    • 입력 2020-07-29 15:11:09
    취재K
"갤럭시·아이폰 파격 0원폰 행사", 길가다 휴대전화 판매점에 붙은 '공짜폰' '0원폰'이라는 홍보글 자주 보셨을 겁니다. 판매점이 땅 파서 장사하는 것도 아니고 어떻게 100만 원을 훌쩍 넘는 최신 휴대전화를 공짜로 제공한다는 걸까요.

바로 통신사가 판매점에 지급하는 '판매장려금' 덕분입니다. 판매장려금은 판매점 몫입니다. 그런데 판매점은 소비자를 더 많이 끌어모으려고 자기 몫의 판매장려금을 '지원금'(보조금)으로 일부 돌려 소비자들에게 주고 있습니다. 장려금을 지원금으로 돌려 사용하는 건 불법입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불법 보조금'이라는 용어가 여기에서 나오는 말입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과도한 불법 보조금을 단속하기 위해 KAIT(카이트/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에 이동통신 3사의 불법 보조금을 감시하는 일을 맡겼습니다. KAIT는 시장에 뿌려지는 불법 보조금을 모니터링하기 위해 휴대전화 판매점 등을 이통사 '몰래' 섭외합니다. 몰래 섭외해야 이통사한테 들키지 않고 감시할 수 있는 것이죠. 이런 판매점을 이른바 '안테나 매장'이라고 부릅니다.

안테나 매장은 하루에도 수시로 바뀌는 이통 3사의 장려금 '정책'을 KAIT에 보고합니다. 이를 토대로 KAIT는 어떤 이통사가 과도한 판매 장려금을 시장에 뿌리고 있는지를 파악하게 됩니다.

그런데 '감시 대상'인 이통사가 '감시 수단'인 안테나 매장을 매수하는 일이 벌어졌다면 어떨까요. 바로 LG유플러스의 이야기입니다.

■ 보고 내용 일일이 조작…"우리는 축소·경쟁사는 과장"

휴대전화 판매점을 운영하는 최 모 씨는 2017년 말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연락을 받습니다. LG유플러스 본사 정책팀 소속 차장 A 씨였습니다. A 차장은 이렇게 제안합니다. "SKT·KT로부터 받는 정책을 공유해주면 매달 30만 원을 주겠다". 판매점 주인 최 씨는 A 차장의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다음이었습니다. 최 씨가 KAIT에도 정보를 보고하는 '안테나 매장'으로 활동하게 됐는데, 20만 원을 더 줄 테니 KAIT에 보고하기 전에 LG유플러스에 해당 보고 내용을 공유해달라고 제안이 들어온 겁니다.


이 과정에서 LG유플러스에 유리하도록 보고 내용이 미리 조작되기도 했습니다. A 차장은 LG유플러스 장려금은 문제가 되지 않도록 '축소'해서 보고하도록 하고, 경쟁사인 SKT·KT의 장려금은 실제보다 더 '부풀려서' 보고하도록 했습니다.

A 차장의 지시는 단순히 'LG유플러스에 유리하게 잘 부탁한다'는 수준이 아니었습니다. 최 씨가 보낸 실제 정책 표를 직접 고쳐서 이대로 KAIT에 보내라거나, 구체적인 금액을 더하거나 빼서 보고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조작입니다.


실제로 나온 적도 없는 경쟁사의 정책을 '그럴듯하게' 만들어, 이 내용을 그대로 KAIT에 보고하라는 지시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세세하게 고쳐놓는 A 차장의 '빨간 펜 지시'는 인사이동으로 해당 업무를 그만두는 지난해 말까지 이어졌다고 합니다.

판매점주가 LG유플러스로부터 '정보 공유' 대가로 받은 금액
■ LG유플러스 "안테나 매장인 줄 몰랐었다…회사 차원 조작 아냐"

LG유플러스는 문제의 판매점을 '장려금 지급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섭외한 적은 있다고 인정했지만, 회사 차원에서 KAIT에 허위 보고를 하도록 종용한 적은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최 씨에게 지급한 금액은 경쟁사 정보를 제공해준 대가일 뿐이라고 해명했습니다.

또, "어느 판매점이 KAIT의 안테나 매장인 줄 알 수 없다"면서, A 차장이 우연히 최 씨가 KAIT 안테나 매장을 운영하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A 차장이 최 씨에게 개인적 차원에서 잘 봐달라 정도로 부탁했을 뿐"이라고 해명했습니다.

■ KAIT에 '안테나 매장' 추천한 LG유플러스?…"KAIT에게 줄 매장 주소 달라"

그러나 이상한 정황은 더 있습니다.

A 차장의 종용에 따라 KAIT에 허위 정보를 보고하게 된 최 씨의 판매점이 애당초 A 차장의 사전 계획에 의해 '안테나 매장'으로 선정된 정황이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2017년 10월, A 차장은 카카오톡 메시지를 통해 최 씨에게 "매장 주소 부탁한다. KAIT 가라고 해야죠"라는 메시지를 보냅니다. 이어서 A 차장은 "KAIT에게 연락 오면 자신에게 알려달라"라며 "KAIT 와서 한 얘기를 듣고 저도 같이 해야 한다"는 말을 합니다. 며칠 뒤에는 "(KAIT 담당자들이) 좀 바빠서 다음 달 초에 방문한다"는 정보를 최 씨에게 알려주기도 합니다.

다시 말해 A 차장이 최 씨 판매점을 KAIT의 '안테나 매장'으로 등록시키기 위한 사전 작업을 했다는 정황입니다. 최 씨는 A 차장과 이런 논의를 하기 전까지는 '안테나 매장'이라는 게 뭔지 개념조차 몰랐다고 합니다.


이 메시지를 주고받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실제로 최 씨의 판매점에 KAIT 관계자가 왔고 '안테나 매장' 역할을 부탁받았다고 최 씨는 털어놓았습니다.

LG 유플러스 직원이 판매점 한 곳을 섭외해서 KAIT '안테나 매장'으로 등록하게 만들고, 이곳을 통해 조작된 정보를 KAIT에 보고하도록 자신이 개입한 정황인 것입니다. 최 씨는 다음 달 판매점 문을 닫을 예정입니다. 폐업을 앞두고 언론에 '양심 고백'을 한 셈입니다.

LG유플러스와 KAIT는 모두 해당 의혹에 대해 부인했습니다. KAIT 안테나 매장을 추천해주거나, 추천받지 않는다는 겁니다. 상식적으로도 감시당하는 쪽이 감시해야 하는 쪽에 '감시자'를 추천해주는 건 말이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취재진이 확보한 대화 기록 등을 보면 의혹을 씻기엔 충분치 않아 보입니다.

최 씨는 LG유플러스의 행위가 개인적 차원일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A 차장과의 카톡방은 '1 대 1' 카톡방이 아니라, LG유플러스 정책팀원들이 함께 있는 '단체 카톡방'이라는 겁니다. 또, A차장이 휴가를 가면 같은 팀 대리를 카톡방에 초대하며 "평소와 같이 진행해달라"는 인수인계도 했다는 얘기입니다.


■ 시장 교란되어도 제재 방법 없다는 방통위·KAIT

최 씨는 결국 이런 허위 보고로 손해를 보는 건 소비자와 판매점이라 지적했습니다. KAIT가 허위 보고를 받고 SKT·KT의 장려금을 일시적으로 깎는 이른바 '안정화 정책'을 내리면, 소비자의 선택 폭이 좁아진다는 겁니다.

최 씨는 "판매점 입장에서는 장려금이 깎이는 안정화 정책이 적용되는 통신사로 소비자가 개통하면 보상이 적으니, LG유플러스로만 개통하도록 유도를 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최 씨는 방통위와 KAIT에 민원을 넣었지만 돌아오는 답은 시원치 않았습니다.

KAIT와 방통위는 시장 장려금 감시는 이통 3사의 자율적 협약이라, 이번 사례와 같은 문제가 발생해도 처벌이나 조처를 내릴 권한이나 근거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방통위는 "관리를 하는 KAIT에 주의하라고 경고했지만, LG유플러스에 대해 제재할 수 있는 근거는 없다"고 답했습니다. KAIT 역시 "앞으로 특정 통신사 편법 행위나 이슈에 잘 대처하도록 노력하겠다"는 원론적 입장만 내놓았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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