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외’ 카드 꺼낸 통합당, ‘황교안 시즌2’ 피할 수 있을까?

입력 2020.07.29 (18:41) 수정 2020.07.29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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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미래통합당이 '장외' 카드를 꺼내 들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이 '임대차 3법' 처리를 강행하자 전면전을 선포한 겁니다. 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오늘 "말문이 막혀 말이 나오지 않는다. 이런 일당독재 국가는 없다"면서 "장내외 투쟁을 병행하겠다"고 말했습니다.

■ '장외 정치' 않는다던 통합당…두 달 만에 상황 반전

"민주당이 상임위 모두를 가져갔어도 우리는 장외투쟁하지 않고, 국회 안에서 치열하게 싸우겠습니다. 국회에서 활동하는 것만큼 효과적인 투쟁은 없습니다."
- 지난달 30일, 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

주호영 원내대표는 취임 이후 줄곧 장외집회는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지난달 민주당이 국회의장과 전 상임위원회 위원장 선출을 밀어붙였을 때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대신 "상임위에 복귀해 법안과 정책으로 싸우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막상 상임위에서 무기력하게 밀려나자, 강경투쟁 카드를 꺼내 든 것으로 보입니다. 상임위 항의, 퇴장, 기자회견 정도로는 176석 거대 여당을 견제할 수 없다는 걸 몸으로 '체험'했기 때문입니다.

통합당 4선 홍문표 의원은 오늘 의원총회에서 "깨지고 부서지고 수모를 당하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 이대로 침묵을 지키고 있을 때가 아니다"라며 "이 울분을 모아서 현수막이라도 걸고, 안 되면 지역에서 소규모 집회라도 해야 한다"고 발언했습니다.

3선인 조해진 의원도 "이렇게 4년을 살아야 한다면 4년 임기에 집착할 이유가 뭐가 있느냐"며 "헌정과 의회를 지키기 위해서 모든 것을 걸고 투쟁해야 할 시기가 시작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오늘(29일) 통합당 상임위원 항의장면오늘(29일) 통합당 상임위원 항의장면

■'황교안 시즌2 절대 안 돼'…자유한국당 어땠기에?

당 내부에선 장외 정치 방식을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기류가 지배적입니다. 집회 남발로 지지율 회복에 실패한 황교안 대표 시절 자유한국당 체제를 답습해선 안 된다는 겁니다.

지난해 자유한국당은 전국 각지에서 최소 41차례 장외 집회를 열었습니다. 4월 20일 첫 '거리 투쟁' 이후 한 달에 다섯 차례꼴로 집회가 열렸습니다. 황 전 대표의 단식농성과 당 의원들의 1인 시위 등은 제외하고서도 이 정도였습니다.

지난해 4월 자유한국당 집회(위), 지난해 12월 보수단체 국회난입(아래) 지난해 4월 자유한국당 집회(위), 지난해 12월 보수단체 국회난입(아래)

문제는 이른바 '태극기 부대'라고 불리는 강성 극우파와 거리 두기에 실패했다는 점입니다. 자유한국당이 집회를 열 때마다 '태극기 부대'가 합세했고, 급기야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 집회 트럭에 황 전 대표와 지도부가 올라 연설하는 상황까지 벌어졌습니다. 이는 당 비호감도 상승과 중도층 이탈의 결정적 계기가 됐습니다.

뚜렷한 성과 없는 장외 집회가 반복되자 피로감을 호소하는 여론도 강했습니다. 당내 여론도 우호적이지 않았습니다. 당시 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대표는 "장외투쟁은 시작할 때 이미 돌아갈 명분과 시기를 예측하고 나갔어야 한다. 야당의 장외투쟁은 참 어렵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 "집회만이 능사 아냐"…통합당의 현실적인 대안은?

통합당 내부에도 황교안 체제의 장외 집회는 실패했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습니다. 당 지도부에 장외정치 필요성을 제안한 5선 정진석 의원은 KBS에 "과거 방식은 탈피하고 효과적이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해야 한다. 태극기 세력과 같이하는 건 없다"면서 "당 내외 투쟁을 병행한다는 뜻"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합니다. 한 중진 의원은 "장외 투쟁이라는 말 자체가 맞지 않는 것 같다. '원외 투쟁'이 적절한 표현 아닌가"라고 말했습니다. 원내 투쟁을 소홀히 하는 것처럼 보여선 안 된다는 겁니다. 집회뿐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투쟁을 고민해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한 영남권 초선의원은 "지난해처럼 대규모 당원 집회는 불가능하다고 본다. 게다가 코로나 19 상황에서 잘못하면 역풍을 맞을 수 있지 않겠느냐"며 "결국은 원내에서 할 수 있는 게 없다면 각 지역에서 의원들이 열심히 사람들을 설득하는 수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고 했습니다. 오늘 의원총회에선 유튜브 여론전에 집중하자는 제안도 나왔는데, 큰 호응을 얻지는 못했다고 합니다.

통합당은 내일(30일) 오전 의원총회를 다시 열고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습니다. 당 안팎에선 의원들의 난상토론으로는 결론이 나기 어렵고, 결국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투쟁 방향과 방식을 결정하게 될 거라는 전망이 큽니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장외 정치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말을 아끼고 있습니다. 김 위원장은 오늘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의회가 제 기능을 할 수 없게 되면 자연스레 야당이 국회 밖에 있기 마련"이라며 "다른 방법이 없지 않으냐"고 했습니다. 여당을 효과적으로 견제하면서도 지지율을 잃지 않을 장외 전략 마련이, 지도부의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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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외’ 카드 꺼낸 통합당, ‘황교안 시즌2’ 피할 수 있을까?
    • 입력 2020-07-29 18:41:00
    • 수정2020-07-29 18:42:12
    취재K
결국, 미래통합당이 '장외' 카드를 꺼내 들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이 '임대차 3법' 처리를 강행하자 전면전을 선포한 겁니다. 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오늘 "말문이 막혀 말이 나오지 않는다. 이런 일당독재 국가는 없다"면서 "장내외 투쟁을 병행하겠다"고 말했습니다.

■ '장외 정치' 않는다던 통합당…두 달 만에 상황 반전

"민주당이 상임위 모두를 가져갔어도 우리는 장외투쟁하지 않고, 국회 안에서 치열하게 싸우겠습니다. 국회에서 활동하는 것만큼 효과적인 투쟁은 없습니다."
- 지난달 30일, 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

주호영 원내대표는 취임 이후 줄곧 장외집회는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지난달 민주당이 국회의장과 전 상임위원회 위원장 선출을 밀어붙였을 때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대신 "상임위에 복귀해 법안과 정책으로 싸우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막상 상임위에서 무기력하게 밀려나자, 강경투쟁 카드를 꺼내 든 것으로 보입니다. 상임위 항의, 퇴장, 기자회견 정도로는 176석 거대 여당을 견제할 수 없다는 걸 몸으로 '체험'했기 때문입니다.

통합당 4선 홍문표 의원은 오늘 의원총회에서 "깨지고 부서지고 수모를 당하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 이대로 침묵을 지키고 있을 때가 아니다"라며 "이 울분을 모아서 현수막이라도 걸고, 안 되면 지역에서 소규모 집회라도 해야 한다"고 발언했습니다.

3선인 조해진 의원도 "이렇게 4년을 살아야 한다면 4년 임기에 집착할 이유가 뭐가 있느냐"며 "헌정과 의회를 지키기 위해서 모든 것을 걸고 투쟁해야 할 시기가 시작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오늘(29일) 통합당 상임위원 항의장면
■'황교안 시즌2 절대 안 돼'…자유한국당 어땠기에?

당 내부에선 장외 정치 방식을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기류가 지배적입니다. 집회 남발로 지지율 회복에 실패한 황교안 대표 시절 자유한국당 체제를 답습해선 안 된다는 겁니다.

지난해 자유한국당은 전국 각지에서 최소 41차례 장외 집회를 열었습니다. 4월 20일 첫 '거리 투쟁' 이후 한 달에 다섯 차례꼴로 집회가 열렸습니다. 황 전 대표의 단식농성과 당 의원들의 1인 시위 등은 제외하고서도 이 정도였습니다.

지난해 4월 자유한국당 집회(위), 지난해 12월 보수단체 국회난입(아래)
문제는 이른바 '태극기 부대'라고 불리는 강성 극우파와 거리 두기에 실패했다는 점입니다. 자유한국당이 집회를 열 때마다 '태극기 부대'가 합세했고, 급기야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 집회 트럭에 황 전 대표와 지도부가 올라 연설하는 상황까지 벌어졌습니다. 이는 당 비호감도 상승과 중도층 이탈의 결정적 계기가 됐습니다.

뚜렷한 성과 없는 장외 집회가 반복되자 피로감을 호소하는 여론도 강했습니다. 당내 여론도 우호적이지 않았습니다. 당시 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대표는 "장외투쟁은 시작할 때 이미 돌아갈 명분과 시기를 예측하고 나갔어야 한다. 야당의 장외투쟁은 참 어렵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 "집회만이 능사 아냐"…통합당의 현실적인 대안은?

통합당 내부에도 황교안 체제의 장외 집회는 실패했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습니다. 당 지도부에 장외정치 필요성을 제안한 5선 정진석 의원은 KBS에 "과거 방식은 탈피하고 효과적이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해야 한다. 태극기 세력과 같이하는 건 없다"면서 "당 내외 투쟁을 병행한다는 뜻"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합니다. 한 중진 의원은 "장외 투쟁이라는 말 자체가 맞지 않는 것 같다. '원외 투쟁'이 적절한 표현 아닌가"라고 말했습니다. 원내 투쟁을 소홀히 하는 것처럼 보여선 안 된다는 겁니다. 집회뿐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투쟁을 고민해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한 영남권 초선의원은 "지난해처럼 대규모 당원 집회는 불가능하다고 본다. 게다가 코로나 19 상황에서 잘못하면 역풍을 맞을 수 있지 않겠느냐"며 "결국은 원내에서 할 수 있는 게 없다면 각 지역에서 의원들이 열심히 사람들을 설득하는 수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고 했습니다. 오늘 의원총회에선 유튜브 여론전에 집중하자는 제안도 나왔는데, 큰 호응을 얻지는 못했다고 합니다.

통합당은 내일(30일) 오전 의원총회를 다시 열고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습니다. 당 안팎에선 의원들의 난상토론으로는 결론이 나기 어렵고, 결국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투쟁 방향과 방식을 결정하게 될 거라는 전망이 큽니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장외 정치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말을 아끼고 있습니다. 김 위원장은 오늘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의회가 제 기능을 할 수 없게 되면 자연스레 야당이 국회 밖에 있기 마련"이라며 "다른 방법이 없지 않으냐"고 했습니다. 여당을 효과적으로 견제하면서도 지지율을 잃지 않을 장외 전략 마련이, 지도부의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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