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계권 삭제하면 ‘등짝 스매싱’은?…‘타임아웃’ 등 대안 많아

입력 2020.07.30 (05:37) 수정 2020.07.30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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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민법 915조 '친권자 징계권' 삭제 담은 정부안 곧 입법예고
'타임 아웃'·'긍정 강화'...전문가 '양육기술' 조언
일본선 정부가 '양육 가이드라인' 제시

"초안이 마련된 상태입니다, 이번 주 안으로 입안 보고가 마무리될 것으로 보입니다, 8월 초까지 입법예고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민법 915조' 국회 토론회, 징계권 조항 삭제부터 체벌 근절까지>라는 이름으로 열린 어제(29일) 토론회에서 가장 집중된 순간이었습니다. 법무부 측에서 민법 915조(징계권)를 삭제하는 안을 포함한 민법 개정안을 적극 준비 중이라는 내용입니다.

실제로 민법 915조는 "친권자는 그 자(자녀)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하여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다"고 나와 있습니다. 체벌에 대해 정당성을 부여하는 듯한 법 조항입니다. 이걸 삭제하는 정부 입법안이 조만간 나올 예정입니다.

■징계권 없어지면 엄마 '등짝 스매싱'도 처벌?

삭제한다면 현장에서는 분명히 혼란이 생길 것으로 보입니다. 당장 이런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엄마가 등짝 스매싱하면 처벌해야 하나요?'라는 식의 질문입니다. '등짝 스매싱'은 자녀 등을 부모가 퍽하고 때리는 행위를 부르는 요즘 은어입니다.

이런 질문에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만한 대답을 내놓기 어려울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가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는 권리'를 삭제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 중론입니다. 훈육을 빙자한 아동학대를 근절하기 위해서라도 손질이 불가피하다는 이유입니다.

강정은 사단법인 두루 변호사는 "부모와 자녀의 관계에 대한 관점을 바꿔야 한다"면서 "사건이 터질 때마다 급급히 처벌 강화, 예산 충원 등 사후적 조치만으론 학대를 근절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양육도 '기술'...전문가 조언은?

그럼 애를 어떻게 키우느냐는 말이 나올 수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2018 아동학대 주요통계'에 따르면 체벌 필요성에 '긍정적'이라고 답을 내놓은 국민 비율이 76.8%에 이르기 때문입니다. 이런 국민 인식을 개선하는 데 징계권 삭제가 디딤돌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는 겁니다.

김재원 서울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교수는 '미국소아청소년과학회'가 내놓은 2018년 정책성명서를 소개했습니다.

정책성명서에 따르면 12살 미만 어린이가 1년에 12번 이상, 그렇게 3년 이상 체벌을 겪는 '심한 체벌'을 받으면 전두엽 여러 영역에서 회백질의 부피가 감소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결국 인지기능, 즉 IQ가 떨어진다는 게 의학적으로 입증됐다는 설명입니다. 특히 '체벌이나 학대나 그 영향은 다른 게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김 교수는 "체벌과 학대의 경계가 분명하다고 생각하겠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면서 "근본적으로 체벌을 하지 않기로 결심하는 게 좋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타임아웃'·'긍정강화' 등 양육 기술을 소개했습니다.

'타임아웃'은 부적절한 행동을 했을 때 미리 정한 짧은 시간 동안 정해진 장소에서 혼자 생각할 시간을 주라는 방법이고, '긍정 강화'는 칭찬하고 보상을 줘서 좋은 행동을 유도하는 방법입니다. 한 마디로 '잘할 때는 관심 주고, 못할 때는 무시하라'는 양육법입니다.

■일본 양육 '가이드라인' 들춰보니

그래도 어렵습니다. 옆 나라 일본은 어떨까요. 아예 정부가 '양육 기술'까지 제시했습니다. 친권자의 체벌을 금지하는 개정 아동학대방지법이 올해 4월부터 시행되면서 후생노동성이 직접 공표한 양육 '가이드라인'입니다. <체벌 등에 의하지 않는 양육을 위한 가이드라인>이라는 제목을 갖고 있습니다.

집에서 나갈 시간이 돼도 자녀가 준비를 안 했다면 이렇게 해보랍니다. "나갈 시간이네, 이제 이 옷으로 갈아입어야지."라고 말해보고 그다음엔 "스스로 옷 잘 갈아입었네. 그럼 다음에는 가방을 가져오렴"이라고 해보라고 조언합니다. '준비'라는 단어로 포괄적인 지시를 하기보다는 쉬운 것부터 구체적으로 전하라는 내용입니다.

극히 일부만 전했지만, 아주 구체적인 일본 가이드라인을 봐도 양육이 쉽지는 않아 보입니다. 그래도 민법상 '징계권'이 삭제되면 이런 논의들이 활발히 나오길 기대합니다. 체벌 없이 어떻게 자녀를 양육할 수 있는지에 대한 상세하고 일상적인 고민에 대한 논의입니다. 어쩌면 이게 아동학대 근절의 출발점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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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징계권 삭제하면 ‘등짝 스매싱’은?…‘타임아웃’ 등 대안 많아
    • 입력 2020-07-30 05:37:26
    • 수정2020-07-30 05:45:26
    취재K
민법 915조 '친권자 징계권' 삭제 담은 정부안 곧 입법예고<br />'타임 아웃'·'긍정 강화'...전문가 '양육기술' 조언<br />일본선 정부가 '양육 가이드라인' 제시
"초안이 마련된 상태입니다, 이번 주 안으로 입안 보고가 마무리될 것으로 보입니다, 8월 초까지 입법예고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민법 915조' 국회 토론회, 징계권 조항 삭제부터 체벌 근절까지>라는 이름으로 열린 어제(29일) 토론회에서 가장 집중된 순간이었습니다. 법무부 측에서 민법 915조(징계권)를 삭제하는 안을 포함한 민법 개정안을 적극 준비 중이라는 내용입니다.

실제로 민법 915조는 "친권자는 그 자(자녀)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하여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다"고 나와 있습니다. 체벌에 대해 정당성을 부여하는 듯한 법 조항입니다. 이걸 삭제하는 정부 입법안이 조만간 나올 예정입니다.

■징계권 없어지면 엄마 '등짝 스매싱'도 처벌?

삭제한다면 현장에서는 분명히 혼란이 생길 것으로 보입니다. 당장 이런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엄마가 등짝 스매싱하면 처벌해야 하나요?'라는 식의 질문입니다. '등짝 스매싱'은 자녀 등을 부모가 퍽하고 때리는 행위를 부르는 요즘 은어입니다.

이런 질문에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만한 대답을 내놓기 어려울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가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는 권리'를 삭제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 중론입니다. 훈육을 빙자한 아동학대를 근절하기 위해서라도 손질이 불가피하다는 이유입니다.

강정은 사단법인 두루 변호사는 "부모와 자녀의 관계에 대한 관점을 바꿔야 한다"면서 "사건이 터질 때마다 급급히 처벌 강화, 예산 충원 등 사후적 조치만으론 학대를 근절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양육도 '기술'...전문가 조언은?

그럼 애를 어떻게 키우느냐는 말이 나올 수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2018 아동학대 주요통계'에 따르면 체벌 필요성에 '긍정적'이라고 답을 내놓은 국민 비율이 76.8%에 이르기 때문입니다. 이런 국민 인식을 개선하는 데 징계권 삭제가 디딤돌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는 겁니다.

김재원 서울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교수는 '미국소아청소년과학회'가 내놓은 2018년 정책성명서를 소개했습니다.

정책성명서에 따르면 12살 미만 어린이가 1년에 12번 이상, 그렇게 3년 이상 체벌을 겪는 '심한 체벌'을 받으면 전두엽 여러 영역에서 회백질의 부피가 감소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결국 인지기능, 즉 IQ가 떨어진다는 게 의학적으로 입증됐다는 설명입니다. 특히 '체벌이나 학대나 그 영향은 다른 게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김 교수는 "체벌과 학대의 경계가 분명하다고 생각하겠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면서 "근본적으로 체벌을 하지 않기로 결심하는 게 좋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타임아웃'·'긍정강화' 등 양육 기술을 소개했습니다.

'타임아웃'은 부적절한 행동을 했을 때 미리 정한 짧은 시간 동안 정해진 장소에서 혼자 생각할 시간을 주라는 방법이고, '긍정 강화'는 칭찬하고 보상을 줘서 좋은 행동을 유도하는 방법입니다. 한 마디로 '잘할 때는 관심 주고, 못할 때는 무시하라'는 양육법입니다.

■일본 양육 '가이드라인' 들춰보니

그래도 어렵습니다. 옆 나라 일본은 어떨까요. 아예 정부가 '양육 기술'까지 제시했습니다. 친권자의 체벌을 금지하는 개정 아동학대방지법이 올해 4월부터 시행되면서 후생노동성이 직접 공표한 양육 '가이드라인'입니다. <체벌 등에 의하지 않는 양육을 위한 가이드라인>이라는 제목을 갖고 있습니다.

집에서 나갈 시간이 돼도 자녀가 준비를 안 했다면 이렇게 해보랍니다. "나갈 시간이네, 이제 이 옷으로 갈아입어야지."라고 말해보고 그다음엔 "스스로 옷 잘 갈아입었네. 그럼 다음에는 가방을 가져오렴"이라고 해보라고 조언합니다. '준비'라는 단어로 포괄적인 지시를 하기보다는 쉬운 것부터 구체적으로 전하라는 내용입니다.

극히 일부만 전했지만, 아주 구체적인 일본 가이드라인을 봐도 양육이 쉽지는 않아 보입니다. 그래도 민법상 '징계권'이 삭제되면 이런 논의들이 활발히 나오길 기대합니다. 체벌 없이 어떻게 자녀를 양육할 수 있는지에 대한 상세하고 일상적인 고민에 대한 논의입니다. 어쩌면 이게 아동학대 근절의 출발점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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