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일’ 최장 장마 기록 경신…2100년에는 ‘제주 감귤’ 대신 ‘강원 감귤’?

입력 2020.07.30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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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게티이미지)(사진출처: 게티이미지)

2100년 11월 2일, 대한민국 제주도 주민 고길동 씨는 근처 과일가게에 들른다. 새콤달콤한 귤이 제철을 맞아 박스에 한가득 담긴 채 가게 앞에 진열돼 있다. 포장된 박스엔 '강릉 감귤작목반' 일곱 글자가 선명하다. 100년 전엔 '제주'와 '서귀포'를 두른 감귤 상자가 전국으로 팔려나갔단다.

"나 때는 말이야, 귤 안 사 먹었어. 다 누구네에서 수확한 것 나눠 먹었지." 몇십 년 전만 해도 제주도의 골목과 언덕에 듬성듬성 감귤나무가 보였고, 집 마당에 심긴 나무도 감귤나무가 흔했다는데. 할머니, 할아버지가 추억을 곱씹으며 하시는 옛말이, 사실 썩 와 닿진 않는다. 고 씨는 이날 수입 사과도 몇 알 골라 장바구니에 넣었다.

100년 뒤엔 '제주 감귤' 대신 '강원 감귤'…사과나무 사라질 듯

기후변화로 인해 100년 뒤엔 '제주 감귤'을 먹지 못하고, 한반도에서 사과나무가 자라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담긴 보고서가 나와 눈길을 끕니다.

환경부와 기상청은 논문 1,900여 편을 분석해 공동으로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20'을 지난 28일 펴냈습니다.

보고서는 최근 한반도의 기온과 강수 변동성이 전 지구적인 온난화 현상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전 지구 평균 지표온도가 1880년에서 2012년 사이에 0.85도 오를 동안, 우리나라는 1912년부터 2017년 동안 약 1.8도 상승했다고 썼습니다.

연구진들은 또 한국이 지금 수준으로 탄소 배출이 지속할 땐, 2100년까지 평균기온이 4.7도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제주도의 한 감귤 농장에서 농민들이 감귤을 수확하고 있다.제주도의 한 감귤 농장에서 농민들이 감귤을 수확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국내에서는 사과가 자라지 않고, 감귤의 한 종류인 '온주밀감'은 강원도까지 재배가 가능해질 전망입니다. 제주도는 기온이 지나치게 높아져, 2090년대에는 한라산 국립공원 내 산간 지역을 빼곤 사실상 감귤 재배가 불가능해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습니다.

이미 최근까지도 경기도와 충청도에서 황금향 등 만감류를 수 톤 수확하고 있는 농장들이 하나둘 언론을 통해 소개되고 있는데요. 이번 보고서는 온주밀감 재배 적지가 점차 늘어나 2030년대엔 전남 해안 지역을 중심으로 증가하고, 2060년대부터 제주 산간과 전남, 경남, 강원도 해안지역으로 점차 확대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100년 안에 벼·고추 수확도 줄어…폭염일수 3배 증가

농작물도 수확이 대폭 줄어듭니다. 벼는 25%, 고추는 89% 수확량이 급감합니다. 여름에 나던 옥수수는 10~20%, 감자도 30% 이상 줄어듭니다. 반면 양파는 생산량이 127~157%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보고서에는 2090년 우리나라 벚꽃의 개화시기도 현재보다 평균 11.2일 빨라지고, 2080년엔 전국적으로 소나무 숲 면적이 15%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습니다. 연구진은 또 폭염일수 역시 현재 연평균 10.1일에서 21세기 말엔 35. 5일로 많이 증가하며, 온도상승에 따라 각종 감염병도 늘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사진 출처: 게티이미지)(사진 출처: 게티이미지)

제주 '49일 中 29.5일 비'…사상 첫 '無 태풍 7월'까지?

이처럼 기후 변화가 주변 환경과 생태계, 인간의 삶에 불러올 다양한 변화가 예측되는 가운데, 제주 지역은 올해 유난히 길었던 장마가 끝나자마자 이틀 연속 폭염주의보가 내려지는 등 들쭉날쭉한 날씨를 보이고 있습니다. 제주의 열대야 일수도 기상관측이 이뤄진 1973년 이래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죠.

제주 지역은 지난달 10일 시작된 장마가 어제(28일)까지 49일간 이어지면서, 제주 지역의 역대 가장 긴 장마 기록을 갈아치웠습니다. 1998년 기록한 47일보다 이틀이 더 길어진 겁니다.

올해 첫 장맛비가 내린 시기도 평년보다 열흘가량 이른 데다 1973년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빨랐는데, 장마 기간 강수일수도 29. 5일로 역대 최장이었습니다.  기상청은 "북태평양 고기압이 확장하면서 장마전선을 밀어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면서 올해 장마가 길어졌다"고 분석했습니다.

장장 49일에 걸친 역대 최장 장마 기간에 이어, 올해 또 다른 기록을 깨뜨릴 가능성이 큰데요. 이번 달이 기상관측 이래 최초로 태풍 없는 7월이 될 전망입니다.

올해 현재까지 발생한 태풍은 단 2개로, 5월 12일 제1호 태풍 봉퐁과 6월 12일 제2호 태풍 누리 이후 북서태평양에서는 태풍이 하나도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이대로 7월 태풍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1951년 국내 태풍통계 사상 처음이 됩니다.

(사진 출처: 게티이미지)(사진 출처: 게티이미지)

30년간 7월 태풍 평균 3.6건 발생…1개꼴로 한반도 영향

기상청의 최근 30년간 태풍 발생현황 통계를 보면, 7월 평균 태풍 발생 건수는 3.6건으로, 이 중 1개꼴로 한반도에 영향을 준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지난해 7월에도 태풍 4개가 발생해 이 중 1개(제5호 다나스)가 우리나라로 향했고, 2017년에는 무려 태풍 8개가 발생해 이 중 2개가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앞서 소개한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에선 1970년대 이후 한반도 주변의 태풍 빈도와 강도가 증가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북태평양 고기압 때문에 태풍 발생 억제…이달 말 발생 가능성"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는 열대저기압 중에서 중심 부근 최대풍속이 초속 17m 이상인 것을 태풍이라고 부르는데요. 국가태풍센터에 따르면 올여름 태풍이 주로 발생하는 해역의 해수면 온도가 낮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예년보다 북태평양 고기압이 강한 탓에 공기의 대류 활동이 억제됐고, 적란운군 등 태풍을 발달시키는 재료들이 생겨나기 어려웠던 점이 이유로 꼽힙니다.

이달 중 태풍이 발생할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국가태풍센터 관계자는 "필리핀 인근 해상에서 저기압성 순환이 하나 생겼고, 이달 말쯤 남중국해 해상에서 태풍이 발달할 가능성이 보여 현재 감시 중"이라면서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적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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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9일’ 최장 장마 기록 경신…2100년에는 ‘제주 감귤’ 대신 ‘강원 감귤’?
    • 입력 2020-07-30 06:03:25
    취재K
(사진출처: 게티이미지)
2100년 11월 2일, 대한민국 제주도 주민 고길동 씨는 근처 과일가게에 들른다. 새콤달콤한 귤이 제철을 맞아 박스에 한가득 담긴 채 가게 앞에 진열돼 있다. 포장된 박스엔 '강릉 감귤작목반' 일곱 글자가 선명하다. 100년 전엔 '제주'와 '서귀포'를 두른 감귤 상자가 전국으로 팔려나갔단다.

"나 때는 말이야, 귤 안 사 먹었어. 다 누구네에서 수확한 것 나눠 먹었지." 몇십 년 전만 해도 제주도의 골목과 언덕에 듬성듬성 감귤나무가 보였고, 집 마당에 심긴 나무도 감귤나무가 흔했다는데. 할머니, 할아버지가 추억을 곱씹으며 하시는 옛말이, 사실 썩 와 닿진 않는다. 고 씨는 이날 수입 사과도 몇 알 골라 장바구니에 넣었다.

100년 뒤엔 '제주 감귤' 대신 '강원 감귤'…사과나무 사라질 듯

기후변화로 인해 100년 뒤엔 '제주 감귤'을 먹지 못하고, 한반도에서 사과나무가 자라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담긴 보고서가 나와 눈길을 끕니다.

환경부와 기상청은 논문 1,900여 편을 분석해 공동으로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20'을 지난 28일 펴냈습니다.

보고서는 최근 한반도의 기온과 강수 변동성이 전 지구적인 온난화 현상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전 지구 평균 지표온도가 1880년에서 2012년 사이에 0.85도 오를 동안, 우리나라는 1912년부터 2017년 동안 약 1.8도 상승했다고 썼습니다.

연구진들은 또 한국이 지금 수준으로 탄소 배출이 지속할 땐, 2100년까지 평균기온이 4.7도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제주도의 한 감귤 농장에서 농민들이 감귤을 수확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국내에서는 사과가 자라지 않고, 감귤의 한 종류인 '온주밀감'은 강원도까지 재배가 가능해질 전망입니다. 제주도는 기온이 지나치게 높아져, 2090년대에는 한라산 국립공원 내 산간 지역을 빼곤 사실상 감귤 재배가 불가능해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습니다.

이미 최근까지도 경기도와 충청도에서 황금향 등 만감류를 수 톤 수확하고 있는 농장들이 하나둘 언론을 통해 소개되고 있는데요. 이번 보고서는 온주밀감 재배 적지가 점차 늘어나 2030년대엔 전남 해안 지역을 중심으로 증가하고, 2060년대부터 제주 산간과 전남, 경남, 강원도 해안지역으로 점차 확대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100년 안에 벼·고추 수확도 줄어…폭염일수 3배 증가

농작물도 수확이 대폭 줄어듭니다. 벼는 25%, 고추는 89% 수확량이 급감합니다. 여름에 나던 옥수수는 10~20%, 감자도 30% 이상 줄어듭니다. 반면 양파는 생산량이 127~157%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보고서에는 2090년 우리나라 벚꽃의 개화시기도 현재보다 평균 11.2일 빨라지고, 2080년엔 전국적으로 소나무 숲 면적이 15%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습니다. 연구진은 또 폭염일수 역시 현재 연평균 10.1일에서 21세기 말엔 35. 5일로 많이 증가하며, 온도상승에 따라 각종 감염병도 늘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사진 출처: 게티이미지)
제주 '49일 中 29.5일 비'…사상 첫 '無 태풍 7월'까지?

이처럼 기후 변화가 주변 환경과 생태계, 인간의 삶에 불러올 다양한 변화가 예측되는 가운데, 제주 지역은 올해 유난히 길었던 장마가 끝나자마자 이틀 연속 폭염주의보가 내려지는 등 들쭉날쭉한 날씨를 보이고 있습니다. 제주의 열대야 일수도 기상관측이 이뤄진 1973년 이래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죠.

제주 지역은 지난달 10일 시작된 장마가 어제(28일)까지 49일간 이어지면서, 제주 지역의 역대 가장 긴 장마 기록을 갈아치웠습니다. 1998년 기록한 47일보다 이틀이 더 길어진 겁니다.

올해 첫 장맛비가 내린 시기도 평년보다 열흘가량 이른 데다 1973년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빨랐는데, 장마 기간 강수일수도 29. 5일로 역대 최장이었습니다.  기상청은 "북태평양 고기압이 확장하면서 장마전선을 밀어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면서 올해 장마가 길어졌다"고 분석했습니다.

장장 49일에 걸친 역대 최장 장마 기간에 이어, 올해 또 다른 기록을 깨뜨릴 가능성이 큰데요. 이번 달이 기상관측 이래 최초로 태풍 없는 7월이 될 전망입니다.

올해 현재까지 발생한 태풍은 단 2개로, 5월 12일 제1호 태풍 봉퐁과 6월 12일 제2호 태풍 누리 이후 북서태평양에서는 태풍이 하나도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이대로 7월 태풍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1951년 국내 태풍통계 사상 처음이 됩니다.

(사진 출처: 게티이미지)
30년간 7월 태풍 평균 3.6건 발생…1개꼴로 한반도 영향

기상청의 최근 30년간 태풍 발생현황 통계를 보면, 7월 평균 태풍 발생 건수는 3.6건으로, 이 중 1개꼴로 한반도에 영향을 준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지난해 7월에도 태풍 4개가 발생해 이 중 1개(제5호 다나스)가 우리나라로 향했고, 2017년에는 무려 태풍 8개가 발생해 이 중 2개가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앞서 소개한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에선 1970년대 이후 한반도 주변의 태풍 빈도와 강도가 증가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북태평양 고기압 때문에 태풍 발생 억제…이달 말 발생 가능성"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는 열대저기압 중에서 중심 부근 최대풍속이 초속 17m 이상인 것을 태풍이라고 부르는데요. 국가태풍센터에 따르면 올여름 태풍이 주로 발생하는 해역의 해수면 온도가 낮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예년보다 북태평양 고기압이 강한 탓에 공기의 대류 활동이 억제됐고, 적란운군 등 태풍을 발달시키는 재료들이 생겨나기 어려웠던 점이 이유로 꼽힙니다.

이달 중 태풍이 발생할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국가태풍센터 관계자는 "필리핀 인근 해상에서 저기압성 순환이 하나 생겼고, 이달 말쯤 남중국해 해상에서 태풍이 발달할 가능성이 보여 현재 감시 중"이라면서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적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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