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실수로 놓친 ‘나쁜 아빠’…“대책 마련하라” 경찰청장 고발

입력 2020.07.30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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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8천7백만 원의 양육비를 내지 않아 법원에서 '유치장 15일' 판결(감치)을 받은 남성이 경찰 실수로 풀려난 사건이 화제였습니다. 7살, 9살 두 아이의 엄마 이 모 씨가 넉 달간 잠복한 끝에 전남편 A 씨의 행방을 찾아 경찰에 신고했는데, 법원에서 온 등기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당직 경찰이 그대로 풀어준 일입니다.

[연관기사] 넉 달 잠복 끝에 직접 ‘배드 파더’ 잡았는데…‘실수’로 놓친 경찰

언론 보도와 이 씨의 청와대 국민 청원으로 사건이 공론화된 이후, 사건을 담당하는 부산 동부경찰서는 많은 인력을 동원해 A 씨의 집 근처에 잠복했습니다. 결국 A 씨는 스스로 경찰에 출석했고 현재 구치소에 구금돼 있습니다. 아이 엄마 이 씨는 "경찰에서 처음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서인지 노력을 많이 해 주었다"며 고마움을 표했습니다.

이런 우여곡절을 겪었는데도 이 씨는 스스로 '운이 좋은 편'이라고 말했습니다. "유치장 15일과 같은 감치 집행을 위해 경찰이 나서주는 건 정말 흔치 않은 일"이라며, "양육비 단체 회원들이 제 사건을 듣고 정말 놀라더라"는 겁니다.

■ 경찰청장 고발..."대책 마련하라"

이 씨가 검찰청을 찾은 것도 이 때문입니다. 운에 따라 해결되는 게 아닌, 믿고 맡길 수 있는 법 집행을 요구하기 위해서입니다. 이 씨는 오늘(30일) 오전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양육비해결모임(양해모)과 함께 경찰청장에 대해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장을 접수하고 기자회견을 진행했습니다.

이들은 "현재 감치 명령은 형사 처벌이 아닌 행정적 제재에 불과해 경찰이 양육비 미지급자를 형사사건 용의자를 수사하듯 강제로 수사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집행 기간 6개월 동안 감치 대상자가 도피해 붙잡히지 않으면 다시 재판부터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양육비 미지급자에 대한 법원의 감치 결정 후, 경찰에 집행장이 송달된 이후에도 감치 집행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현직 경찰들이 감치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하고, 때문에 실제적인 감치를 집행할 수 있도록 경찰이 감치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 "일선 경찰관 개인에 대한 처벌 원치 않아"

이들은 무엇보다 격무에 시달리는 일선 경찰관을 고발 대상으로 삼는 게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며, 고발의 형태이긴 하지만 누군가를 처벌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번에 실수를 한 경찰관도 누군가의 아빠이고 가장일 것이라며, 그에게 책임을 묻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대신 경찰청장을 고발 대상자로 적시했습니다. 사건을 담당한 이준영 변호사는 "이 사건의 경우 이미 유명무실한 것과 다름없는 양육비 미지급 감치를 일개 개인이 피나는 노력으로 실현 직전까지 만들었으나, 일선 공무원들의 실수로 놓쳤다는 점에서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면서, "감치 제도에 대한 가이드라인 하나 제정하지 않은 총체적 제도 미비가 문제의 본질"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상징적인 의미를 살펴 경찰청장을 고발 대상자로 해서, 양육비 제도 미비에 대한 고위 공무원들의 무책임과 무관심에 대한 처벌을 촉구한다는 겁니다.

■ "아이들과 함께해야 했던 시간 보상받고 싶어"

이 씨는 KBS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와서 보니 못 받은 양육비나 그동안 일을 못 한 것에 대한 손해보다는, 아이들과 함께할 수도 있었던 그 시간을 보상받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여러 달 동안 하루에도 몇 시간씩 혼자 전남편의 집 앞에서 숨어 있던 시간. 아이와 보내줄 시간을 포기하며 잠복하고 또 잠복한 날들을 생각하면 아직도 눈물이 난다며, 부디 양육자들이 양육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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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찰 실수로 놓친 ‘나쁜 아빠’…“대책 마련하라” 경찰청장 고발
    • 입력 2020-07-30 11:08:37
    취재K
지난주, 8천7백만 원의 양육비를 내지 않아 법원에서 '유치장 15일' 판결(감치)을 받은 남성이 경찰 실수로 풀려난 사건이 화제였습니다. 7살, 9살 두 아이의 엄마 이 모 씨가 넉 달간 잠복한 끝에 전남편 A 씨의 행방을 찾아 경찰에 신고했는데, 법원에서 온 등기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당직 경찰이 그대로 풀어준 일입니다.

[연관기사] 넉 달 잠복 끝에 직접 ‘배드 파더’ 잡았는데…‘실수’로 놓친 경찰

언론 보도와 이 씨의 청와대 국민 청원으로 사건이 공론화된 이후, 사건을 담당하는 부산 동부경찰서는 많은 인력을 동원해 A 씨의 집 근처에 잠복했습니다. 결국 A 씨는 스스로 경찰에 출석했고 현재 구치소에 구금돼 있습니다. 아이 엄마 이 씨는 "경찰에서 처음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서인지 노력을 많이 해 주었다"며 고마움을 표했습니다.

이런 우여곡절을 겪었는데도 이 씨는 스스로 '운이 좋은 편'이라고 말했습니다. "유치장 15일과 같은 감치 집행을 위해 경찰이 나서주는 건 정말 흔치 않은 일"이라며, "양육비 단체 회원들이 제 사건을 듣고 정말 놀라더라"는 겁니다.

■ 경찰청장 고발..."대책 마련하라"

이 씨가 검찰청을 찾은 것도 이 때문입니다. 운에 따라 해결되는 게 아닌, 믿고 맡길 수 있는 법 집행을 요구하기 위해서입니다. 이 씨는 오늘(30일) 오전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양육비해결모임(양해모)과 함께 경찰청장에 대해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장을 접수하고 기자회견을 진행했습니다.

이들은 "현재 감치 명령은 형사 처벌이 아닌 행정적 제재에 불과해 경찰이 양육비 미지급자를 형사사건 용의자를 수사하듯 강제로 수사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집행 기간 6개월 동안 감치 대상자가 도피해 붙잡히지 않으면 다시 재판부터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양육비 미지급자에 대한 법원의 감치 결정 후, 경찰에 집행장이 송달된 이후에도 감치 집행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현직 경찰들이 감치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하고, 때문에 실제적인 감치를 집행할 수 있도록 경찰이 감치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 "일선 경찰관 개인에 대한 처벌 원치 않아"

이들은 무엇보다 격무에 시달리는 일선 경찰관을 고발 대상으로 삼는 게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며, 고발의 형태이긴 하지만 누군가를 처벌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번에 실수를 한 경찰관도 누군가의 아빠이고 가장일 것이라며, 그에게 책임을 묻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대신 경찰청장을 고발 대상자로 적시했습니다. 사건을 담당한 이준영 변호사는 "이 사건의 경우 이미 유명무실한 것과 다름없는 양육비 미지급 감치를 일개 개인이 피나는 노력으로 실현 직전까지 만들었으나, 일선 공무원들의 실수로 놓쳤다는 점에서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면서, "감치 제도에 대한 가이드라인 하나 제정하지 않은 총체적 제도 미비가 문제의 본질"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상징적인 의미를 살펴 경찰청장을 고발 대상자로 해서, 양육비 제도 미비에 대한 고위 공무원들의 무책임과 무관심에 대한 처벌을 촉구한다는 겁니다.

■ "아이들과 함께해야 했던 시간 보상받고 싶어"

이 씨는 KBS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와서 보니 못 받은 양육비나 그동안 일을 못 한 것에 대한 손해보다는, 아이들과 함께할 수도 있었던 그 시간을 보상받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여러 달 동안 하루에도 몇 시간씩 혼자 전남편의 집 앞에서 숨어 있던 시간. 아이와 보내줄 시간을 포기하며 잠복하고 또 잠복한 날들을 생각하면 아직도 눈물이 난다며, 부디 양육자들이 양육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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