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K] 강남 중소형 “넷 중 하나는 임대물”…7·10대책 효과 아직 미미

입력 2020.07.30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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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상승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는 집값을 잡기 위해 22번째 대책을 지난 10일 내놨습니다. 7·10 부동산 대책의 핵심 내용 가운데 하나는 주택임대사업자 혜택의 대폭 축소였는데요.

4년 단기 임대는 새로 등록받지 않고, 8년 장기 임대는 아파트에 한해 폐지키로 했습니다. 등록 기한이 되면 자동 말소하고, 사업자의 자진 말소시 과태료는 물리지 않기로 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12월 12·13 대책의 하나로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을 내놓았습니다. 2021년까지 임대주택으로 등록하면 취득세와 재산세 등을 감면하는 등 혜택을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정부는 결국 2년여 만에 사실상 제도의 일부 중단을 선언한 셈입니다.

임대사업자에게 주는 혜택이 본래 취지와 달리, 투기성 다주택자들을 양산하고, 세금 회피 수단을 제공했다는 비판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임대사업자들이 "등록 말소 등을 진행하면 임대 물량이 아닌 일반 물량으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난 10일 브리핑에서 언급했습니다.

과연 7·10 대책 후 임대 사업자와 물량 변화는 어땠을까요?

우선 '똘똘한 한 채'의 대명사인 서울 강남구를 분석해봤습니다. KBS 데이터저널리즘팀과 팩트체크K팀은 공동으로 국토교통부 렌트홈 사이트에 등재된 강남 지역의 임대사업 등록 매물을 전수 조사했습니다.

임대사업자 등록 변동 '사실상 0'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서울 강남구의 아파트 가운데 전체 임대사업 등록 매물은 지난 28일 기준 7천 944세대로 조사됐습니다. 서울시와 강남구청의 자료를 보면 강남구의 아파트 세대수는 11만여 세대로, 강남구의 전체 아파트 가운데 7.2%가량이 임대 등록 매물이며 다주택자 소유인 셈입니다. 그렇다면, 아파트 임대사업자들은 7·10 대책 이후 어떤 변화를 보였을까요?

렌트홈에 등록된 강남 지역 전체 임대사업 등록 아파트 수의 변화를 엿새간(21~28일, 휴일 제외) 따져봤습니다. 임대사업자가 등록을 자진 말소하면 렌트홈 시스템에 하루 정도 시차를 두고 반영됩니다. 렌트홈 시스템 관계자는 "렌트홈 시스템에서 표출되는 사업자 등록 매물들은 현재까지는 임대 등록이 유지된 것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집계 결과 7천944세대 변화는 없었습니다. 해당 기간 동안 1, 2건 감소한 경우도 있었으나, 공동명의 등으로 등록 건수가 늘어나는 것으로 추정되는 경우가 발생해 전체 등록 건 수는 변동이 없었습니다. 임대에서 일반 물량으로 풀린 게 사실상 없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아직 7·10 대책 발표 이후 정책 효과를 검증할 충분한 시간이 지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현 상황으로 미뤄보자면, 정부의 바람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는 게 전문가의 평입니다.

강남 중소형 "넷 중 하나는 임대물"

그럼, 임대사업자 등록이 많은 아파트는 어디일까요?


강남구에서 임대사업자 보유 물량이 가장 많은 아파트는 개포동 성원 대치2단지로 나타났습니다. 뒤이어 수서동 까치마을, 대치동 은마아파트, 수서동 신동아아파트 순이었습니다.
이 밖에도 임대사업자 등록 매물이 많은 아파트로는 도곡렉슬(118세대, 3.9%), 역삼래미안(88세대, 8.4%), 수서 삼익(80세대, 12.4%), 청담 자이(79세대, 11.2%) 등으로 나타났습니다.
대체로 중소형 평수, 대규모 아파트단지에 임대사업자 매물이 집중됐습니다. 현재 강남 지역 중소형 아파트의 경우 단지에 따라 4세대 중 하나꼴인 전체 세대 가운데 20~29%가량이 임대사업자 매물로 집계됐습니다.

압구정 현대·대치 은마…'임대사업자' 막차 타고 '재건축'까지?


강남 재건축 추진 아파트 가운데 대표격인 압구정 현대와 대치 은마를 살펴봤습니다. 현대와 은마의 임대등록 매물은 전체 대비 각각 4.4%와 7.4%였습니다. 이 가운데 임대 의무 개시일이 2017년 이후인 매물들이 각각 전체 임대 등록 매물의 80% 가까이 차지했습니다. 해당 아파트 소유주들이 재건축 이행까지 아파트를 보유하면서 장기보유 특별공제와 같은 세제 혜택을 누릴 수 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특히 7·10 대책을 통해 제도 축소가 발표되고 해당 내용을 담은 법이 시행되기 전, 이른바 '막차'를 탄 매물들도 발견됐습니다.

압구정 현대는 이달 초 임대 매물 4건(4년 단기임대 2건·8년 장기임대 2건), 대치 은마도 비슷한 기간 2건(4년 단기임대 1건·8년 장기임대 1건)이 추가로 임대 등록돼 임대 의무 기간이 개시됐습니다. 7·10 이전의 임대사업자 등록제도가 '똘똘한' 강남 주택을 여러 채 보유하는 데 도움이 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셈입니다.

압구정 현대와 대치동 은마 외에도 현재 임대사업자 등록 매물은 개포 주공 5·6·7단지(6~7단지는 통합재건축 추진)는 216세대(전체 대비 7.4%), 도곡동 개포 한신 20세대(6.5%), 대치동 한보미도맨션 44세대(1.8%) 등으로 집계됐습니다.

임대사업자 매물 풀어낼 해법은?

분석 결과, 강남 지역의 경우 재건축 수혜로 인해 높은 시세 차익이 예상되는 아파트뿐만 아니라 대단지 위주의 실거주자 선호 아파트까지 매물이 묶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주택 임대 '폐업 신고'를 하면 일반 다주택자로 돌아가게 되는데, (세제) 혜택이 없어지기 때문에 정부가 임대사업자 자진 말소를 유도해도 해지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권대중 교수는 "7·10 대책이 임대사업자에게 타격을 준 것은 사실상 거의 없으며, 사업자 유지 시 매물은 임대 사업자끼리만 매각할 수 있기 때문에 매물 잠김 현상이 생긴다"고 덧붙였습니다.

결국, 정부의 당근과 채찍이 얼마나 작용할지 문젭니다. 매물 묶임에 대해 일시적 양도세 완화 등 대책을 권하거나 증여, 보유와 취득세 강화를 논하는 등 전문가들도 다양한 대책을 주장하지만 아직 이렇다 할 해법이 보이지 않는 실정입니다.

앞으로도 데이터 수집을 통해 다른 지역의 현황도 분석해보겠습니다.

※자료: 등록민간임대주택 렌트홈(지난 23일 기준), 아파트 세대수는 네이버 부동산 참조

데이터 수집·분석: 김명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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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7-30 12:02:23
    팩트체크K
정부는 상승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는 집값을 잡기 위해 22번째 대책을 지난 10일 내놨습니다. 7·10 부동산 대책의 핵심 내용 가운데 하나는 주택임대사업자 혜택의 대폭 축소였는데요.

4년 단기 임대는 새로 등록받지 않고, 8년 장기 임대는 아파트에 한해 폐지키로 했습니다. 등록 기한이 되면 자동 말소하고, 사업자의 자진 말소시 과태료는 물리지 않기로 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12월 12·13 대책의 하나로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을 내놓았습니다. 2021년까지 임대주택으로 등록하면 취득세와 재산세 등을 감면하는 등 혜택을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정부는 결국 2년여 만에 사실상 제도의 일부 중단을 선언한 셈입니다.

임대사업자에게 주는 혜택이 본래 취지와 달리, 투기성 다주택자들을 양산하고, 세금 회피 수단을 제공했다는 비판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임대사업자들이 "등록 말소 등을 진행하면 임대 물량이 아닌 일반 물량으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난 10일 브리핑에서 언급했습니다.

과연 7·10 대책 후 임대 사업자와 물량 변화는 어땠을까요?

우선 '똘똘한 한 채'의 대명사인 서울 강남구를 분석해봤습니다. KBS 데이터저널리즘팀과 팩트체크K팀은 공동으로 국토교통부 렌트홈 사이트에 등재된 강남 지역의 임대사업 등록 매물을 전수 조사했습니다.

임대사업자 등록 변동 '사실상 0'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서울 강남구의 아파트 가운데 전체 임대사업 등록 매물은 지난 28일 기준 7천 944세대로 조사됐습니다. 서울시와 강남구청의 자료를 보면 강남구의 아파트 세대수는 11만여 세대로, 강남구의 전체 아파트 가운데 7.2%가량이 임대 등록 매물이며 다주택자 소유인 셈입니다. 그렇다면, 아파트 임대사업자들은 7·10 대책 이후 어떤 변화를 보였을까요?

렌트홈에 등록된 강남 지역 전체 임대사업 등록 아파트 수의 변화를 엿새간(21~28일, 휴일 제외) 따져봤습니다. 임대사업자가 등록을 자진 말소하면 렌트홈 시스템에 하루 정도 시차를 두고 반영됩니다. 렌트홈 시스템 관계자는 "렌트홈 시스템에서 표출되는 사업자 등록 매물들은 현재까지는 임대 등록이 유지된 것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집계 결과 7천944세대 변화는 없었습니다. 해당 기간 동안 1, 2건 감소한 경우도 있었으나, 공동명의 등으로 등록 건수가 늘어나는 것으로 추정되는 경우가 발생해 전체 등록 건 수는 변동이 없었습니다. 임대에서 일반 물량으로 풀린 게 사실상 없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아직 7·10 대책 발표 이후 정책 효과를 검증할 충분한 시간이 지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현 상황으로 미뤄보자면, 정부의 바람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는 게 전문가의 평입니다.

강남 중소형 "넷 중 하나는 임대물"

그럼, 임대사업자 등록이 많은 아파트는 어디일까요?


강남구에서 임대사업자 보유 물량이 가장 많은 아파트는 개포동 성원 대치2단지로 나타났습니다. 뒤이어 수서동 까치마을, 대치동 은마아파트, 수서동 신동아아파트 순이었습니다.
이 밖에도 임대사업자 등록 매물이 많은 아파트로는 도곡렉슬(118세대, 3.9%), 역삼래미안(88세대, 8.4%), 수서 삼익(80세대, 12.4%), 청담 자이(79세대, 11.2%) 등으로 나타났습니다.
대체로 중소형 평수, 대규모 아파트단지에 임대사업자 매물이 집중됐습니다. 현재 강남 지역 중소형 아파트의 경우 단지에 따라 4세대 중 하나꼴인 전체 세대 가운데 20~29%가량이 임대사업자 매물로 집계됐습니다.

압구정 현대·대치 은마…'임대사업자' 막차 타고 '재건축'까지?


강남 재건축 추진 아파트 가운데 대표격인 압구정 현대와 대치 은마를 살펴봤습니다. 현대와 은마의 임대등록 매물은 전체 대비 각각 4.4%와 7.4%였습니다. 이 가운데 임대 의무 개시일이 2017년 이후인 매물들이 각각 전체 임대 등록 매물의 80% 가까이 차지했습니다. 해당 아파트 소유주들이 재건축 이행까지 아파트를 보유하면서 장기보유 특별공제와 같은 세제 혜택을 누릴 수 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특히 7·10 대책을 통해 제도 축소가 발표되고 해당 내용을 담은 법이 시행되기 전, 이른바 '막차'를 탄 매물들도 발견됐습니다.

압구정 현대는 이달 초 임대 매물 4건(4년 단기임대 2건·8년 장기임대 2건), 대치 은마도 비슷한 기간 2건(4년 단기임대 1건·8년 장기임대 1건)이 추가로 임대 등록돼 임대 의무 기간이 개시됐습니다. 7·10 이전의 임대사업자 등록제도가 '똘똘한' 강남 주택을 여러 채 보유하는 데 도움이 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셈입니다.

압구정 현대와 대치동 은마 외에도 현재 임대사업자 등록 매물은 개포 주공 5·6·7단지(6~7단지는 통합재건축 추진)는 216세대(전체 대비 7.4%), 도곡동 개포 한신 20세대(6.5%), 대치동 한보미도맨션 44세대(1.8%) 등으로 집계됐습니다.

임대사업자 매물 풀어낼 해법은?

분석 결과, 강남 지역의 경우 재건축 수혜로 인해 높은 시세 차익이 예상되는 아파트뿐만 아니라 대단지 위주의 실거주자 선호 아파트까지 매물이 묶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주택 임대 '폐업 신고'를 하면 일반 다주택자로 돌아가게 되는데, (세제) 혜택이 없어지기 때문에 정부가 임대사업자 자진 말소를 유도해도 해지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권대중 교수는 "7·10 대책이 임대사업자에게 타격을 준 것은 사실상 거의 없으며, 사업자 유지 시 매물은 임대 사업자끼리만 매각할 수 있기 때문에 매물 잠김 현상이 생긴다"고 덧붙였습니다.

결국, 정부의 당근과 채찍이 얼마나 작용할지 문젭니다. 매물 묶임에 대해 일시적 양도세 완화 등 대책을 권하거나 증여, 보유와 취득세 강화를 논하는 등 전문가들도 다양한 대책을 주장하지만 아직 이렇다 할 해법이 보이지 않는 실정입니다.

앞으로도 데이터 수집을 통해 다른 지역의 현황도 분석해보겠습니다.

※자료: 등록민간임대주택 렌트홈(지난 23일 기준), 아파트 세대수는 네이버 부동산 참조

데이터 수집·분석: 김명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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