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관 성추행’ 수사 협조 어려운 이유? ‘공관 불가침성’이 뭐길래

입력 2020.07.30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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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관 성추행' 의혹에 관심이 뜨겁습니다. 3년 전 뉴질랜드 대사관에서 불거진 이 사건은 25일 뉴질랜드 현지 언론의 보도로 다시 한번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 뒤 28일 한국과 뉴질랜드 정상 간 통화에서까지 언급되면서 연일 인기 검색어 순위를 오르내리는 중입니다. 현지 언론들이 가해자로 지목된 우리 외교관의 이름과 얼굴까지 공개하는 등 집중 보도에 나서면서, 의혹의 내용 또한 자세히 알려졌습니다.

(▶ 바로 가기 : [KBS 뉴스9] 정상통화서 언급된 ‘외교관 성추행’…“사실관계 확인할 것”)

이제 많은 사람이 궁금해하는 건 아마도 '왜 한국 정부가 수사 협조를 거부했는가'하는 점일 겁니다. 3년 만에 사안을 집중 조명한 뉴질랜드 '뉴스허브' 방송은 외교관 A 씨를 뉴질랜드로 돌아오게 하려는 노력이 헛수고로 끝났다며, 한국 정부가 협조를 거부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현장 검증이나 직원들에 대한 참고인 조사, 내부 CCTV를 확인하게 해 달라는 뉴질랜드 경찰의 수사 요청 역시 한국 대사관이 거부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대체 왜 그런 걸까요?

뉴질랜드 언론은 현장 검증과 대사관 CCTV 등에 대한 요청이 거부당했다고 보도했다. 25일 '뉴스허브'의 방송 화면 갈무리.뉴질랜드 언론은 현장 검증과 대사관 CCTV 등에 대한 요청이 거부당했다고 보도했다. 25일 '뉴스허브'의 방송 화면 갈무리.

공식적으로 우리 정부의 입장은 '뉴질랜드 측하고 소통하고 있다'는 겁니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뉴질랜드와 소통을 계속하고 있으며, 외교관 A 씨를 면책 특권으로 보호한 적도 없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외교 관계에 관한 빈 협약'(첨부 참조) 제29조가 규정하고 있는 외교관의 면책특권은 재임 기간 작동합니다.

경찰의 수사는 2018년 2월 A 씨가 뉴질랜드를 떠난 뒤에야 시작됐습니다. A 씨는 여전히 다른 나라에서 외교관으로 재직 중이지만, 더 이상 뉴질랜드의 민·형사 관할권에서 자유롭지는 못합니다. 다만 뉴질랜드가 범죄인 인도 요청을 해 오지 않은 이상, A 씨에게 강제로 조사를 받게 할 수도 없다는 게 외교부의 일관된 입장입니다.

그렇다면 CCTV 확인이나 현장 검증 등 현지 경찰의 요청이 모조리 거부당했다는 보도는 어떻게 된 걸까요? 여기에서 다시 한번 빈 협약이 등장합니다. 다만 항목이 조금 다른데요. '어떠한 형태의 체포 또는 구금도 당하지 아니한다', '접수국의 형사재판 관할권으로부터의 면제를 향유한다'라며 외교관의 특권을 설명해 놓은 대목이 아닌, 제22조와 제24조 등을 살펴봐야 합니다.

뉴질랜드 웰링턴에 있는 한국 대사관의 모습. '뉴스허브' 방송 화면 갈무리뉴질랜드 웰링턴에 있는 한국 대사관의 모습. '뉴스허브' 방송 화면 갈무리

해당 항목들은 바로 공관의 불가침성을 보장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대사관과 총영사관 등 각 나라(접수국)에 설치된 타 국가(파견국)의 공관 지역은 빈 협약에 따라 불가침성을 보장받습니다. '접수국의 관헌은 공관장의 동의 없이는 공관 지역에 들어가지 못한다.' '공관 지역과 동 지역 내에 있는 비품류 및 기타 재산과 공관의 수송수단은 수색, 징발, 차압 또는 강제집행으로부터 면제된다' 등의 내용이 여기 해당합니다.

이에 따라 대사관 내에 뉴질랜드 경찰이 들어와 CCTV를 확인한다든지, 현장 검증을 하는 일은 현실적으로 힘들어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는 여전히 높습니다. 성추행 혐의를 너무 가볍게 생각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거셉니다.

김인철 대변인은 오늘(30일) "정확한 사실관계를 토대로 이 사안이 해결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해 나가고 있다"면서, "(성 비위 문제에 대한) 무관용 원칙은 계속 지키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국제 망신'이라는 비판 속에, 교착 상태에 빠진 A 씨 관련 수사가 과연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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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교관 성추행’ 수사 협조 어려운 이유? ‘공관 불가침성’이 뭐길래
    • 입력 2020-07-30 15:42:01
    취재K
'외교관 성추행' 의혹에 관심이 뜨겁습니다. 3년 전 뉴질랜드 대사관에서 불거진 이 사건은 25일 뉴질랜드 현지 언론의 보도로 다시 한번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 뒤 28일 한국과 뉴질랜드 정상 간 통화에서까지 언급되면서 연일 인기 검색어 순위를 오르내리는 중입니다. 현지 언론들이 가해자로 지목된 우리 외교관의 이름과 얼굴까지 공개하는 등 집중 보도에 나서면서, 의혹의 내용 또한 자세히 알려졌습니다.

(▶ 바로 가기 : [KBS 뉴스9] 정상통화서 언급된 ‘외교관 성추행’…“사실관계 확인할 것”)

이제 많은 사람이 궁금해하는 건 아마도 '왜 한국 정부가 수사 협조를 거부했는가'하는 점일 겁니다. 3년 만에 사안을 집중 조명한 뉴질랜드 '뉴스허브' 방송은 외교관 A 씨를 뉴질랜드로 돌아오게 하려는 노력이 헛수고로 끝났다며, 한국 정부가 협조를 거부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현장 검증이나 직원들에 대한 참고인 조사, 내부 CCTV를 확인하게 해 달라는 뉴질랜드 경찰의 수사 요청 역시 한국 대사관이 거부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대체 왜 그런 걸까요?

뉴질랜드 언론은 현장 검증과 대사관 CCTV 등에 대한 요청이 거부당했다고 보도했다. 25일 '뉴스허브'의 방송 화면 갈무리.
공식적으로 우리 정부의 입장은 '뉴질랜드 측하고 소통하고 있다'는 겁니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뉴질랜드와 소통을 계속하고 있으며, 외교관 A 씨를 면책 특권으로 보호한 적도 없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외교 관계에 관한 빈 협약'(첨부 참조) 제29조가 규정하고 있는 외교관의 면책특권은 재임 기간 작동합니다.

경찰의 수사는 2018년 2월 A 씨가 뉴질랜드를 떠난 뒤에야 시작됐습니다. A 씨는 여전히 다른 나라에서 외교관으로 재직 중이지만, 더 이상 뉴질랜드의 민·형사 관할권에서 자유롭지는 못합니다. 다만 뉴질랜드가 범죄인 인도 요청을 해 오지 않은 이상, A 씨에게 강제로 조사를 받게 할 수도 없다는 게 외교부의 일관된 입장입니다.

그렇다면 CCTV 확인이나 현장 검증 등 현지 경찰의 요청이 모조리 거부당했다는 보도는 어떻게 된 걸까요? 여기에서 다시 한번 빈 협약이 등장합니다. 다만 항목이 조금 다른데요. '어떠한 형태의 체포 또는 구금도 당하지 아니한다', '접수국의 형사재판 관할권으로부터의 면제를 향유한다'라며 외교관의 특권을 설명해 놓은 대목이 아닌, 제22조와 제24조 등을 살펴봐야 합니다.

뉴질랜드 웰링턴에 있는 한국 대사관의 모습. '뉴스허브' 방송 화면 갈무리
해당 항목들은 바로 공관의 불가침성을 보장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대사관과 총영사관 등 각 나라(접수국)에 설치된 타 국가(파견국)의 공관 지역은 빈 협약에 따라 불가침성을 보장받습니다. '접수국의 관헌은 공관장의 동의 없이는 공관 지역에 들어가지 못한다.' '공관 지역과 동 지역 내에 있는 비품류 및 기타 재산과 공관의 수송수단은 수색, 징발, 차압 또는 강제집행으로부터 면제된다' 등의 내용이 여기 해당합니다.

이에 따라 대사관 내에 뉴질랜드 경찰이 들어와 CCTV를 확인한다든지, 현장 검증을 하는 일은 현실적으로 힘들어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는 여전히 높습니다. 성추행 혐의를 너무 가볍게 생각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거셉니다.

김인철 대변인은 오늘(30일) "정확한 사실관계를 토대로 이 사안이 해결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해 나가고 있다"면서, "(성 비위 문제에 대한) 무관용 원칙은 계속 지키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국제 망신'이라는 비판 속에, 교착 상태에 빠진 A 씨 관련 수사가 과연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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