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에 또 쓰레기 대란 오나?…한계에 다다른 재활용 업체

입력 2020.07.30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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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플라스틱 선별 업체 전경

폐플라스틱 선별 업체 전경

■ "이제 한계.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재활용 수거/선별 업체의 하소연

경기도 화성의 한 폐플라스틱 선별 업체.

마스크를 썼지만, 입구부터 코를 찌르는 악취가 느껴졌다.

야적장부터 작업장까지 폐플라스틱 뭉치와 거기서 나온 폐기물로 가득했다.

한쪽에서는 중장비가 쓰레기 더미를 퍼 올리고 있었고, 옆 선별장에서는 골라진 폐플라스틱이 아래 저장통으로 후드득 떨어지고 있었다.

"저기 떨어지는 것 보이죠. 저거 다 손으로 분류하는 거에요. 정말 별것이 다 나와요. 배설물도 나오고. 한번 직접 해보시면 아마 바로 구토가 나올 거에요."

이렇게 쓸만한 것을 골라내고 나면 정말 못 쓰는 폐기물이 남는다.

거둬들인 재활용 쓰레기의 30% 정도 된다는 데 업체는 이것을 다시 돈을 들여서 버려야 한다.

시장 상황이 좋을 때는 재활용품을 파는 돈으로 메꿀 수 있는데 코로나19와 저유가 때문에 쉽지 않다.

게다가 최근에는 폐기물 처리 비용도 증가 추세다.

"코로나 이전에도 힘들었는데 이제 재활용품 납품 가격이 40% 정도 하락하고 잘 팔리지도 않고…. 저희는 피라미드 제일 밑 단계라서 윗선인 재활용업체가 가격 내리면 내려야 하고, 그렇다고 손이 많이 가는 일인데 인원을 줄일 수도 없는 상황이에요. 한 달에 6~7천(만 원) 적자. 아무리 돈을 빌려도 버틸 수가 없어요. 업체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인데 빚이 있어서 (갚을 방법이 없어서) 문 닫을 능력도 안 돼요."

"버리지 못한 폐기물도 400톤이나 쌓여있어요. 돈을 더 줘도 폐기물을 받는 업체가 잘 안 받으니까 배출할 곳이 없어요."

■ "8월 1일부터 혼합 플라스틱 반입 시 처리비 부과"

한국자원수집운반협회 공문한국자원수집운반협회 공문

결국, 지난 2018년 '폐플라스틱 대란' 당시 앞장을 섰던 재활용 단체가 행동에 나섰다.

한국자원수집운반협회는 지난 13일 환경부와 서울시, 경기도, 인천시 등에 공문을 보내 "8월 1일부터 혼합 플라스틱 반입 시 처리비를 부과한다"고 통보했다.

재활용 업체들이 선별 뒤 남는 '잔재폐기물' 처리에 막대한 비용을 들이고 있는 데다 일방적인 단가 하락으로 업계 매출이 6개월 사이 절반 수준으로 감소하면서 더는 견디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경로 협회 중앙이사는 이달 초 수도권 등 전국 재활용 업체 대표 수십 명이 모인 회의 자리에서도 어려운 현실과 정부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고 전했다.

"애로사항과 의견을 수렴했어요. 매출이 줄어드는 와중에 고정적으로 나가는 인건비와 종말처리 비용이 제일 큰데 인건비가 낮아지지는 않잖아요. 도저히 더는 버틸 수 없다. 그런데 환경부는 수거를 거부하면 `과태료를 물린다, 영업정지시킨다`고 하니까 궁여지책으로 해결책을 찾은 것이 `그러면 선별장에 재활용 쓰레기 반입할 때 처리 비용 부과하겠다.`"

2년 전처럼 바로 전면적 행동에 나서지는 않겠지만, '쓰레기 대란'이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선별장에서 비용을 부과하면 수집 운반하는 분들이 아파트 주민들과 협의하겠죠. 수집 업체도 예를 들어 수입 발생이 되지 않으면 수거 거부가 아니고 포기하는 거죠. 그런 사태는 올 수 있다고 봅니다."

"2018년에는 폐플라스틱 한 종류만 가지고도 대란이 왔는데 이번에는 재활용품 7가지 가운데 (종이류를 제외한) 6가지가 문제가 심각하거든요. 그때보다 더 큰 혼란이 오지 않을까 염려스럽습니다."

■ 2년 전과 뭐가 달라졌나…반복될 수밖에 없는 '쓰레기 위기'

환경부 보도자료환경부 보도자료

사실 재활용 쓰레기 위기는 올해 초부터 거의 반년 가까이 계속됐다.

정부도 심각성을 잘 알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 17일 보도자료를 내고 "재활용품목 가격 하락으로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다며 "지원 대책 확대"를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그동안에도 폐플라스틱 공공비축 등 나름의 고심 끝에 대책도 많이 내놓았는데 '쓰레기 대란'을 막고 있는 핵심은 다름 아닌 이 부분이다.

"일부 업체의 수거 거부·선동·담합행위 등 국민 생활 불편 초래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

정부가 '온몸으로 막고 있는' 모양새.

협회가 바로 행동에 나서지 못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인데 이것을 정말 해결책이라고 불러줘야 할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

2018년 폐플라스틱 대란 당시 뉴스9 보도2018년 폐플라스틱 대란 당시 뉴스9 보도


[연관기사] [뉴스9] “폐플라스틱 수거 못 해”…대책 불구 이틀째 혼란 계속 (2018.4.2)
http://news.kbs.co.kr/news/view.do?ncd=3628194

기자는 지난 2018년 당시 '폐플라스틱 대란'을 취재했었다.

그리고 정말 오랜만에 관련 내용을 취재한 것인데 근본적으로 바뀐 것이 별로 없다는 게 정말 놀랍기도 하고 절망스럽기도 했다.

일본 등 일부 선진국처럼 우리는 재활용 쓰레기를 공공수거하지 않고 이른바 '시장경제'에 맡기고 있다.

재활용 업체가 쓰레기를 돈을 주고 사서 거기서 돈이 되는 재활용품을 분류해 비용을 벌충하는 방식이다.

시장 상황이 허락한다면 굉장히 좋은 방법이지만, 재활용 시장은 내·외부 요인에 굉장히 취약하다.

주기적으로 위기가 찾아올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예를 들어 지금 유일하게 상황이 좋다는 '폐종이'도 불과 6개월 전에는 중국의 수입 감축으로 인한 가격 하락에 재활용업체들이 수거 거부 직전까지 가기도 했다.

게다가 일선 수거/선별 업체의 상당수가 여전히 무허가일 정도로 재활용 업계는 영세한 분야라 당연히 위기에 더욱 취약할 수밖에 없다.

전면적인 공공 수거 도입 등 근본적인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한 이유다.

8월에 당장 정말 위기가 올지 안 올지 아직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재활용 업체가 더 이기적인 걸까? 아니면 정부가 무책임한 걸까?' 같은 논쟁으로 허송세월을 계속하는 한 우리 밑에서 돌아가는 '쓰레기 시한폭탄'을 멈출 방법은 없다.

[연관기사] [뉴스9 경인] ‘막다른 골목’ 재활용 업체…“8월 재활용 비용 부과” (2020.7.29.)
http://news.kbs.co.kr/news/view.do?ncd=4505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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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월에 또 쓰레기 대란 오나?…한계에 다다른 재활용 업체
    • 입력 2020-07-30 15:46:18
    취재K

폐플라스틱 선별 업체 전경

■ "이제 한계.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재활용 수거/선별 업체의 하소연

경기도 화성의 한 폐플라스틱 선별 업체.

마스크를 썼지만, 입구부터 코를 찌르는 악취가 느껴졌다.

야적장부터 작업장까지 폐플라스틱 뭉치와 거기서 나온 폐기물로 가득했다.

한쪽에서는 중장비가 쓰레기 더미를 퍼 올리고 있었고, 옆 선별장에서는 골라진 폐플라스틱이 아래 저장통으로 후드득 떨어지고 있었다.

"저기 떨어지는 것 보이죠. 저거 다 손으로 분류하는 거에요. 정말 별것이 다 나와요. 배설물도 나오고. 한번 직접 해보시면 아마 바로 구토가 나올 거에요."

이렇게 쓸만한 것을 골라내고 나면 정말 못 쓰는 폐기물이 남는다.

거둬들인 재활용 쓰레기의 30% 정도 된다는 데 업체는 이것을 다시 돈을 들여서 버려야 한다.

시장 상황이 좋을 때는 재활용품을 파는 돈으로 메꿀 수 있는데 코로나19와 저유가 때문에 쉽지 않다.

게다가 최근에는 폐기물 처리 비용도 증가 추세다.

"코로나 이전에도 힘들었는데 이제 재활용품 납품 가격이 40% 정도 하락하고 잘 팔리지도 않고…. 저희는 피라미드 제일 밑 단계라서 윗선인 재활용업체가 가격 내리면 내려야 하고, 그렇다고 손이 많이 가는 일인데 인원을 줄일 수도 없는 상황이에요. 한 달에 6~7천(만 원) 적자. 아무리 돈을 빌려도 버틸 수가 없어요. 업체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인데 빚이 있어서 (갚을 방법이 없어서) 문 닫을 능력도 안 돼요."

"버리지 못한 폐기물도 400톤이나 쌓여있어요. 돈을 더 줘도 폐기물을 받는 업체가 잘 안 받으니까 배출할 곳이 없어요."

■ "8월 1일부터 혼합 플라스틱 반입 시 처리비 부과"

한국자원수집운반협회 공문
결국, 지난 2018년 '폐플라스틱 대란' 당시 앞장을 섰던 재활용 단체가 행동에 나섰다.

한국자원수집운반협회는 지난 13일 환경부와 서울시, 경기도, 인천시 등에 공문을 보내 "8월 1일부터 혼합 플라스틱 반입 시 처리비를 부과한다"고 통보했다.

재활용 업체들이 선별 뒤 남는 '잔재폐기물' 처리에 막대한 비용을 들이고 있는 데다 일방적인 단가 하락으로 업계 매출이 6개월 사이 절반 수준으로 감소하면서 더는 견디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경로 협회 중앙이사는 이달 초 수도권 등 전국 재활용 업체 대표 수십 명이 모인 회의 자리에서도 어려운 현실과 정부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고 전했다.

"애로사항과 의견을 수렴했어요. 매출이 줄어드는 와중에 고정적으로 나가는 인건비와 종말처리 비용이 제일 큰데 인건비가 낮아지지는 않잖아요. 도저히 더는 버틸 수 없다. 그런데 환경부는 수거를 거부하면 `과태료를 물린다, 영업정지시킨다`고 하니까 궁여지책으로 해결책을 찾은 것이 `그러면 선별장에 재활용 쓰레기 반입할 때 처리 비용 부과하겠다.`"

2년 전처럼 바로 전면적 행동에 나서지는 않겠지만, '쓰레기 대란'이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선별장에서 비용을 부과하면 수집 운반하는 분들이 아파트 주민들과 협의하겠죠. 수집 업체도 예를 들어 수입 발생이 되지 않으면 수거 거부가 아니고 포기하는 거죠. 그런 사태는 올 수 있다고 봅니다."

"2018년에는 폐플라스틱 한 종류만 가지고도 대란이 왔는데 이번에는 재활용품 7가지 가운데 (종이류를 제외한) 6가지가 문제가 심각하거든요. 그때보다 더 큰 혼란이 오지 않을까 염려스럽습니다."

■ 2년 전과 뭐가 달라졌나…반복될 수밖에 없는 '쓰레기 위기'

환경부 보도자료
사실 재활용 쓰레기 위기는 올해 초부터 거의 반년 가까이 계속됐다.

정부도 심각성을 잘 알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 17일 보도자료를 내고 "재활용품목 가격 하락으로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다며 "지원 대책 확대"를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그동안에도 폐플라스틱 공공비축 등 나름의 고심 끝에 대책도 많이 내놓았는데 '쓰레기 대란'을 막고 있는 핵심은 다름 아닌 이 부분이다.

"일부 업체의 수거 거부·선동·담합행위 등 국민 생활 불편 초래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

정부가 '온몸으로 막고 있는' 모양새.

협회가 바로 행동에 나서지 못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인데 이것을 정말 해결책이라고 불러줘야 할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

2018년 폐플라스틱 대란 당시 뉴스9 보도

[연관기사] [뉴스9] “폐플라스틱 수거 못 해”…대책 불구 이틀째 혼란 계속 (2018.4.2)
http://news.kbs.co.kr/news/view.do?ncd=3628194

기자는 지난 2018년 당시 '폐플라스틱 대란'을 취재했었다.

그리고 정말 오랜만에 관련 내용을 취재한 것인데 근본적으로 바뀐 것이 별로 없다는 게 정말 놀랍기도 하고 절망스럽기도 했다.

일본 등 일부 선진국처럼 우리는 재활용 쓰레기를 공공수거하지 않고 이른바 '시장경제'에 맡기고 있다.

재활용 업체가 쓰레기를 돈을 주고 사서 거기서 돈이 되는 재활용품을 분류해 비용을 벌충하는 방식이다.

시장 상황이 허락한다면 굉장히 좋은 방법이지만, 재활용 시장은 내·외부 요인에 굉장히 취약하다.

주기적으로 위기가 찾아올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예를 들어 지금 유일하게 상황이 좋다는 '폐종이'도 불과 6개월 전에는 중국의 수입 감축으로 인한 가격 하락에 재활용업체들이 수거 거부 직전까지 가기도 했다.

게다가 일선 수거/선별 업체의 상당수가 여전히 무허가일 정도로 재활용 업계는 영세한 분야라 당연히 위기에 더욱 취약할 수밖에 없다.

전면적인 공공 수거 도입 등 근본적인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한 이유다.

8월에 당장 정말 위기가 올지 안 올지 아직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재활용 업체가 더 이기적인 걸까? 아니면 정부가 무책임한 걸까?' 같은 논쟁으로 허송세월을 계속하는 한 우리 밑에서 돌아가는 '쓰레기 시한폭탄'을 멈출 방법은 없다.

[연관기사] [뉴스9 경인] ‘막다른 골목’ 재활용 업체…“8월 재활용 비용 부과” (2020.7.29.)
http://news.kbs.co.kr/news/view.do?ncd=4505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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