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기획/부산 ‘물난리’]③ 밀물 겹친 폭우…감당 못한 부산 하수관…노후관이 문제

입력 2020.07.30 (16:13) 수정 2020.08.03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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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홀에서 쉴 새 없이 솟구치는 물 때문에 승용차가 오도 가도 못 합니다. 지난 23일 부산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을 당시 부산 수영구 수영교차로입니다. 예상치 못한 폭우에 부산지역 대부분 도로는 물에 잠겨 마비됐습니다. 무릎 높이까지 들어찬 빗물에 차량 침수도 잇따랐습니다.


시간당 80mm 빗물 감당 못 한 부산 하수관

'역대급' 폭우에 밀물까지 겹쳐 피해가 컸다지만 무엇보다 부산의 하수도관이 제 역할을 못 했습니다. 하수도관은 폭우가 쏟아질 때 빗물을 인근 하천 등으로 흘려보내는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이날 대부분 하수도관은 역류했고 피해는 더욱 커졌습니다.

사실 부산지역 하수도관은 시간당 96.8mm의 폭우가 쏟아져도 이를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설계됐습니다. 지난 30년간 내린 비 중 가장 많은 비를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만드는 겁니다. 당시 부산에는 시간당 최대 80mm 정도의 빗물이 쏟아졌습니다. 하지만 부산지역 하수관은 이 빗물을 감당하지 못하고 곳곳에서 넘쳤습니다. 그나마 2016년 이후 만들어진 하수관의 설계용량이 이 정도. 그 전에 설계된 하수관은 시간당 70mm 정도의 빗물만 감당할 수 있습니다.


하수관 65%, 매립된 지 20년 된 노후관

부산 하수관의 전체 길이는 9,215km에 이릅니다. 그런데 이 중 18%인 1,617km 정도만 최근 10년 이내에 매립된 하수관입니다. 20년 이상 된 하수관이 65%가량이고 30년 이상 된 하수관도 58%나 됩니다. 그래서 지난 23일 내린 시간당 80mm 정도의 빗물을 감당하지 못했습니다. 지하도로 침수사고나 하천 범람이 발생한 부산 동구를 비롯한 원도심에는 대부분 노후화된 하수관이 많았고 이 때문에 비 피해가 컸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부산시는 매년 노후 하수관로를 정비하고 있지만, 이를 새로 교체하기보다는 파손된 부분을 보수하는 수준에 그칩니다. 부산시 관계자는 "1천km가량을 보수하는 데 9천억 원가량의 예산이 든다"며 노후화된 하수도관을 지름이 넓은 새 하수도관으로 바꾸기는 사실상 어렵다고 말합니다.


바다 인접한 부산, 밀물 땐 피해 더 커져

특히 바다에 인접한 부산은 밀물과 집중호우 시간이 겹칠 땐 비 피해가 더욱 커집니다. 쏟아진 빗물은 하수도관을 통해 주변 하천 등으로 분산되는데, 하천 수위보다 하수관이 매립된 높이가 낮아 빗물이 역류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주 내린 폭우 때도 밑물 시간과 집중 호우 시간이 겹치면서 바닷가에 인접한 지역의 비 피해가 컸습니다.


"상습침수지역 우선 하수관 넓히고 종합 대책 세워야"

전문가들은 지구 온난화로 바다 수위가 점점 높아지고 있고 국지성 호우도 빈발하는 만큼 폭우로 인한 침수 피해가 더 자주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부산에서 침수피해는 매번 비슷한 곳에서 발생한다며 이 지역을 중심으로 침수에 대비한 종합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침수피해가 자주 일어나는 지역을 중심으로 우선 예산을 투입해 하수관을 넓히고 밀물 때도 버틸 수 있도록 배수 펌프장이나 빗물 저류지 등을 설치해야 한다는 겁니다.

부산시는 내년 초 하수정비 기본계획을 수정해 하수관 설계용량을 넓히고 상습침수구역을 조사해 침수 피해를 막겠다는 계획입니다. 사실 매년 비 피해가 있을 때마다 정부는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장담하지만 실제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이번에도 허울 좋은 구호에만 그치지 않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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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난기획/부산 ‘물난리’]③ 밀물 겹친 폭우…감당 못한 부산 하수관…노후관이 문제
    • 입력 2020-07-30 16:13:41
    • 수정2020-08-03 17:21:33
    취재K
맨홀에서 쉴 새 없이 솟구치는 물 때문에 승용차가 오도 가도 못 합니다. 지난 23일 부산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을 당시 부산 수영구 수영교차로입니다. 예상치 못한 폭우에 부산지역 대부분 도로는 물에 잠겨 마비됐습니다. 무릎 높이까지 들어찬 빗물에 차량 침수도 잇따랐습니다.


시간당 80mm 빗물 감당 못 한 부산 하수관

'역대급' 폭우에 밀물까지 겹쳐 피해가 컸다지만 무엇보다 부산의 하수도관이 제 역할을 못 했습니다. 하수도관은 폭우가 쏟아질 때 빗물을 인근 하천 등으로 흘려보내는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이날 대부분 하수도관은 역류했고 피해는 더욱 커졌습니다.

사실 부산지역 하수도관은 시간당 96.8mm의 폭우가 쏟아져도 이를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설계됐습니다. 지난 30년간 내린 비 중 가장 많은 비를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만드는 겁니다. 당시 부산에는 시간당 최대 80mm 정도의 빗물이 쏟아졌습니다. 하지만 부산지역 하수관은 이 빗물을 감당하지 못하고 곳곳에서 넘쳤습니다. 그나마 2016년 이후 만들어진 하수관의 설계용량이 이 정도. 그 전에 설계된 하수관은 시간당 70mm 정도의 빗물만 감당할 수 있습니다.


하수관 65%, 매립된 지 20년 된 노후관

부산 하수관의 전체 길이는 9,215km에 이릅니다. 그런데 이 중 18%인 1,617km 정도만 최근 10년 이내에 매립된 하수관입니다. 20년 이상 된 하수관이 65%가량이고 30년 이상 된 하수관도 58%나 됩니다. 그래서 지난 23일 내린 시간당 80mm 정도의 빗물을 감당하지 못했습니다. 지하도로 침수사고나 하천 범람이 발생한 부산 동구를 비롯한 원도심에는 대부분 노후화된 하수관이 많았고 이 때문에 비 피해가 컸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부산시는 매년 노후 하수관로를 정비하고 있지만, 이를 새로 교체하기보다는 파손된 부분을 보수하는 수준에 그칩니다. 부산시 관계자는 "1천km가량을 보수하는 데 9천억 원가량의 예산이 든다"며 노후화된 하수도관을 지름이 넓은 새 하수도관으로 바꾸기는 사실상 어렵다고 말합니다.


바다 인접한 부산, 밀물 땐 피해 더 커져

특히 바다에 인접한 부산은 밀물과 집중호우 시간이 겹칠 땐 비 피해가 더욱 커집니다. 쏟아진 빗물은 하수도관을 통해 주변 하천 등으로 분산되는데, 하천 수위보다 하수관이 매립된 높이가 낮아 빗물이 역류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주 내린 폭우 때도 밑물 시간과 집중 호우 시간이 겹치면서 바닷가에 인접한 지역의 비 피해가 컸습니다.


"상습침수지역 우선 하수관 넓히고 종합 대책 세워야"

전문가들은 지구 온난화로 바다 수위가 점점 높아지고 있고 국지성 호우도 빈발하는 만큼 폭우로 인한 침수 피해가 더 자주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부산에서 침수피해는 매번 비슷한 곳에서 발생한다며 이 지역을 중심으로 침수에 대비한 종합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침수피해가 자주 일어나는 지역을 중심으로 우선 예산을 투입해 하수관을 넓히고 밀물 때도 버틸 수 있도록 배수 펌프장이나 빗물 저류지 등을 설치해야 한다는 겁니다.

부산시는 내년 초 하수정비 기본계획을 수정해 하수관 설계용량을 넓히고 상습침수구역을 조사해 침수 피해를 막겠다는 계획입니다. 사실 매년 비 피해가 있을 때마다 정부는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장담하지만 실제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이번에도 허울 좋은 구호에만 그치지 않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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