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1시에 설거지·청소해요”…남자 10명 중 6명은 ‘살림남’

입력 2020.07.30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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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살림하는 남자들’ 20년 변화상 보니…
남성 가사노동 비율 44.8%→ 60.8%
하루 가사노동 시간은 30분→48분
여성 위주 가사노동은 큰 틀에선 여전


두 아이를 둔 35살 직장인 문 모 씨는 퇴근 후 30~40분은 꼭 집안일을 한다. 오후 7시 30분에 퇴근해서 식사한 뒤 아이들과 놀아주고 11시부터는 집안일을 하는 시간이다.

문 씨는 "아내가 아이들을 재우는 사이에 좀 쉬다가 한 20분 정도 설거지를 한다"며 "간단한 청소와 분리수거에는 10~20분이 걸린다"고 말했다.

문 씨와 같은 '살림하는 남자들'이 늘고 있다. 살림을 전업으로 하는 남자들은 아직 적지만, 집안일을 결혼생활 일부로 생각하고 자신 몫의 가사노동을 하는 '살림남'은 지난 20년 동안 꾸준히 증가 추세다.

■살림남, 1999년 44.8%→2019년 60.8%

통계청이 오늘(30일) 발표한 '2019년 생활시간조사 결과'를 보면, 남자의 60.8%가 평일에 가사노동을 하는 거로 조사됐다.

이 비율은 생활시간조사가 처음 시작된 1999년에는 44.8%였다. 조사는 5년 단위로 이뤄졌는데 2004년에는 46.7%, 2009년에는 51.8%, 2014년에는 52.6%로 해마다 늘었다. 특히 2019년에는 직전 조사인 2014년보다 8.4%포인트나 늘어 증가 폭이 역대 최대였다.

토요일에 집안일을 하는 남자는 1999년 47.5%에서 2004년 54.9%, 2009년 63.2%, 2014년 62.1%, 2019년 70%로 증가 추세다. 일요일 역시 1999년 56.2%에서 2019년 72.5%로 늘었다.


■평일 집안일 시간 하루 30분→48분

가사노동을 하는 남자들이 늘다 보니, 남자의 가사노동 시간도 증가했다.

평일 기준으로 남자의 하루 가사노동 시간은 1999년에는 30분이었다. 2004년에는 31분, 2009년에는 35분, 2014년에는 39분으로 늘었고, 2019년에는 48분이 됐다. 5년 만에 9분이 늘어나 증가 폭이 역대 최대였다.

토요일에는 남자의 하루 가사노동 시간이 1999년 35분에서 2019년 1시간 17분으로 20년 만에 2배 이상 늘었다. 일요일은 1999년 47분에서 2019년 1시간 18분으로 증가했다.

강유경 통계청 사회통계기획과장은 "남자는 일, 여자는 가정이라는 남녀의 고정 성 역할에 대한 인식의 변화 그리고 아빠의 육아 참여 활성화 정책의 효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집안일 하는 여성은 꾸준히 90%대

'살림남'이 지난 20년 동안 계속 늘었지만, 그렇다고 가사노동하는 여성이 그만큼 줄어든 건 아니다.

평일 기준으로 집안일을 하는 여성은 1999년에 92.7%였다. 이 비율은 2004년 92%, 2009년 92.9%, 2014년 91.5%, 2019년 91.6%로 오르락내리락하며 91~92%대를 유지했다. 토요일은 93~94%대, 일요일은 93~95%대로 역시 큰 변화가 없었다.

다만, 여성의 가사노동 시간은 줄었다. 평일 기준 1999년에는 여성이 하루에 4시간 1분 가사노동을 했는데, 시간이 점점 줄어서 2019년에는 3시간 10분으로 줄었다.


■남녀 격차 줄고 성 인식도 변화

가사노동 시간이 남자는 늘고, 여자는 줄면서 남녀 격차도 감소했다.

1999년에는 평일 기준으로 가사노동 시간이 남자는 30분, 여자는 4시간 1분으로 격차가 3시간 31분이었다.

이 격차는 2004년에는 3시간 10분, 2009년에는 2시간 58분, 2014년에는 2시간 46분으로 줄더니, 2019년에는 2시간 22분으로 감소했다.

격차 감소 폭은 1999년에서 2004년은 21분, 2004년에서 2009년과 2009년에서 2014년은 각각 12분이었다. 2014년에서 2019년은 24분으로, 격차 감소 폭이 역대 최대였다.

'남자는 일, 여자는 가정'이라는 전통적인 남녀 역할분담 대한 생각도 변화가 눈에 띈다. 이러한 생각에 반대한다는 국민이 2004년에는 57.9%였는데, 2019년에는 72.8%로 늘었다.

앞서 살펴본 통계를 종합해서 보면, 집안일이 여자 위주로 이뤄지는 현실은 큰 틀에서는 달라지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20년 동안 살림남이 꾸준히 늘었고, 최근에 더 빠른 늘고 있는 점도 현실이다. 여기에 성 인식이 변화하는 것까지 고려하면, 누가 집안일을 하느냐를 가지고 왈가왈부하는 건 점점 진부한 일이 돼가고 있는 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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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밤 11시에 설거지·청소해요”…남자 10명 중 6명은 ‘살림남’
    • 입력 2020-07-30 17:02:33
    취재K
‘살림하는 남자들’ 20년 변화상 보니… <br />남성 가사노동 비율 44.8%→ 60.8% <br />하루 가사노동 시간은 30분→48분 <br />여성 위주 가사노동은 큰 틀에선 여전

두 아이를 둔 35살 직장인 문 모 씨는 퇴근 후 30~40분은 꼭 집안일을 한다. 오후 7시 30분에 퇴근해서 식사한 뒤 아이들과 놀아주고 11시부터는 집안일을 하는 시간이다.

문 씨는 "아내가 아이들을 재우는 사이에 좀 쉬다가 한 20분 정도 설거지를 한다"며 "간단한 청소와 분리수거에는 10~20분이 걸린다"고 말했다.

문 씨와 같은 '살림하는 남자들'이 늘고 있다. 살림을 전업으로 하는 남자들은 아직 적지만, 집안일을 결혼생활 일부로 생각하고 자신 몫의 가사노동을 하는 '살림남'은 지난 20년 동안 꾸준히 증가 추세다.

■살림남, 1999년 44.8%→2019년 60.8%

통계청이 오늘(30일) 발표한 '2019년 생활시간조사 결과'를 보면, 남자의 60.8%가 평일에 가사노동을 하는 거로 조사됐다.

이 비율은 생활시간조사가 처음 시작된 1999년에는 44.8%였다. 조사는 5년 단위로 이뤄졌는데 2004년에는 46.7%, 2009년에는 51.8%, 2014년에는 52.6%로 해마다 늘었다. 특히 2019년에는 직전 조사인 2014년보다 8.4%포인트나 늘어 증가 폭이 역대 최대였다.

토요일에 집안일을 하는 남자는 1999년 47.5%에서 2004년 54.9%, 2009년 63.2%, 2014년 62.1%, 2019년 70%로 증가 추세다. 일요일 역시 1999년 56.2%에서 2019년 72.5%로 늘었다.


■평일 집안일 시간 하루 30분→48분

가사노동을 하는 남자들이 늘다 보니, 남자의 가사노동 시간도 증가했다.

평일 기준으로 남자의 하루 가사노동 시간은 1999년에는 30분이었다. 2004년에는 31분, 2009년에는 35분, 2014년에는 39분으로 늘었고, 2019년에는 48분이 됐다. 5년 만에 9분이 늘어나 증가 폭이 역대 최대였다.

토요일에는 남자의 하루 가사노동 시간이 1999년 35분에서 2019년 1시간 17분으로 20년 만에 2배 이상 늘었다. 일요일은 1999년 47분에서 2019년 1시간 18분으로 증가했다.

강유경 통계청 사회통계기획과장은 "남자는 일, 여자는 가정이라는 남녀의 고정 성 역할에 대한 인식의 변화 그리고 아빠의 육아 참여 활성화 정책의 효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집안일 하는 여성은 꾸준히 90%대

'살림남'이 지난 20년 동안 계속 늘었지만, 그렇다고 가사노동하는 여성이 그만큼 줄어든 건 아니다.

평일 기준으로 집안일을 하는 여성은 1999년에 92.7%였다. 이 비율은 2004년 92%, 2009년 92.9%, 2014년 91.5%, 2019년 91.6%로 오르락내리락하며 91~92%대를 유지했다. 토요일은 93~94%대, 일요일은 93~95%대로 역시 큰 변화가 없었다.

다만, 여성의 가사노동 시간은 줄었다. 평일 기준 1999년에는 여성이 하루에 4시간 1분 가사노동을 했는데, 시간이 점점 줄어서 2019년에는 3시간 10분으로 줄었다.


■남녀 격차 줄고 성 인식도 변화

가사노동 시간이 남자는 늘고, 여자는 줄면서 남녀 격차도 감소했다.

1999년에는 평일 기준으로 가사노동 시간이 남자는 30분, 여자는 4시간 1분으로 격차가 3시간 31분이었다.

이 격차는 2004년에는 3시간 10분, 2009년에는 2시간 58분, 2014년에는 2시간 46분으로 줄더니, 2019년에는 2시간 22분으로 감소했다.

격차 감소 폭은 1999년에서 2004년은 21분, 2004년에서 2009년과 2009년에서 2014년은 각각 12분이었다. 2014년에서 2019년은 24분으로, 격차 감소 폭이 역대 최대였다.

'남자는 일, 여자는 가정'이라는 전통적인 남녀 역할분담 대한 생각도 변화가 눈에 띈다. 이러한 생각에 반대한다는 국민이 2004년에는 57.9%였는데, 2019년에는 72.8%로 늘었다.

앞서 살펴본 통계를 종합해서 보면, 집안일이 여자 위주로 이뤄지는 현실은 큰 틀에서는 달라지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20년 동안 살림남이 꾸준히 늘었고, 최근에 더 빠른 늘고 있는 점도 현실이다. 여기에 성 인식이 변화하는 것까지 고려하면, 누가 집안일을 하느냐를 가지고 왈가왈부하는 건 점점 진부한 일이 돼가고 있는 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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