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은 자의 상처]⑤ ‘상담사 없는’ 상담센터…반쪽 운영 우려

입력 2020.07.30 (19:55) 수정 2020.07.30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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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산재트라우마 기획보도 순서입니다. 

정부가 올해부터 산재 트라우마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겠다고 약속했지만,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는 보도 어제 전해드렸는데요. 

올해 초부터 전국 8곳에서 운영에 들어간 직업적 트라우마 상담센터의 운영실태를 살펴보니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하선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5월 광주 하남산단의 한 폐기물 재활용업체에서 청년노동자 故 김재순 씨가 파쇄기 작업을 하다 숨졌습니다. 

당시 사고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동료 노동자만 8명! 

하지만, 일부 직원이 사업주가 알선한 민간기관 심리상담을 받았을 뿐,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 심리상담은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정부 위탁 운영기관인 광주 직업적트라우마 상담센터가 개입한 건 사고 발생 2주가 흘러서였습니다. 

치료 상담도 광주센터가 아닌 대구센터 소속 상담사들이 광주에 출장와서 진행했습니다. 

당시 광주 센터에는 전문 상담심리사가 한 명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광주 직업적트라우마 상담센터 관계자/음성변조 : "준비가 안된 곳들은 대구센터의 도움을 받는 형식으로 운영되고 있어서, 저희도 인력이 채용이 되고, 준비가 되는대로 사업 정상화를 위해(노력하겠습니다)."]

광주 직업트라우마 상담센터는 이달 초에야 한 명의 상담심리사를 채용했습니다. 

이러다보니 지금까지 상담 실적은 단 한 건에 불과합니다. 

전국 8개 센터 가운데 광주와 경기도 부천 등 2곳이 개소 넉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상담 심리사 필수인력 2명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1년짜리 위탁운영' 이라는 한계 때문입니다. 

직업적트라우마 상담센터는 전국의 근로자건강센터 운영기관 가운데, 공모를 통해 1년 단위로 위탁운영 계약을 맺습니다. 

센터별 연간 운영비는 1억 2천만 원이고, 상담심리사들은 3월에서 12월까지 열 달 동안 한시적으로 채용되는 '계약직' 신분에 그치고 있습니다. 

[김미연/대구 직업적트라우마 상담센터 상담심리사 : "단기계약과 그런 부분에 있어서 사업이 끊김이 없이 연속성을 가지는게 우선은 필요할 것 같고요. 지금은 회복되시는 분들을 보면서 힘을 내고는 있어요. 그런데 개인적인 삶을 돌아봤을 때 저희의 고용부분이나 또 12월이 되면은 계약이 끝나겠다 이런 부분은 개인적인 삶에서는 불편함이 크죠."]

상담사들의 불안정한 신분도 문제지만, 위탁 공모기간인 1월과 2월에 산재 트라우마 상담이 전국적으로 중단되는 건 더 큰 문젭니다. 

지속성을 갖고 상담해야 하는 트라우마 치료의 특성을 간과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철갑/조선대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 "그 사람이 어느 정도 사회적으로 적응할 때까지 반복해서, 지속적으로 쭉 지지하고 관리해줄 수 있는 조직,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한데, 국가가, 정부가, 근로복지공단이 관심을 갖고 그런 시스템을 만들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정부가 산재 트라우마를 겪는 노동자들을 위해 상담센터를 설치했지만, 실효성있는 운영을 위해선 보완해야 할 과제가 적지않습니다.

KBS 뉴스 하선아입니다.

촬영기자:신한비/CG:김정현·김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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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살아남은 자의 상처]⑤ ‘상담사 없는’ 상담센터…반쪽 운영 우려
    • 입력 2020-07-30 19:55:54
    • 수정2020-07-30 19:57:46
    뉴스7(광주)
[앵커] 산재트라우마 기획보도 순서입니다.  정부가 올해부터 산재 트라우마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겠다고 약속했지만,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는 보도 어제 전해드렸는데요.  올해 초부터 전국 8곳에서 운영에 들어간 직업적 트라우마 상담센터의 운영실태를 살펴보니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하선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5월 광주 하남산단의 한 폐기물 재활용업체에서 청년노동자 故 김재순 씨가 파쇄기 작업을 하다 숨졌습니다.  당시 사고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동료 노동자만 8명!  하지만, 일부 직원이 사업주가 알선한 민간기관 심리상담을 받았을 뿐,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 심리상담은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정부 위탁 운영기관인 광주 직업적트라우마 상담센터가 개입한 건 사고 발생 2주가 흘러서였습니다.  치료 상담도 광주센터가 아닌 대구센터 소속 상담사들이 광주에 출장와서 진행했습니다.  당시 광주 센터에는 전문 상담심리사가 한 명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광주 직업적트라우마 상담센터 관계자/음성변조 : "준비가 안된 곳들은 대구센터의 도움을 받는 형식으로 운영되고 있어서, 저희도 인력이 채용이 되고, 준비가 되는대로 사업 정상화를 위해(노력하겠습니다)."] 광주 직업트라우마 상담센터는 이달 초에야 한 명의 상담심리사를 채용했습니다.  이러다보니 지금까지 상담 실적은 단 한 건에 불과합니다.  전국 8개 센터 가운데 광주와 경기도 부천 등 2곳이 개소 넉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상담 심리사 필수인력 2명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1년짜리 위탁운영' 이라는 한계 때문입니다.  직업적트라우마 상담센터는 전국의 근로자건강센터 운영기관 가운데, 공모를 통해 1년 단위로 위탁운영 계약을 맺습니다.  센터별 연간 운영비는 1억 2천만 원이고, 상담심리사들은 3월에서 12월까지 열 달 동안 한시적으로 채용되는 '계약직' 신분에 그치고 있습니다.  [김미연/대구 직업적트라우마 상담센터 상담심리사 : "단기계약과 그런 부분에 있어서 사업이 끊김이 없이 연속성을 가지는게 우선은 필요할 것 같고요. 지금은 회복되시는 분들을 보면서 힘을 내고는 있어요. 그런데 개인적인 삶을 돌아봤을 때 저희의 고용부분이나 또 12월이 되면은 계약이 끝나겠다 이런 부분은 개인적인 삶에서는 불편함이 크죠."] 상담사들의 불안정한 신분도 문제지만, 위탁 공모기간인 1월과 2월에 산재 트라우마 상담이 전국적으로 중단되는 건 더 큰 문젭니다.  지속성을 갖고 상담해야 하는 트라우마 치료의 특성을 간과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철갑/조선대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 "그 사람이 어느 정도 사회적으로 적응할 때까지 반복해서, 지속적으로 쭉 지지하고 관리해줄 수 있는 조직,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한데, 국가가, 정부가, 근로복지공단이 관심을 갖고 그런 시스템을 만들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정부가 산재 트라우마를 겪는 노동자들을 위해 상담센터를 설치했지만, 실효성있는 운영을 위해선 보완해야 할 과제가 적지않습니다. KBS 뉴스 하선아입니다. 촬영기자:신한비/CG:김정현·김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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