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하나은행 ‘OEM 펀드’ 의혹…펀드 돌려막기까지?

입력 2020.07.30 (21:41) 수정 2020.07.30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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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해부터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판매사인 은행의 잘못도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특히 하나은행이 판매한 헬스케어 펀드는 기획과 설계 단계부터 은행이 깊숙이 개입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이현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이탈리아 의료비 채권에 투자하는 '헬스케어' 펀드.

주로 하나은행이 팔았습니다.

1년 후 환매가 가능하다고 팔았는데, 현재 1천100억 원 이상이 묶여 있습니다.

[헬스케어 피해자/음성변조 : "이탈리아 정부가 망하지 않는 한 100% 상환된다, 100% 보장된다. 지금 이탈리아 정부 안 망했는데 이렇게 된 거예요."]

당초 '단기' 채권에 투자한다며 투자금을 모았는데, 실제로는 '장기' 채권에 투자했기 때문입니다.

하나은행은 "자신들은 판매만 했을 뿐"이라고 해명하지만, 헬스케어 펀드 운용사의 말은 다릅니다.

[자산운용사 관계자/음성변조 : "몇개 운용사를 대상으로 해서 이런 유사한 형태(헬스케어)의 상품을 하나 제안을 해 달라고 요청이 왔고…"]

펀드 만기를 13개월로 설정한 것도 운용사가 결정하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자산운용사 관계자/음성변조 : "판매 은행에서 그걸 어떻게 고객들한테 판매했는지는 저희는 잘 알 수는 없고…"]

펀드를 판매만 해야 하는 은행이 펀드 설계와 운용에 개입했다는 뜻입니다.

은행 내부 관계자도 일부 잘못을 인정합니다.

[하나은행 관계자/음성변조 : "은행으로서는 되게 아킬레스건이에요. 왜냐하면 그거(13개월 만기)는 운용사랑 관계가 없거든요. 상품 담당자가 자기가 그렇게 쓴 거예요."]

자본시장법상 사모펀드의 '설계'는 자산운용사가, 은행은 '판매'만 해야 합니다.

은행이 설계나 운용에 직접 개입하는 걸 이른바 'OEM 펀드'라고 부릅니다.

법으로 은행과 자산운용사 사이에 벽을 둔 건데, 이 벽이 허물어지면 소비자의 이익이 침해될 수 있습니다.

특히 금융시장에서 자산운용사보다 우월적 지위에 있는 은행이 상품 설계나 운용에 개입할 경우, 소비자보다 은행에 유리한 상품이 나올 수도 있는 겁니다.

OEM 펀드 의혹과 별개로 사모펀드 부실을 감추기 위해 은행이 돌려막기에 가담한 정황도 포착됐습니다.

하나은행이 2018년 1월에 판매한 '라임 헬스케어' 펀드.

만기보다 빨리 230억 원을 조기상환했습니다.

장기채권에 투자됐기 때문에 상환이 어려웠는데도 투자금을 전부 돌려준 겁니다.

그런데 조기 상환되기 직전, 하나은행은 새로 만들어진 또다른 헬스케어 펀드를 팔았습니다.

액수는 240억 원, 조기상환 펀드와 거의 같습니다.

[자산운용사 관계자/음성변조 : "하나은행에서 리파이낸싱을 하면서 이거를 조기상환을 하겠다고 했거든요? 신규자금 모집을 하고 환매자금을 맞춰주는 거죠."]

펀드 조기 상환이 어렵다는 사실을 사전에 알고, '돌려막기'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드는 대목입니다.

하나은행은 "펀드 운용에 관여할 권한이 없다"며 제기된 의혹을 부인했습니다.

헬스케어 펀드 담당 직원은 사태가 터진 후 은행을 그만뒀습니다.

[하나은행 관계자/음성변조 : "우리가 잡아왔어요, '너 이거 처음부터 알았지?' 우리가 물어봤대요. 자기도 처음엔 이럴 줄 몰랐다고 했대요."]

피해자들이 관련 사실을 검찰에 고소한 가운데, 금융감독원은 다음 달부터 하나은행에 대해 종합검사에 착수합니다.

KBS 뉴스 이현준입니다.

촬영기자:김태석/영상편집:김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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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하나은행 ‘OEM 펀드’ 의혹…펀드 돌려막기까지?
    • 입력 2020-07-30 21:43:39
    • 수정2020-07-30 22:0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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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해부터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판매사인 은행의 잘못도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특히 하나은행이 판매한 헬스케어 펀드는 기획과 설계 단계부터 은행이 깊숙이 개입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이현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이탈리아 의료비 채권에 투자하는 '헬스케어' 펀드.

주로 하나은행이 팔았습니다.

1년 후 환매가 가능하다고 팔았는데, 현재 1천100억 원 이상이 묶여 있습니다.

[헬스케어 피해자/음성변조 : "이탈리아 정부가 망하지 않는 한 100% 상환된다, 100% 보장된다. 지금 이탈리아 정부 안 망했는데 이렇게 된 거예요."]

당초 '단기' 채권에 투자한다며 투자금을 모았는데, 실제로는 '장기' 채권에 투자했기 때문입니다.

하나은행은 "자신들은 판매만 했을 뿐"이라고 해명하지만, 헬스케어 펀드 운용사의 말은 다릅니다.

[자산운용사 관계자/음성변조 : "몇개 운용사를 대상으로 해서 이런 유사한 형태(헬스케어)의 상품을 하나 제안을 해 달라고 요청이 왔고…"]

펀드 만기를 13개월로 설정한 것도 운용사가 결정하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자산운용사 관계자/음성변조 : "판매 은행에서 그걸 어떻게 고객들한테 판매했는지는 저희는 잘 알 수는 없고…"]

펀드를 판매만 해야 하는 은행이 펀드 설계와 운용에 개입했다는 뜻입니다.

은행 내부 관계자도 일부 잘못을 인정합니다.

[하나은행 관계자/음성변조 : "은행으로서는 되게 아킬레스건이에요. 왜냐하면 그거(13개월 만기)는 운용사랑 관계가 없거든요. 상품 담당자가 자기가 그렇게 쓴 거예요."]

자본시장법상 사모펀드의 '설계'는 자산운용사가, 은행은 '판매'만 해야 합니다.

은행이 설계나 운용에 직접 개입하는 걸 이른바 'OEM 펀드'라고 부릅니다.

법으로 은행과 자산운용사 사이에 벽을 둔 건데, 이 벽이 허물어지면 소비자의 이익이 침해될 수 있습니다.

특히 금융시장에서 자산운용사보다 우월적 지위에 있는 은행이 상품 설계나 운용에 개입할 경우, 소비자보다 은행에 유리한 상품이 나올 수도 있는 겁니다.

OEM 펀드 의혹과 별개로 사모펀드 부실을 감추기 위해 은행이 돌려막기에 가담한 정황도 포착됐습니다.

하나은행이 2018년 1월에 판매한 '라임 헬스케어' 펀드.

만기보다 빨리 230억 원을 조기상환했습니다.

장기채권에 투자됐기 때문에 상환이 어려웠는데도 투자금을 전부 돌려준 겁니다.

그런데 조기 상환되기 직전, 하나은행은 새로 만들어진 또다른 헬스케어 펀드를 팔았습니다.

액수는 240억 원, 조기상환 펀드와 거의 같습니다.

[자산운용사 관계자/음성변조 : "하나은행에서 리파이낸싱을 하면서 이거를 조기상환을 하겠다고 했거든요? 신규자금 모집을 하고 환매자금을 맞춰주는 거죠."]

펀드 조기 상환이 어렵다는 사실을 사전에 알고, '돌려막기'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드는 대목입니다.

하나은행은 "펀드 운용에 관여할 권한이 없다"며 제기된 의혹을 부인했습니다.

헬스케어 펀드 담당 직원은 사태가 터진 후 은행을 그만뒀습니다.

[하나은행 관계자/음성변조 : "우리가 잡아왔어요, '너 이거 처음부터 알았지?' 우리가 물어봤대요. 자기도 처음엔 이럴 줄 몰랐다고 했대요."]

피해자들이 관련 사실을 검찰에 고소한 가운데, 금융감독원은 다음 달부터 하나은행에 대해 종합검사에 착수합니다.

KBS 뉴스 이현준입니다.

촬영기자:김태석/영상편집:김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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