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대담] 홍콩보안법 시행 한 달…지금 홍콩에서는?-조슈아 웡 인터뷰

입력 2020.07.30 (23:56) 수정 2020.07.31 (01:32)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기자]

중국 전인대에서 '홍콩 국가보안법'이 통과된 지 한 달이 됐습니다.

그 동안 반중시위는 줄어들었고, 민주파 단체들은 해산했으며, 이민이나 유학을 떠나는 홍콩인도 늘고 있는데요.

이런 가운데 9월 초로 예정된 입법회 선거가 민주파 진영이 회생할 수 있는 분수령이 될 거란 전망이 우세했습니다.

그런데 바로 오늘 민주파 인사 12명의 출마 자격이 박탈 당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는데요.

이 가운데는 2014년 열일곱살 학생으로 대규모 민주화 시위인 '우산혁명'을 이끌었던 '조슈아 웡'도 포함돼 있습니다.

뉴스라인은 이 발표가 있기 직전, 조슈아 웡을 화상으로 인터뷰했는데요.

보안법 통과 이후 수 차례 연기된 끝에 어렵게 성사된 인터뷰였습니다.

함께 보시죠.

6월부터 추진했던 인터뷰가 이제야 성사됐습니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답변]

중국 정부의 탄압 때문에 이미 몇 달 전부터 홍콩보안법은 시행되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였는데요, 저는 언제라도 중국 본토로 송환될 수 있는 상황입니다. 베이징에서 기소를 당하고 종신형을 선고받거나 감옥에 수감될 수도 있는 상태로 이전에는 상상조차 해보지 못한 엄청난 위협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기자]

신변에는 이상이 없는 건가요?

[답변]

제 안전도 위협받고 있죠. 언제 홍콩에서 납치돼 중국 본토로 끌려갈지 몰라요. 이미 민주파 출판인들이 최근에 그런 일을 겪었습니다. 저는 매주 세 번씩 경찰서에 보고를 해야 하고 토요일마다 재판이 있어 변호사와 회의를 해야 하고요, 법원과 경찰서에 가는 것 외에도 매일 제게 일어나는 일이라면 오토바이나 공무차량이 저를 스토킹한다는 겁니다. 이 또한 국가보안법이 통과되기 전에는 상상도 못 한 일이죠. 8번 체포되고 3번 감옥에 갔지만, 현재 홍콩의 상황은 제가 고등학생으로 활동하던 시절보다도 훨씬 더 안 좋습니다. 하지만 저는 홍콩이 다시 제대로 된 홍콩으로 돌아오길 바랍니다. 그 희망으로 엄혹한 현실 속에서도 어떻게 젊은 활동가들이 상황을 바꾸고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는 것이고요. 전 세계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는 것, 그것은 정말 중요한 일이거든요.

[기자]

입법회 선거가 9월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이 있을까요?

[답변]

중국 정부는 아예 선거 자체를 취소하고 홍콩 시민들의 권한 위임 절차 없이 (친중파) 의원들을 임명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부터 그런 움직임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선거가 미뤄질 뿐만 아니라 아예 취소될 수도 있는 거죠. 과거에는 그래도 의석의 절반가량은 민주파 인사들이 차지하고 있어서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한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었죠. 하지만 중국 정부는 코로나 사태를 명분 삼아 입법회 선거 자체를 취소시키거나 친중파를 바로 의원으로 앉히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사실상 의회에는 핵심 가치들을 수호하지 않는 거수기들만 앉아있게 되겠죠. 외신들이 아직 이런 상황을 잘 모르는 것 같아요. 그래서 더더욱 이런 사실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힘의 분리, 권력의 균형은 이미 홍콩에서 사라졌다는 것을요.

[기자]

그럼 앞으로 계획은 무엇입니까?

[답변]

길에서 시위를 계속해야죠, 장소를 바꿔가면서요. 그리고 여전히 홍콩 내에서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우리의 외침이 알려지게 노력할 겁니다.

[기자]

선거 후보 등록을 할 때 홍콩 선관위로부터 받았다는 이른바 '충성 질의서'에는 어떤 내용들이 있었나요?

[답변]

선관위 질의서에는 홍콩 헌법을 옹호하는지 묻는 질문이 많았어요. 중국 정부의 정당성을 인정하는지 묻는 질문도 있었고요. 물론 홍콩은 현재 중국 정부의 강경한 통치를 받고 있고, '국가'가 아닌 '홍콩 특별행정구'죠, 저는 홍콩에서 자유를 위해 싸우는 활동가들과 정치인들을 탓하는 것은 홍콩 헌법에 위배된다고 생각해요. 중국은 영국과의 홍콩 반환 협정을 어겼고, 저는 한국을 포함한 더 많은 나라의 사람들이 꼭 알았으면 좋겠어요. 중국 정부가 홍콩 반환 협정 같은 국제 조약을 어겼다면 다른 나라들하고도 똑같이 그럴 수 있다는 사실을요. 그리고 독재 프로파간다로 오늘날 홍콩을 갉아먹고 있는 것처럼, 다음은 타이완이 될 것이고, 그 후에는 나머지 아시아 국가들이 될 거에요. 따라서 이것은 홍콩만의 문제가 아니라 아시아의 문제이고, 세계의 문제인 거죠. 따라서 우리는 전 세계가 나서서 홍콩에 고도의 자치권을 보장해줄 것을 촉구합니다. 홍콩 반환 협정에서 약속한 대로요. 그리고 중국과 홍콩에 대한 외교 정책도 각국이 재고해주기를 바랍니다.

[기자]

국제 사회의 지지가 왜 중요한 거죠?

[답변]

지난해 중국이 그토록 논란이 됐던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을 입법하려 했을 때 700만 홍콩인들 가운데 200만 명이 거리로 나와 시위를 벌였어요. 그리고 30개가 넘는 나라들이 전 세계에서 지지 성명을 냈고 UN에서도 반대 의사를 밝혔죠. 그래서 마침내 중국 정부는 뜻을 굽히게 되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들의 목소리가 전 세계에 들리도록 하는 게 중요해요.

[기자]

당신의 장기적인 목표 또는 궁극적인 꿈은 무엇인가요?

[답변]

홍콩에서 태어났고, 살고 있고, 또 홍콩을 정말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저는 홍콩이 스스로 운명을 결정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홍콩의 후세들을 위해서도요, 그들의 미래가 친중파 고위직 엘리트 몇몇에 의해 결정되는 걸 원치 않습니다. 그리고 홍콩 시민들이 더 밝은 미래를 보기를 원하고 바로 그래서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는 겁니다. 그리고 언젠가 우리도 한국처럼 우리 지도자를, 정부를 스스로 선출할 수 있기를 원합니다.

[기자]

더 하시고 싶은 말씀 있으신가요?

[답변]

저 같은 활동가나 정치인들의 정치적인 행보에만 초점을 맞추기보다, 더 많은 알려지지 않은 활동가들, 특히 18세 이하의 학교에 재학 중인 어린 활동가들의 희생과 헌신이 전 세계인들에게 더욱 널리 알려지고 존경받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중국 정부가 제 자격을 박탈하거나 선거 자체를 취소한다면 그것은 중국이 홍콩 입법회 선거에서 질까봐 두려워하고 있다는 증거일 겁니다.

[기자]

인터뷰 고맙습니다. 조만간 다시 뵐 기회가 닿았으면 좋겠네요.

[답변]

저도 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세요.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기획대담] 홍콩보안법 시행 한 달…지금 홍콩에서는?-조슈아 웡 인터뷰
    • 입력 2020-07-31 00:04:19
    • 수정2020-07-31 01:32:07
    뉴스라인 W
[기자]

중국 전인대에서 '홍콩 국가보안법'이 통과된 지 한 달이 됐습니다.

그 동안 반중시위는 줄어들었고, 민주파 단체들은 해산했으며, 이민이나 유학을 떠나는 홍콩인도 늘고 있는데요.

이런 가운데 9월 초로 예정된 입법회 선거가 민주파 진영이 회생할 수 있는 분수령이 될 거란 전망이 우세했습니다.

그런데 바로 오늘 민주파 인사 12명의 출마 자격이 박탈 당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는데요.

이 가운데는 2014년 열일곱살 학생으로 대규모 민주화 시위인 '우산혁명'을 이끌었던 '조슈아 웡'도 포함돼 있습니다.

뉴스라인은 이 발표가 있기 직전, 조슈아 웡을 화상으로 인터뷰했는데요.

보안법 통과 이후 수 차례 연기된 끝에 어렵게 성사된 인터뷰였습니다.

함께 보시죠.

6월부터 추진했던 인터뷰가 이제야 성사됐습니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답변]

중국 정부의 탄압 때문에 이미 몇 달 전부터 홍콩보안법은 시행되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였는데요, 저는 언제라도 중국 본토로 송환될 수 있는 상황입니다. 베이징에서 기소를 당하고 종신형을 선고받거나 감옥에 수감될 수도 있는 상태로 이전에는 상상조차 해보지 못한 엄청난 위협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기자]

신변에는 이상이 없는 건가요?

[답변]

제 안전도 위협받고 있죠. 언제 홍콩에서 납치돼 중국 본토로 끌려갈지 몰라요. 이미 민주파 출판인들이 최근에 그런 일을 겪었습니다. 저는 매주 세 번씩 경찰서에 보고를 해야 하고 토요일마다 재판이 있어 변호사와 회의를 해야 하고요, 법원과 경찰서에 가는 것 외에도 매일 제게 일어나는 일이라면 오토바이나 공무차량이 저를 스토킹한다는 겁니다. 이 또한 국가보안법이 통과되기 전에는 상상도 못 한 일이죠. 8번 체포되고 3번 감옥에 갔지만, 현재 홍콩의 상황은 제가 고등학생으로 활동하던 시절보다도 훨씬 더 안 좋습니다. 하지만 저는 홍콩이 다시 제대로 된 홍콩으로 돌아오길 바랍니다. 그 희망으로 엄혹한 현실 속에서도 어떻게 젊은 활동가들이 상황을 바꾸고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는 것이고요. 전 세계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는 것, 그것은 정말 중요한 일이거든요.

[기자]

입법회 선거가 9월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이 있을까요?

[답변]

중국 정부는 아예 선거 자체를 취소하고 홍콩 시민들의 권한 위임 절차 없이 (친중파) 의원들을 임명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부터 그런 움직임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선거가 미뤄질 뿐만 아니라 아예 취소될 수도 있는 거죠. 과거에는 그래도 의석의 절반가량은 민주파 인사들이 차지하고 있어서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한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었죠. 하지만 중국 정부는 코로나 사태를 명분 삼아 입법회 선거 자체를 취소시키거나 친중파를 바로 의원으로 앉히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사실상 의회에는 핵심 가치들을 수호하지 않는 거수기들만 앉아있게 되겠죠. 외신들이 아직 이런 상황을 잘 모르는 것 같아요. 그래서 더더욱 이런 사실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힘의 분리, 권력의 균형은 이미 홍콩에서 사라졌다는 것을요.

[기자]

그럼 앞으로 계획은 무엇입니까?

[답변]

길에서 시위를 계속해야죠, 장소를 바꿔가면서요. 그리고 여전히 홍콩 내에서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우리의 외침이 알려지게 노력할 겁니다.

[기자]

선거 후보 등록을 할 때 홍콩 선관위로부터 받았다는 이른바 '충성 질의서'에는 어떤 내용들이 있었나요?

[답변]

선관위 질의서에는 홍콩 헌법을 옹호하는지 묻는 질문이 많았어요. 중국 정부의 정당성을 인정하는지 묻는 질문도 있었고요. 물론 홍콩은 현재 중국 정부의 강경한 통치를 받고 있고, '국가'가 아닌 '홍콩 특별행정구'죠, 저는 홍콩에서 자유를 위해 싸우는 활동가들과 정치인들을 탓하는 것은 홍콩 헌법에 위배된다고 생각해요. 중국은 영국과의 홍콩 반환 협정을 어겼고, 저는 한국을 포함한 더 많은 나라의 사람들이 꼭 알았으면 좋겠어요. 중국 정부가 홍콩 반환 협정 같은 국제 조약을 어겼다면 다른 나라들하고도 똑같이 그럴 수 있다는 사실을요. 그리고 독재 프로파간다로 오늘날 홍콩을 갉아먹고 있는 것처럼, 다음은 타이완이 될 것이고, 그 후에는 나머지 아시아 국가들이 될 거에요. 따라서 이것은 홍콩만의 문제가 아니라 아시아의 문제이고, 세계의 문제인 거죠. 따라서 우리는 전 세계가 나서서 홍콩에 고도의 자치권을 보장해줄 것을 촉구합니다. 홍콩 반환 협정에서 약속한 대로요. 그리고 중국과 홍콩에 대한 외교 정책도 각국이 재고해주기를 바랍니다.

[기자]

국제 사회의 지지가 왜 중요한 거죠?

[답변]

지난해 중국이 그토록 논란이 됐던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을 입법하려 했을 때 700만 홍콩인들 가운데 200만 명이 거리로 나와 시위를 벌였어요. 그리고 30개가 넘는 나라들이 전 세계에서 지지 성명을 냈고 UN에서도 반대 의사를 밝혔죠. 그래서 마침내 중국 정부는 뜻을 굽히게 되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들의 목소리가 전 세계에 들리도록 하는 게 중요해요.

[기자]

당신의 장기적인 목표 또는 궁극적인 꿈은 무엇인가요?

[답변]

홍콩에서 태어났고, 살고 있고, 또 홍콩을 정말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저는 홍콩이 스스로 운명을 결정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홍콩의 후세들을 위해서도요, 그들의 미래가 친중파 고위직 엘리트 몇몇에 의해 결정되는 걸 원치 않습니다. 그리고 홍콩 시민들이 더 밝은 미래를 보기를 원하고 바로 그래서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는 겁니다. 그리고 언젠가 우리도 한국처럼 우리 지도자를, 정부를 스스로 선출할 수 있기를 원합니다.

[기자]

더 하시고 싶은 말씀 있으신가요?

[답변]

저 같은 활동가나 정치인들의 정치적인 행보에만 초점을 맞추기보다, 더 많은 알려지지 않은 활동가들, 특히 18세 이하의 학교에 재학 중인 어린 활동가들의 희생과 헌신이 전 세계인들에게 더욱 널리 알려지고 존경받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중국 정부가 제 자격을 박탈하거나 선거 자체를 취소한다면 그것은 중국이 홍콩 입법회 선거에서 질까봐 두려워하고 있다는 증거일 겁니다.

[기자]

인터뷰 고맙습니다. 조만간 다시 뵐 기회가 닿았으면 좋겠네요.

[답변]

저도 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세요.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