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기획/부산 ‘물난리’]④ ‘꽉 막힌 빗물받이’…제대로 활용하려면?

입력 2020.07.31 (11:35) 수정 2020.08.03 (17:21)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주택가나 도심 번화가, 도시 곳곳에서 흔히 발견돼는 이 시설물은 바로 '빗물받이'입니다. 주로 인도와 차도 사이에 설치돼 있는데 빗물을 모아 하수관 등으로 흘려보내는 '빗물통로' 역할을 합니다. 집중호우 등 비 피해에 대비하기 위해 만든 장치입니다.


덮개로 막고, 쓰레기 버리고

지난 30일, 부산 지역 최대 번화가인 서면 일대와 남구의 한 대학가를 찾아 빗물받이가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 살펴봤습니다.

이날 오후부터 꽤 굵은 빗줄기가 쏟아졌지만 대부분 상점 앞 빗물받이는 고무로 된 덮개로 막혔습니다. 아무리 비가 많이 와도 덮개를 치우는 상점은 많지 않았습니다. 빗물받이는 제 역할을 하지 못했고 이날 내린 비는 빗물받이가 아닌 도로 한가운데로 흘러내려 곳곳에 물웅덩이가 생겼습니다.

빗물받이가 흡연자들의 재떨이로 사용되는 경우도 다반사입니다. 서면 한가운데 있는 한 건물 입구에 설치된 빗물받이 뚜껑을 열어 안쪽을 살펴봤습니다. 담배꽁초 등 쓰레기가 빼곡히 쌓여 있어 도저히 물이 흘러내릴 수 없는 상태입니다. 취재진이 이곳을 찾은 순간에도 한 흡연자가 담배를 피우더니 꽁초를 빗물받이에 그대로 던져 버렸습니다. 부산 남구의 대학가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덮개로 막히고 쓰레기로 뒤덮인 빗물받이, 정작 폭우가 쏟아지는 상황에서는 제구실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냄새나서" "비 와도 큰 효과 없길래"

상인들에게 왜 빗물받이 입구를 덮개로 막아뒀는지 물어봤습니다. 대부분 "하수도관에서 냄새가 올라와서 그렇다"고 대답했습니다. 평소에는 막아 놓다가 비가 오거나 하면 덮개를 옆으로 치워 놓는다는 답변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이날 꽤 많은 비가 쏟아졌지만, 덮개를 치웠던 상점은 극소수였습니다. 일부 상인들은 "빗물받이가 별로 효과가 없는 것 같아서 막아놨다"고 대답하기도 했습니다.

빗물받이에 담배꽁초를 버리던 시민은 "아무 생각 없이 꽁초를 버렸다"고 말했습니다.


빗물받이 막으면 침수면적 3배까지 늘어나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이 빗물받이에 쓰레기가 유입되거나 입구로 덮개로 막혀 있으면 피해가 얼마나 커지는지 실험을 해봤습니다.

시간당 100mm의 집중호우가 쏟아지는 상황을 가정해 실험했더니 빗물받이에 담배꽁초 등 쓰레기가 들어차 있는 경우 역류 현상이 일어나 침수가 3배가량 빠르게 진행됐습니다. 일반적인 나뭇가지나 흙이 들어차 있는 경우에는 우수관이 별로 막히지 않았지만, 담배꽁초나 쓰레기가 함께 섞이면 20초 만에 우수관이 막혀 빗물이 역류했습니다.

덮개로 빗물받이 입구를 3분의 2 정도만 가려도 전체를 열어놓은 경우보다 침수면적이 최대 3배 가까이 넓어졌습니다. 침수 높이도 2배 이상 증가해 빗물이 인도까지 범람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침수피해 줄이려면…"시민 역할 중요"

국립재난안전연구원에서는 빗물받이만 잘 관리돼도 침수피해를 막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시민의 역할이 중요한데, 먼저 빗물받이에 담배꽁초나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덮개도 제거해야 합니다. 또 빗물받이 주변이 이물질 등으로 막혀 있는 경우에는 주민이 적극적으로 안전 신문고 등에 신고해야 합니다.

무심코 버린 쓰레기, 또 개인적 불편 때문에 덮개로 막아 놓은 빗물받이가 침수피해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점 명심해야겠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재난기획/부산 ‘물난리’]④ ‘꽉 막힌 빗물받이’…제대로 활용하려면?
    • 입력 2020-07-31 11:35:44
    • 수정2020-08-03 17:21:33
    취재K
주택가나 도심 번화가, 도시 곳곳에서 흔히 발견돼는 이 시설물은 바로 '빗물받이'입니다. 주로 인도와 차도 사이에 설치돼 있는데 빗물을 모아 하수관 등으로 흘려보내는 '빗물통로' 역할을 합니다. 집중호우 등 비 피해에 대비하기 위해 만든 장치입니다.


덮개로 막고, 쓰레기 버리고

지난 30일, 부산 지역 최대 번화가인 서면 일대와 남구의 한 대학가를 찾아 빗물받이가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 살펴봤습니다.

이날 오후부터 꽤 굵은 빗줄기가 쏟아졌지만 대부분 상점 앞 빗물받이는 고무로 된 덮개로 막혔습니다. 아무리 비가 많이 와도 덮개를 치우는 상점은 많지 않았습니다. 빗물받이는 제 역할을 하지 못했고 이날 내린 비는 빗물받이가 아닌 도로 한가운데로 흘러내려 곳곳에 물웅덩이가 생겼습니다.

빗물받이가 흡연자들의 재떨이로 사용되는 경우도 다반사입니다. 서면 한가운데 있는 한 건물 입구에 설치된 빗물받이 뚜껑을 열어 안쪽을 살펴봤습니다. 담배꽁초 등 쓰레기가 빼곡히 쌓여 있어 도저히 물이 흘러내릴 수 없는 상태입니다. 취재진이 이곳을 찾은 순간에도 한 흡연자가 담배를 피우더니 꽁초를 빗물받이에 그대로 던져 버렸습니다. 부산 남구의 대학가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덮개로 막히고 쓰레기로 뒤덮인 빗물받이, 정작 폭우가 쏟아지는 상황에서는 제구실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냄새나서" "비 와도 큰 효과 없길래"

상인들에게 왜 빗물받이 입구를 덮개로 막아뒀는지 물어봤습니다. 대부분 "하수도관에서 냄새가 올라와서 그렇다"고 대답했습니다. 평소에는 막아 놓다가 비가 오거나 하면 덮개를 옆으로 치워 놓는다는 답변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이날 꽤 많은 비가 쏟아졌지만, 덮개를 치웠던 상점은 극소수였습니다. 일부 상인들은 "빗물받이가 별로 효과가 없는 것 같아서 막아놨다"고 대답하기도 했습니다.

빗물받이에 담배꽁초를 버리던 시민은 "아무 생각 없이 꽁초를 버렸다"고 말했습니다.


빗물받이 막으면 침수면적 3배까지 늘어나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이 빗물받이에 쓰레기가 유입되거나 입구로 덮개로 막혀 있으면 피해가 얼마나 커지는지 실험을 해봤습니다.

시간당 100mm의 집중호우가 쏟아지는 상황을 가정해 실험했더니 빗물받이에 담배꽁초 등 쓰레기가 들어차 있는 경우 역류 현상이 일어나 침수가 3배가량 빠르게 진행됐습니다. 일반적인 나뭇가지나 흙이 들어차 있는 경우에는 우수관이 별로 막히지 않았지만, 담배꽁초나 쓰레기가 함께 섞이면 20초 만에 우수관이 막혀 빗물이 역류했습니다.

덮개로 빗물받이 입구를 3분의 2 정도만 가려도 전체를 열어놓은 경우보다 침수면적이 최대 3배 가까이 넓어졌습니다. 침수 높이도 2배 이상 증가해 빗물이 인도까지 범람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침수피해 줄이려면…"시민 역할 중요"

국립재난안전연구원에서는 빗물받이만 잘 관리돼도 침수피해를 막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시민의 역할이 중요한데, 먼저 빗물받이에 담배꽁초나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덮개도 제거해야 합니다. 또 빗물받이 주변이 이물질 등으로 막혀 있는 경우에는 주민이 적극적으로 안전 신문고 등에 신고해야 합니다.

무심코 버린 쓰레기, 또 개인적 불편 때문에 덮개로 막아 놓은 빗물받이가 침수피해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점 명심해야겠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