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3법, 세입자와 집주인의 손익계산서

입력 2020.07.31 (15:34) 수정 2020.07.31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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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임대차3법' 가운데 2가지 핵심 법안이 오늘부터 본격 시행됐습니다. 앞으로 기존 세입자는 계약이 만료될 때 한 차례 계약 연장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최대 4년 동안 거주가 보장되는 겁니다. 임대료를 올릴 땐 이전 임대료의 5% 한도 내에서 자치단체가 조례로 상한선을 정하기로 했습니다.

[연관기사] “손해배상은 언제?”·“전월세 전환은?”…임대차 3법 Q&A
http://news.kbs.co.kr/news/view.do?ncd=4507460

세입자 "2년마다 불안했는데 이제 안심"

취재진이 접촉한 세입자들도 법 시행을 반겼습니다. 서울 은평구 불광동 다세대 주택에 전세 세입자로 거주하고 있는 김영준 씨는 최근 집주인과 전세계약을 갱신할 때의 조마조마했던 기억을 털어놨습니다. 김 씨 "6개월에서 3개월 정도는 마음을 졸인 상태로 살아야 되고, 또 2년 뒤에 또 마음을 졸여야 했다"며 법안 통과에 환영의 뜻을 밝혔습니다. 다만 임대료 상한선이 5%로 정해진 데에는 아쉬운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김 씨는 "지금 금리가 2%라는 점을 고려하면 임대료 상한선 5%도 높은 게 아닌가 싶다"라고 말했습니다.

1년 전 결혼해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전세로 살고 있는 홍 모 씨도 긍정적 반응을 내놨습니다. 홍 씨는 "1년 뒤 전세 계약이 만료되면 집을 새로 사야 한다는 걱정이 늘 있었다"며 "이제 '전세 2년 더 살면 되지 뭐'라고 생각하면 안도감이 느껴진다"고 밝혔습니다.

세입자 "이사 갈 건데 전셋값이 너무 올라서..."

하지만 임대차3법이 정말 세입자를 위한 법인지 잘 모르겠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이사를 앞둔 세입자들은 불만을 쏟아냈습니다. 법 시행을 앞두고 시장에 혼란을 줘 전세 가격이 크게 올랐다는 겁니다.

서울 마포구에 3년째 월세로 살고 있다는 김 모 씨는 오히려 "내집 마련이 어려워졌다"고 말했습니다. 결혼을 앞둔 김 씨는 전세 신혼집을 구하고 있지만 마땅한 매물이 없어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김 씨는 "지금 사는 집에 평생 살 생각이 없고, 신혼집을 마련하기 전까지만 임시로 거주하려고 했다"며 "임대차3법이 시행되면서 시장 안정성이 사라지고, 전월세 가격이 크게 오른 게 피부로 느껴진다"고 덧붙였습니다.

집주인 "사유 재산권 침해...이런 법이 어디 있나"

집주인들의 반발은 훨씬 큽니다. 어제(30일) 국회에서는 임대차3법에 반대하는 공청회가 열렸습니다. 전국 각지에서 온 임대인들은 "임대차3법은 사유재산권 침해"라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수원에 아파트 3채를 가지고 있는 김 모 씨의 경우를 볼까요. 김 씨는 자신을 '생계형 임대인'이라고 했습니다. 다른 수입 없이, 작은 아파트 3채를 세 놓아서 받는 한달 185만 원의 임대료로 생계를 이어나간다는 겁니다. 김 씨는 2011년부터 임대사업자로 등록도 했습니다. 김 씨는 "정부가 하라는 대로 등록하고 세금도 다 냈는데 내가 뭘 잘못했다는 것이냐"며 "정부가 강남 아파트 집값 잡는 데 실패한 걸 전체 임대인들을 규제하는 방식으로 떠넘긴다"고 꼬집었습니다. 모든 임대인을 '세입자를 착취하는 나쁜 사람'으로 보는 시각엔 동의할 수 없다는 겁니다.

집주인들은 임대료 상한선이 5%로 정해진 데에도 불만을 쏟아냈습니다. 김 씨는 "임대료를 50%를 올리든, 5%를 올리든 우리 마음대로 올릴 수 있는 게 아니다. 임대료는 시세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라며 정부가 임대시장에 과도한 규제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공청회에 참석한 다른 임대인도 "임대인마다 사정이 다른데 5%로 일괄 규제는 납득이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세입자 내보내는 방법" '꿀팁' 공유

이제 집주인이 세 놓은 집에 직접 거주하는 등의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세입자가 2년 계약 연장을 요구하면 집주인이 거부할 수가 없게 됐습니다. 그러자 인터넷 블로그나 부동산 카페에서는 벌써 '세입자를 내보내는 방법'이 공유되고 있습니다. 세입자가 벽에 못을 박는 등 조금만 집을 훼손하더라도 법에 명시된 예외 사유인 '주택 파손'에 해당한다고 보고 계약 연장을 거부하라는 등의 조언들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는 겁니다. 실제로 유효한 방법이든 아니든 법망을 피해가려는 꼼수는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임차인과 임대인 사이의 분쟁도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는 임대차 계약 분쟁조정위원회를 늘리고 콜센터를 만들겠다고 밝혔습니다.

전문가 "단기 임대료 상승은 불가피"

전문가들은 임대차3법 시행으로 단기 임대료 상승은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1989년 임대차 기본 계약 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렸을 때 서울에선 전셋값이 30% 폭등하기도 했다"며 "이제는 4년으로 늘어났으니 단기적으로는 가격이 폭등할 것"이라는 견해를 내놨습니다. 기존 세입자에게는 4년동안 5%를 초과해 임대료를 올릴 수 없으니, 4년 뒤 신규 세입자를 받을 때 한번에 임대료를 많이 올릴 거라는 뜻입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의 의견도 비슷합니다. 권 교수는 "전세시장이 축소되면서 반전세나 월세로의 전환이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습니다. 또 5% 이하로 상한선을 제한하다 보면 민간임대주택의 수익률이 낮아져 신규 공급이 줄어들 것이라고도 전망했습니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장은 "세입자를 보호하기 위해 계약 기간을 4년으로 늘려야 한다는 데에는 동의한다"면서도, "실제로 전셋값 안정에 기여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는 평가를 내놨습니다. 정권 초기 전세 가격이 안정됐을 때 시행했더라면 지금처럼 시장이 요동치지는 않았을 거라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법안의 장기적인 효과를 위해서는 공공임대주택을 늘리는 등 전세 물량을 꾸준히 공급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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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대차3법, 세입자와 집주인의 손익계산서
    • 입력 2020-07-31 15:34:49
    • 수정2020-07-31 17:20:46
    취재K
이른바 '임대차3법' 가운데 2가지 핵심 법안이 오늘부터 본격 시행됐습니다. 앞으로 기존 세입자는 계약이 만료될 때 한 차례 계약 연장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최대 4년 동안 거주가 보장되는 겁니다. 임대료를 올릴 땐 이전 임대료의 5% 한도 내에서 자치단체가 조례로 상한선을 정하기로 했습니다.

[연관기사] “손해배상은 언제?”·“전월세 전환은?”…임대차 3법 Q&A
http://news.kbs.co.kr/news/view.do?ncd=4507460

세입자 "2년마다 불안했는데 이제 안심"

취재진이 접촉한 세입자들도 법 시행을 반겼습니다. 서울 은평구 불광동 다세대 주택에 전세 세입자로 거주하고 있는 김영준 씨는 최근 집주인과 전세계약을 갱신할 때의 조마조마했던 기억을 털어놨습니다. 김 씨 "6개월에서 3개월 정도는 마음을 졸인 상태로 살아야 되고, 또 2년 뒤에 또 마음을 졸여야 했다"며 법안 통과에 환영의 뜻을 밝혔습니다. 다만 임대료 상한선이 5%로 정해진 데에는 아쉬운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김 씨는 "지금 금리가 2%라는 점을 고려하면 임대료 상한선 5%도 높은 게 아닌가 싶다"라고 말했습니다.

1년 전 결혼해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전세로 살고 있는 홍 모 씨도 긍정적 반응을 내놨습니다. 홍 씨는 "1년 뒤 전세 계약이 만료되면 집을 새로 사야 한다는 걱정이 늘 있었다"며 "이제 '전세 2년 더 살면 되지 뭐'라고 생각하면 안도감이 느껴진다"고 밝혔습니다.

세입자 "이사 갈 건데 전셋값이 너무 올라서..."

하지만 임대차3법이 정말 세입자를 위한 법인지 잘 모르겠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이사를 앞둔 세입자들은 불만을 쏟아냈습니다. 법 시행을 앞두고 시장에 혼란을 줘 전세 가격이 크게 올랐다는 겁니다.

서울 마포구에 3년째 월세로 살고 있다는 김 모 씨는 오히려 "내집 마련이 어려워졌다"고 말했습니다. 결혼을 앞둔 김 씨는 전세 신혼집을 구하고 있지만 마땅한 매물이 없어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김 씨는 "지금 사는 집에 평생 살 생각이 없고, 신혼집을 마련하기 전까지만 임시로 거주하려고 했다"며 "임대차3법이 시행되면서 시장 안정성이 사라지고, 전월세 가격이 크게 오른 게 피부로 느껴진다"고 덧붙였습니다.

집주인 "사유 재산권 침해...이런 법이 어디 있나"

집주인들의 반발은 훨씬 큽니다. 어제(30일) 국회에서는 임대차3법에 반대하는 공청회가 열렸습니다. 전국 각지에서 온 임대인들은 "임대차3법은 사유재산권 침해"라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수원에 아파트 3채를 가지고 있는 김 모 씨의 경우를 볼까요. 김 씨는 자신을 '생계형 임대인'이라고 했습니다. 다른 수입 없이, 작은 아파트 3채를 세 놓아서 받는 한달 185만 원의 임대료로 생계를 이어나간다는 겁니다. 김 씨는 2011년부터 임대사업자로 등록도 했습니다. 김 씨는 "정부가 하라는 대로 등록하고 세금도 다 냈는데 내가 뭘 잘못했다는 것이냐"며 "정부가 강남 아파트 집값 잡는 데 실패한 걸 전체 임대인들을 규제하는 방식으로 떠넘긴다"고 꼬집었습니다. 모든 임대인을 '세입자를 착취하는 나쁜 사람'으로 보는 시각엔 동의할 수 없다는 겁니다.

집주인들은 임대료 상한선이 5%로 정해진 데에도 불만을 쏟아냈습니다. 김 씨는 "임대료를 50%를 올리든, 5%를 올리든 우리 마음대로 올릴 수 있는 게 아니다. 임대료는 시세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라며 정부가 임대시장에 과도한 규제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공청회에 참석한 다른 임대인도 "임대인마다 사정이 다른데 5%로 일괄 규제는 납득이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세입자 내보내는 방법" '꿀팁' 공유

이제 집주인이 세 놓은 집에 직접 거주하는 등의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세입자가 2년 계약 연장을 요구하면 집주인이 거부할 수가 없게 됐습니다. 그러자 인터넷 블로그나 부동산 카페에서는 벌써 '세입자를 내보내는 방법'이 공유되고 있습니다. 세입자가 벽에 못을 박는 등 조금만 집을 훼손하더라도 법에 명시된 예외 사유인 '주택 파손'에 해당한다고 보고 계약 연장을 거부하라는 등의 조언들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는 겁니다. 실제로 유효한 방법이든 아니든 법망을 피해가려는 꼼수는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임차인과 임대인 사이의 분쟁도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는 임대차 계약 분쟁조정위원회를 늘리고 콜센터를 만들겠다고 밝혔습니다.

전문가 "단기 임대료 상승은 불가피"

전문가들은 임대차3법 시행으로 단기 임대료 상승은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1989년 임대차 기본 계약 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렸을 때 서울에선 전셋값이 30% 폭등하기도 했다"며 "이제는 4년으로 늘어났으니 단기적으로는 가격이 폭등할 것"이라는 견해를 내놨습니다. 기존 세입자에게는 4년동안 5%를 초과해 임대료를 올릴 수 없으니, 4년 뒤 신규 세입자를 받을 때 한번에 임대료를 많이 올릴 거라는 뜻입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의 의견도 비슷합니다. 권 교수는 "전세시장이 축소되면서 반전세나 월세로의 전환이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습니다. 또 5% 이하로 상한선을 제한하다 보면 민간임대주택의 수익률이 낮아져 신규 공급이 줄어들 것이라고도 전망했습니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장은 "세입자를 보호하기 위해 계약 기간을 4년으로 늘려야 한다는 데에는 동의한다"면서도, "실제로 전셋값 안정에 기여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는 평가를 내놨습니다. 정권 초기 전세 가격이 안정됐을 때 시행했더라면 지금처럼 시장이 요동치지는 않았을 거라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법안의 장기적인 효과를 위해서는 공공임대주택을 늘리는 등 전세 물량을 꾸준히 공급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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