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몰’ 사업에 등장한 건물…알고 보니 구청장 동생 소유

입력 2020.07.31 (16:13)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2017년 인천광역시 중구는 중소벤처기업부의 '청년 몰 사업'에 참여했습니다. 이 사업은 청년 일자리 창출과 전통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프로젝트입니다. 인천 중구는 옛 도심인 신포국제시장 인근 5개 시설을 임대한 뒤 사업을 진행했습니다.

임대한 시설들은 청년 몰 사업 중심에 있는 광장과, 광장을 둘러싸고 있는 3채의 건물, 그리고 다른 골목에 있는 건물 한 채였습니다. 그런데 바로 마지막 이 건물, '다른 골목'에 멀리 떨어져 있는 이 건물이 문제였습니다. 왜 멀리 떨어진 건물을 임대한 것일까요.

"청년몰하고 상관없이 멀리 있는 건물에 청년 몰을 조성하느냐는 얘기가 상인들 사이에서 많았어요."
"황당하다, 너무 떨어져 있어서 누구의 입김이 있었구나 이런 얘기도 돌았고...너무 생뚱맞다는 반응이었죠"

주변에서 장사하는 상인들은 다른 건물과 동떨어져 있고, 핵심 부지와도 거리가 먼 건물이 청년 몰 사업에 포함된 것이 의아했다고 합니다. 인근에서 음식점을 하는 김기복 씨는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다 무너지고 천장 무너지고 폐허 수준의 건물이었다"며 다른 좋은 건물도 있는데 왜 이 건물이 포함됐는지 의문이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상인들이 청년 몰하고 상관도 없이 멀리 있는 건물에 청년 몰을 조성하느냐는 얘기들이 많았다"고 밝혔습니다.

인근의 또 다른 상인 역시 "황당하다 너무 떨어져 있어서 누구의 입김이 있었구나 이런 얘기도 돌았다"면서 "상인들은 너무 생뚱맞다는 반응들이었죠, 거리가 멀어서 과연 저 청년 몰의 광고나 영향을 여기까지 받을 수 있을까 생각을 했다"고 덧붙였습니다.

해당 건물 부동산임대차 계약서해당 건물 부동산임대차 계약서

인천 중구는 청년 몰 사업에 선정된 시설들과 계약을 맺었습니다. 그런데 다른 핵심 시설들은 1년~3년간 임대하는 것과 달리 주변에서 멀리 떨어진 문제의 건물만 '5년간' 임대하겠다고 계약을 맺었습니다.

중심 시설들의 계약이 끝난다면 거리가 떨어져 있는 건물의 필요성도 낮아질 텐데 말입니다. 하지만 매월 250만 원씩 5년 동안 계약을 유지한다는 다소 '이상한' 계약을 맺었습니다.

'폐허 수준 건물'이라고 불린 문제의 건물은 세금 5천4백만 원이 투입돼 '개축 건물'로 탈바꿈했습니다. 물론 청년 몰 사업에 포함된 다른 건물들도 어느 정도 개축했지만, 인근 상인들은 "과도하게 세금이 많이 들어갔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2017년 7월 작성된 사업계획서(오른쪽), 2017년 12월에 작성된 사업계획서(왼쪽)2017년 7월 작성된 사업계획서(오른쪽), 2017년 12월에 작성된 사업계획서(왼쪽)

최초 사업 계획서에 없다 갑작스럽게 포함된 건물...중구청장 여동생 부부 소유

KBS 취재진은 인천 중구에서 작성한 '청년 몰 사업계획서'를 확보했습니다. 사업 계획서는 애초 중소기업 벤처기업부에 제안한 2017년 7월 작성본과 8월에 청년 몰 사업이 선정된 뒤 재작성된 2017년 12월 작성본 2개가 있었습니다. 처음 제안서에는 어디에도 '문제의 건물'을 포함하겠단 계획은 없었습니다. 그러다 사업이 확정된 뒤에야 해당 건물이 등장한 것입니다.

특정인에게 각종 특혜를 주려고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계속되자 시민단체 '주민참여'는 등기부등본과 청년 몰 사업의 회계 기록 등의 자료를 확보해 특혜 의혹을 받는 건물의 소유주를 찾아냈습니다. 김홍섭 당시 인천 중구청장의 동생 부부라는 것을 확인한 겁니다.

공사 전 해당 건물 모습공사 전 해당 건물 모습

"그 건물 누구 겁니까? 솔직히 한 번 얘기해 봅시다, 우리"

해당 건물에 대한 의혹 제기는 청년 몰 사업이 진행됐을 당시에도 있었습니다. 2018년 10월에 열린 '인천광역시 중구의회 회의록'에서 정동준 인천 중구 의원은 "해당 건물 말고도 다른 점포가 많이 있었고 그게 없었다 그러면 문제 삼지 않겠어요. 그런데 다른 점포도 있었고 그걸 1년 전에서부터 250만 원씩 지금 1년 치를 줬잖아요."라며 해당 건물이 선택된 것에 대한 의문을 제기합니다.

그리고 "5년 동안 비어있던 상가"라면서 "그 건물 누구 겁니까? 솔직히 한 번 얘기해 봅시다. 아시는 분이에요, 모르시는 분이에요?"라고 의문을 제기합니다. 하지만 당시 담당 공무원은 "모르는 사람"이라고 답변했습니다.


청년 몰 사업을 담당했던 공무원은 "이 건물의 소유가 누구인지 알 필요가 없었으며 실제로 누군지도 몰랐다"고 답변했습니다. 처음 사업 계획서에 포함되지 않은 건물이 갑작스럽게 포함된 데 대해서는 "애초엔 이 건물이 필요하지 않았고, 거리가 멀어서 검토하지 않았다가 나중에 계획이 바뀌면서 추가 점포가 필요해서 임대한 것"이라며 "임대 가능한 건물 중 최적의 건물을 차선책으로 어쩔 수 없이 얻은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해당 의혹의 당사자 김홍섭 전 구청장은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실무 공무원들이 해당 건물을 포함시킨 것이지 나는 사업에 관여한 바가 없다"면서 "여동생 건물이 청년 몰 사업에 포함된 것도 여동생이 나중에 말해서 알았다"고 답변했습니다. 그러면서 "지역 상권 활성화를 위해 한 여러 사업 중 하나였을 뿐 특정인에게 혜택 준 일은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국민권익위원회는 시민단체 '주민참여'가 김홍섭 전 구청장에 대해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조사 요청을 제기한 것이 근거가 있다고 보고 인천지방경찰청 등에 수사를 의뢰한 상태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청년몰’ 사업에 등장한 건물…알고 보니 구청장 동생 소유
    • 입력 2020-07-31 16:13:25
    취재K
2017년 인천광역시 중구는 중소벤처기업부의 '청년 몰 사업'에 참여했습니다. 이 사업은 청년 일자리 창출과 전통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프로젝트입니다. 인천 중구는 옛 도심인 신포국제시장 인근 5개 시설을 임대한 뒤 사업을 진행했습니다.

임대한 시설들은 청년 몰 사업 중심에 있는 광장과, 광장을 둘러싸고 있는 3채의 건물, 그리고 다른 골목에 있는 건물 한 채였습니다. 그런데 바로 마지막 이 건물, '다른 골목'에 멀리 떨어져 있는 이 건물이 문제였습니다. 왜 멀리 떨어진 건물을 임대한 것일까요.

"청년몰하고 상관없이 멀리 있는 건물에 청년 몰을 조성하느냐는 얘기가 상인들 사이에서 많았어요."
"황당하다, 너무 떨어져 있어서 누구의 입김이 있었구나 이런 얘기도 돌았고...너무 생뚱맞다는 반응이었죠"

주변에서 장사하는 상인들은 다른 건물과 동떨어져 있고, 핵심 부지와도 거리가 먼 건물이 청년 몰 사업에 포함된 것이 의아했다고 합니다. 인근에서 음식점을 하는 김기복 씨는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다 무너지고 천장 무너지고 폐허 수준의 건물이었다"며 다른 좋은 건물도 있는데 왜 이 건물이 포함됐는지 의문이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상인들이 청년 몰하고 상관도 없이 멀리 있는 건물에 청년 몰을 조성하느냐는 얘기들이 많았다"고 밝혔습니다.

인근의 또 다른 상인 역시 "황당하다 너무 떨어져 있어서 누구의 입김이 있었구나 이런 얘기도 돌았다"면서 "상인들은 너무 생뚱맞다는 반응들이었죠, 거리가 멀어서 과연 저 청년 몰의 광고나 영향을 여기까지 받을 수 있을까 생각을 했다"고 덧붙였습니다.

해당 건물 부동산임대차 계약서
인천 중구는 청년 몰 사업에 선정된 시설들과 계약을 맺었습니다. 그런데 다른 핵심 시설들은 1년~3년간 임대하는 것과 달리 주변에서 멀리 떨어진 문제의 건물만 '5년간' 임대하겠다고 계약을 맺었습니다.

중심 시설들의 계약이 끝난다면 거리가 떨어져 있는 건물의 필요성도 낮아질 텐데 말입니다. 하지만 매월 250만 원씩 5년 동안 계약을 유지한다는 다소 '이상한' 계약을 맺었습니다.

'폐허 수준 건물'이라고 불린 문제의 건물은 세금 5천4백만 원이 투입돼 '개축 건물'로 탈바꿈했습니다. 물론 청년 몰 사업에 포함된 다른 건물들도 어느 정도 개축했지만, 인근 상인들은 "과도하게 세금이 많이 들어갔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2017년 7월 작성된 사업계획서(오른쪽), 2017년 12월에 작성된 사업계획서(왼쪽)
최초 사업 계획서에 없다 갑작스럽게 포함된 건물...중구청장 여동생 부부 소유

KBS 취재진은 인천 중구에서 작성한 '청년 몰 사업계획서'를 확보했습니다. 사업 계획서는 애초 중소기업 벤처기업부에 제안한 2017년 7월 작성본과 8월에 청년 몰 사업이 선정된 뒤 재작성된 2017년 12월 작성본 2개가 있었습니다. 처음 제안서에는 어디에도 '문제의 건물'을 포함하겠단 계획은 없었습니다. 그러다 사업이 확정된 뒤에야 해당 건물이 등장한 것입니다.

특정인에게 각종 특혜를 주려고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계속되자 시민단체 '주민참여'는 등기부등본과 청년 몰 사업의 회계 기록 등의 자료를 확보해 특혜 의혹을 받는 건물의 소유주를 찾아냈습니다. 김홍섭 당시 인천 중구청장의 동생 부부라는 것을 확인한 겁니다.

공사 전 해당 건물 모습
"그 건물 누구 겁니까? 솔직히 한 번 얘기해 봅시다, 우리"

해당 건물에 대한 의혹 제기는 청년 몰 사업이 진행됐을 당시에도 있었습니다. 2018년 10월에 열린 '인천광역시 중구의회 회의록'에서 정동준 인천 중구 의원은 "해당 건물 말고도 다른 점포가 많이 있었고 그게 없었다 그러면 문제 삼지 않겠어요. 그런데 다른 점포도 있었고 그걸 1년 전에서부터 250만 원씩 지금 1년 치를 줬잖아요."라며 해당 건물이 선택된 것에 대한 의문을 제기합니다.

그리고 "5년 동안 비어있던 상가"라면서 "그 건물 누구 겁니까? 솔직히 한 번 얘기해 봅시다. 아시는 분이에요, 모르시는 분이에요?"라고 의문을 제기합니다. 하지만 당시 담당 공무원은 "모르는 사람"이라고 답변했습니다.


청년 몰 사업을 담당했던 공무원은 "이 건물의 소유가 누구인지 알 필요가 없었으며 실제로 누군지도 몰랐다"고 답변했습니다. 처음 사업 계획서에 포함되지 않은 건물이 갑작스럽게 포함된 데 대해서는 "애초엔 이 건물이 필요하지 않았고, 거리가 멀어서 검토하지 않았다가 나중에 계획이 바뀌면서 추가 점포가 필요해서 임대한 것"이라며 "임대 가능한 건물 중 최적의 건물을 차선책으로 어쩔 수 없이 얻은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해당 의혹의 당사자 김홍섭 전 구청장은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실무 공무원들이 해당 건물을 포함시킨 것이지 나는 사업에 관여한 바가 없다"면서 "여동생 건물이 청년 몰 사업에 포함된 것도 여동생이 나중에 말해서 알았다"고 답변했습니다. 그러면서 "지역 상권 활성화를 위해 한 여러 사업 중 하나였을 뿐 특정인에게 혜택 준 일은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국민권익위원회는 시민단체 '주민참여'가 김홍섭 전 구청장에 대해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조사 요청을 제기한 것이 근거가 있다고 보고 인천지방경찰청 등에 수사를 의뢰한 상태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