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의 탐욕]① DLF부터 헬스케어까지 모든 사모펀드를 팔았다: 하나은행

입력 2020.08.03 (08:00) 수정 2020.08.0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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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3년생 김 모 씨는 2018년 7월 27일에 치매 판정을 받았습니다. 두 달 뒤 김 씨는 하나은행 DLF에 5억 원을 가입합니다. 2019년 5월에는 10억 원을 더 투자합니다. 담당 PB가 김 씨에게 DLF 투자를 권유한 겁니다. 이 모든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가족들은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10억 원은 다시 돌려받았지만 처음 가입한 5억 원은 손실률이 80%가 넘습니다. 5억 투자했는데 겨우 1억 원 돌려받게 됐습니다.

"2018년 11월에 은행 PB에게 가서 정식으로 얘기했어요. 치매 상태니까 혹시 실수를 하실 수도 있다, 좋게 얘기를 했어요. 이미 DLF에 가입한 건 할 수 없지만 2019년 5월에 또 가입한 걸 듣고선 너무 괘씸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치매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호자한테 얘기 안 하고…"

DLF뿐만 아닙니다. 치매 초기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던 2017년부터 2018년까지 김 씨가 가입한 투자 상품은 총 44개입니다. 심지어 김 씨는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어서 생활비로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담당 PB가 김 씨의 돈을 전부 투자 상품에 넣고,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어서 사용하게 만든 겁니다.

"저희 고모(김OO) 서명이 아닌 것도 있고 그래요. 그냥 자기네 돈이었던 거죠, 자기네 돈. 자기네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돈. 무슨 다른 세계가 돌아가고 있었구나, 우리가 모르는, 우리 고객들의 돈으로 어떤 세계가 따로 돌아가고 있었구나,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DLF부터 헬스케어까지, 모든 사모펀드를 판 하나은행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큰 손실이 나거나 환매가 중단된 사모펀드 가운데, '은행'이 판매한 사모펀드는 DLF와 라임 펀드, 헬스케어펀드, 디스커버리펀드입니다. 하나은행은 이 네 가지 펀드에 모두 엮여 있습니다. 신한은행은 라임 펀드와 디스커버리펀드를 팔았고, 우리은행은 DLF와 라임 펀드, 기업은행은 디스커버리펀드를 팔았는데 하나은행은 네 가지 펀드를 모두 팔았습니다.

하나은행에서 판매한 사모펀드 피해자는 모두 2,062명에 이르고 피해액은 4천9백억 원이 넘습니다. 하나은행이 이렇게 무리하게 사모펀드를 판 이유는 뭘까요. 사모펀드 '판매 수수료'를 통해 비이자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입니다. 저금리 시대에 대출 이자 등으로는 수익 확대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겁니다.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은 2015년 하나은행 행장 시절 '전 직원의 PB화'를 선언했습니다. 사모펀드를 비롯해 투자 상품을 열심히 팔란 얘기입니다.

■'OEM 의혹'이 제기된 하나은행 헬스케어 펀드

사모펀드를 열심히 파는 게 불법도 아니고, 문제도 아닙니다. 하지만 어떻게든 수익을 높이기 위해서 꼼수를 부리거나 법의 테두리를 넘는다면 그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하나은행 헬스케어 펀드는 그런 의혹을 받는 펀드입니다.

자본시장법상 자산운용사만 사모펀드 설계와 운용을 할 수 있고 은행은 '판매'만 해야 합니다. 은행이 설계 단계부터 개입한 걸 이른바 'OEM 펀드'라고 합니다. 외주업체가 제품을 만드는 주문자 위탁 방식 OEM과 유사하다고 해서 나온 표현입니다.

취재 도중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로부터 수상한 얘기를 들었습니다. "하나은행이 먼저 자신들에게 펀드 설계를 요청했고, 다른 자산운용사에도 똑같이 요청한 것으로 알고 있다"는 주장이었습니다. 그건 OEM 펀드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렇게 볼 수도 있다며 OEM 펀드 의혹을 순순히 인정하는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은행 쪽에서도 처음에 저희 회사보다 그전에 설정한 펀드가 있고 수익률이 괜찮다 보니까 몇 개 운용사를 대상으로 해서 이런 유사한 형태의 상품을 하나 제안을 해 달라고 요청이 왔고 그거에 맞춰가지고 저희뿐만 아니라 다른 회사들도 유사한 형태의 상품을 만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자산운용사 인터뷰를 듣고 있는 기자와 변호사자산운용사 인터뷰를 듣고 있는 기자와 변호사

하나은행 헬스케어 펀드는 '13개월 만에 환매가 가능하다'고 판매한 상품이었습니다. 이 부분도 OEM 펀드 의혹을 뒷받침하는 정황입니다. 헬스케어 펀드는 이탈리아 의료비 채권에 투자되는 상품인데 현재 환매가 연기되면서 1천5백억 원이 넘는 돈이 묶여 있습니다. 단기채권에 투자한다고 했는데 알고 보니 장기채권에 투자되어 있던 겁니다. 13개월은커녕 2025년이 넘어야 환매가 가능하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는 실정입니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자신들이 만기 설정을 정하지 않았다고 증언했습니다. 은행이 판매 과정에서 독단적으로 결정했다는 겁니다.

"판매 과정에서 저희는 그냥 운용 입장인 거고, 판매 은행에서 그걸 어떻게 고객들한테 판매했는지는 저희는 잘 알 수는 없고"

자산운용사 인터뷰를 듣고 있는 기자와 변호사자산운용사 인터뷰를 듣고 있는 기자와 변호사

하나은행은 "단순 판매사이기 때문에 조기 상환을 직접 결정할 권한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하나은행 현직 PB는 13개월 환매가 가능하다고 판 사실이 은행의 약점이라고 인정했습니다.

"은행으로서는 되게 아킬레스건이에요. 왜냐하면 그거는(13개월 만기 설정) 운용사랑 관계가 없거든요. 본점 상품 담당자가 제안서에 그렇게 쓴 거예요. PB들은 그 제안서대로 고객들에게 팔았고요. 당연히 고객들은 13개월 안에 돈을 찾을 수 있다고 착각할 수 있거든요. 그건 착오예요, 착오. 착오도 100% 배상이 나갈 수 있어요. 굉장히 중대한 사실을 착각하게끔 한 거잖아요.”

■헬스케어 펀드 '부실 운용' 알고 있었나?

취재 도중 "헬스케어 펀드간 돌려막기가 이뤄졌다"는 제보를 하나 받았습니다. 하나은행이 2018년 1월에 판매한 라임 헬스케어 펀드 상품이 있었습니다. 만기일이 2020년 1월이었는데 2019년 7월에 조기 상환됐습니다. 이 상품 역시 장기채권에 투자됐기 때문에 상환이 어려웠는데도 투자금을 전부 돌려받았습니다. 이 상품을 조기 상환하기 위해선 230억 원이 필요했습니다.

은행이 판 금액이 109억 원이었고, 증권사 레버리지 상환액 88억, 펀드 이자 10억, 레버리지 이자 12억 등으로 해서 230억 원입니다. 그런데 이 펀드가 조기 상환되기 직전, 하나은행이 새로 설정한 헬스케어 펀드가 있습니다. 액수는 240억 원이었습니다. 조기 상환된 펀드의 액수와 비슷합니다. 조기 상환이 어렵다는 사실을 사전에 알고 펀드 돌려막기를 했다는 의혹인데 자산운용사 관계자도 관련 내용을 증언했습니다.

"하나은행에서 리파이낸싱을 하면서 이거를 조기상환을 하겠다고 했거든요? 자금이 1조다 그러면 이 돈을 조기 환매를 시키기 위해서는 이 상품은 유지가 되고 그러면 다시 1조가 필요한 거잖아요? 그게 리파이낸싱의 개념입니다. 환매를 할 수 있는 금액만큼 또 다시 신규 자금이 들어와야 되겠죠? 신규자금을 모집을 하고 환매자금을 맞춰주는 거죠."

이에 대해 하나은행은 "판매 액수가 다르고, 두 펀드 간 만기와 설정 기간이 3주가량 차이가 나기 때문에 펀드 돌려막기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습니다. 또 "두 펀드의 운용사가 다르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피해자들이 관련 내용에 대해 검찰에 고소한 만큼 조만간 진위가 조사될 것으로 보입니다.


■퇴직 후 외국으로 가버린 헬스케어 펀드 담당 직원

취재 과정에서 헬스케어 펀드를 초기부터 기획한 직원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그런데 이 직원은 지난해 사모펀드 문제가 불거진 이후 퇴사를 하고 외국으로 이주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취재진이 접촉을 시도했지만 연락되지 않았습니다. 하나은행 현직 PB들도 이 직원에 대해 알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잡아왔어요, 너 이거 처음부터 알았지 우리가 물어봤대요, 너 이거 처음부터 문제가 있었던 거 알았니? 자기도 처음엔 이럴 줄 몰랐다고 했대요. 정말 본인이 문제가 있는 거를 알고서도 이렇게 팔았다는 게 드러난다면 그거는 은행 직원이 이렇게 한 거니까, 그것도 본점의 담당자가. 그거는 사기에 해당이 될 수도 있어요."

이같은 의혹이 불거져도 은행이 내부적으로 조사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금융당국이나 검찰이 나서야 하는 이유입니다. 하나은행 현직 PB도 계속 의혹이 불거지고 비판이 제기되는 현재 상황보다 차라리 수사가 시작돼서 의혹들이 시원하게 해소됐으면 좋겠다고 털어놨습니다.

"이게 시끄러워지게 될수록 좋아요. 시끄러워질수록 사람들 이슈가 되고 언론에 나고 그러니까. 은행 안에서는 바뀌지 않아요, 바꿀 수 있는 힘은 외부의 힘이고 외부는 금융감독원과 판결, 재판으로 가야 되는 거예요. 그러면 우선 재판의 과정이 너무 길다면 금융금독원에 가야 돼요."

은행업은 규제 산업입니다. 아무나 은행업을 할 수 없습니다. 은행이라는 간판만 달고 있으면 사람들이 찾아갑니다. 그만큼 은행은 사회적으로 혜택을 많이 받습니다. 그 혜택을 악용해서는 안 됩니다. 계속 제기되는 의혹에 대해서 하나은행이 어떤 해명을 하는지, 사모펀드 피해자들에게 어떻게 대응을 하는지, 내부적으로 과도한 성과주의를 지양하고 투자 상품 판매 시스템을 건전하게 마련하는지 앞으로도 계속 지켜보겠습니다.

8월 1일에 방송된 <시사기획 창> 사모펀드 위기 "그들은 알았다" 편은 KBS 홈페이지와 KBS 뉴스 앱, 유튜브 등을 통해 시청이 가능합니다.

뉴스 홈페이지 다시보기 http://news.kbs.co.kr/news/view.do?ncd=4507947
유튜브 다시보기 https://www.youtube.com/watch?v=1SJGiLtjtrk&t=1577s

[은행의 탐욕]①DLF부터 헬스케어까지 모든 사모펀드를 판 은행: 하나은행
[은행의 탐욕]②언제 환매될지도 모르는 디스커버리 펀드: 기업은행
[은행의 탐욕]③금투는 라임 부실 알았는데 은행은 몰랐을까?: 신한은행
[은행의 탐욕]④전사적인 비이자수익 극대화의 비극: 우리은행
[은행의 탐욕]⑤사모펀드 사태 재발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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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행의 탐욕]① DLF부터 헬스케어까지 모든 사모펀드를 팔았다: 하나은행
    • 입력 2020-08-03 08:00:26
    • 수정2020-08-07 09:00:26
    취재K

1933년생 김 모 씨는 2018년 7월 27일에 치매 판정을 받았습니다. 두 달 뒤 김 씨는 하나은행 DLF에 5억 원을 가입합니다. 2019년 5월에는 10억 원을 더 투자합니다. 담당 PB가 김 씨에게 DLF 투자를 권유한 겁니다. 이 모든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가족들은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10억 원은 다시 돌려받았지만 처음 가입한 5억 원은 손실률이 80%가 넘습니다. 5억 투자했는데 겨우 1억 원 돌려받게 됐습니다.

"2018년 11월에 은행 PB에게 가서 정식으로 얘기했어요. 치매 상태니까 혹시 실수를 하실 수도 있다, 좋게 얘기를 했어요. 이미 DLF에 가입한 건 할 수 없지만 2019년 5월에 또 가입한 걸 듣고선 너무 괘씸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치매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호자한테 얘기 안 하고…"

DLF뿐만 아닙니다. 치매 초기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던 2017년부터 2018년까지 김 씨가 가입한 투자 상품은 총 44개입니다. 심지어 김 씨는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어서 생활비로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담당 PB가 김 씨의 돈을 전부 투자 상품에 넣고,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어서 사용하게 만든 겁니다.

"저희 고모(김OO) 서명이 아닌 것도 있고 그래요. 그냥 자기네 돈이었던 거죠, 자기네 돈. 자기네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돈. 무슨 다른 세계가 돌아가고 있었구나, 우리가 모르는, 우리 고객들의 돈으로 어떤 세계가 따로 돌아가고 있었구나,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DLF부터 헬스케어까지, 모든 사모펀드를 판 하나은행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큰 손실이 나거나 환매가 중단된 사모펀드 가운데, '은행'이 판매한 사모펀드는 DLF와 라임 펀드, 헬스케어펀드, 디스커버리펀드입니다. 하나은행은 이 네 가지 펀드에 모두 엮여 있습니다. 신한은행은 라임 펀드와 디스커버리펀드를 팔았고, 우리은행은 DLF와 라임 펀드, 기업은행은 디스커버리펀드를 팔았는데 하나은행은 네 가지 펀드를 모두 팔았습니다.

하나은행에서 판매한 사모펀드 피해자는 모두 2,062명에 이르고 피해액은 4천9백억 원이 넘습니다. 하나은행이 이렇게 무리하게 사모펀드를 판 이유는 뭘까요. 사모펀드 '판매 수수료'를 통해 비이자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입니다. 저금리 시대에 대출 이자 등으로는 수익 확대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겁니다.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은 2015년 하나은행 행장 시절 '전 직원의 PB화'를 선언했습니다. 사모펀드를 비롯해 투자 상품을 열심히 팔란 얘기입니다.

■'OEM 의혹'이 제기된 하나은행 헬스케어 펀드

사모펀드를 열심히 파는 게 불법도 아니고, 문제도 아닙니다. 하지만 어떻게든 수익을 높이기 위해서 꼼수를 부리거나 법의 테두리를 넘는다면 그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하나은행 헬스케어 펀드는 그런 의혹을 받는 펀드입니다.

자본시장법상 자산운용사만 사모펀드 설계와 운용을 할 수 있고 은행은 '판매'만 해야 합니다. 은행이 설계 단계부터 개입한 걸 이른바 'OEM 펀드'라고 합니다. 외주업체가 제품을 만드는 주문자 위탁 방식 OEM과 유사하다고 해서 나온 표현입니다.

취재 도중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로부터 수상한 얘기를 들었습니다. "하나은행이 먼저 자신들에게 펀드 설계를 요청했고, 다른 자산운용사에도 똑같이 요청한 것으로 알고 있다"는 주장이었습니다. 그건 OEM 펀드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렇게 볼 수도 있다며 OEM 펀드 의혹을 순순히 인정하는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은행 쪽에서도 처음에 저희 회사보다 그전에 설정한 펀드가 있고 수익률이 괜찮다 보니까 몇 개 운용사를 대상으로 해서 이런 유사한 형태의 상품을 하나 제안을 해 달라고 요청이 왔고 그거에 맞춰가지고 저희뿐만 아니라 다른 회사들도 유사한 형태의 상품을 만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자산운용사 인터뷰를 듣고 있는 기자와 변호사
하나은행 헬스케어 펀드는 '13개월 만에 환매가 가능하다'고 판매한 상품이었습니다. 이 부분도 OEM 펀드 의혹을 뒷받침하는 정황입니다. 헬스케어 펀드는 이탈리아 의료비 채권에 투자되는 상품인데 현재 환매가 연기되면서 1천5백억 원이 넘는 돈이 묶여 있습니다. 단기채권에 투자한다고 했는데 알고 보니 장기채권에 투자되어 있던 겁니다. 13개월은커녕 2025년이 넘어야 환매가 가능하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는 실정입니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자신들이 만기 설정을 정하지 않았다고 증언했습니다. 은행이 판매 과정에서 독단적으로 결정했다는 겁니다.

"판매 과정에서 저희는 그냥 운용 입장인 거고, 판매 은행에서 그걸 어떻게 고객들한테 판매했는지는 저희는 잘 알 수는 없고"

자산운용사 인터뷰를 듣고 있는 기자와 변호사
하나은행은 "단순 판매사이기 때문에 조기 상환을 직접 결정할 권한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하나은행 현직 PB는 13개월 환매가 가능하다고 판 사실이 은행의 약점이라고 인정했습니다.

"은행으로서는 되게 아킬레스건이에요. 왜냐하면 그거는(13개월 만기 설정) 운용사랑 관계가 없거든요. 본점 상품 담당자가 제안서에 그렇게 쓴 거예요. PB들은 그 제안서대로 고객들에게 팔았고요. 당연히 고객들은 13개월 안에 돈을 찾을 수 있다고 착각할 수 있거든요. 그건 착오예요, 착오. 착오도 100% 배상이 나갈 수 있어요. 굉장히 중대한 사실을 착각하게끔 한 거잖아요.”

■헬스케어 펀드 '부실 운용' 알고 있었나?

취재 도중 "헬스케어 펀드간 돌려막기가 이뤄졌다"는 제보를 하나 받았습니다. 하나은행이 2018년 1월에 판매한 라임 헬스케어 펀드 상품이 있었습니다. 만기일이 2020년 1월이었는데 2019년 7월에 조기 상환됐습니다. 이 상품 역시 장기채권에 투자됐기 때문에 상환이 어려웠는데도 투자금을 전부 돌려받았습니다. 이 상품을 조기 상환하기 위해선 230억 원이 필요했습니다.

은행이 판 금액이 109억 원이었고, 증권사 레버리지 상환액 88억, 펀드 이자 10억, 레버리지 이자 12억 등으로 해서 230억 원입니다. 그런데 이 펀드가 조기 상환되기 직전, 하나은행이 새로 설정한 헬스케어 펀드가 있습니다. 액수는 240억 원이었습니다. 조기 상환된 펀드의 액수와 비슷합니다. 조기 상환이 어렵다는 사실을 사전에 알고 펀드 돌려막기를 했다는 의혹인데 자산운용사 관계자도 관련 내용을 증언했습니다.

"하나은행에서 리파이낸싱을 하면서 이거를 조기상환을 하겠다고 했거든요? 자금이 1조다 그러면 이 돈을 조기 환매를 시키기 위해서는 이 상품은 유지가 되고 그러면 다시 1조가 필요한 거잖아요? 그게 리파이낸싱의 개념입니다. 환매를 할 수 있는 금액만큼 또 다시 신규 자금이 들어와야 되겠죠? 신규자금을 모집을 하고 환매자금을 맞춰주는 거죠."

이에 대해 하나은행은 "판매 액수가 다르고, 두 펀드 간 만기와 설정 기간이 3주가량 차이가 나기 때문에 펀드 돌려막기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습니다. 또 "두 펀드의 운용사가 다르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피해자들이 관련 내용에 대해 검찰에 고소한 만큼 조만간 진위가 조사될 것으로 보입니다.


■퇴직 후 외국으로 가버린 헬스케어 펀드 담당 직원

취재 과정에서 헬스케어 펀드를 초기부터 기획한 직원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그런데 이 직원은 지난해 사모펀드 문제가 불거진 이후 퇴사를 하고 외국으로 이주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취재진이 접촉을 시도했지만 연락되지 않았습니다. 하나은행 현직 PB들도 이 직원에 대해 알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잡아왔어요, 너 이거 처음부터 알았지 우리가 물어봤대요, 너 이거 처음부터 문제가 있었던 거 알았니? 자기도 처음엔 이럴 줄 몰랐다고 했대요. 정말 본인이 문제가 있는 거를 알고서도 이렇게 팔았다는 게 드러난다면 그거는 은행 직원이 이렇게 한 거니까, 그것도 본점의 담당자가. 그거는 사기에 해당이 될 수도 있어요."

이같은 의혹이 불거져도 은행이 내부적으로 조사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금융당국이나 검찰이 나서야 하는 이유입니다. 하나은행 현직 PB도 계속 의혹이 불거지고 비판이 제기되는 현재 상황보다 차라리 수사가 시작돼서 의혹들이 시원하게 해소됐으면 좋겠다고 털어놨습니다.

"이게 시끄러워지게 될수록 좋아요. 시끄러워질수록 사람들 이슈가 되고 언론에 나고 그러니까. 은행 안에서는 바뀌지 않아요, 바꿀 수 있는 힘은 외부의 힘이고 외부는 금융감독원과 판결, 재판으로 가야 되는 거예요. 그러면 우선 재판의 과정이 너무 길다면 금융금독원에 가야 돼요."

은행업은 규제 산업입니다. 아무나 은행업을 할 수 없습니다. 은행이라는 간판만 달고 있으면 사람들이 찾아갑니다. 그만큼 은행은 사회적으로 혜택을 많이 받습니다. 그 혜택을 악용해서는 안 됩니다. 계속 제기되는 의혹에 대해서 하나은행이 어떤 해명을 하는지, 사모펀드 피해자들에게 어떻게 대응을 하는지, 내부적으로 과도한 성과주의를 지양하고 투자 상품 판매 시스템을 건전하게 마련하는지 앞으로도 계속 지켜보겠습니다.

8월 1일에 방송된 <시사기획 창> 사모펀드 위기 "그들은 알았다" 편은 KBS 홈페이지와 KBS 뉴스 앱, 유튜브 등을 통해 시청이 가능합니다.

뉴스 홈페이지 다시보기 http://news.kbs.co.kr/news/view.do?ncd=4507947
유튜브 다시보기 https://www.youtube.com/watch?v=1SJGiLtjtrk&t=1577s

[은행의 탐욕]①DLF부터 헬스케어까지 모든 사모펀드를 판 은행: 하나은행
[은행의 탐욕]②언제 환매될지도 모르는 디스커버리 펀드: 기업은행
[은행의 탐욕]③금투는 라임 부실 알았는데 은행은 몰랐을까?: 신한은행
[은행의 탐욕]④전사적인 비이자수익 극대화의 비극: 우리은행
[은행의 탐욕]⑤사모펀드 사태 재발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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