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내국인 관광객 수, 코로나 사태 이후 처음으로 지난해 추월

입력 2020.08.03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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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꿩 대신 닭, 해외 대신 제주'…작년보다 '내국인 관광객' 더 몰리는 제주도

지난 주말 사흘간 제주를 찾은 내국인 관광객 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말 제주 관광객 수가 지난해 통계를 추월한 것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이다.

제주도관광협회 통계를 보면 금요일인 지난달 31일부터 어제(2일)까지 사흘 동안 제주에 들어온 관광객은 모두 13만 9천500여 명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관광객 수(15만 30명)의 93% 수준을 회복한 수치다.

이 중 내국인 관광객은 13만 8천600여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제주를 찾은 내국인 관광객 수(13만 4천 명)보다 4천600여 명 늘었다.

지난해와 비슷한 시기의 주말 휴일 기간과 비교해도, 올해 제주를 방문한 내국인 관광객 수가 더 많았다. 올해 8월 첫 주말 내국인 관광객은 지난해 8월 첫 주말보다 무려 8천 명 가까이 더 는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코로나19 여파로 외국 등 휴가 선택지가 줄어든 상황에서, 그간 외국으로 향하던 내국인 관광객 발걸음을 국내 여행지가 그대로 흡수하는 상황이 실제 통계로 입증된 셈이다.

2019년 7~8월 제주 방문 내·외국인 관광객 비율 (자료: 제주도관광협회)2019년 7~8월 제주 방문 내·외국인 관광객 비율 (자료: 제주도관광협회)

2020년 7~8월 제주 방문 내·외국인 관광객 비율 (자료: 제주도관광협회)2020년 7~8월 제주 방문 내·외국인 관광객 비율 (자료: 제주도관광협회)

코로나19 때문에…제주 관광객 내국인은 '쑥', 외국인은 '뚝'

코로나19 확산으로 급감했던 제주 관광객 수가 지난해 수치를 추월한 것은 지난달 19일이 처음이다. 다음날인 20일에도 지난해보다 관광객이 소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와 올해 제주 관광객 통계를 비교해 보면, 코로나19로 단절된 '하늘길 풍경'이 명확히 드러난다.

지난달 31일부터 어제(2일)까지 주말 사흘 동안 제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 수는 모두 892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제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 2만 1천300여 명의 4.1%였다.

제주를 찾는 외국인의 대다수를 차지했던 중국, 대만 등 중화권과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관광객의 발걸음이 뚝 끊겼기 때문이다.

경기 회복 기대하지만…지역사회 감염은 여전히 두려워

제주를 비롯해 해마다 여름 휴가철 관광객 모시기에 공을 들였던 전국의 관광 도시들은 올해는 냉가슴을 앓고 있다.

가뜩이나 코로나19 여파로 잔뜩 움츠러든 지역 경제를 생각하면 쾌재를 부르고 싶지만, 전국 곳곳에서 지역사회 감염이 확산하는 탓에, 밀려드는 관광객들을 마냥 웃으며 환영하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경기 회복에 대한 조심스러운 기대심리와 함께 제주에서는 '코로나19 방역 구멍'과 지역 사회 전파 우려가 상존하고 있다. 해수욕장과 해안가 방파제 등 인파가 모여드는 지역에선 방역 지침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불안을 호소하는 지역 주민들의 호소도 잇따르고 있다.

'야외는 괜찮다'며 여행 대체지로 꼽혔던 캠핑장에서도 최근 집단 감염이 발생한 데 이어, 서울과 수도권 일대에까지 지역사회 전파가 확인된 것도 방역 당국이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하는 까닭이다.

"모여서 치맥 금지"…해수욕장 방역 지침은 '있으나 마나?'

인기 해수욕장에선 밤중에 모여 먹고 마시는 행위에 대해 무거운 벌금까지 매기고 나섰지만, 도입 당시부터 실효성 논란이 일었던 우려가 현장에서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제주시의 한 해수욕장 풍경제주시의 한 해수욕장 풍경

지난해 30만 명 이상이 다녀간 제주시 함덕해수욕장과 협재해수욕장은 해양수산부 집합제한 행정명령에 따라 지난달 18일부터 이달 말까지 야간 음주와 음·식물을 먹는 것이 전면 금지된 장소다. 위반 시엔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300만 원 이하 벌금을 내야 한다.

그러나 해수욕장 주변 단속 구역을 벗어난 곳에선 다닥다닥 붙어 앉아 술과 음식을 나누며 왁자지껄하게 시간을 보내는 피서객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지키기는커녕, 법 시행 여부조차 모르는 이들도 적지 않다. 늦은 밤까지 밤샘 감시도 불가능한 데다, 야간 음주와 취식 행위를 제한하는 곳은 '백사장'에 한정된다는 허점에도 노출돼 있다.

도내 한 해수욕장에서는 코로나19 유증상자 격리를 위해 임시로 설치한 시설물 그늘에 피서객들이 '무더위 쉼터' 삼아 자리를 펴고 누워 지내는 황당한 광경이 포착되기도 했다.

제주도가 도내 11개 지정 해수욕장마다 방역관리 요원으로 3~5명을 배치하고 있지만, 샤워장과 탈의실, 종합상황실 등 일부 실내 시설에서만 발열 검사를 진행할 뿐, 하루 수천~수만 명이 오가는 해수욕장에서 일일이 방역 지침 준수 여부를 확인하고 계도하지는 못하는 실정이다.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아 제주로 향하는 국내 관광객 증가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거리두기가 느슨해졌고, 생활방역 전환 이후 코로나에 대한 경각심이 줄어든 상태에서 행락객 이동이 잦아지며 바이러스 전파 위험성도 덩달아 높아지는 양상이다.

배종면 제주도 감염병관리단장은 "마스크에 대한 경계심이 부족해지고 있지만, 최근 제주 한림읍에서의 사태를 보면 언제라도 증상이 없는 상태에서 바이러스로 전파를 할 수 있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며 "늘 주변에 감염이 있을 수 있다는 경각심을 품고 마스크를 반드시 쓰고, 손을 씻고, 사회적 거리 두기를 준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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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 내국인 관광객 수, 코로나 사태 이후 처음으로 지난해 추월
    • 입력 2020-08-03 18:43:38
    취재K

'꿩 대신 닭, 해외 대신 제주'…작년보다 '내국인 관광객' 더 몰리는 제주도

지난 주말 사흘간 제주를 찾은 내국인 관광객 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말 제주 관광객 수가 지난해 통계를 추월한 것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이다.

제주도관광협회 통계를 보면 금요일인 지난달 31일부터 어제(2일)까지 사흘 동안 제주에 들어온 관광객은 모두 13만 9천500여 명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관광객 수(15만 30명)의 93% 수준을 회복한 수치다.

이 중 내국인 관광객은 13만 8천600여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제주를 찾은 내국인 관광객 수(13만 4천 명)보다 4천600여 명 늘었다.

지난해와 비슷한 시기의 주말 휴일 기간과 비교해도, 올해 제주를 방문한 내국인 관광객 수가 더 많았다. 올해 8월 첫 주말 내국인 관광객은 지난해 8월 첫 주말보다 무려 8천 명 가까이 더 는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코로나19 여파로 외국 등 휴가 선택지가 줄어든 상황에서, 그간 외국으로 향하던 내국인 관광객 발걸음을 국내 여행지가 그대로 흡수하는 상황이 실제 통계로 입증된 셈이다.

2019년 7~8월 제주 방문 내·외국인 관광객 비율 (자료: 제주도관광협회)
2020년 7~8월 제주 방문 내·외국인 관광객 비율 (자료: 제주도관광협회)
코로나19 때문에…제주 관광객 내국인은 '쑥', 외국인은 '뚝'

코로나19 확산으로 급감했던 제주 관광객 수가 지난해 수치를 추월한 것은 지난달 19일이 처음이다. 다음날인 20일에도 지난해보다 관광객이 소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와 올해 제주 관광객 통계를 비교해 보면, 코로나19로 단절된 '하늘길 풍경'이 명확히 드러난다.

지난달 31일부터 어제(2일)까지 주말 사흘 동안 제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 수는 모두 892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제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 2만 1천300여 명의 4.1%였다.

제주를 찾는 외국인의 대다수를 차지했던 중국, 대만 등 중화권과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관광객의 발걸음이 뚝 끊겼기 때문이다.

경기 회복 기대하지만…지역사회 감염은 여전히 두려워

제주를 비롯해 해마다 여름 휴가철 관광객 모시기에 공을 들였던 전국의 관광 도시들은 올해는 냉가슴을 앓고 있다.

가뜩이나 코로나19 여파로 잔뜩 움츠러든 지역 경제를 생각하면 쾌재를 부르고 싶지만, 전국 곳곳에서 지역사회 감염이 확산하는 탓에, 밀려드는 관광객들을 마냥 웃으며 환영하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경기 회복에 대한 조심스러운 기대심리와 함께 제주에서는 '코로나19 방역 구멍'과 지역 사회 전파 우려가 상존하고 있다. 해수욕장과 해안가 방파제 등 인파가 모여드는 지역에선 방역 지침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불안을 호소하는 지역 주민들의 호소도 잇따르고 있다.

'야외는 괜찮다'며 여행 대체지로 꼽혔던 캠핑장에서도 최근 집단 감염이 발생한 데 이어, 서울과 수도권 일대에까지 지역사회 전파가 확인된 것도 방역 당국이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하는 까닭이다.

"모여서 치맥 금지"…해수욕장 방역 지침은 '있으나 마나?'

인기 해수욕장에선 밤중에 모여 먹고 마시는 행위에 대해 무거운 벌금까지 매기고 나섰지만, 도입 당시부터 실효성 논란이 일었던 우려가 현장에서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제주시의 한 해수욕장 풍경
지난해 30만 명 이상이 다녀간 제주시 함덕해수욕장과 협재해수욕장은 해양수산부 집합제한 행정명령에 따라 지난달 18일부터 이달 말까지 야간 음주와 음·식물을 먹는 것이 전면 금지된 장소다. 위반 시엔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300만 원 이하 벌금을 내야 한다.

그러나 해수욕장 주변 단속 구역을 벗어난 곳에선 다닥다닥 붙어 앉아 술과 음식을 나누며 왁자지껄하게 시간을 보내는 피서객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지키기는커녕, 법 시행 여부조차 모르는 이들도 적지 않다. 늦은 밤까지 밤샘 감시도 불가능한 데다, 야간 음주와 취식 행위를 제한하는 곳은 '백사장'에 한정된다는 허점에도 노출돼 있다.

도내 한 해수욕장에서는 코로나19 유증상자 격리를 위해 임시로 설치한 시설물 그늘에 피서객들이 '무더위 쉼터' 삼아 자리를 펴고 누워 지내는 황당한 광경이 포착되기도 했다.

제주도가 도내 11개 지정 해수욕장마다 방역관리 요원으로 3~5명을 배치하고 있지만, 샤워장과 탈의실, 종합상황실 등 일부 실내 시설에서만 발열 검사를 진행할 뿐, 하루 수천~수만 명이 오가는 해수욕장에서 일일이 방역 지침 준수 여부를 확인하고 계도하지는 못하는 실정이다.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아 제주로 향하는 국내 관광객 증가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거리두기가 느슨해졌고, 생활방역 전환 이후 코로나에 대한 경각심이 줄어든 상태에서 행락객 이동이 잦아지며 바이러스 전파 위험성도 덩달아 높아지는 양상이다.

배종면 제주도 감염병관리단장은 "마스크에 대한 경계심이 부족해지고 있지만, 최근 제주 한림읍에서의 사태를 보면 언제라도 증상이 없는 상태에서 바이러스로 전파를 할 수 있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며 "늘 주변에 감염이 있을 수 있다는 경각심을 품고 마스크를 반드시 쓰고, 손을 씻고, 사회적 거리 두기를 준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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