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서 미국이 일본편 들었다? “일본만이 안보에 필요한 조치 판단 가능”

입력 2020.08.03 (18:51) 수정 2020.08.03 (20:58)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일본의 수출제한 조치와 관련해 우리나라와 일본 사이의 WTO(세계무역기구) 분쟁 절차가 진행 중입니다. 현지 시각으로 지난 29일엔 재판부에 해당하는 패널 설치를 위해 WTO 분쟁해결기구 회의가 열렸는데요, 여기서 미국이 일본의 편을 드는 듯한 발언을 해 파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WTO 분쟁해결기구(DSB) 정례 회의에서 미국은 “일본만이 자국의 본질적 안보에 필요한 조치를 판단할 수 있다”고 발언(WTO 홈페이지)WTO 분쟁해결기구(DSB) 정례 회의에서 미국은 “일본만이 자국의 본질적 안보에 필요한 조치를 판단할 수 있다”고 발언(WTO 홈페이지)

"일본만이 자국의 본질적 안보에 필요한 조치를 판단할 수 있다"

미국 측 대표의 발언 내용입니다. 당초 '안보'를 이유로 내걸었던 일본의 수출규제가 제소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취지로 풀이될 수 있는 대목입니다.

또, "(한국의) 제소는 WTO에 심각한 위협이며, 70년 동안 현명하게 피해왔던 안보 문제에 휘말리도록 곤란에 빠뜨리고 있다"(This surge in litigation poses serious risks to the WTO, threatening to enmesh the organization in national security matters it has wisely avoided for over 70 years.)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당사국도 아닌 미국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제소에 반대 입장을 드러내면서, 일본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가 됐는데요. 우리 정부는 서둘러 미국 측 발언의 의미를 평가절하하는 내용의 설명자료를 냈습니다.

"미국의 오랜 입장…특별히 일본 지지한 것 아니다"

정부의 주장은, 미국은 자신들이 오랫동안 견지해 온 입장을 반복한 것일 뿐, 특별히 일본 입장을 지지한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근거로 든 건, 현재 미국이 피소된 이른바 '철강 232조 분쟁'입니다. 미국은 '심각한 안보 위협'을 이유로 수입 철강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무역 제재를 시행한 이후, 유럽연합(EU)과 캐나다 등으로부터 제소를 당했는데, 여기서도 '안보 예외'를 반박 논거로 삼고 있기 때문입니다.

산업부 관계자는 "미국이 (WTO의 전신인) GATT 시절부터 일관되게 이야기해온 것으로, 조치국이 안보 이유를 주장하면 패널은 그 사안에 대해 심리를 할 수 없다는 취지의 주장"이라며 특별히 일본 편을 들었다고 해석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앞서 미국은 러시아-우크라이나 통과 운항 분쟁, 카타르-사우디 지재권 분쟁에서도 같은 주장을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유독 한일 분쟁에만 입장을 밝힌 것도 아니라고 덧붙였는데요, 결론적으로 미국의 주장이 우리 사건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해 송기호 통상전문 변호사는 "미국이 통상적으로 그런 얘기를 해오긴 했지만, '한국-일본'사건이 논의되는 자리에서 발언했다는 건 의미가 있다"면서, WTO 제소 절차 대신 대화로 해결할 것을 압박하는 신호로 해석하기도 했습니다.

해석이 엇갈리긴 하지만, 여전히 WTO 내에서 영향력이 큰 미국이 공개적으로 일본과 같은 입장을 드러낸 건 향후 분쟁 절차에서 우리나라에 유리한 상황은 아닐 겁니다.

내일부터 日 징용기업 자산 압류 절차 시작…분쟁 중 추가 보복?

분쟁 절차의 초입부터 장애물이 등장한 가운데, 사실상 수출규제의 원인이 됐던 일제 징용기업의 국내 자산 압류 절차가 내일 0시부터 시작됩니다. 추가 보복조치를 시사했던 일본은 아직 별다른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는데요, 우리 정부는 예상 가능한 보복 조치를 모두 꺼내놓고 대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WTO서 미국이 일본편 들었다? “일본만이 안보에 필요한 조치 판단 가능”
    • 입력 2020-08-03 18:51:40
    • 수정2020-08-03 20:58:08
    취재K
일본의 수출제한 조치와 관련해 우리나라와 일본 사이의 WTO(세계무역기구) 분쟁 절차가 진행 중입니다. 현지 시각으로 지난 29일엔 재판부에 해당하는 패널 설치를 위해 WTO 분쟁해결기구 회의가 열렸는데요, 여기서 미국이 일본의 편을 드는 듯한 발언을 해 파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WTO 분쟁해결기구(DSB) 정례 회의에서 미국은 “일본만이 자국의 본질적 안보에 필요한 조치를 판단할 수 있다”고 발언(WTO 홈페이지)
"일본만이 자국의 본질적 안보에 필요한 조치를 판단할 수 있다"

미국 측 대표의 발언 내용입니다. 당초 '안보'를 이유로 내걸었던 일본의 수출규제가 제소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취지로 풀이될 수 있는 대목입니다.

또, "(한국의) 제소는 WTO에 심각한 위협이며, 70년 동안 현명하게 피해왔던 안보 문제에 휘말리도록 곤란에 빠뜨리고 있다"(This surge in litigation poses serious risks to the WTO, threatening to enmesh the organization in national security matters it has wisely avoided for over 70 years.)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당사국도 아닌 미국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제소에 반대 입장을 드러내면서, 일본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가 됐는데요. 우리 정부는 서둘러 미국 측 발언의 의미를 평가절하하는 내용의 설명자료를 냈습니다.

"미국의 오랜 입장…특별히 일본 지지한 것 아니다"

정부의 주장은, 미국은 자신들이 오랫동안 견지해 온 입장을 반복한 것일 뿐, 특별히 일본 입장을 지지한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근거로 든 건, 현재 미국이 피소된 이른바 '철강 232조 분쟁'입니다. 미국은 '심각한 안보 위협'을 이유로 수입 철강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무역 제재를 시행한 이후, 유럽연합(EU)과 캐나다 등으로부터 제소를 당했는데, 여기서도 '안보 예외'를 반박 논거로 삼고 있기 때문입니다.

산업부 관계자는 "미국이 (WTO의 전신인) GATT 시절부터 일관되게 이야기해온 것으로, 조치국이 안보 이유를 주장하면 패널은 그 사안에 대해 심리를 할 수 없다는 취지의 주장"이라며 특별히 일본 편을 들었다고 해석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앞서 미국은 러시아-우크라이나 통과 운항 분쟁, 카타르-사우디 지재권 분쟁에서도 같은 주장을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유독 한일 분쟁에만 입장을 밝힌 것도 아니라고 덧붙였는데요, 결론적으로 미국의 주장이 우리 사건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해 송기호 통상전문 변호사는 "미국이 통상적으로 그런 얘기를 해오긴 했지만, '한국-일본'사건이 논의되는 자리에서 발언했다는 건 의미가 있다"면서, WTO 제소 절차 대신 대화로 해결할 것을 압박하는 신호로 해석하기도 했습니다.

해석이 엇갈리긴 하지만, 여전히 WTO 내에서 영향력이 큰 미국이 공개적으로 일본과 같은 입장을 드러낸 건 향후 분쟁 절차에서 우리나라에 유리한 상황은 아닐 겁니다.

내일부터 日 징용기업 자산 압류 절차 시작…분쟁 중 추가 보복?

분쟁 절차의 초입부터 장애물이 등장한 가운데, 사실상 수출규제의 원인이 됐던 일제 징용기업의 국내 자산 압류 절차가 내일 0시부터 시작됩니다. 추가 보복조치를 시사했던 일본은 아직 별다른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는데요, 우리 정부는 예상 가능한 보복 조치를 모두 꺼내놓고 대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