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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검사 앞에 선 추미애와 윤석열…결 다른 ‘주문’
입력 2020.08.03 (20:41) 취재K
"나는 불의의 어둠을 걷어내는 용기 있는 검사,
힘없고 소외된 사람들을 돌보는 따뜻한 검사,
오로지 진실만을 따라가는 공평한 검사"
위에 있는 글은 '검사 선서' 중 일부입니다. 대통령령으로까지 규정된 이 검사 선서를 복창하며 오늘(3일) 검사로 임관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판사 출신 법무부 장관과 검사 출신 검찰총장이 자신의 초임 시절을 떠올리며 신규 검사들 앞에 섰습니다. 추미애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은 같은 날 신규 검사로 임관하는 사람들에게 각각 '당부'를 했습니다.

겉으로는 신임 검사들에게 하는 '선배의 당부'였지만, 담긴 메시지는 서로 결이 달랐습니다. 그 메시지를 짚어봅니다.

■ 한 달 만에 침묵 깬 윤석열

추 장관보다는 윤 총장의 입에 더 많은 관심이 집중됐습니다. 지난달 2일 법무부 장관의 '지휘권'이 발동됐습니다. 그 이후 윤석열 총장의 현안에 대해 특별한 언급은 없었고, 어느새 한 달 가량이 흘렀습니다.

그 사이에 지난달 27일 법무부 산하 검찰개혁위가 "검찰총장의 구체적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폐지하라"고 권고했습니다.

지난달 30일에는 당·정·청 협의회가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를 6개 분야로 한정하는 개편안까지 발표했습니다. 윤 총장으로서는 껄끄러워 보이는 발표가 잇따른 셈입니다. 그렇게 윤 총장이 압박감을 느낄 만한 분위기에서 윤 총장이 마이크를 잡았습니다.

■ 윤석열 "가장 중요한 것은 설득"…말 속에 뼈

윤 총장은 신규검사 앞에서 갑자기 '설득'을 강조했습니다. 검사 선서에도 들어가 있지 않은 단어입니다.

윤 총장은 "검사가 하는 일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게 설득"이라면서 "자신의 생각을 동료와 상급자에게 설득하여 검찰 조직의 의사가 되게 하고, 법원을 설득해 국가의 의사가 되게 하며, 그 과정에서 수사 대상자와 국민을 설득해 공감과 보편적 정당성을 얻어야 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윤 총장은 최근 '설득'과 관련된 일이 있었습니다. 서울중앙지검이 이른바 '검언 유착' 의혹 수사를 두고 윤 총장과 이견으로 마찰을 빚은 일입니다. 수사팀은 이 모 기자의 강요미수 혐의가 인정된다고 의견을 냈지만, 윤 총장 등 대검은 수사팀이 범죄가 성립되는지 '설득'하지 못하고 있다며 맞선 겁니다. 여기서 생긴 마찰이 결국 장관의 '지휘권' 발동으로 이어지며 큰 논란을 불렀습니다. 윤 총장은 이걸 비판한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윤 총장은 '진짜 민주주의'도 언급했습니다. 윤 총장은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있는 독재와 전체주의를 배격하는 진짜 민주주의를 말한다"고 했는데요. '독재'나 '전체주의' 같은 강도 높은 단어를 사용하며 우회적으로 현 정부를 비판했다는 분석입니다.

특히, 지난 30일 수사권 조정 개편안을 내놓은 당·정·청 협의회에는 '경찰청장'은 참석했지만, '검찰총장'은 빼놓고 진행됐습니다. 검찰이 현안에서 배제되는 상황에서 윤 총장 말 속의 뼈가 보입니다.

■ 추미애 "외부 견제와 통제"

추 장관은 "외부로부터 견제와 통제를 받지 않고 수사권과 기소권을 함께 행사하면 필연적으로 권한 남용과 인권 침해의 문제가 발생한다"고 했습니다.

이어 "검찰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인권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면서 절제되고 균형 잡힌 검찰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검찰의 권한을 분산시켜야 하고, 검찰에 '민주적 통제'가 필요하다는, 검찰 개혁의 당위성을 다시 언급한 겁니다. 윤 총장 등 검찰을 향한 일관된 메시지가 재차 나온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면서 신규 검사들에게 '수사권 조정'도 설명해줬습니다. 추 장관은 수사권 조정을 "민주적인 형사사법 제도로 가기 위한 초석"이라고 규정했습니다. 그러면서 "권력기관 개혁은 국민 열망을 담은 시대적 과제"라고도 했습니다.

■ 신경전 뒤로 해석만...검사장 인사 '초점'

1달 만의 두 사람 간 신경전이었습니다. '지휘권'을 두고 양측이 첨예하게 입장이 갈려있는 상황에서 벌어진 대형 논란 이후 처음입니다. 오늘 신규 검사를 앞에 둔 두 사람은 서로 치고받을 정도의 발언을 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윤 총장 발언에 대한 해석이나, 추 장관의 의도에 대한 추정이 줄을 이을 뿐입니다.

다음 초점은 검사장 인사입니다. 이르면 이번 주 내로 검사장 인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검찰 내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지난주 예정이었던 검찰 인사위원회가 돌연 연기된 상황에서, 윤 총장의 측근이 대부분 배제되는 인사가 단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주를 이룹니다. 지난 1월 검사장 인사 과정에서 나온 '윤석열 패싱' 논란이 떠오릅니다. 다음에는 양 측간에 갈등이 커지는 장면을 또 지켜보게 될까요.

오늘 참석한 26명의 신규 검사들이 두 가지의 결이 다른 '메시지'를 받아들고 어떤 생각을 하게 됐는지 궁금합니다. 이들은 스스로가 검사선서에 나오는 '용기 있고, 따뜻하고, 공평한' 검사가 될 수 있을 거라고 믿게 됐을까요?
  • 신임검사 앞에 선 추미애와 윤석열…결 다른 ‘주문’
    • 입력 2020-08-03 20:41:03
    취재K
<b>"나는 불의의 어둠을 걷어내는 용기 있는 검사,</b> <br /><b>힘없고 소외된 사람들을 돌보는 따뜻한 검사,</b> <br /><b>오로지 진실만을 따라가는 공평한 검사"</b>
위에 있는 글은 '검사 선서' 중 일부입니다. 대통령령으로까지 규정된 이 검사 선서를 복창하며 오늘(3일) 검사로 임관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판사 출신 법무부 장관과 검사 출신 검찰총장이 자신의 초임 시절을 떠올리며 신규 검사들 앞에 섰습니다. 추미애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은 같은 날 신규 검사로 임관하는 사람들에게 각각 '당부'를 했습니다.

겉으로는 신임 검사들에게 하는 '선배의 당부'였지만, 담긴 메시지는 서로 결이 달랐습니다. 그 메시지를 짚어봅니다.

■ 한 달 만에 침묵 깬 윤석열

추 장관보다는 윤 총장의 입에 더 많은 관심이 집중됐습니다. 지난달 2일 법무부 장관의 '지휘권'이 발동됐습니다. 그 이후 윤석열 총장의 현안에 대해 특별한 언급은 없었고, 어느새 한 달 가량이 흘렀습니다.

그 사이에 지난달 27일 법무부 산하 검찰개혁위가 "검찰총장의 구체적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폐지하라"고 권고했습니다.

지난달 30일에는 당·정·청 협의회가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를 6개 분야로 한정하는 개편안까지 발표했습니다. 윤 총장으로서는 껄끄러워 보이는 발표가 잇따른 셈입니다. 그렇게 윤 총장이 압박감을 느낄 만한 분위기에서 윤 총장이 마이크를 잡았습니다.

■ 윤석열 "가장 중요한 것은 설득"…말 속에 뼈

윤 총장은 신규검사 앞에서 갑자기 '설득'을 강조했습니다. 검사 선서에도 들어가 있지 않은 단어입니다.

윤 총장은 "검사가 하는 일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게 설득"이라면서 "자신의 생각을 동료와 상급자에게 설득하여 검찰 조직의 의사가 되게 하고, 법원을 설득해 국가의 의사가 되게 하며, 그 과정에서 수사 대상자와 국민을 설득해 공감과 보편적 정당성을 얻어야 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윤 총장은 최근 '설득'과 관련된 일이 있었습니다. 서울중앙지검이 이른바 '검언 유착' 의혹 수사를 두고 윤 총장과 이견으로 마찰을 빚은 일입니다. 수사팀은 이 모 기자의 강요미수 혐의가 인정된다고 의견을 냈지만, 윤 총장 등 대검은 수사팀이 범죄가 성립되는지 '설득'하지 못하고 있다며 맞선 겁니다. 여기서 생긴 마찰이 결국 장관의 '지휘권' 발동으로 이어지며 큰 논란을 불렀습니다. 윤 총장은 이걸 비판한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윤 총장은 '진짜 민주주의'도 언급했습니다. 윤 총장은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있는 독재와 전체주의를 배격하는 진짜 민주주의를 말한다"고 했는데요. '독재'나 '전체주의' 같은 강도 높은 단어를 사용하며 우회적으로 현 정부를 비판했다는 분석입니다.

특히, 지난 30일 수사권 조정 개편안을 내놓은 당·정·청 협의회에는 '경찰청장'은 참석했지만, '검찰총장'은 빼놓고 진행됐습니다. 검찰이 현안에서 배제되는 상황에서 윤 총장 말 속의 뼈가 보입니다.

■ 추미애 "외부 견제와 통제"

추 장관은 "외부로부터 견제와 통제를 받지 않고 수사권과 기소권을 함께 행사하면 필연적으로 권한 남용과 인권 침해의 문제가 발생한다"고 했습니다.

이어 "검찰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인권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면서 절제되고 균형 잡힌 검찰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검찰의 권한을 분산시켜야 하고, 검찰에 '민주적 통제'가 필요하다는, 검찰 개혁의 당위성을 다시 언급한 겁니다. 윤 총장 등 검찰을 향한 일관된 메시지가 재차 나온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면서 신규 검사들에게 '수사권 조정'도 설명해줬습니다. 추 장관은 수사권 조정을 "민주적인 형사사법 제도로 가기 위한 초석"이라고 규정했습니다. 그러면서 "권력기관 개혁은 국민 열망을 담은 시대적 과제"라고도 했습니다.

■ 신경전 뒤로 해석만...검사장 인사 '초점'

1달 만의 두 사람 간 신경전이었습니다. '지휘권'을 두고 양측이 첨예하게 입장이 갈려있는 상황에서 벌어진 대형 논란 이후 처음입니다. 오늘 신규 검사를 앞에 둔 두 사람은 서로 치고받을 정도의 발언을 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윤 총장 발언에 대한 해석이나, 추 장관의 의도에 대한 추정이 줄을 이을 뿐입니다.

다음 초점은 검사장 인사입니다. 이르면 이번 주 내로 검사장 인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검찰 내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지난주 예정이었던 검찰 인사위원회가 돌연 연기된 상황에서, 윤 총장의 측근이 대부분 배제되는 인사가 단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주를 이룹니다. 지난 1월 검사장 인사 과정에서 나온 '윤석열 패싱' 논란이 떠오릅니다. 다음에는 양 측간에 갈등이 커지는 장면을 또 지켜보게 될까요.

오늘 참석한 26명의 신규 검사들이 두 가지의 결이 다른 '메시지'를 받아들고 어떤 생각을 하게 됐는지 궁금합니다. 이들은 스스로가 검사선서에 나오는 '용기 있고, 따뜻하고, 공평한' 검사가 될 수 있을 거라고 믿게 됐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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