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의 탐욕]② 언제 환매될지도 모르는 디스커버리 펀드: 기업은행

입력 2020.08.04 (08:00) 수정 2020.08.0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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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커버리 펀드 피해자들이 청와대 앞에서 시위하던 날이었습니다. 취재진이 현장에 나가서 시위 모습을 취재하고 있는데 한 피해자분이 말을 거셨습니다. 디스커버리 펀드에 대해 꼭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분의 나이는 93살이었습니다.

"제가 나이가 93인데 디스커버리가 뭐 어째 생겼는지 그리고 펀드가 무엇인지 알 턱이 없는데 은행 쪽에서 기업은행 쪽에서 권유했기 때문에 3.8%라 하는 이자만 보고 가입을 했죠. 위험성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절대 가입 안 하는데 뭐 절대 안심하고 하십시오, 위험성 없습니다. 그래서 가입한 거죠. 뭐 조금이라도 위험성 있다 하면 절대 안 하죠."

■'디스커버리 펀드' 환매는 여전히 불확실

디스커버리 US핀테크글로벌 채권 펀드와 디스커버리 US부동산선순위 채권 펀드는 국내 운용사인 디스커버리 자산운용이 설계한 상품입니다. 기업은행 등 판매사들이 모집한 투자금을 미국 운용사 DLI가 운용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런데 DLI가 실제 수익률과 투자자산 가치 등을 허위 보고한 혐의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로부터 고발당하면서 펀드 자산이 동결돼버렸습니다. 자산 가치에 얼마나 손실이 생겼는지 정확히 파악조차 못 하는 상태입니다.

이미 펀드 만기는 1년이 지났습니다. 1년 넘게 피해자들은 자신의 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아직도 언제 환매가 가능할지조차 모릅니다. 현재 기업은행이 판 디스커버리 펀드 환매중단 금액은 914억 원입니다.


■"자산 운용은 자산운용사의 책임"…피해자들은 누구를 믿나?

2019년 4월에 환매가 중단된 디스커버리 펀드 해결이 여전히 지지부진한 건 은행의 미온적인 대응 탓이 컸습니다. 은행은 "환매중단 사태가 은행의 잘못이 아니"라는 입장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일차적으로 자산운용사의 운용 부실이 원인이긴 하지만 디스커버리 펀드를 안전하다고 판 은행의 책임이 없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특히 미국 운용사의 자산이 동결된 이후에도 디스커버리 펀드가 판매된 경우도 있습니다.

은행은 "처음 자산이 동결된 미국 운용사의 펀드 상품과 기업은행이 판매한 디스커버리 펀드 상품이 다르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미국 운용사의 잘못이 드러난 순간 그 운용사에 대한 주의와 경고가 있어야 했다"고 주장합니다.

DLF 사태에 이어 라임 사태 등 사모펀드 피해가 잇따라 터지면서 여론이 악화되자 기업은행도 뒤늦게 피해자들과 대화에 나섰습니다. 기업은행은 지난 6월 가지급금 50%를 지급하고, 향후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를 거쳐 최종 보상액과 환매 중단된 펀드의 최종 회수액이 결정되면 차액을 사후 정산하는 방안을 피해자들에게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이 제안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입니다. 디스커버리 펀드는 '불완전 판매'였기 때문에 아예 계약을 무효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가지급금 50% 결정은 여론의 비판을 잠시 피하고자 하는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겁니다. 특히 금감원 분쟁조정에 따른 배상비율에 맞춰 최종 정산을 하겠다는 것은 금감원에 책임을 떠넘기면서 배상 비율을 낮추려는 의도라고 비판했습니다. 그간 축적된 은행에 대한 불신도 한몫했습니다.

자산운용사 사무실에 기자가 찾아갔으나 취재를 거부당했다.자산운용사 사무실에 기자가 찾아갔으나 취재를 거부당했다.

■급성장한 신생 운용사, 기업은행 덕분일까?

피해자들은 디스커버리 자산운용과 기업은행의 관계에 대해서도 의심하고 있습니다. 디스커버리 자산운용의 대표는 장하원 씨입니다. 장하성 주중 대사의 동생이기도 합니다. '장 대표가 장 대사의 동생이라는 점 때문에 기업은행이 무리하게 디스커버리 펀드를 판매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는 겁니다.

실제로 디스커버리 자산운용은 2017년 설립 이후 급성장했습니다. 2017년 4월 말 기준 설정액이 80억 원이던 디스커버리 자산운용은 지난해 5천억 원 수준으로 설정액을 늘렸습니다. 이 과정에서 신생 운용사의 펀드를 판매해준 기업은행의 영향이 컸던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 같은 의혹에 대해 기업은행은 "펀드 상품 자체의 특성과 수익률 등을 고려하여 판매를 결정했다"며 "이외의 사항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거나 논의하지 않았다"는 입장입니다.

다행히 기업은행은 지난달 일부 환매를 재개했습니다. 원금의 약 4~8% 수준이지만 조금이나마 돈을 돌려준 건 긍정적입니다. 다만 그걸 미봉책으로 삼아 이번 사태를 넘어가고 또다시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선 안 됩니다. 아직 원금 92~96%가 남아 있습니다.

8월 1일에 방송된 <시사기획 창> 사모펀드 위기 "그들은 알았다" 편은 KBS 홈페이지와 KBS 뉴스 앱, 유튜브 등을 통해 시청이 가능합니다.

뉴스 홈페이지 다시보기 http://news.kbs.co.kr/news/view.do?ncd=4507947
유튜브 다시보기 https://www.youtube.com/watch?v=1SJGiLtjtrk&t=1577s

[은행의 탐욕]①DLF부터 헬스케어까지 모든 사모펀드를 판 은행: 하나은행
[은행의 탐욕]②언제 환매될지도 모르는 디스커버리 펀드: 기업은행
[은행의 탐욕]③금투는 라임 부실 알았는데 은행은 몰랐을까?: 신한은행
[은행의 탐욕]④전사적인 비이자수익 극대화의 비극: 우리은행
[은행의 탐욕]⑤사모펀드 사태 재발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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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행의 탐욕]② 언제 환매될지도 모르는 디스커버리 펀드: 기업은행
    • 입력 2020-08-04 08:00:59
    • 수정2020-08-07 09:00:26
    취재K

디스커버리 펀드 피해자들이 청와대 앞에서 시위하던 날이었습니다. 취재진이 현장에 나가서 시위 모습을 취재하고 있는데 한 피해자분이 말을 거셨습니다. 디스커버리 펀드에 대해 꼭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분의 나이는 93살이었습니다.

"제가 나이가 93인데 디스커버리가 뭐 어째 생겼는지 그리고 펀드가 무엇인지 알 턱이 없는데 은행 쪽에서 기업은행 쪽에서 권유했기 때문에 3.8%라 하는 이자만 보고 가입을 했죠. 위험성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절대 가입 안 하는데 뭐 절대 안심하고 하십시오, 위험성 없습니다. 그래서 가입한 거죠. 뭐 조금이라도 위험성 있다 하면 절대 안 하죠."

■'디스커버리 펀드' 환매는 여전히 불확실

디스커버리 US핀테크글로벌 채권 펀드와 디스커버리 US부동산선순위 채권 펀드는 국내 운용사인 디스커버리 자산운용이 설계한 상품입니다. 기업은행 등 판매사들이 모집한 투자금을 미국 운용사 DLI가 운용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런데 DLI가 실제 수익률과 투자자산 가치 등을 허위 보고한 혐의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로부터 고발당하면서 펀드 자산이 동결돼버렸습니다. 자산 가치에 얼마나 손실이 생겼는지 정확히 파악조차 못 하는 상태입니다.

이미 펀드 만기는 1년이 지났습니다. 1년 넘게 피해자들은 자신의 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아직도 언제 환매가 가능할지조차 모릅니다. 현재 기업은행이 판 디스커버리 펀드 환매중단 금액은 914억 원입니다.


■"자산 운용은 자산운용사의 책임"…피해자들은 누구를 믿나?

2019년 4월에 환매가 중단된 디스커버리 펀드 해결이 여전히 지지부진한 건 은행의 미온적인 대응 탓이 컸습니다. 은행은 "환매중단 사태가 은행의 잘못이 아니"라는 입장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일차적으로 자산운용사의 운용 부실이 원인이긴 하지만 디스커버리 펀드를 안전하다고 판 은행의 책임이 없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특히 미국 운용사의 자산이 동결된 이후에도 디스커버리 펀드가 판매된 경우도 있습니다.

은행은 "처음 자산이 동결된 미국 운용사의 펀드 상품과 기업은행이 판매한 디스커버리 펀드 상품이 다르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미국 운용사의 잘못이 드러난 순간 그 운용사에 대한 주의와 경고가 있어야 했다"고 주장합니다.

DLF 사태에 이어 라임 사태 등 사모펀드 피해가 잇따라 터지면서 여론이 악화되자 기업은행도 뒤늦게 피해자들과 대화에 나섰습니다. 기업은행은 지난 6월 가지급금 50%를 지급하고, 향후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를 거쳐 최종 보상액과 환매 중단된 펀드의 최종 회수액이 결정되면 차액을 사후 정산하는 방안을 피해자들에게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이 제안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입니다. 디스커버리 펀드는 '불완전 판매'였기 때문에 아예 계약을 무효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가지급금 50% 결정은 여론의 비판을 잠시 피하고자 하는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겁니다. 특히 금감원 분쟁조정에 따른 배상비율에 맞춰 최종 정산을 하겠다는 것은 금감원에 책임을 떠넘기면서 배상 비율을 낮추려는 의도라고 비판했습니다. 그간 축적된 은행에 대한 불신도 한몫했습니다.

자산운용사 사무실에 기자가 찾아갔으나 취재를 거부당했다.
■급성장한 신생 운용사, 기업은행 덕분일까?

피해자들은 디스커버리 자산운용과 기업은행의 관계에 대해서도 의심하고 있습니다. 디스커버리 자산운용의 대표는 장하원 씨입니다. 장하성 주중 대사의 동생이기도 합니다. '장 대표가 장 대사의 동생이라는 점 때문에 기업은행이 무리하게 디스커버리 펀드를 판매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는 겁니다.

실제로 디스커버리 자산운용은 2017년 설립 이후 급성장했습니다. 2017년 4월 말 기준 설정액이 80억 원이던 디스커버리 자산운용은 지난해 5천억 원 수준으로 설정액을 늘렸습니다. 이 과정에서 신생 운용사의 펀드를 판매해준 기업은행의 영향이 컸던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 같은 의혹에 대해 기업은행은 "펀드 상품 자체의 특성과 수익률 등을 고려하여 판매를 결정했다"며 "이외의 사항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거나 논의하지 않았다"는 입장입니다.

다행히 기업은행은 지난달 일부 환매를 재개했습니다. 원금의 약 4~8% 수준이지만 조금이나마 돈을 돌려준 건 긍정적입니다. 다만 그걸 미봉책으로 삼아 이번 사태를 넘어가고 또다시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선 안 됩니다. 아직 원금 92~96%가 남아 있습니다.

8월 1일에 방송된 <시사기획 창> 사모펀드 위기 "그들은 알았다" 편은 KBS 홈페이지와 KBS 뉴스 앱, 유튜브 등을 통해 시청이 가능합니다.

뉴스 홈페이지 다시보기 http://news.kbs.co.kr/news/view.do?ncd=4507947
유튜브 다시보기 https://www.youtube.com/watch?v=1SJGiLtjtrk&t=1577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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