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황강댐 3차례 무단 방류…통일부 “불행한 일”

입력 2020.08.04 (20:26)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임진강 필승교의 수위가 어제(3일) 6m 가까이 상승했습니다. 평소 수위와 비교해 볼 때 스무 배 가까이 치솟은 것입니다. 이유는 휴전선 너머 임진강 상류에 있는 북한의 황강댐 수문 개방 때문으로 드러났습니다. 통일부는 오늘 북한이 황강댐 수문을 지난달부터 세 차례 개방해 방류한 것으로 파악했다고 밝혔습니다.

■ 2002년 北 황강댐 건설 확인…임진강 유역 주민 촉각

북한의 황강댐 건설이 남측에 알려진 것은 2002년입니다. 정부는 북한이 임진강 본류, 군사분계선(MDL) 북쪽 42.3㎞ 지점에 댐을 건설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발전과 용수공급 등의 목적으로 2002년 착공된 황강댐은 2007년 10월쯤에 완공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높이 34m, 길이 880m에 저수량은 3억5천만 톤입니다. 저수량만 보면 하류에 있는 군남댐의 5배에 이르고 한강 수계의 팔당댐(저수량 2억4천400만 톤)의 1.5배에 이르는 중형 댐입니다.

황강댐 방류 여부에 가장 촉각을 기울이는 사람들은 임진강 유역 주민들입니다. 황강댐 방류가 인명 피해로 이어진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2009년 9월 북한이 황강댐 물을 예고 없이 방류해 경기도 연천군에서 6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호우가 없는 화창한 날 벌어진 일입니다.

■ 남북 간 맺은 '방류 사전 통보' 합의…北 얼마나 지켰나?

사고 직후였던 2009년 10월, 정부는 임진강 수해 방지 관련 남북 실무회담에서 북한으로부터 '황강댐 방류 시 사전 통보를 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습니다.

이후 북한은 황강댐 방류와 관련해 이 합의를 딱 3차례 지켰습니다. 합의가 이뤄진 이듬해인 2010년에 두 차례, 2013년에 한 차례 황강댐 방류를 예고했습니다.

2011년과 2012년, 2015년, 2016년, 2017년 등, 북한은 사전 통보 없이 거의 해마다 황강댐 무단 방류를 해왔습니다. 합의 이행을 대체로 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 황강댐 방류 대비해 군남댐 건설…이후 큰 피해 없어

북한의 선의에만 기댈 수 없다는 판단에, 정부는 황강댐 방류 대비를 위해 홍수조절 전용 군남댐을 건설했습니다.

2010년 7월, 공사 기간을 14개월이나 앞당겨 건설돼 가동을 시작한 군남댐은 높이 26m, 길이 658m, 총저수량 7천160만t 규모에 수문 13개를 갖춰, 임진강 수계에 48시간 동안 388㎜의 폭우가 쏟아져도 대비할 수 있도록 설계됐습니다.

당시 댐 규모를 더 크게 하자는 논의가 있었지만, 만수위 때 북한지역까지 수몰될 것을 우려해 규모를 늘리지 않았습니다.

군남댐 건설 이후 북한 댐 방류로 인한 피해는 사실상 사라진 것으로 당국은 파악하고 있습니다. 한국수자원공사 임진강 건설단 군남댐 관계자는 "군남댐이 건설된 이후 북한의 댐 방류로 인한 우리 측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의 방류에 대한 대비가 어느 정도는 자체적으로 가능해진 셈입니다.

■ 통일부 "北 댐 방류, 남북합의 위반…불행한 일"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일부는 북한의 황강댐 방류가 남북합의 위반이라고 못 박았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오늘 기자들과 만나 "정부는 남북 간 합의사항은 반드시 이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현재 남북 간 군 통신선이 단절된 상황인 점도 재해에 대한 우리 국민의 불안감을 높이는 요인입니다. 북한은 지난 6월 지난달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탈북민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문제 삼으며 남북관계를 단절하겠다고 경고한 이후, 남북연락사무소 통신선, 군의 동·서해 통신선, 노동당~청와대 직통전화(핫라인)선을 차단했습니다. 이어 같은 달 16일에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남북관계가 복원되면 재난·재해 분야에서 남북 간 협력을 본격적으로 추진해 나아갈 것"이라며 "현재 정치·군사적 냉각국면으로 자연재해 협력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은 불행한 일"이라고 밝혔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北, 황강댐 3차례 무단 방류…통일부 “불행한 일”
    • 입력 2020-08-04 20:26:26
    취재K
임진강 필승교의 수위가 어제(3일) 6m 가까이 상승했습니다. 평소 수위와 비교해 볼 때 스무 배 가까이 치솟은 것입니다. 이유는 휴전선 너머 임진강 상류에 있는 북한의 황강댐 수문 개방 때문으로 드러났습니다. 통일부는 오늘 북한이 황강댐 수문을 지난달부터 세 차례 개방해 방류한 것으로 파악했다고 밝혔습니다.

■ 2002년 北 황강댐 건설 확인…임진강 유역 주민 촉각

북한의 황강댐 건설이 남측에 알려진 것은 2002년입니다. 정부는 북한이 임진강 본류, 군사분계선(MDL) 북쪽 42.3㎞ 지점에 댐을 건설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발전과 용수공급 등의 목적으로 2002년 착공된 황강댐은 2007년 10월쯤에 완공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높이 34m, 길이 880m에 저수량은 3억5천만 톤입니다. 저수량만 보면 하류에 있는 군남댐의 5배에 이르고 한강 수계의 팔당댐(저수량 2억4천400만 톤)의 1.5배에 이르는 중형 댐입니다.

황강댐 방류 여부에 가장 촉각을 기울이는 사람들은 임진강 유역 주민들입니다. 황강댐 방류가 인명 피해로 이어진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2009년 9월 북한이 황강댐 물을 예고 없이 방류해 경기도 연천군에서 6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호우가 없는 화창한 날 벌어진 일입니다.

■ 남북 간 맺은 '방류 사전 통보' 합의…北 얼마나 지켰나?

사고 직후였던 2009년 10월, 정부는 임진강 수해 방지 관련 남북 실무회담에서 북한으로부터 '황강댐 방류 시 사전 통보를 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습니다.

이후 북한은 황강댐 방류와 관련해 이 합의를 딱 3차례 지켰습니다. 합의가 이뤄진 이듬해인 2010년에 두 차례, 2013년에 한 차례 황강댐 방류를 예고했습니다.

2011년과 2012년, 2015년, 2016년, 2017년 등, 북한은 사전 통보 없이 거의 해마다 황강댐 무단 방류를 해왔습니다. 합의 이행을 대체로 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 황강댐 방류 대비해 군남댐 건설…이후 큰 피해 없어

북한의 선의에만 기댈 수 없다는 판단에, 정부는 황강댐 방류 대비를 위해 홍수조절 전용 군남댐을 건설했습니다.

2010년 7월, 공사 기간을 14개월이나 앞당겨 건설돼 가동을 시작한 군남댐은 높이 26m, 길이 658m, 총저수량 7천160만t 규모에 수문 13개를 갖춰, 임진강 수계에 48시간 동안 388㎜의 폭우가 쏟아져도 대비할 수 있도록 설계됐습니다.

당시 댐 규모를 더 크게 하자는 논의가 있었지만, 만수위 때 북한지역까지 수몰될 것을 우려해 규모를 늘리지 않았습니다.

군남댐 건설 이후 북한 댐 방류로 인한 피해는 사실상 사라진 것으로 당국은 파악하고 있습니다. 한국수자원공사 임진강 건설단 군남댐 관계자는 "군남댐이 건설된 이후 북한의 댐 방류로 인한 우리 측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의 방류에 대한 대비가 어느 정도는 자체적으로 가능해진 셈입니다.

■ 통일부 "北 댐 방류, 남북합의 위반…불행한 일"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일부는 북한의 황강댐 방류가 남북합의 위반이라고 못 박았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오늘 기자들과 만나 "정부는 남북 간 합의사항은 반드시 이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현재 남북 간 군 통신선이 단절된 상황인 점도 재해에 대한 우리 국민의 불안감을 높이는 요인입니다. 북한은 지난 6월 지난달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탈북민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문제 삼으며 남북관계를 단절하겠다고 경고한 이후, 남북연락사무소 통신선, 군의 동·서해 통신선, 노동당~청와대 직통전화(핫라인)선을 차단했습니다. 이어 같은 달 16일에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남북관계가 복원되면 재난·재해 분야에서 남북 간 협력을 본격적으로 추진해 나아갈 것"이라며 "현재 정치·군사적 냉각국면으로 자연재해 협력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은 불행한 일"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