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공모’ 적시 못한 검찰…검언 유착 의혹 수사 좌초하나?

입력 2020.08.06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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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검언 유착'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정진웅)가 앞서 강요 미수 혐의로 구속한 이동재 전 채널A 기자를 재판에 넘겼습니다. 이 기자와 함께 취재에 참여한 후배 기자 백 모 기자까지 함께 기소했습니다.

하지만 의혹의 또 다른 당사자라 할 수 있는 한동훈 검사장과의 공모 여부는 여전히 물음표로 남았습니다. 반쪽짜리 기소라는 지적이 나올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논란을 의식한 듯 검찰은 '나머지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는데요. 기소 배경과 앞으로 방향을 짚어봅니다.

■ 강요 미수 혐의 적용 근거는 협박의 '실현 가능성'

검찰은 이 전 기자를 기소하면서 공소사실 요지를 밝혔습니다. 이 전 기자에게 적용된 혐의는 '강요미수'입니다.

검찰은 공소사실 요지에서 '강요미수'의 수단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검찰은 이 기자가 보낸 편지의 취지를 핵심으로 봤습니다. 검찰은 이 전 기자의 편지를 "'검찰이 앞으로 피해자 본인과 가족을 상대로 강도 높은 추가 수사를 진행하여 중한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는 취지의 편지"라고 규정했습니다.

'강요미수'는 협박을 수단으로 한 범죄고, 그 협박은 실제로 피해가 될만한 일을 고지해 겁을 먹게 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주목할 점은 '강도 높은 추가 수사'를 편지에서 언급했다고 검찰이 밝힌 점입니다. 이 전 기자가 '강도 높은 추가 수사'를 실행시킬 수 있는 권한이 없다면, 강요미수죄는 적용되기 어렵습니다. 실제로 피해가 될만한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이 전 기자에 대해 '강요미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습니다.

결국, 수사팀은 이 전 기자가 언급한 '강도 높은 추가 수사'가 이 전 기자 스스로든, 다른 사람을 통해서든 어떻게든 가능하도록 한 상태였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 전 기자가 당시 법조팀 기자로서 한 검사장과 갖고 있던 친분 등을 바탕으로 피해자에게 강요를 시도했다는 논리입니다.

하지만 공소장에 결국 검사장과의 공모 관계는 적히지 않았습니다.

■"협조 없으니 수사 장기화" vs. "공모 적시 못 한 것 당연"

수사팀과 한 검사장 측 입장은 완전히 갈렸습니다. 서로 '남 탓 공방'을 벌였습니다.

수사팀은 "한동훈의 휴대폰에 대해 법원의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았지만, 본인이 비밀번호를 함구하는 등 비협조 한다"면서 "포렌식에 착수하지 못하니 현재까지 수사가 장기화되고 있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수사팀은 한 검사장 휴대폰을 압수했지만, 비밀번호를 몰라 내부를 열어보지는 못한 상태입니다. 한 차례 소환 조사 역시 아직 조서 열람을 마치지 못했습니다.

한 검사장 측도 수사팀을 향해 날을 세웠습니다. 한 검사장 측 변호인은 "애초 한 검사장은 공모한 사실 자체가 없으므로, 중앙지검이 공모라고 적시 못 한 것은 당연하다"고 했습니다.

여기에 "이 사건을 '검언유착'이라고 왜곡해 부르는 것을 자제해 주기를 요청한다"고까지 했습니다. 이번에 검찰이 공소장에서 '공모 관계'로 규명하지 않은 점을 두고 '유착'이라는 관계 역시 규명되지 않았다는 주장으로 보입니다.

이 전 기자 측 변호인도 입장문에서 "앞으로 재판에서 본건 수사 및 기소 과정의 문제점이 드러나도록 할 것"이라고 수사팀을 향한 경고성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특히 "상대방의 의사를 억압·제압할 만큼의 구체적인 해악의 고지는 없는 사안임이 명백하다"고 했습니다.

■'공모'라고 못 적은 이유는?

수사팀이 공소장에 '공모관계'를 적지 못한 이유는 결국 증거가 부족한 상황 탓으로 보입니다.

한 검사장이 이 전 기자의 취재 방식에 공모했다는 의심으로 출발한 수사였지만, 현재까지 결정적인 증거는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지는 겁니다.

풀어야 할 증거로는 두 사람의 통화 기록, 또 3월 카카오 보이스톡 흔적 등이 있습니다. 여기서 오간 대화 내용은 알 수 없습니다. 다만, 두 사람의 보이스톡 통화 직후 이 전 기자가 후배 기자에게 "한 검사장이 '수사팀에 말해줄 수 있다, 나를 팔아라.'라고 했다"는 말은 있었습니다.

결국, 이 증거에 검찰이 제대로 접근하지 못했습니다. 유심카드를 두고 '몸싸움'이 벌어질 만큼 양측은 증거 앞에서 치열하게 대립했지만, 추가 증거가 나왔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습니다.

여기다 지난달 24일 검찰 수사심의위원회가 한 검사장에 대해 '수사 중단 및 불기소'를 다수로 권고한 것이 수사팀에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도 있습니다.

■속도 못 내는 '공모' 수사…"아직은 해볼 것이 많다"

이번 수사는 헌정 사상 두 번째 법무부 장관의 '지휘권 발동'을 부른 수사입니다. 대검 지휘부와 중앙지검 수사팀이 의견 대립을 보이자 추 장관이 '수사팀이 독립적으로 수사하게 하라'고 검찰총장을 지휘한 겁니다. 그만큼 수사의 본류 외에도 많은 논란을 일으키면서 진행됐습니다.

그런 독립성을 부여 받은 수사팀이 이 전 기자를 기소하며 한 분기점을 지날 때 '공모 관계'는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수사팀을 향해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이 사실입니다.

물론 여전히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실제로 공모한 게 아니라면, 한 검사장이 이 전 기자에 대해 법적 대응을 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옵니다.

수사팀은 "앞으로 추가 수사를 통해 한동훈의 본건 범행 공모 여부 등을 명확히 규명한 뒤 사건을 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중앙지검 측은 이와 관련해 "아직은 해볼 게 많다는 것이 수사팀의 입장"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한동훈 검사장으로부터 압수한 휴대전화는 최소한 포렌식을 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숱한 논란 속에 이제는 장기전으로 접어드는 '검언 유착' 의혹 수사, 수사팀으로선 한번 '보류'한 판단을 뒤집으려면 결국 '새로운 물증'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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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동훈 공모’ 적시 못한 검찰…검언 유착 의혹 수사 좌초하나?
    • 입력 2020-08-06 06:01:09
    취재K
이른바 '검언 유착'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정진웅)가 앞서 강요 미수 혐의로 구속한 이동재 전 채널A 기자를 재판에 넘겼습니다. 이 기자와 함께 취재에 참여한 후배 기자 백 모 기자까지 함께 기소했습니다.

하지만 의혹의 또 다른 당사자라 할 수 있는 한동훈 검사장과의 공모 여부는 여전히 물음표로 남았습니다. 반쪽짜리 기소라는 지적이 나올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논란을 의식한 듯 검찰은 '나머지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는데요. 기소 배경과 앞으로 방향을 짚어봅니다.

■ 강요 미수 혐의 적용 근거는 협박의 '실현 가능성'

검찰은 이 전 기자를 기소하면서 공소사실 요지를 밝혔습니다. 이 전 기자에게 적용된 혐의는 '강요미수'입니다.

검찰은 공소사실 요지에서 '강요미수'의 수단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검찰은 이 기자가 보낸 편지의 취지를 핵심으로 봤습니다. 검찰은 이 전 기자의 편지를 "'검찰이 앞으로 피해자 본인과 가족을 상대로 강도 높은 추가 수사를 진행하여 중한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는 취지의 편지"라고 규정했습니다.

'강요미수'는 협박을 수단으로 한 범죄고, 그 협박은 실제로 피해가 될만한 일을 고지해 겁을 먹게 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주목할 점은 '강도 높은 추가 수사'를 편지에서 언급했다고 검찰이 밝힌 점입니다. 이 전 기자가 '강도 높은 추가 수사'를 실행시킬 수 있는 권한이 없다면, 강요미수죄는 적용되기 어렵습니다. 실제로 피해가 될만한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이 전 기자에 대해 '강요미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습니다.

결국, 수사팀은 이 전 기자가 언급한 '강도 높은 추가 수사'가 이 전 기자 스스로든, 다른 사람을 통해서든 어떻게든 가능하도록 한 상태였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 전 기자가 당시 법조팀 기자로서 한 검사장과 갖고 있던 친분 등을 바탕으로 피해자에게 강요를 시도했다는 논리입니다.

하지만 공소장에 결국 검사장과의 공모 관계는 적히지 않았습니다.

■"협조 없으니 수사 장기화" vs. "공모 적시 못 한 것 당연"

수사팀과 한 검사장 측 입장은 완전히 갈렸습니다. 서로 '남 탓 공방'을 벌였습니다.

수사팀은 "한동훈의 휴대폰에 대해 법원의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았지만, 본인이 비밀번호를 함구하는 등 비협조 한다"면서 "포렌식에 착수하지 못하니 현재까지 수사가 장기화되고 있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수사팀은 한 검사장 휴대폰을 압수했지만, 비밀번호를 몰라 내부를 열어보지는 못한 상태입니다. 한 차례 소환 조사 역시 아직 조서 열람을 마치지 못했습니다.

한 검사장 측도 수사팀을 향해 날을 세웠습니다. 한 검사장 측 변호인은 "애초 한 검사장은 공모한 사실 자체가 없으므로, 중앙지검이 공모라고 적시 못 한 것은 당연하다"고 했습니다.

여기에 "이 사건을 '검언유착'이라고 왜곡해 부르는 것을 자제해 주기를 요청한다"고까지 했습니다. 이번에 검찰이 공소장에서 '공모 관계'로 규명하지 않은 점을 두고 '유착'이라는 관계 역시 규명되지 않았다는 주장으로 보입니다.

이 전 기자 측 변호인도 입장문에서 "앞으로 재판에서 본건 수사 및 기소 과정의 문제점이 드러나도록 할 것"이라고 수사팀을 향한 경고성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특히 "상대방의 의사를 억압·제압할 만큼의 구체적인 해악의 고지는 없는 사안임이 명백하다"고 했습니다.

■'공모'라고 못 적은 이유는?

수사팀이 공소장에 '공모관계'를 적지 못한 이유는 결국 증거가 부족한 상황 탓으로 보입니다.

한 검사장이 이 전 기자의 취재 방식에 공모했다는 의심으로 출발한 수사였지만, 현재까지 결정적인 증거는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지는 겁니다.

풀어야 할 증거로는 두 사람의 통화 기록, 또 3월 카카오 보이스톡 흔적 등이 있습니다. 여기서 오간 대화 내용은 알 수 없습니다. 다만, 두 사람의 보이스톡 통화 직후 이 전 기자가 후배 기자에게 "한 검사장이 '수사팀에 말해줄 수 있다, 나를 팔아라.'라고 했다"는 말은 있었습니다.

결국, 이 증거에 검찰이 제대로 접근하지 못했습니다. 유심카드를 두고 '몸싸움'이 벌어질 만큼 양측은 증거 앞에서 치열하게 대립했지만, 추가 증거가 나왔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습니다.

여기다 지난달 24일 검찰 수사심의위원회가 한 검사장에 대해 '수사 중단 및 불기소'를 다수로 권고한 것이 수사팀에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도 있습니다.

■속도 못 내는 '공모' 수사…"아직은 해볼 것이 많다"

이번 수사는 헌정 사상 두 번째 법무부 장관의 '지휘권 발동'을 부른 수사입니다. 대검 지휘부와 중앙지검 수사팀이 의견 대립을 보이자 추 장관이 '수사팀이 독립적으로 수사하게 하라'고 검찰총장을 지휘한 겁니다. 그만큼 수사의 본류 외에도 많은 논란을 일으키면서 진행됐습니다.

그런 독립성을 부여 받은 수사팀이 이 전 기자를 기소하며 한 분기점을 지날 때 '공모 관계'는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수사팀을 향해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이 사실입니다.

물론 여전히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실제로 공모한 게 아니라면, 한 검사장이 이 전 기자에 대해 법적 대응을 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옵니다.

수사팀은 "앞으로 추가 수사를 통해 한동훈의 본건 범행 공모 여부 등을 명확히 규명한 뒤 사건을 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중앙지검 측은 이와 관련해 "아직은 해볼 게 많다는 것이 수사팀의 입장"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한동훈 검사장으로부터 압수한 휴대전화는 최소한 포렌식을 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숱한 논란 속에 이제는 장기전으로 접어드는 '검언 유착' 의혹 수사, 수사팀으로선 한번 '보류'한 판단을 뒤집으려면 결국 '새로운 물증'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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