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층이 집중호우에 더 취약하다!’…왜?

입력 2020.08.06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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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시간당 60mm의 폭우가 내리면서 서울시 관악구 도림천 산책로를 걷던 80대 남성이 '급류'에 휩쓸려 사망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급류 사망 사고,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해 9월에도 도림천에선 80대 여성이 급류에 휩쓸렸다가 사망했습니다. 당시에도 서울 전역엔 호우 경보가 내려진 상태였습니다.

같은 지역에서 동일한 원인으로 발생한 사고의 사망자는 모두 80대의 고령층이었습니다.

KBS는 2016년부터 올해 8월 5일까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통계와 언론 보도를 토대로 최근 5년간 여름철 집중호우 때 숨진 사례들을 분석했습니다.

KBS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통계와 언론 보도를 토대로 2016년부터 2020년 8월 4일까지 발생한 최근 5년간 발생한 집중호우 사망사고를 취합해 분석했다.KBS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통계와 언론 보도를 토대로 2016년부터 2020년 8월 4일까지 발생한 최근 5년간 발생한 집중호우 사망사고를 취합해 분석했다.

■ 최근 5년간 여름철 집중호우 사망사고 62건…'급류'가 가장 많아

최근 5년간 여름철 집중호우 사망사고는 62건이었습니다. 이 가운데 '급류' 사고가 28건으로 전체 사망사고의 45% 이상을 차지했습니다.

계곡이나 하천을 찾았다가 집중호우로 불어난 강물에 고립됐다가 급류에 휩쓸려 사망한 경우가 대다수였고, 논에서 물꼬를 손보다가 사망하거나 계곡 평상을 옮기다가 사망하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문영일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특히 요즘과 같은 휴가철에는 계곡이나 하천에서 급속하게 유량이 늘어나는 '돌발홍수'에 의해 비 피해를 입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호우 특보 등이 내려졌을 때는 안전한 곳으로 대피해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산림청에서 운영하는 산사태 정보시스템(https://sansatai.forest.go.kr/)에 들어가면 산사태 예보 발령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또 ‘위치 검색’에서 거주 지역을 설정한 뒤 ‘정보 보기’를 클릭하면, 해당 지역의 산사태 위험 등급이 나타난다.산림청에서 운영하는 산사태 정보시스템(https://sansatai.forest.go.kr/)에 들어가면 산사태 예보 발령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또 ‘위치 검색’에서 거주 지역을 설정한 뒤 ‘정보 보기’를 클릭하면, 해당 지역의 산사태 위험 등급이 나타난다.

사망사고 2위는 '매몰'…올해 유독 집중된 이유는?

두 번째로 희생자가 많은 건 '매몰' 사고였습니다. 지난 5년간 13명이 숨졌는데, 이 가운데 10명이 이번 집중호우 때 숨진 이들이었습니다.

지난 3일 경기도 가평의 한 펜션에선 폭우로 인한 산사태로 일가족 3명이 토사에 매몰돼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비슷한 시각 경기도 평택의 한 공장엔 뒷산에서 흙더미가 쏟아져 노동자 3명이 숨졌습니다.

그런데 매몰 사고가 난 두 곳의 산사태 위험등급은 5등급으로 '매우 낮음'이었습니다.

전문가들은 올해 유독 매몰 사고가 집중된 것과 관련해 이번 집중호우의 특성을 꼽습니다. 올해 장마 기간은 역대 최장기간인 2013년 49일에 근접하고 있는 상황, 오랜 기간 비가 내려 지반과 토양이 연약해진 조건에서 국지성 폭우까지 쏟아지면서 산사태 발생 위험이 훨씬 더 높아졌다는 겁니다.

정창삼 KBS 재난전문위원은 "상당 기간 많은 양의 비가 내려 지역에 관계없이 산사태 발생 위험이 높아진 상태"라며 "각 지자체는 산사태 위험 우려가 있는 지역에 조기에 대피 명령을 내리고, 주민들도 안내에 따라 안전한 지역으로 대피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KBS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통계와 언론 보도를 토대로 2016년부터 2020년 8월 4일까지 발생한 최근 5년간 발생한 집중호우 사망사고를 취합해 분석한 연령대별 사망자 분포.KBS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통계와 언론 보도를 토대로 2016년부터 2020년 8월 4일까지 발생한 최근 5년간 발생한 집중호우 사망사고를 취합해 분석한 연령대별 사망자 분포.

집중호우 사망자 40% 이상은 60대 이상 고령자

또 주목할 만한 점은 여름철 집중호우로 인한 희생자 상당수가 60대 이상의 고령자였다는 점입니다. 전체 62건 사망 사고 중 60대 이상 사망자 수는 27명으로 40% 이상을 차지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사망자 중 노인 비중이 높은 이유로 이들이 재난취약계층이라는 점을 꼽습니다. 고령층은 다른 연령층에 비해 재난에 대한 정보 수집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또 데이터가 아닌 과거 경험에 의존하다가 사고를 당하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정창삼 KBS 재난전문위원은 "고령층은 비가 많이 오더라도 과거 경험에 비추어 봤을 때 하천이나 계곡 등에서 작업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지금의 집중호우는 과거와 다른 패턴을 보이기 때문에 기상특보 등을 유의해야 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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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령층이 집중호우에 더 취약하다!’…왜?
    • 입력 2020-08-06 06:01:09
    취재K
지난 1일 시간당 60mm의 폭우가 내리면서 서울시 관악구 도림천 산책로를 걷던 80대 남성이 '급류'에 휩쓸려 사망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급류 사망 사고,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해 9월에도 도림천에선 80대 여성이 급류에 휩쓸렸다가 사망했습니다. 당시에도 서울 전역엔 호우 경보가 내려진 상태였습니다.

같은 지역에서 동일한 원인으로 발생한 사고의 사망자는 모두 80대의 고령층이었습니다.

KBS는 2016년부터 올해 8월 5일까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통계와 언론 보도를 토대로 최근 5년간 여름철 집중호우 때 숨진 사례들을 분석했습니다.

KBS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통계와 언론 보도를 토대로 2016년부터 2020년 8월 4일까지 발생한 최근 5년간 발생한 집중호우 사망사고를 취합해 분석했다.
■ 최근 5년간 여름철 집중호우 사망사고 62건…'급류'가 가장 많아

최근 5년간 여름철 집중호우 사망사고는 62건이었습니다. 이 가운데 '급류' 사고가 28건으로 전체 사망사고의 45% 이상을 차지했습니다.

계곡이나 하천을 찾았다가 집중호우로 불어난 강물에 고립됐다가 급류에 휩쓸려 사망한 경우가 대다수였고, 논에서 물꼬를 손보다가 사망하거나 계곡 평상을 옮기다가 사망하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문영일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특히 요즘과 같은 휴가철에는 계곡이나 하천에서 급속하게 유량이 늘어나는 '돌발홍수'에 의해 비 피해를 입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호우 특보 등이 내려졌을 때는 안전한 곳으로 대피해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산림청에서 운영하는 산사태 정보시스템(https://sansatai.forest.go.kr/)에 들어가면 산사태 예보 발령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또 ‘위치 검색’에서 거주 지역을 설정한 뒤 ‘정보 보기’를 클릭하면, 해당 지역의 산사태 위험 등급이 나타난다.
사망사고 2위는 '매몰'…올해 유독 집중된 이유는?

두 번째로 희생자가 많은 건 '매몰' 사고였습니다. 지난 5년간 13명이 숨졌는데, 이 가운데 10명이 이번 집중호우 때 숨진 이들이었습니다.

지난 3일 경기도 가평의 한 펜션에선 폭우로 인한 산사태로 일가족 3명이 토사에 매몰돼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비슷한 시각 경기도 평택의 한 공장엔 뒷산에서 흙더미가 쏟아져 노동자 3명이 숨졌습니다.

그런데 매몰 사고가 난 두 곳의 산사태 위험등급은 5등급으로 '매우 낮음'이었습니다.

전문가들은 올해 유독 매몰 사고가 집중된 것과 관련해 이번 집중호우의 특성을 꼽습니다. 올해 장마 기간은 역대 최장기간인 2013년 49일에 근접하고 있는 상황, 오랜 기간 비가 내려 지반과 토양이 연약해진 조건에서 국지성 폭우까지 쏟아지면서 산사태 발생 위험이 훨씬 더 높아졌다는 겁니다.

정창삼 KBS 재난전문위원은 "상당 기간 많은 양의 비가 내려 지역에 관계없이 산사태 발생 위험이 높아진 상태"라며 "각 지자체는 산사태 위험 우려가 있는 지역에 조기에 대피 명령을 내리고, 주민들도 안내에 따라 안전한 지역으로 대피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KBS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통계와 언론 보도를 토대로 2016년부터 2020년 8월 4일까지 발생한 최근 5년간 발생한 집중호우 사망사고를 취합해 분석한 연령대별 사망자 분포.
집중호우 사망자 40% 이상은 60대 이상 고령자

또 주목할 만한 점은 여름철 집중호우로 인한 희생자 상당수가 60대 이상의 고령자였다는 점입니다. 전체 62건 사망 사고 중 60대 이상 사망자 수는 27명으로 40% 이상을 차지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사망자 중 노인 비중이 높은 이유로 이들이 재난취약계층이라는 점을 꼽습니다. 고령층은 다른 연령층에 비해 재난에 대한 정보 수집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또 데이터가 아닌 과거 경험에 의존하다가 사고를 당하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정창삼 KBS 재난전문위원은 "고령층은 비가 많이 오더라도 과거 경험에 비추어 봤을 때 하천이나 계곡 등에서 작업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지금의 집중호우는 과거와 다른 패턴을 보이기 때문에 기상특보 등을 유의해야 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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