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야구세상 17] 홍창기, 김호은 ‘대졸 무명 타자’의 재발견

입력 2020.08.07 (07:03) 수정 2020.08.28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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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규와 박용택은 LG 트윈스의 대표적인 대졸 강타자로 손꼽힌다.이병규와 박용택은 LG 트윈스의 대표적인 대졸 강타자로 손꼽힌다.
■ 프로야구 초창기~2000년대 대졸, 지금은 고졸 프로 직행이 대세

한국 프로야구는 고졸 선수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고졸 신인 지명을 받지 못하고 대학에 입학한 선수들의 입지는 매우 좁다.  프로야구 태동기인 1980년대 입단한 선수들은 대부분 대학을 졸업한 선수들이었다. 1982년 세계선수권대회와 1988년 서울올림픽에 참가하기 위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실업 야구에서 뛰며 프로야구 진출을 늦췄던 사례도 있었다.

최동원과 김시진, 선동열 그리고 이만수와 장효조 등 1980년대 대표 선수들은 대부분 대졸 프로 선수들이었다.  조성민, 박찬호, 임선동 등 92학번 '투수 트로이카'로 대표되는 90년대에도 대졸 선수가 많았다. 호타준족으로 주목받았던 이종범과 박재홍, 서울팀 두산과 LG에서 라이벌 관계를 형성했던 김동주와 이병규, 박용택 등도 모두 대졸 선수였다.

반면 최근에는 대부분이 고등학교 졸업 후 프로 직행을 선호한다. 프로 구단의 체계적인 관리하에 성장하는 것이 더 좋고 FA 제도로 부와 명예를 잡을 수 있는 환경이 형성되면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곧바로 프로에 와서 뛰는 문화가 자리 잡은 것이다.
     
건국대학교를 졸업하고 LG에서 활약 중인 홍창기, 부상 중인 이천웅의 공백을 메우고 있다.건국대학교를 졸업하고 LG에서 활약 중인 홍창기, 부상 중인 이천웅의 공백을 메우고 있다.
■ LG 쌍둥이 군단의 비밀병기 '대졸 무명 타자의 재발견' 

결국, 프로에 지명받지 못한 고졸 선수들이 향하는 대학리그의 수준은 과거보다 떨어지게 됐고 자연스레 스카우트들의 관심에서도 멀어졌다. 구단으로서는 고졸 선수에 비해 짧은 대졸 타자들의 선수 수명도 부담된다. 짧게는 2년, 길게는 4~5년을 대학에서 보내고 군 복무에 또 만 2년을 보내야 하는 것이 부담되기도 한다.

그러나 고졸 타자가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주는 팀이 있다. 바로 LG 트윈스다. 대졸 강타자 2명이 눈에 띈다. 건국대학교를 졸업한 홍창기와 연세대학교 4번 타자 출신 김호은이 그 주인공이다. 두 선수 모두 12학번,  왼손 강타자, 연습벌레라는 공통점이 있다.

■ 홍창기, 홍상삼과의 홍-홍 대결에서 146km 강속구 '우중간 담장 훌쩍'

홍창기는 지난 5일  KIA 홍상삼의 시속 146km 직구를 강타해 챔피언스필드의 창공을 갈랐다.  4-4로 맞선 7회 초 나온 이 홈런 한 방이 쌍둥이 군단을 또 한 번 구했다.

입단 5년 차인 홍창기는 올 시즌 가장 많은 경기에 출전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한 개도 치지 못했던 홈런을 지난 6월 30일 KT 전에서 처음으로 날리며 데뷔 첫 홈런을 기록했다. 그리고 약 한 달 만에 시즌 두 번째자, 통산 2호 홈런을 터뜨렸다. 두 개 모두 천금 같은 결승 홈런이었다.

홍창기는 이병규 코치와 함께 "히팅 포인트를 앞에 두고 때리는 훈련을 소화한 결실"이라며 기뻐했다. 양현종을 상대로도 귀중한 안타를 쳤던 홍창기는 양현종과 홍상삼, 두 강속구 투수와의 대결에서 완승을 거두며 트윈스의 보석 같은 존재로 자리매김했다.

홍창기와 함께 또 한 명의 흙 속의 진주는 김호은이다. 2016년 신인 드래프트 2차 7라운드로 LG 유니폼을 입고 입단한 김호은은 오랫동안 무명 선수 생활을 딛고 일어섰다. 홍창기는 그동안 가능성을 보여왔지만, 김호은의 경우는 6월 롯데 자이언츠와 경기에 출전하기 전까지 단 한 번도 1군 무대를 밟지 못했던 선수였다.

올 시즌 연봉도 2천700만 원. 최저 연봉이다. 하지만 지난달 두산과의 경기에서 홈런을 때려낸 것을 비롯해 약방의 감초 같은 역할을 소화하고 있다. 아직은 주로 대타로 나서며 2할 6푼 9리에 2홈런 8타점에 그치지만, 기회마다 쏠쏠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김호은의 활약은 트윈스 팬들에겐 모처럼 발견한 좌타 대타 요원의 발굴로 다가온다.

연세대학교 4번 타자 출신 김호은도 LG 타선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연세대학교 4번 타자 출신 김호은도 LG 타선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 홍창기, 김호은의 세이버 기록

<8월 5일 기준>
홍창기 WRC+ 126  OPS 0.822  BABIP  0.317    193타석 33삼진 K% 17
김호은 WRC+ 90    OPS 0.711   BABIP  0.284     83타석 9삼진    K% 10

홍창기의 조정득점생산력 WRC+가 어느덧 126을 찍었다. 표본은 적지만 최근 3년간 변화는 96-->63-->126으로, 드디어 100을 돌파하더니 126까지 치고 올라갔다. 이제 상대 투수진에서 경계해야 할 타자의 목록에 홍창기가 들어가게 된 것이다.

타구의 질도 괜찮은 것으로 보인다. 인플레이 타율 BABIP가 3할 1푼 7리다. 출루율과 장타율을 합친 OPS에서는 특급 기준인 0.9는 못 넘었지만 0.822 정도라는 준수한 수치를 찍었다.

이천웅의 2020시즌 WRC+가 90.5를 기록했고 OPS가 0.696이었다. 이천웅이 1번 타자를 맡았던 LG보다 홍창기가 공격 첨병 역할을 한 LG의 공격 생산력이 더 좋았음을 증명하는 수치로 볼 수 있다.

특히 홍창기의 강점은 시속 145km이상의 강속구에 강하다는 점이다. 올해 145km 이상의 빠른 공 인플레이 타율이 3할 1푼 3리를 기록했다. 145km 이상의 빠른 공을 상대로 홍창기가 친 17개의 타구 중 10개의 타구 속도가 150km 이상을 기록했다. 강속구 투수에 강한 홍창기였다.

김호은은 아직 WRC+가 100을 넘지 못했다. OPS도 0.711을 나타냈고 BABIP가 2할 8푼대로 홍창기보다는 타구의 질에서 조금 떨어짐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김호은의 경우는 올 시즌이 사실상의 데뷔 시즌이다. 83타석 동안 삼진은 10차례 미만 당했고 콘택트 능력도 꽤 뛰어나다는 점을 감안할 때 김호은의 세이버 지수는 향후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고졸 신인들보다 프로 데뷔는 늦었지만 '대기만성'형을 꿈꾸는 홍창기와 김호은의 앞날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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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BS 야구세상 17] 홍창기, 김호은 ‘대졸 무명 타자’의 재발견
    • 입력 2020-08-07 07:03:45
    • 수정2020-08-28 13:2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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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규와 박용택은 LG 트윈스의 대표적인 대졸 강타자로 손꼽힌다. ■ 프로야구 초창기~2000년대 대졸, 지금은 고졸 프로 직행이 대세 한국 프로야구는 고졸 선수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고졸 신인 지명을 받지 못하고 대학에 입학한 선수들의 입지는 매우 좁다.  프로야구 태동기인 1980년대 입단한 선수들은 대부분 대학을 졸업한 선수들이었다. 1982년 세계선수권대회와 1988년 서울올림픽에 참가하기 위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실업 야구에서 뛰며 프로야구 진출을 늦췄던 사례도 있었다. 최동원과 김시진, 선동열 그리고 이만수와 장효조 등 1980년대 대표 선수들은 대부분 대졸 프로 선수들이었다.  조성민, 박찬호, 임선동 등 92학번 '투수 트로이카'로 대표되는 90년대에도 대졸 선수가 많았다. 호타준족으로 주목받았던 이종범과 박재홍, 서울팀 두산과 LG에서 라이벌 관계를 형성했던 김동주와 이병규, 박용택 등도 모두 대졸 선수였다. 반면 최근에는 대부분이 고등학교 졸업 후 프로 직행을 선호한다. 프로 구단의 체계적인 관리하에 성장하는 것이 더 좋고 FA 제도로 부와 명예를 잡을 수 있는 환경이 형성되면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곧바로 프로에 와서 뛰는 문화가 자리 잡은 것이다.      건국대학교를 졸업하고 LG에서 활약 중인 홍창기, 부상 중인 이천웅의 공백을 메우고 있다. ■ LG 쌍둥이 군단의 비밀병기 '대졸 무명 타자의 재발견'  결국, 프로에 지명받지 못한 고졸 선수들이 향하는 대학리그의 수준은 과거보다 떨어지게 됐고 자연스레 스카우트들의 관심에서도 멀어졌다. 구단으로서는 고졸 선수에 비해 짧은 대졸 타자들의 선수 수명도 부담된다. 짧게는 2년, 길게는 4~5년을 대학에서 보내고 군 복무에 또 만 2년을 보내야 하는 것이 부담되기도 한다. 그러나 고졸 타자가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주는 팀이 있다. 바로 LG 트윈스다. 대졸 강타자 2명이 눈에 띈다. 건국대학교를 졸업한 홍창기와 연세대학교 4번 타자 출신 김호은이 그 주인공이다. 두 선수 모두 12학번,  왼손 강타자, 연습벌레라는 공통점이 있다. ■ 홍창기, 홍상삼과의 홍-홍 대결에서 146km 강속구 '우중간 담장 훌쩍' 홍창기는 지난 5일  KIA 홍상삼의 시속 146km 직구를 강타해 챔피언스필드의 창공을 갈랐다.  4-4로 맞선 7회 초 나온 이 홈런 한 방이 쌍둥이 군단을 또 한 번 구했다. 입단 5년 차인 홍창기는 올 시즌 가장 많은 경기에 출전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한 개도 치지 못했던 홈런을 지난 6월 30일 KT 전에서 처음으로 날리며 데뷔 첫 홈런을 기록했다. 그리고 약 한 달 만에 시즌 두 번째자, 통산 2호 홈런을 터뜨렸다. 두 개 모두 천금 같은 결승 홈런이었다. 홍창기는 이병규 코치와 함께 "히팅 포인트를 앞에 두고 때리는 훈련을 소화한 결실"이라며 기뻐했다. 양현종을 상대로도 귀중한 안타를 쳤던 홍창기는 양현종과 홍상삼, 두 강속구 투수와의 대결에서 완승을 거두며 트윈스의 보석 같은 존재로 자리매김했다. 홍창기와 함께 또 한 명의 흙 속의 진주는 김호은이다. 2016년 신인 드래프트 2차 7라운드로 LG 유니폼을 입고 입단한 김호은은 오랫동안 무명 선수 생활을 딛고 일어섰다. 홍창기는 그동안 가능성을 보여왔지만, 김호은의 경우는 6월 롯데 자이언츠와 경기에 출전하기 전까지 단 한 번도 1군 무대를 밟지 못했던 선수였다. 올 시즌 연봉도 2천700만 원. 최저 연봉이다. 하지만 지난달 두산과의 경기에서 홈런을 때려낸 것을 비롯해 약방의 감초 같은 역할을 소화하고 있다. 아직은 주로 대타로 나서며 2할 6푼 9리에 2홈런 8타점에 그치지만, 기회마다 쏠쏠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김호은의 활약은 트윈스 팬들에겐 모처럼 발견한 좌타 대타 요원의 발굴로 다가온다. 연세대학교 4번 타자 출신 김호은도 LG 타선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 홍창기, 김호은의 세이버 기록 <8월 5일 기준> 홍창기 WRC+ 126  OPS 0.822  BABIP  0.317    193타석 33삼진 K% 17 김호은 WRC+ 90    OPS 0.711   BABIP  0.284     83타석 9삼진    K% 10 홍창기의 조정득점생산력 WRC+가 어느덧 126을 찍었다. 표본은 적지만 최근 3년간 변화는 96-->63-->126으로, 드디어 100을 돌파하더니 126까지 치고 올라갔다. 이제 상대 투수진에서 경계해야 할 타자의 목록에 홍창기가 들어가게 된 것이다. 타구의 질도 괜찮은 것으로 보인다. 인플레이 타율 BABIP가 3할 1푼 7리다. 출루율과 장타율을 합친 OPS에서는 특급 기준인 0.9는 못 넘었지만 0.822 정도라는 준수한 수치를 찍었다. 이천웅의 2020시즌 WRC+가 90.5를 기록했고 OPS가 0.696이었다. 이천웅이 1번 타자를 맡았던 LG보다 홍창기가 공격 첨병 역할을 한 LG의 공격 생산력이 더 좋았음을 증명하는 수치로 볼 수 있다. 특히 홍창기의 강점은 시속 145km이상의 강속구에 강하다는 점이다. 올해 145km 이상의 빠른 공 인플레이 타율이 3할 1푼 3리를 기록했다. 145km 이상의 빠른 공을 상대로 홍창기가 친 17개의 타구 중 10개의 타구 속도가 150km 이상을 기록했다. 강속구 투수에 강한 홍창기였다. 김호은은 아직 WRC+가 100을 넘지 못했다. OPS도 0.711을 나타냈고 BABIP가 2할 8푼대로 홍창기보다는 타구의 질에서 조금 떨어짐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김호은의 경우는 올 시즌이 사실상의 데뷔 시즌이다. 83타석 동안 삼진은 10차례 미만 당했고 콘택트 능력도 꽤 뛰어나다는 점을 감안할 때 김호은의 세이버 지수는 향후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고졸 신인들보다 프로 데뷔는 늦었지만 '대기만성'형을 꿈꾸는 홍창기와 김호은의 앞날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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