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고살지마] 홀짝 맞추면 10배 수익, 합법 금융상품 알려드립니다

입력 2020.08.09 (14:00) 수정 2020.09.16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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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짝 맞추면 10배 수익"
"몇십만 원 걸고 1,000만 원 수익"
"2분 투자로 160만 원 수익"

귀가 번쩍 뜨이시죠. 최근 유튜브와 SNS에서 폭발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FX 마진업체 들의 광고 문구입니다.

FX 마진거래라는 게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FX란 환거래(foreign exchange)입니다. 두 개 통화를 사고팔면서 환차익을 얻는 파생상품이죠. 달러·엔·유로·파운드 등 4개 통화 중에서 2개를 골라 투자합니다.


예를 들어 일본이 좋아질 거 같다. 엔화 값(가치)이 오를 거 같다. 이렇게 생각되면 엔화를 사고 달러를 파는 식으로 투자합니다. 그 환율 변동에 따라, 환차익에 따라 이익을 얻는 구조죠. 특정 해외 통화의 변동성을 예측해 두 종류의 통화를 동시에 매매하는 양방향 거래입니다. 예측이 맞아떨어지기만 세계 경제가 호황이든 불황이든 관계없이 수익을 내는 것이 가능합니다.


증권사나 선물회사에서 계좌 만들어서 하는 FX마진 거래는 합법입니다. 레버리지가 최고 10배에 이릅니다. 자기가 예측한 방향으로 환율이 10% 움직였다 치면 수익률이 최고 100%가 됩니다. 100만 원 걸었으면 200만 원을 찾죠.

산이 높으면 골도 깊은 법.

레버리지가 크면 이익 폭도 크지만 손해 폭도 크죠. 그래서 정부가 진입 장벽을 높게 쳐놨습니다. 합법적으로 FX마진 거래를 하려면 1만 달러, 즉 1,200만 원 정도를 증거금으로 걸어야 합니다. 자본력이 부족한 개미들은 쉽게 못 하게 한 거죠.

이 틈새를 사설 FX 마진 거래업체들이 파고들었습니다. 이런 FX 사설 업체들 이용하면 10만 원, 20만 원만 걸어도 FX마진 투자가 가능하게 해놨죠.

광고가 넘쳐납니다. '신개념 재테크' '방향만 맞추면 5배 수익' '기사회생의 기회 ' '레버리지의 마법' '24시간 재테크' 등등. 이거 선전하는 유튜버들도 많습니다.

최신종도 빠졌던 FX마진

최근 전주에서 여성 2명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최신종도 사설 FX 거래를 하다가 큰 손해를 보고 이런 짓을 저질렀다고 합니다. 사설 FX 업체는 비단 환율뿐 아니라 금, 주식, 가상화폐 등도 걸게 하는데요, 방향성을 예측하게 한 뒤에 10만 원 걸고 수익을 얻게 하거나 아니면 10만 원 다 잃거나 식으로 운영하죠.


그런데 이게 5분 이하 초단기 변동성을 맞춰야 합니다. 1분, 2분 뒤 달러 혹은 유로가 오를지 내릴지 베팅하게 합니다. 그걸 누가 알겠습니까. 정상적인 분석에 의한 투자라기보다는 홀짝을 찍는 것과 같은 형태입니다. 투기성이 매우 강합니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자료를 내고 이런 사설 업체들을 통해 하는 것은 정상적인 FX 마진거래가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아래 그림을 보시면 정상적인 거래에서는 투자가가 주문하면 국내외 증권사 등 투자 중개업자를 거쳐 실제 은행 간 외환거래로 이어지죠. 근데 사설 업체는 그런 게 없습니다. 그냥 투자자들과 사설 업체들끼리만 돈이 오가는 거예요. 수수료 내고 하는 홀짝 게임, 전형적인 도박이라고밖에 볼 수 없습니다.


진짜 합법?

그런데도 이런 업체들이 지금 유튜브나 SNS에서 성업 중입니다. FX 방이라고 오프라인 매장도 보입니다. 이들은 자기들이 합법적인 업체라고 강조합니다.

진짜 그럴까요? 여기에는 사연이 있습니다.

한 사설 FX 업체가 몇 년 전 금융당국 고발로 기소됐습니다. 기소 죄목이 자본시장법 위반이었습니다. 인가받지 않은 금융회사가 금융상품을 취급했다는 거죠.


하지만 대법원은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을 합니다. 판결 이유를 보면 "FX렌트라는게 들여다보니 파생상품도 아니다. 이건 그냥 게임이나 도박이다. 그러니 자본시장법 위반은 아니다" 이렇게 된 거죠.

이 판결 이후 업계는 면죄부를 부여받았다면서 자기들이 합법 업체라고 홍보를 하고 나섰죠.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이 되자 금융당국이나 수사기관도 적극적으로 단속에 나서지 못합니다. 이렇게 해서 지금 FX라는 이름을 걸고 운영하는 사설 업체가 300개 정도나 된다고 합니다. 올 들어서는 코로나로 집콕 하는 사람이 늘면서 더 성업 중입니다.


근데 법적으로 좀 애매했던 이 문제가 이제 좀 정리할 수 있는 계기가 생겼죠. 지난 4월 말에 새로운 판결이 하나 나옵니다.

이런 사설 FX렌트거래를 국내에 처음 도입한 것으로 알려진 한 업체 대표에 대한 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이번에는 검찰이 도박장 개설죄로 기소를 했고, 지난 4월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은 징역 5년과 추징금 336억 원이라는 중형을 선고합니다.

이 판결 이후 당국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코로나 19로 집콕이 늘면서 피해사례도 많아지자 금감원은 지난달에 소비자 경보(주의)를 발령했습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도 이렇게 금융투자상품을 빙자해 서민들을 농락한 신종 불법 도박 사이트 45곳을 차단했습니다.

오늘 <속고살지마>에서는 제2의 바다이야기로 불리며 젊은층 사이에서 급속도로 퍼지고 있는 사설 FX마진 업체에 의한 환투자 문제를 다룹니다.

이런 투자는 불법성을 떠나 개인들은 거의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합니다. FX거래 자체가 개인들은 거의 90%가 손해 보는 '개미의 무덤'으로 불리는 시장인데, 이런 사설 FX 업체를 통한 거래는 소비자 보호조차 취약한 상태입니다. 최근 한 사설 업체를 통해 거래한 500여 명이 수천만 원에서 만헥는 3억 원까지 손실을 봤다며 업체를 고소한 상태입니다. 이들은 업체가 환율 조회 시스템을 조작해 애초부터 투자자가 이익을 낼 수 없는 구조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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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속고살지마] 홀짝 맞추면 10배 수익, 합법 금융상품 알려드립니다
    • 입력 2020-08-09 14:00:07
    • 수정2020-09-16 07:36:14
    속고살지마
"홀짝 맞추면 10배 수익"
"몇십만 원 걸고 1,000만 원 수익"
"2분 투자로 160만 원 수익"

귀가 번쩍 뜨이시죠. 최근 유튜브와 SNS에서 폭발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FX 마진업체 들의 광고 문구입니다.

FX 마진거래라는 게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FX란 환거래(foreign exchange)입니다. 두 개 통화를 사고팔면서 환차익을 얻는 파생상품이죠. 달러·엔·유로·파운드 등 4개 통화 중에서 2개를 골라 투자합니다.


예를 들어 일본이 좋아질 거 같다. 엔화 값(가치)이 오를 거 같다. 이렇게 생각되면 엔화를 사고 달러를 파는 식으로 투자합니다. 그 환율 변동에 따라, 환차익에 따라 이익을 얻는 구조죠. 특정 해외 통화의 변동성을 예측해 두 종류의 통화를 동시에 매매하는 양방향 거래입니다. 예측이 맞아떨어지기만 세계 경제가 호황이든 불황이든 관계없이 수익을 내는 것이 가능합니다.


증권사나 선물회사에서 계좌 만들어서 하는 FX마진 거래는 합법입니다. 레버리지가 최고 10배에 이릅니다. 자기가 예측한 방향으로 환율이 10% 움직였다 치면 수익률이 최고 100%가 됩니다. 100만 원 걸었으면 200만 원을 찾죠.

산이 높으면 골도 깊은 법.

레버리지가 크면 이익 폭도 크지만 손해 폭도 크죠. 그래서 정부가 진입 장벽을 높게 쳐놨습니다. 합법적으로 FX마진 거래를 하려면 1만 달러, 즉 1,200만 원 정도를 증거금으로 걸어야 합니다. 자본력이 부족한 개미들은 쉽게 못 하게 한 거죠.

이 틈새를 사설 FX 마진 거래업체들이 파고들었습니다. 이런 FX 사설 업체들 이용하면 10만 원, 20만 원만 걸어도 FX마진 투자가 가능하게 해놨죠.

광고가 넘쳐납니다. '신개념 재테크' '방향만 맞추면 5배 수익' '기사회생의 기회 ' '레버리지의 마법' '24시간 재테크' 등등. 이거 선전하는 유튜버들도 많습니다.

최신종도 빠졌던 FX마진

최근 전주에서 여성 2명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최신종도 사설 FX 거래를 하다가 큰 손해를 보고 이런 짓을 저질렀다고 합니다. 사설 FX 업체는 비단 환율뿐 아니라 금, 주식, 가상화폐 등도 걸게 하는데요, 방향성을 예측하게 한 뒤에 10만 원 걸고 수익을 얻게 하거나 아니면 10만 원 다 잃거나 식으로 운영하죠.


그런데 이게 5분 이하 초단기 변동성을 맞춰야 합니다. 1분, 2분 뒤 달러 혹은 유로가 오를지 내릴지 베팅하게 합니다. 그걸 누가 알겠습니까. 정상적인 분석에 의한 투자라기보다는 홀짝을 찍는 것과 같은 형태입니다. 투기성이 매우 강합니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자료를 내고 이런 사설 업체들을 통해 하는 것은 정상적인 FX 마진거래가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아래 그림을 보시면 정상적인 거래에서는 투자가가 주문하면 국내외 증권사 등 투자 중개업자를 거쳐 실제 은행 간 외환거래로 이어지죠. 근데 사설 업체는 그런 게 없습니다. 그냥 투자자들과 사설 업체들끼리만 돈이 오가는 거예요. 수수료 내고 하는 홀짝 게임, 전형적인 도박이라고밖에 볼 수 없습니다.


진짜 합법?

그런데도 이런 업체들이 지금 유튜브나 SNS에서 성업 중입니다. FX 방이라고 오프라인 매장도 보입니다. 이들은 자기들이 합법적인 업체라고 강조합니다.

진짜 그럴까요? 여기에는 사연이 있습니다.

한 사설 FX 업체가 몇 년 전 금융당국 고발로 기소됐습니다. 기소 죄목이 자본시장법 위반이었습니다. 인가받지 않은 금융회사가 금융상품을 취급했다는 거죠.


하지만 대법원은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을 합니다. 판결 이유를 보면 "FX렌트라는게 들여다보니 파생상품도 아니다. 이건 그냥 게임이나 도박이다. 그러니 자본시장법 위반은 아니다" 이렇게 된 거죠.

이 판결 이후 업계는 면죄부를 부여받았다면서 자기들이 합법 업체라고 홍보를 하고 나섰죠.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이 되자 금융당국이나 수사기관도 적극적으로 단속에 나서지 못합니다. 이렇게 해서 지금 FX라는 이름을 걸고 운영하는 사설 업체가 300개 정도나 된다고 합니다. 올 들어서는 코로나로 집콕 하는 사람이 늘면서 더 성업 중입니다.


근데 법적으로 좀 애매했던 이 문제가 이제 좀 정리할 수 있는 계기가 생겼죠. 지난 4월 말에 새로운 판결이 하나 나옵니다.

이런 사설 FX렌트거래를 국내에 처음 도입한 것으로 알려진 한 업체 대표에 대한 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이번에는 검찰이 도박장 개설죄로 기소를 했고, 지난 4월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은 징역 5년과 추징금 336억 원이라는 중형을 선고합니다.

이 판결 이후 당국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코로나 19로 집콕이 늘면서 피해사례도 많아지자 금감원은 지난달에 소비자 경보(주의)를 발령했습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도 이렇게 금융투자상품을 빙자해 서민들을 농락한 신종 불법 도박 사이트 45곳을 차단했습니다.

오늘 <속고살지마>에서는 제2의 바다이야기로 불리며 젊은층 사이에서 급속도로 퍼지고 있는 사설 FX마진 업체에 의한 환투자 문제를 다룹니다.

이런 투자는 불법성을 떠나 개인들은 거의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합니다. FX거래 자체가 개인들은 거의 90%가 손해 보는 '개미의 무덤'으로 불리는 시장인데, 이런 사설 FX 업체를 통한 거래는 소비자 보호조차 취약한 상태입니다. 최근 한 사설 업체를 통해 거래한 500여 명이 수천만 원에서 만헥는 3억 원까지 손실을 봤다며 업체를 고소한 상태입니다. 이들은 업체가 환율 조회 시스템을 조작해 애초부터 투자자가 이익을 낼 수 없는 구조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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