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택시 한번 가는데 650억…그래도 싸다고 환호

입력 2020.08.10 (11:50) 수정 2020.08.10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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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전 세계 우주항공업계가 전율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우주선 ' 크루 드래건'이 지구로 귀환하는 데 성공한 겁니다. 크루 드래건은 국제 우주정거장(ISS)에서 62일 동안 머물며 임무를 수행한 뒤 돌아왔습니다. '민간' 유인 우주왕복선으로는 첫 번째 성공입니다.
(참고 ☞ 美 우주인, 스페이스X 캡슐로 해상 귀환 )

크루 드래건의 성공이 의미 있는 건, 지난 수십 년 동안 정부 주도로 이뤄져 왔던 우주항공 산업이 민간으로 넘어가는 전환점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입니다.

■체제 경쟁 수단이었던 우주산업

그동안 우주산업은 단순한 과학이 아니라, 정치의 한 축이었습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미국과 소련은 우주 탐사로 체제 경쟁을 벌였습니다. 우주항공 산업은 그 시대 과학기술의 총체였고, 각국은 저마다 우주선을 쏘아 올리며 자신들의 위세를 과시했습니다.

미국은 1969년 '닐 암스트롱'을 보내 세계 최초로 달 탐사에 성공하며 우주산업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했고, 1981년부터는 우주왕복선을 개발해 우주 곳곳을 누볐습니다.

문제는 '돈'이었습니다. 체제경쟁을 벌일 때는 돈이 문제가 아니었지만 1991년 소련이 붕괴한 뒤, 스멀스멀 '너무 비싸다'는 불만이 하나둘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우주왕복선을 한 번 쏘아 올릴 때 비용은 13억 달러(약 1조 5,400억 원)로 추산됩니다. 참고로 올해 우리나라 예산이 512조 원가량입니다.

이런 가운데, 2003년 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가 귀환 도중 공중폭발하는 사고가 발생(승무원 7명 전원 사망)하며 미국 사회는 경악하게 됩니다. '이렇게 많은 돈을 들여 이렇게 위험한 사업을 계속 해야 하느냐'는 지적이 나오며 미국은 2011년 우주왕복선 아틀란티스호를 마지막으로 우주왕복선 사업을 종료하게 됩니다.

폭발하는 컬럼비아호폭발하는 컬럼비아호

■너무 비싼 '우주택시'

우주왕복선은 없지만, 나사(NASA, 미 항공우주국)의 우주인은 여전히 우주로 가야만 했습니다. 우주정거장 등 다양한 우주업무가 산적했기 때문입니다. 고민 끝에 미국이 선택한 게 소위 러시아 우주 택시입니다. 러시아 우주왕복선 ' 소유즈'에 우주인을 태워 보내기로 한 겁니다.

돈 문제는 여기서도 등장합니다. 소유즈를 한 번 타는데 비용이 1인당 2,000만 달러(약 237억 원)에서 시작했는데, 최근 8,800만 달러(약 1,045억 원)까지 치솟았습니다. 우주인 2명을 보내면 2억 달러 가까운 비용이 사라집니다. 다른 택시가 없는 상황이라 미국으로선 울며 겨자 먹기로 이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시 한 번 고민한 나사는 2014년 특별한 대책을 전격적으로 발표합니다. 일명 '민간과 협력하는 승무원 프로그램'으로, 나사는 달과 화성 등 원거리 우주탐사에 집중하고 근거리 우주 개발은 민간 기업에게 맡기겠다는 내용입니다. 즉, 우주정거장을 왕복하는 '우주 택시' 개발을 민간 업체에 맡긴 겁니다. 이때 나사와 협약을 맺은 게 스페이스X와 보잉입니다. 스페이스X로서는 나사가 점찍은 지 6년 만에 첫 번째 성과물을 보여준 셈입니다.

나사의 ‘우주택시’ 사업나사의 ‘우주택시’ 사업

그렇다면 택시 비용은 얼마나 줄었을까요? 이번 크루 드래건 발사 비용은 5,500만 달러(약 653억 원)로 추산됩니다. 앞으로 발사 비용은 더 줄어들 전망이라니, 현재까지 나사의 선택은 긍정적입니다.

민간 우주왕복선이 단순히 우주 택시로만 끝나리라고 생각하는 이는 아무도 없습니다. 당장 스페이스X는 달 탐사와 화성 이주 등을 공언하고 있습니다. 훗날 우주시대가 열린다면, 올해 크루 드래건의 성공이 원년으로 기록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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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주 택시 한번 가는데 650억…그래도 싸다고 환호
    • 입력 2020-08-10 11:50:19
    • 수정2020-08-10 11:50:41
    취재K
    최근 전 세계 우주항공업계가 전율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우주선 ' 크루 드래건'이 지구로 귀환하는 데 성공한 겁니다. 크루 드래건은 국제 우주정거장(ISS)에서 62일 동안 머물며 임무를 수행한 뒤 돌아왔습니다. '민간' 유인 우주왕복선으로는 첫 번째 성공입니다.
(참고 ☞ 美 우주인, 스페이스X 캡슐로 해상 귀환 )

크루 드래건의 성공이 의미 있는 건, 지난 수십 년 동안 정부 주도로 이뤄져 왔던 우주항공 산업이 민간으로 넘어가는 전환점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입니다.

■체제 경쟁 수단이었던 우주산업

그동안 우주산업은 단순한 과학이 아니라, 정치의 한 축이었습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미국과 소련은 우주 탐사로 체제 경쟁을 벌였습니다. 우주항공 산업은 그 시대 과학기술의 총체였고, 각국은 저마다 우주선을 쏘아 올리며 자신들의 위세를 과시했습니다.

미국은 1969년 '닐 암스트롱'을 보내 세계 최초로 달 탐사에 성공하며 우주산업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했고, 1981년부터는 우주왕복선을 개발해 우주 곳곳을 누볐습니다.

문제는 '돈'이었습니다. 체제경쟁을 벌일 때는 돈이 문제가 아니었지만 1991년 소련이 붕괴한 뒤, 스멀스멀 '너무 비싸다'는 불만이 하나둘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우주왕복선을 한 번 쏘아 올릴 때 비용은 13억 달러(약 1조 5,400억 원)로 추산됩니다. 참고로 올해 우리나라 예산이 512조 원가량입니다.

이런 가운데, 2003년 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가 귀환 도중 공중폭발하는 사고가 발생(승무원 7명 전원 사망)하며 미국 사회는 경악하게 됩니다. '이렇게 많은 돈을 들여 이렇게 위험한 사업을 계속 해야 하느냐'는 지적이 나오며 미국은 2011년 우주왕복선 아틀란티스호를 마지막으로 우주왕복선 사업을 종료하게 됩니다.

폭발하는 컬럼비아호
■너무 비싼 '우주택시'

우주왕복선은 없지만, 나사(NASA, 미 항공우주국)의 우주인은 여전히 우주로 가야만 했습니다. 우주정거장 등 다양한 우주업무가 산적했기 때문입니다. 고민 끝에 미국이 선택한 게 소위 러시아 우주 택시입니다. 러시아 우주왕복선 ' 소유즈'에 우주인을 태워 보내기로 한 겁니다.

돈 문제는 여기서도 등장합니다. 소유즈를 한 번 타는데 비용이 1인당 2,000만 달러(약 237억 원)에서 시작했는데, 최근 8,800만 달러(약 1,045억 원)까지 치솟았습니다. 우주인 2명을 보내면 2억 달러 가까운 비용이 사라집니다. 다른 택시가 없는 상황이라 미국으로선 울며 겨자 먹기로 이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시 한 번 고민한 나사는 2014년 특별한 대책을 전격적으로 발표합니다. 일명 '민간과 협력하는 승무원 프로그램'으로, 나사는 달과 화성 등 원거리 우주탐사에 집중하고 근거리 우주 개발은 민간 기업에게 맡기겠다는 내용입니다. 즉, 우주정거장을 왕복하는 '우주 택시' 개발을 민간 업체에 맡긴 겁니다. 이때 나사와 협약을 맺은 게 스페이스X와 보잉입니다. 스페이스X로서는 나사가 점찍은 지 6년 만에 첫 번째 성과물을 보여준 셈입니다.

나사의 ‘우주택시’ 사업
그렇다면 택시 비용은 얼마나 줄었을까요? 이번 크루 드래건 발사 비용은 5,500만 달러(약 653억 원)로 추산됩니다. 앞으로 발사 비용은 더 줄어들 전망이라니, 현재까지 나사의 선택은 긍정적입니다.

민간 우주왕복선이 단순히 우주 택시로만 끝나리라고 생각하는 이는 아무도 없습니다. 당장 스페이스X는 달 탐사와 화성 이주 등을 공언하고 있습니다. 훗날 우주시대가 열린다면, 올해 크루 드래건의 성공이 원년으로 기록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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