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허리’에 부는 인사 폭풍…‘민감’ 사건 자리에 관심 집중

입력 2020.08.10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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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단행된 검찰 인사는 검사장급 인사였습니다. '검찰의 꽃'이라고 불리는 자리에 오른 사람들입니다. 인사를 놓고 어느 쪽에서는 "정권 앞잡이인 검사가 득세한다"고 비판하고 있고, 누군가는 "묵묵히 일하는 검사들에게 희망을 드리고자 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정치권에서도 제각각 입장에 따라 여러 말이 나오는 가운데 이번에는 '꽃' 자리에 이은 '허리' 자리 인사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검찰 중간간부 인사입니다. 이 인사로 차장검사와 부장검사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어느 자리에 갈지 결정됩니다. 이 인사는 이르면 다음 주 중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초점은 '조직 개편'

중간간부 인사와 함께 추진되는 게 '검찰 조직 개편'입니다. 이번 중간간부 인사를 '대폭 인사'라고 점치는 배경 중 하나입니다.

법무부 예규 <검사 전보 및 보직관리 등에 관한 규칙> 제10조(필수보직기간)를 보면, 고검검사급 검사의 필수보직 기간은 '1년'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발령 후 1년이 안 된 중간간부들은 자리를 못 옮기는 겁니다.

하지만, 10조4항을 보니 '인사 수요' 등으로 참작할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필수보직기간을 달리 정할 수 있게 돼 있습니다.

'인사수요' 중 하나가 법무부가 준비 중인 조직 개편입니다. 결국, 검찰 조직 개편 이후 내려지는 중간간부 발령에는 필수 보직기간이 소용없다는 말입니다. 이에 따라 '대폭' 인사가 나올 수 있습니다.

조직개편은 결국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 개정을 말합니다. 국무회의를 통과해야 하고, 국무회의는 매주 화요일마다 열립니다. 그래서 이르면 다음주 화요일 국무회의 이후 검찰 중간간부 인사가 예상된다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직접수사 축소 방향...일부 '허리' 자리 없어진다?

법무부가 추진하는 조직 개편 방향은 선명한 편입니다. 직접수사 축소입니다.

추 장관 부임 뒤 단행한 인사 중 올해 첫 중간 간부 인사가 나오기 이틀 전에도 비슷한 취지의 조직 개편이 있었습니다. 1월 21일 전국 검찰청의 13개 직접수사 부서를 형사·공판부로 전환하는 직제 개편안이 발표된 겁니다.

법무부가 이번에는 대검찰청 내 범죄 정보를 수집하는 자리를 없앨 것이라는 예상이 나옵니다. 각종 범죄 관련 정보를 수집해 검찰총장에게 보고하고, 그 정보를 수사에 착수시키는 곳입니다. '수사정보정책관'이라는 이름의 중간간부 자리가 없어질 것이란 분석입니다.

이 자리는 검찰총장 직속입니다. 예상대로 직제개편이 이뤄지면 결과적으로 윤석열 총장에 대한 '힘빼기' 개편이었다는 비판이 나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인권부를 늘리거나 인권과 관련된 부서를 새로 만든다든가, 형사부와 공판부를 늘릴 것이라는 예상도 함께 나옵니다.

■"누구 사단이라는 말 사라져야" vs. "추미애 검사들"...뒷말 무성

추 장관은 지난 8일 이번 검사장 인사에 대해 "인사가 만사"라면서 잘 된 인사라고 자평했습니다. 추 장관은 "이제 검찰에서 '누구누구의 사단'이란 말은 사라져야 한다"라고도 했습니다. 특정 인사랑 가깝다고 좋은 자리 안 주겠다는 말일 겁니다.

하지만 정반대의 시각도 있습니다. 문찬석 전 광주지검장은 검찰 내부 통신망에 글을 올려 "'친정권 인사들'이니 '추미애 검사들'이니 하는 편향된 평가를 받는 검사들을 노골적으로 전면에 내세우는 이런 행태가 우려스럽고 부끄럽다"고 했습니다. 추 장관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한 겁니다. 문 전 지검장은 인사 발표 뒤 바로 사표를 던졌습니다.

문 지검장의 글에는 오늘까지 '검사장님 말씀을 마음에 잘 담겠다'와 같은 공감 취지의 내용 등 댓글 수백 개가 달리기도 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이번 인사에 대해 차분한 태도를 갖자는 입장도 나왔습니다.

박철완 부산고검 검사는 검찰 내부 통신망에 이번 인사의 메시지를 분석했습니다. 박 검사는 "(대통령이) 소위 '거악의 척결'을 검찰의 본질적 기능이라고 생각하지 말라는 뜻으로 생각된다"라고 해석했습니다. 또 "검찰 구성원들이 배우고, 내면화해 온 가치와 상당 부분 상충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인사는 우리가 살면서 맞닥뜨리는 여러 메시지 중 하나에 불과한데, 과하게 그 의미나 크기를 평가하는 것 아닌가"라고도 덧붙였습니다.

■'몸싸움 검사' 어디로?...중앙지검 1·3차장에 관심

그래도 인사는 있을 겁니다. 또 누군가는 그 메시지를 분석할 겁니다. 중간 간부 인사 대상자 중에 관심을 받고 있는 사람이 몇 명 있습니다.

먼저 서울중앙지검 정진웅 형사1부장입니다. 최근 한동훈 검사장과의 유심카드 압수수색 과정에서 '몸싸움'을 벌인 검사입니다. 장관의 '지휘권'까지 발동시키면서 독립성을 부여받은 수사팀의 팀장입니다. 전 채널A 기자가 기소되는 과정에서 수사팀이 한 검사장을 '공범'으로 적시하지 못한 것을 두고 논란이 있는 상태입니다.

현재 자리가 비어 있는 중앙지검 1·3차장 자리에 누가 올지도 관심입니다. 이 자리는 이번 검사장 인사에서 유임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참모진 성격입니다.

그 외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 수사팀장, 삼성바이오로직스 수사팀장 등이 어떤 자리로 갈지 역시 중간간부 인사의 주요 포인트 중 하나입니다.

이 자리들을 누가 꿰차고, 누가 비워주는지에 따라 검찰 인사에 대한 관심도 달라질 겁니다. 인사에 따른 검찰 조직의 향배도 지금까지와 다를 것이란 분석도 있습니다. 검찰의 '허리' 인사에 많은 것이 걸려 있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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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찰 ‘허리’에 부는 인사 폭풍…‘민감’ 사건 자리에 관심 집중
    • 입력 2020-08-10 15:39:14
    취재K
지난 7일 단행된 검찰 인사는 검사장급 인사였습니다. '검찰의 꽃'이라고 불리는 자리에 오른 사람들입니다. 인사를 놓고 어느 쪽에서는 "정권 앞잡이인 검사가 득세한다"고 비판하고 있고, 누군가는 "묵묵히 일하는 검사들에게 희망을 드리고자 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정치권에서도 제각각 입장에 따라 여러 말이 나오는 가운데 이번에는 '꽃' 자리에 이은 '허리' 자리 인사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검찰 중간간부 인사입니다. 이 인사로 차장검사와 부장검사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어느 자리에 갈지 결정됩니다. 이 인사는 이르면 다음 주 중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초점은 '조직 개편'

중간간부 인사와 함께 추진되는 게 '검찰 조직 개편'입니다. 이번 중간간부 인사를 '대폭 인사'라고 점치는 배경 중 하나입니다.

법무부 예규 <검사 전보 및 보직관리 등에 관한 규칙> 제10조(필수보직기간)를 보면, 고검검사급 검사의 필수보직 기간은 '1년'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발령 후 1년이 안 된 중간간부들은 자리를 못 옮기는 겁니다.

하지만, 10조4항을 보니 '인사 수요' 등으로 참작할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필수보직기간을 달리 정할 수 있게 돼 있습니다.

'인사수요' 중 하나가 법무부가 준비 중인 조직 개편입니다. 결국, 검찰 조직 개편 이후 내려지는 중간간부 발령에는 필수 보직기간이 소용없다는 말입니다. 이에 따라 '대폭' 인사가 나올 수 있습니다.

조직개편은 결국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 개정을 말합니다. 국무회의를 통과해야 하고, 국무회의는 매주 화요일마다 열립니다. 그래서 이르면 다음주 화요일 국무회의 이후 검찰 중간간부 인사가 예상된다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직접수사 축소 방향...일부 '허리' 자리 없어진다?

법무부가 추진하는 조직 개편 방향은 선명한 편입니다. 직접수사 축소입니다.

추 장관 부임 뒤 단행한 인사 중 올해 첫 중간 간부 인사가 나오기 이틀 전에도 비슷한 취지의 조직 개편이 있었습니다. 1월 21일 전국 검찰청의 13개 직접수사 부서를 형사·공판부로 전환하는 직제 개편안이 발표된 겁니다.

법무부가 이번에는 대검찰청 내 범죄 정보를 수집하는 자리를 없앨 것이라는 예상이 나옵니다. 각종 범죄 관련 정보를 수집해 검찰총장에게 보고하고, 그 정보를 수사에 착수시키는 곳입니다. '수사정보정책관'이라는 이름의 중간간부 자리가 없어질 것이란 분석입니다.

이 자리는 검찰총장 직속입니다. 예상대로 직제개편이 이뤄지면 결과적으로 윤석열 총장에 대한 '힘빼기' 개편이었다는 비판이 나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인권부를 늘리거나 인권과 관련된 부서를 새로 만든다든가, 형사부와 공판부를 늘릴 것이라는 예상도 함께 나옵니다.

■"누구 사단이라는 말 사라져야" vs. "추미애 검사들"...뒷말 무성

추 장관은 지난 8일 이번 검사장 인사에 대해 "인사가 만사"라면서 잘 된 인사라고 자평했습니다. 추 장관은 "이제 검찰에서 '누구누구의 사단'이란 말은 사라져야 한다"라고도 했습니다. 특정 인사랑 가깝다고 좋은 자리 안 주겠다는 말일 겁니다.

하지만 정반대의 시각도 있습니다. 문찬석 전 광주지검장은 검찰 내부 통신망에 글을 올려 "'친정권 인사들'이니 '추미애 검사들'이니 하는 편향된 평가를 받는 검사들을 노골적으로 전면에 내세우는 이런 행태가 우려스럽고 부끄럽다"고 했습니다. 추 장관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한 겁니다. 문 전 지검장은 인사 발표 뒤 바로 사표를 던졌습니다.

문 지검장의 글에는 오늘까지 '검사장님 말씀을 마음에 잘 담겠다'와 같은 공감 취지의 내용 등 댓글 수백 개가 달리기도 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이번 인사에 대해 차분한 태도를 갖자는 입장도 나왔습니다.

박철완 부산고검 검사는 검찰 내부 통신망에 이번 인사의 메시지를 분석했습니다. 박 검사는 "(대통령이) 소위 '거악의 척결'을 검찰의 본질적 기능이라고 생각하지 말라는 뜻으로 생각된다"라고 해석했습니다. 또 "검찰 구성원들이 배우고, 내면화해 온 가치와 상당 부분 상충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인사는 우리가 살면서 맞닥뜨리는 여러 메시지 중 하나에 불과한데, 과하게 그 의미나 크기를 평가하는 것 아닌가"라고도 덧붙였습니다.

■'몸싸움 검사' 어디로?...중앙지검 1·3차장에 관심

그래도 인사는 있을 겁니다. 또 누군가는 그 메시지를 분석할 겁니다. 중간 간부 인사 대상자 중에 관심을 받고 있는 사람이 몇 명 있습니다.

먼저 서울중앙지검 정진웅 형사1부장입니다. 최근 한동훈 검사장과의 유심카드 압수수색 과정에서 '몸싸움'을 벌인 검사입니다. 장관의 '지휘권'까지 발동시키면서 독립성을 부여받은 수사팀의 팀장입니다. 전 채널A 기자가 기소되는 과정에서 수사팀이 한 검사장을 '공범'으로 적시하지 못한 것을 두고 논란이 있는 상태입니다.

현재 자리가 비어 있는 중앙지검 1·3차장 자리에 누가 올지도 관심입니다. 이 자리는 이번 검사장 인사에서 유임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참모진 성격입니다.

그 외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 수사팀장, 삼성바이오로직스 수사팀장 등이 어떤 자리로 갈지 역시 중간간부 인사의 주요 포인트 중 하나입니다.

이 자리들을 누가 꿰차고, 누가 비워주는지에 따라 검찰 인사에 대한 관심도 달라질 겁니다. 인사에 따른 검찰 조직의 향배도 지금까지와 다를 것이란 분석도 있습니다. 검찰의 '허리' 인사에 많은 것이 걸려 있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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