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노조와해 공작’ 항소심도 불법성 인정…이상훈은 ‘위법수집 증거’로 무죄

입력 2020.08.10 (16:38) 수정 2020.08.10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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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노동조합에 대한 와해 공작을 총괄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았던 삼성전자 이상훈 전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습니다. 이 전 의장의 범행 공모·가담을 뒷받침하는 핵심 증거를 검찰이 위법하게 확보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입니다.

항소심 법원은 다만 '노조 와해 공작'이 삼성그룹과 삼성전자서비스·협력업체가 조직적으로 범한 '반헌법적' 범행이라는 판단은 유지하면서, 이 전 의장을 제외한 삼성전자 전·현직 임원들에 대해서는 대부분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습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3부(재판장 배준현)는 노동조합법과 근로기준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상훈 전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에게 오늘(10일)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 전 의장의 혐의를 뒷받침하는 핵심 증거였던 보고 문건 등을 삼성전자 본사 인사팀에서 압수하는 과정에서 검찰이 영장을 제대로 제시하지 않는 등 절차를 위반해, 주요 증거들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없어 혐의가 증명되지 않았다는 판단입니다.

앞서 1심은 이 전 의장에게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지만, 오늘 판결로 이 전 의장은 풀려나게 됐습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강경훈 삼성전자 부사장은 징역 1년 4개월을 선고 받았습니다. 1심 선고형인 징역 1년 6개월보다는 감형된 것으로, 항소심에서 노동조합법,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관련 일부 혐의가 무죄로 뒤집어진 데 따른 결과입니다.

노조와해 전략 수립 실무를 주도한 것으로 지목된 목장균 전 삼성전자 인사팀 전무는 1심과 같이 징역 1년을 선고 받았고, 박상범 전 삼성전자서비스 대표이사와 최평석 전 삼성전자서비스 인사팀장은 각각 징역 1년 4개월과 징역 1년을 선고 받았습니다. 일부 혐의가 무죄로 뒤집히면서 항소심에서 일부 감형을 받은 것입니다.

재판부는 또 양벌규정에 따라 기소된 삼성전자서비스 법인에 대해서는 벌금 7천4백만 원을 선고한 1심을 깨고 벌금 5천만 원을, 삼성전자 법인에 대해서는 1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두 법인을 제외한 전체 피고인 30명 가운데 이 전 의장과 전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사장 등 6명을 제외한 24명은 대부분 혐의에서 유죄를 선고 받았습니다.

이 전 의장 등 삼성전자 전·현직 임직원들은 2013년 자회사인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에 노조가 설립되자, 삼성그룹미래전략실이 하달한 '비노조 경영 방침'에 따라 노조 와해 등을 목적으로 한 '그린(Green)화' 전략을 수립해 시행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습니다.

검찰은 이 전 의장 등이 노조 가입률이 높은 협력업체를 표적 삼아 폐업을 단행하고, 조합원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한편 노조 탈퇴를 압박·종용하고, 정당한 이유 없이 단체교섭을 지연시키는 등의 방식으로 노조 운영에 불법하게 개입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앞서 지난해 12월 1심 재판부는 이 전 의장과 강 부사장 등의 혐의를 대부분 유죄로 판단하고, 두 사람에게 각각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또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 등을 감안해 이 전 의장과 강 부사장을 법정 구속했습니다.

1심 재판부는 노조 와해가 삼성그룹 차원의 조직적 범행이었다고 보고, 삼성 미래전략실과 삼성전자, 삼성전자서비스,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의 부당노동행위 공모관계를 인정했습니다. 또 삼성전자서비스가 협력업체 수리기사들을 불법 파견 형식으로 사용했다고도 인정했습니다.

판결 선고 다음날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은 "노조를 바라보는 시각이 사회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음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라면서 "임직원 존중의 정신을 바탕으로 미래지행적이고 건강한 노사문화를 정립하겠다"라고 입장문을 내기도 했습니다.

검찰과 피고인 일부는 1심 판결에 항소했고, 기소된 피고인 32명이 모두 항소심 재판을 받아왔습니다.

항소심 재판부 역시 노조 와해 공작이 삼성그룹 차원의 조직적 범행이었다고 인정했습니다.

재판부는 삼성그룹이 '비노조 경영'을 경영의 기본방침으로 삼아 미래전략실을 중심으로 노조설립을 차단하거나 노조를 와해·고사화시키는 그룹 노사전략을 수립해 계열사와 자회사에 전파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삼성그룹과 삼성전자서비스 임직원들이 노조에 대응하기 위해 특별 대응팀을 만들거나 보고 체계를 이용해 노조 와해를 위한 구체적 전략을 수립해 시행했고, 그 과정에서 노조 탈퇴를 종용하는 등 여러 부당노동행위가 광범위하게 이뤄졌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이같은 행위는 헌법과 법률이 보장하는 근로자의 단결권, 단체교섭권 등을 무시하는 것으로, 노조 와해 공작 과정에서 근로자들이 입은 정신적 고통과 피해가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노사관계가 악화돼 사회에 악영향을 끼친 측면도 있다면서, 향후 기업에서 이같은 "반헌법적 행위"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처벌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다만 삼성전자서비스와 협력업체 수리기사들 사이에 근로자 파견 관계가 있다고 본 1심 판단은 뒤집었습니다. 여러 증거관계들을 볼 때 삼성전자서비스가 협력업체를 하부조직처럼 운영했다거나 협력업체 수리기사들에게 직·간접적으로 상당한 정도의 지휘·명령을 했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는 것입니다.

재판부는 또 법원이 발부한 압수수색 영장의 기재 내용을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며, 위법수집증거를 이유로 이 전 의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배경을 자세히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앞서 검찰은 2018년 2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다스' 실소유주 의혹을 수사하면서 "삼성전자 본사 해외지역총괄사업부, 경영지원총괄사업부, 법무실, 전산관리실과 이와 동일한 기능을 하는 부서"에 대한 압수수색을 허용하는 영장을 법원에서 발부 받았습니다.

검찰은 영장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부서 배치표와 직원 명단을 확보하기 위해 삼성전자 본사 인사팀 사무실로 이동했다가, 그곳에서 인사팀 직원이 형사사건의 증거를 인멸하는 정황을 포착해 해당 직원이 자신의 차량에 옮겨 숨긴 인사팀 PC 하드디스크를 압수했습니다. '노조 와해' 사건에 대한 수사는 이 하드디스크에서 나온 증거에서 시작됐습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검찰이 당초 영장에 기재되지 않은 장소에서 압수수색을 하고 인사팀 직원에게 사전에 영장을 제시하지 않은 것은 적법절차의 실질적 내용을 침해한 위법이라며, 이렇게 수집된 증거를 유죄의 증거로 쓸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압수수색 과정에 절차적 위법은 있었지만 예외적으로 증거능력이 인정될 수 있는 경우에 해당된다던 1심과는 판단을 달리한 것입니다.

재판부는 위법수집 증거에 대한 증거능력이 배척되는 바람에 이 전 의장의 공모가담이 인정되지 않았다면서, 만약 보고 문건의 증거능력이 인정됐다면 이 전 의장에 대한 1심의 유죄 판단이 항소심에서도 상당 부분 유지됐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어 "피고인(이 전 의장)의 항소를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하게 되지만, 무죄를 선고하는 이유가 결코 피고인에게 공모가담이 없었기 때문에 무죄를 선고하는 것이 아님을 명심하시기 바란다"라고 당부했습니다.

[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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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8-10 16:38:49
    • 수정2020-08-10 18:03:31
    사회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노동조합에 대한 와해 공작을 총괄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았던 삼성전자 이상훈 전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습니다. 이 전 의장의 범행 공모·가담을 뒷받침하는 핵심 증거를 검찰이 위법하게 확보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입니다.

항소심 법원은 다만 '노조 와해 공작'이 삼성그룹과 삼성전자서비스·협력업체가 조직적으로 범한 '반헌법적' 범행이라는 판단은 유지하면서, 이 전 의장을 제외한 삼성전자 전·현직 임원들에 대해서는 대부분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습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3부(재판장 배준현)는 노동조합법과 근로기준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상훈 전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에게 오늘(10일)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 전 의장의 혐의를 뒷받침하는 핵심 증거였던 보고 문건 등을 삼성전자 본사 인사팀에서 압수하는 과정에서 검찰이 영장을 제대로 제시하지 않는 등 절차를 위반해, 주요 증거들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없어 혐의가 증명되지 않았다는 판단입니다.

앞서 1심은 이 전 의장에게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지만, 오늘 판결로 이 전 의장은 풀려나게 됐습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강경훈 삼성전자 부사장은 징역 1년 4개월을 선고 받았습니다. 1심 선고형인 징역 1년 6개월보다는 감형된 것으로, 항소심에서 노동조합법,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관련 일부 혐의가 무죄로 뒤집어진 데 따른 결과입니다.

노조와해 전략 수립 실무를 주도한 것으로 지목된 목장균 전 삼성전자 인사팀 전무는 1심과 같이 징역 1년을 선고 받았고, 박상범 전 삼성전자서비스 대표이사와 최평석 전 삼성전자서비스 인사팀장은 각각 징역 1년 4개월과 징역 1년을 선고 받았습니다. 일부 혐의가 무죄로 뒤집히면서 항소심에서 일부 감형을 받은 것입니다.

재판부는 또 양벌규정에 따라 기소된 삼성전자서비스 법인에 대해서는 벌금 7천4백만 원을 선고한 1심을 깨고 벌금 5천만 원을, 삼성전자 법인에 대해서는 1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두 법인을 제외한 전체 피고인 30명 가운데 이 전 의장과 전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사장 등 6명을 제외한 24명은 대부분 혐의에서 유죄를 선고 받았습니다.

이 전 의장 등 삼성전자 전·현직 임직원들은 2013년 자회사인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에 노조가 설립되자, 삼성그룹미래전략실이 하달한 '비노조 경영 방침'에 따라 노조 와해 등을 목적으로 한 '그린(Green)화' 전략을 수립해 시행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습니다.

검찰은 이 전 의장 등이 노조 가입률이 높은 협력업체를 표적 삼아 폐업을 단행하고, 조합원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한편 노조 탈퇴를 압박·종용하고, 정당한 이유 없이 단체교섭을 지연시키는 등의 방식으로 노조 운영에 불법하게 개입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앞서 지난해 12월 1심 재판부는 이 전 의장과 강 부사장 등의 혐의를 대부분 유죄로 판단하고, 두 사람에게 각각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또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 등을 감안해 이 전 의장과 강 부사장을 법정 구속했습니다.

1심 재판부는 노조 와해가 삼성그룹 차원의 조직적 범행이었다고 보고, 삼성 미래전략실과 삼성전자, 삼성전자서비스,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의 부당노동행위 공모관계를 인정했습니다. 또 삼성전자서비스가 협력업체 수리기사들을 불법 파견 형식으로 사용했다고도 인정했습니다.

판결 선고 다음날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은 "노조를 바라보는 시각이 사회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음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라면서 "임직원 존중의 정신을 바탕으로 미래지행적이고 건강한 노사문화를 정립하겠다"라고 입장문을 내기도 했습니다.

검찰과 피고인 일부는 1심 판결에 항소했고, 기소된 피고인 32명이 모두 항소심 재판을 받아왔습니다.

항소심 재판부 역시 노조 와해 공작이 삼성그룹 차원의 조직적 범행이었다고 인정했습니다.

재판부는 삼성그룹이 '비노조 경영'을 경영의 기본방침으로 삼아 미래전략실을 중심으로 노조설립을 차단하거나 노조를 와해·고사화시키는 그룹 노사전략을 수립해 계열사와 자회사에 전파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삼성그룹과 삼성전자서비스 임직원들이 노조에 대응하기 위해 특별 대응팀을 만들거나 보고 체계를 이용해 노조 와해를 위한 구체적 전략을 수립해 시행했고, 그 과정에서 노조 탈퇴를 종용하는 등 여러 부당노동행위가 광범위하게 이뤄졌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이같은 행위는 헌법과 법률이 보장하는 근로자의 단결권, 단체교섭권 등을 무시하는 것으로, 노조 와해 공작 과정에서 근로자들이 입은 정신적 고통과 피해가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노사관계가 악화돼 사회에 악영향을 끼친 측면도 있다면서, 향후 기업에서 이같은 "반헌법적 행위"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처벌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다만 삼성전자서비스와 협력업체 수리기사들 사이에 근로자 파견 관계가 있다고 본 1심 판단은 뒤집었습니다. 여러 증거관계들을 볼 때 삼성전자서비스가 협력업체를 하부조직처럼 운영했다거나 협력업체 수리기사들에게 직·간접적으로 상당한 정도의 지휘·명령을 했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는 것입니다.

재판부는 또 법원이 발부한 압수수색 영장의 기재 내용을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며, 위법수집증거를 이유로 이 전 의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배경을 자세히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앞서 검찰은 2018년 2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다스' 실소유주 의혹을 수사하면서 "삼성전자 본사 해외지역총괄사업부, 경영지원총괄사업부, 법무실, 전산관리실과 이와 동일한 기능을 하는 부서"에 대한 압수수색을 허용하는 영장을 법원에서 발부 받았습니다.

검찰은 영장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부서 배치표와 직원 명단을 확보하기 위해 삼성전자 본사 인사팀 사무실로 이동했다가, 그곳에서 인사팀 직원이 형사사건의 증거를 인멸하는 정황을 포착해 해당 직원이 자신의 차량에 옮겨 숨긴 인사팀 PC 하드디스크를 압수했습니다. '노조 와해' 사건에 대한 수사는 이 하드디스크에서 나온 증거에서 시작됐습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검찰이 당초 영장에 기재되지 않은 장소에서 압수수색을 하고 인사팀 직원에게 사전에 영장을 제시하지 않은 것은 적법절차의 실질적 내용을 침해한 위법이라며, 이렇게 수집된 증거를 유죄의 증거로 쓸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압수수색 과정에 절차적 위법은 있었지만 예외적으로 증거능력이 인정될 수 있는 경우에 해당된다던 1심과는 판단을 달리한 것입니다.

재판부는 위법수집 증거에 대한 증거능력이 배척되는 바람에 이 전 의장의 공모가담이 인정되지 않았다면서, 만약 보고 문건의 증거능력이 인정됐다면 이 전 의장에 대한 1심의 유죄 판단이 항소심에서도 상당 부분 유지됐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어 "피고인(이 전 의장)의 항소를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하게 되지만, 무죄를 선고하는 이유가 결코 피고인에게 공모가담이 없었기 때문에 무죄를 선고하는 것이 아님을 명심하시기 바란다"라고 당부했습니다.

[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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