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의료급여’는 기준 완화…무엇이 달라지나?

입력 2020.08.10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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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전면 폐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가장 큰 쟁점이 됐던 의료급여 부양의무자 기준은 폐지하지 않고 대신 완화해 지원 대상을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이번 결정으로 국민의 기초생활보장 내용이 어떻게 바뀌게 되는지 정부가 오늘(10일) 의결한 '제2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의 핵심 내용을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20년 만에 사라지는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고소득·고재산 부양의무자는 제외"

8월 10일 제61차 중앙생활보장위원회 회의8월 10일 제61차 중앙생활보장위원회 회의

부양의무자는 정부가 기초생활보장 급여를 지원할 때 고려하는 중요한 기준입니다. 말 그대로 수급권자를 부양할 의무가 있는 사람으로, 부모, 자식 등 직계혈족이나 며느리, 사위 등 그 배우자를 가리킵니다.

가족 구성원 중에 돈을 버는 사람이 있다면 국가보다 가족이 먼저 부양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는 가족과 연락이 끊기거나, 연락이 닿더라도 부양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가난한 사람도 많습니다.

이 때문에 부양의무자 기준은 빈곤 사각지대의 문제점으로 늘 지적돼 왔습니다. 교육급여는 2015년에, 주거급여는 2018년에 부양의무자 기준이 폐지됐기 때문에 남은 것은 생계급여와 의료급여입니다. 정부는 생계· 의료급여를 받지 못하는 '비수급빈곤층'이 여전히 73만 명에 이른다고 보고 있습니다.

정부는 이번에 수립한 '제2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에서 20년간 유지돼 온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을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전면 폐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제 수급권자 본인의 소득과 재산이 기준을 충족하는 경우 부양의무자의 유·무에 관계없이 생계급여를 지원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생계급여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이 '완전히' 사라지는 건 아닙니다. 정부 발표 내용을 보면 부양의무자가 연 소득이 1억 원을 넘거나 9억 원을 초과하는 부동산을 가지고 있다면 여전히 부양의무자 기준이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또, 부양의무자 가구 중 1촌의 직계혈족 및 그 배우자의 소득의 합 또는 재산의 합 중 어느 하나라도 연 소득 1억 원 또는 부동산 9억 원 초과라는 기준선을 초과하면 부양의무자 기준이 적용됩니다.

정부는 이번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로 약 18만 가구, 26만 명이 신규로 생계급여를 지원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늘어난 예산액은 6천억 정도로 예상했습니다.

■의료급여 부양의무자 기준은 폐지 대신 완화...정부 "중요한 건 비급여의 급여화"

‘2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을 브리핑하는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2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을 브리핑하는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의료급여는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대상에서 제외됐습니다. 정부는 대신 다음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을 수립하는 2023년까지 의료급여 부양의무자 기준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먼저 의료급여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 방안으로, 2022년 1월부터 기초연금 수급 노인이 포함된 부양의무자 가구는 부양의무자 기준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습니다.

또, 제2차 종합계획 기간 내 부양비 및 수급권자 소득, 재산 반영 기준 개선 등도 함께 추진해 19만9천 명을 추가로 의료급여 수급권자로 확대할 예정입니다.

앞서 시민단체들은 의료급여 부양의무자 기준도 폐지할 것을 요구해 왔습니다. 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200여 시민사회단체는 지난달 말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양의무자 기준을 생계급여와 의료급여에서 모두 완전히 폐지하라"고 촉구한 바 있습니다.

때문에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의 오늘(10일) 브리핑에서도 의료급여에 관한 기자들의 질문이 많이 나왔는데요.

박능후 장관은 생계급여와 의료급여에서의 부양의무자 기준은 각각 다르게 봐야 한다며, "의료급여의 경우, 생계급여와는 달리 받느냐, 못 받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건강보험 내에서 저소득층 의료비 지원을 받던 대상자를 의료급여 수급권자로 선정해 다른 보상체계로 지원할 것인가의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저소득층의 의료서비스 확보 차원에서 중요한 것은 부양의무자 조건을 적용하느냐 마느냐보다 실질적으로 진료비 부담이 되는 비급여 항목을 얼마만큼 급여화 해줄 것인지 등이라는 겁니다.

복지부는 오늘 내놓은 의료급여 부양의무자 기준 개선안으로 예상되는 예산은 1년에 1조 원 정도 추가로 들어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1인 가구 기준 최대 생계급여액 2023년엔 올해 대비 약 10% 이상 상승

이번 제2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에는 이 밖에도 기본생활보장 수준을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기초생활보장제도를 비롯해 73개 복지사업의 선정 기준 등으로 쓰이는 기준 중위소득을 산출하는 방식에서는 기존의 가계 동향조사 대신 가계금융복지조사를 기반으로 함으로써 급여 보장성을 강화할 계획입니다.

복지부는 이번 개편으로 2023년 1인 가구 최대 생계급여액은 올해 대비 약 1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의료급여의 경우 차상위 희귀난치·중증질환자 등에 대해서는 의료급여와 동일한 부양의무자 기준을 단계적으로 완화,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내용이 포함됐습니다.

이밖에 주거급여에서는 현재 시장 임차료 대비 약 90% 수준인 기존 임대료를 2022년까지 점차 현실화하고, 교육급여는 항목 중심으로 지원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자율적으로 지출할 수 있도록 '교육 활동 지원비'로 통합해 지원하겠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이번 제2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은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년간 추진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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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의료급여’는 기준 완화…무엇이 달라지나?
    • 입력 2020-08-10 19:25:34
    취재K
정부가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전면 폐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가장 큰 쟁점이 됐던 의료급여 부양의무자 기준은 폐지하지 않고 대신 완화해 지원 대상을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이번 결정으로 국민의 기초생활보장 내용이 어떻게 바뀌게 되는지 정부가 오늘(10일) 의결한 '제2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의 핵심 내용을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20년 만에 사라지는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고소득·고재산 부양의무자는 제외"

8월 10일 제61차 중앙생활보장위원회 회의
부양의무자는 정부가 기초생활보장 급여를 지원할 때 고려하는 중요한 기준입니다. 말 그대로 수급권자를 부양할 의무가 있는 사람으로, 부모, 자식 등 직계혈족이나 며느리, 사위 등 그 배우자를 가리킵니다.

가족 구성원 중에 돈을 버는 사람이 있다면 국가보다 가족이 먼저 부양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는 가족과 연락이 끊기거나, 연락이 닿더라도 부양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가난한 사람도 많습니다.

이 때문에 부양의무자 기준은 빈곤 사각지대의 문제점으로 늘 지적돼 왔습니다. 교육급여는 2015년에, 주거급여는 2018년에 부양의무자 기준이 폐지됐기 때문에 남은 것은 생계급여와 의료급여입니다. 정부는 생계· 의료급여를 받지 못하는 '비수급빈곤층'이 여전히 73만 명에 이른다고 보고 있습니다.

정부는 이번에 수립한 '제2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에서 20년간 유지돼 온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을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전면 폐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제 수급권자 본인의 소득과 재산이 기준을 충족하는 경우 부양의무자의 유·무에 관계없이 생계급여를 지원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생계급여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이 '완전히' 사라지는 건 아닙니다. 정부 발표 내용을 보면 부양의무자가 연 소득이 1억 원을 넘거나 9억 원을 초과하는 부동산을 가지고 있다면 여전히 부양의무자 기준이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또, 부양의무자 가구 중 1촌의 직계혈족 및 그 배우자의 소득의 합 또는 재산의 합 중 어느 하나라도 연 소득 1억 원 또는 부동산 9억 원 초과라는 기준선을 초과하면 부양의무자 기준이 적용됩니다.

정부는 이번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로 약 18만 가구, 26만 명이 신규로 생계급여를 지원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늘어난 예산액은 6천억 정도로 예상했습니다.

■의료급여 부양의무자 기준은 폐지 대신 완화...정부 "중요한 건 비급여의 급여화"

‘2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을 브리핑하는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의료급여는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대상에서 제외됐습니다. 정부는 대신 다음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을 수립하는 2023년까지 의료급여 부양의무자 기준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먼저 의료급여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 방안으로, 2022년 1월부터 기초연금 수급 노인이 포함된 부양의무자 가구는 부양의무자 기준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습니다.

또, 제2차 종합계획 기간 내 부양비 및 수급권자 소득, 재산 반영 기준 개선 등도 함께 추진해 19만9천 명을 추가로 의료급여 수급권자로 확대할 예정입니다.

앞서 시민단체들은 의료급여 부양의무자 기준도 폐지할 것을 요구해 왔습니다. 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200여 시민사회단체는 지난달 말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양의무자 기준을 생계급여와 의료급여에서 모두 완전히 폐지하라"고 촉구한 바 있습니다.

때문에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의 오늘(10일) 브리핑에서도 의료급여에 관한 기자들의 질문이 많이 나왔는데요.

박능후 장관은 생계급여와 의료급여에서의 부양의무자 기준은 각각 다르게 봐야 한다며, "의료급여의 경우, 생계급여와는 달리 받느냐, 못 받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건강보험 내에서 저소득층 의료비 지원을 받던 대상자를 의료급여 수급권자로 선정해 다른 보상체계로 지원할 것인가의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저소득층의 의료서비스 확보 차원에서 중요한 것은 부양의무자 조건을 적용하느냐 마느냐보다 실질적으로 진료비 부담이 되는 비급여 항목을 얼마만큼 급여화 해줄 것인지 등이라는 겁니다.

복지부는 오늘 내놓은 의료급여 부양의무자 기준 개선안으로 예상되는 예산은 1년에 1조 원 정도 추가로 들어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1인 가구 기준 최대 생계급여액 2023년엔 올해 대비 약 10% 이상 상승

이번 제2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에는 이 밖에도 기본생활보장 수준을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기초생활보장제도를 비롯해 73개 복지사업의 선정 기준 등으로 쓰이는 기준 중위소득을 산출하는 방식에서는 기존의 가계 동향조사 대신 가계금융복지조사를 기반으로 함으로써 급여 보장성을 강화할 계획입니다.

복지부는 이번 개편으로 2023년 1인 가구 최대 생계급여액은 올해 대비 약 1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의료급여의 경우 차상위 희귀난치·중증질환자 등에 대해서는 의료급여와 동일한 부양의무자 기준을 단계적으로 완화,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내용이 포함됐습니다.

이밖에 주거급여에서는 현재 시장 임차료 대비 약 90% 수준인 기존 임대료를 2022년까지 점차 현실화하고, 교육급여는 항목 중심으로 지원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자율적으로 지출할 수 있도록 '교육 활동 지원비'로 통합해 지원하겠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이번 제2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은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년간 추진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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