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삶터까지 파고든 수마…참담한 이재민들

입력 2020.08.10 (21:11) 수정 2020.08.11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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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전북 남원을 비롯해 임실과 순창 등 섬진강 유역 역시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그런데 집 안의 흙을 다 씻어내기도 전에 또 큰 비 온다는 소식이 있어서 주민들이 막막해하고 있습니다.

안승길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집 앞마다 잔뜩 쌓여 있는 살림살이들.

부서진 가구에 진흙 범벅이 된 가전제품까지, 쓸 수 없게 돼버린 물건들로 가득합니다.

흥건한 물기를 닦아내고 물 먹은 벽지와 장판도 뜯어내 보지만 수마의 흔적을 지워내긴 쉽지 않습니다.

[이현기/전북 순창군 적성면 : "(어르신들) 너무 놀라셔서 식사도 못 하시고. 물 말아서 억지로 드셔요.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손 놓고 있어요."]

쉴 새 없이 쏟아진 집중 호우는 마을 전체를 삼켜버렸고, 주민들의 삶 터, 가장 깊은 곳까지 파고들었습니다.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할머니는 이미 못 쓰게 된 물건들을 바라보며 한숨만 내쉽니다.

[정순례/전북 순창군 적성면 : "말할 것도 없어, 없다니까. 어떻게 표현을 못해. 세상에, 뭔 짓인가 몰라."]

마을회관으로 대피한 지 사흘째.

눈만 감으면 허리까지 차오르던 물을 피해 옷가지만 급히 챙겨 대피하던 그날의 새벽이 떠오릅니다.

[권영임/전북 순창군 적성면 : "발만 떠버리면 넘어갈 것 같아서 담을 잡고 왔어요. 그렇게 금방 물이 불어버리데요. 내 생애 처음이야."]

폭우에 떠밀린 흙과 모래는 담벼락을 뚫고 순식간에 집안으로 들이닥쳤습니다.

흙을 걷어냈지만 불안한 마음에 편히 잠들기가 쉽지 않습니다.

[엄정길/전북 임실군 관촌면 : "만약 여기서 잤더라면 우리 두 식구 다 죽을 뻔했어요. 흙더미를 한 차 이상 퍼냈는데..."]

겨우 물이 빠져 이틀 만에 돌아온 집은 아수라장이 돼버렸고, 생계를 잇던 벌통들은 죄다 못 쓰게 돼버렸습니다.

[진영국/전북 임실군 관촌면 : "계속 이렇게 비가 와서 손을 못 쓰겠어요. 정리도 하다 만 상태인데 계속 비 오고. 너무 속상하네요."]

수해의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또다시 들려오는 비 소식에, 이재민들은 잠도 못 이루고 있습니다.

KBS 뉴스 안승길입니다.

촬영기자:강수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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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르포] 삶터까지 파고든 수마…참담한 이재민들
    • 입력 2020-08-10 21:21:14
    • 수정2020-08-11 10: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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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전북 남원을 비롯해 임실과 순창 등 섬진강 유역 역시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그런데 집 안의 흙을 다 씻어내기도 전에 또 큰 비 온다는 소식이 있어서 주민들이 막막해하고 있습니다. 안승길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집 앞마다 잔뜩 쌓여 있는 살림살이들. 부서진 가구에 진흙 범벅이 된 가전제품까지, 쓸 수 없게 돼버린 물건들로 가득합니다. 흥건한 물기를 닦아내고 물 먹은 벽지와 장판도 뜯어내 보지만 수마의 흔적을 지워내긴 쉽지 않습니다. [이현기/전북 순창군 적성면 : "(어르신들) 너무 놀라셔서 식사도 못 하시고. 물 말아서 억지로 드셔요.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손 놓고 있어요."] 쉴 새 없이 쏟아진 집중 호우는 마을 전체를 삼켜버렸고, 주민들의 삶 터, 가장 깊은 곳까지 파고들었습니다.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할머니는 이미 못 쓰게 된 물건들을 바라보며 한숨만 내쉽니다. [정순례/전북 순창군 적성면 : "말할 것도 없어, 없다니까. 어떻게 표현을 못해. 세상에, 뭔 짓인가 몰라."] 마을회관으로 대피한 지 사흘째. 눈만 감으면 허리까지 차오르던 물을 피해 옷가지만 급히 챙겨 대피하던 그날의 새벽이 떠오릅니다. [권영임/전북 순창군 적성면 : "발만 떠버리면 넘어갈 것 같아서 담을 잡고 왔어요. 그렇게 금방 물이 불어버리데요. 내 생애 처음이야."] 폭우에 떠밀린 흙과 모래는 담벼락을 뚫고 순식간에 집안으로 들이닥쳤습니다. 흙을 걷어냈지만 불안한 마음에 편히 잠들기가 쉽지 않습니다. [엄정길/전북 임실군 관촌면 : "만약 여기서 잤더라면 우리 두 식구 다 죽을 뻔했어요. 흙더미를 한 차 이상 퍼냈는데..."] 겨우 물이 빠져 이틀 만에 돌아온 집은 아수라장이 돼버렸고, 생계를 잇던 벌통들은 죄다 못 쓰게 돼버렸습니다. [진영국/전북 임실군 관촌면 : "계속 이렇게 비가 와서 손을 못 쓰겠어요. 정리도 하다 만 상태인데 계속 비 오고. 너무 속상하네요."] 수해의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또다시 들려오는 비 소식에, 이재민들은 잠도 못 이루고 있습니다. KBS 뉴스 안승길입니다. 촬영기자:강수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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