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미중 격돌, 中의 인내는 어디까지일까?

입력 2020.08.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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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걸 두고 '전방위적이다'라는 표현을 사용하는가 보다. 미국의 중국 때리기가 거의 모든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강도도 점점 세지는 경향이다. 중국도 맞대응 중이다. 중국 시각 매일 오후 3시 열리는 외교부 브리핑 때마다 미국을 성토한다. 그런데 미국의 공격 수위와 비교하면 실질적인 반격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참고 또 참는 모양새다. 중국의 인내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점점 세지는 미국의 대중국 압박

에이자 美 보건장관의 타이완 방문은 또 한 방의 결정타다. 미국이 중국과 수교한 뒤 41년 동안 지켜왔던 불문율을 깬 것이다. 미국은 중국을 방문한 닉슨 전 대통령이 1972년 2월 27일 중국과 함께 발표한 성명(상하이 코뮈니케, Joint Communiqué of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and the People's Republic of China)에 따라 타이완 문제에 대처해 왔다.

상하이 코뮈니케에서 미국은 오직 하나의 중국만 있고, 타이완은 중국 일부라는 것을 인정했다. 이에 따라 1979년 중국과 수교 동시에 타이완과는 단교했다. 고위급 교류도 사실상 중단했다. 그런데 이번에 단교 이후 최고위급 인사가 타이완을 방문한 것이다. 중국 입장에서 보면 미국이 상하이 코뮈니케 정신을 훼손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이 밖에 총영사관 폐쇄, 코로나19 책임, 홍콩·신장웨이우얼 제재, 틱톡과 위챗 퇴출, 화웨이 압박, 사흘이 멀다 하고 벌이는 남중국해 군사 훈련 등 미국의 대중국 압박 수위는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외교안보전문가 문일현 중국 정법대 교수는 "과거에 미·중은 특정 이슈에 국한해 제한적으로 충돌했다면 지금은 전방위적으로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네가 죽어야 내가 산다는 형국이다. 미국은 중국공산당 체제를 바꾸는 게 목표라고 공공연하게 얘기하고 있고, 이를 이루기 위해 뜻을 같이하는 국가들을 규합하고 있다"고 현재 상황을 설명했다.


中, 미국과 트럼프 정부 분리 대응

그럼 중국의 맞대응은 어떨까? 상호주의에 따라 중국 청두 美 영사관을 폐쇄하고, 또 미국의 홍콩 제재에 대한 맞불로 루비오 공화당 상원의원 등 11명을 제재한다고 발표한 게 전부다. 트럼프 행정부의 고위 관리들은 포함되지도 않았다. 또 그 제재가 무슨 내용인지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블룸버그 통신은 중국이 확전을 원하지 않음을 시사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런 뜻은 지난 7일 중국 신화사에 기고한 양제츠 중국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 성명에서도 드러난다. 양제츠는 미·중 양국이 '상호존중과 평등 대우, 구동존이(求同存異, 차이점을 인정하면서 같은 점을 추구함)' 원칙 아래서 발전해 왔다고 평가했다.

중국의 값싼 상품이 미국 소비자들에게 혜택을 주고, 중국의 넓은 시장이 미국 기업에 많은 이윤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한해 500만 명이 넘는 인적 교류, 40만 명에 이르는 유학생, 227곳의 자매도시 등 구체적인 수치도 들었다.

그러면서 지금 미국의 일부 정치인들이 황당한 논리로 수십 년간 양국이 발전하기 위해 기울인 노력과 기여를 심각하게 모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극소수 美 정치인의 사리사욕이 양국 관계를 위험한 지경으로 내몰고 있다는 비난도 내놓았다. 현재 중국을 거칠게 압박하는 것이 미국이라는 나라 자체가 아니라,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트럼프 대통령과 주변 참모라는 주장이다. 미국과 트럼프 정부를 분리해 대응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관변학자들도 11월 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걸어오는 싸움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는 편이 중국 국익에 더 낫다고 조언한다. 중국 국무원 고문 왕후이야오(王輝耀) 중국 세계화연구소 이사장은 "중국은 미국 제재를 완전히 무시할 수도 있다"고 홍콩 매체 인터뷰에서 말했다. 스인훙(時殷弘) 중국 인민대학 교수도 "맞대응하지 않는 비대칭적인 접근이 중국에 더 많은 공간을 제공하고, 미국 차기 대통령과 대화의 창을 남겨둘 수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인내는 어디까지?

그러나 중국 민심은 그렇게 돌아가지 않는 것 같다. 11일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대미 정책에 대한 설문 조사를 공개했다. 중국 누리꾼 4만 8천 429명이 참여한 결과다.

이들 중 97%는 미국의 제재에 맞서 중국이 보복하는 것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적극적으로 지지한다'는 응답자가 66.6%, '동등한 강도의 보복을 해야 한다'는 응답이 30.8%였다. '보복을 하자'는 여론이 압도적이라는 건 거꾸로 지금 중국 정부의 대응이 '미온적'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심지어 '굴욕적'이라고 여기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계속 이렇게 가다가는 중국공산당 지도력에 부담이 갈 건 분명하다.


남중국해에서 우발적이든, 의도적이든 미·중 양국이 실제 군사적 충돌이 발생했을 때 중국이 어떤 태도를 보일지도 중요한 부분이다.

미국 매체 포브스(Forbes)는 9일 "미국이 서태평양에서 중국에 승리하기 위해 낙하산 부대를 투입하거나 해병대를 (중국이 요새화한 남중국해의) 섬 전초기지에 상륙시켜 이를 '빌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지난달 미 육군 27사단 공수부대원 350명이 알래스카에서 괌으로 가는 공군 C-17 수송기에 탑승해 적 비행장을 점령하는 훈련을 했다"고 전했다. 실제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중국은 인내할 수 있을까?

중국의 인내가 폭발할 또 하나의 지점은 타이완이다. 4박 5일 일정으로 타이완을 방문한 에이자 美 보건장관에게 차이잉원 타이완 총통은 "양국이 전염병 예방뿐 아니라 모든 면에서 협력의 더 큰 돌파구와 결실을 보게 될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에이자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타이완에 대한 우의와 지지를 전할 수 있게 돼 영광"이라고 답했다.

차이잉원 총통이 말한 '협력의 결실' 최종판은 무엇일까? 그건 결국 양국이 정상적인 수교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다. 이는 1972년 상하이 코뮈니케 파산 선언이자, 중국에 대한 미국의 선전포고다. 미국은 과연 중국의 인내를 시험할까? 미국은 어디까지 중국을 몰아붙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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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8-12 06:00:23
    특파원 리포트
이런 걸 두고 '전방위적이다'라는 표현을 사용하는가 보다. 미국의 중국 때리기가 거의 모든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강도도 점점 세지는 경향이다. 중국도 맞대응 중이다. 중국 시각 매일 오후 3시 열리는 외교부 브리핑 때마다 미국을 성토한다. 그런데 미국의 공격 수위와 비교하면 실질적인 반격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참고 또 참는 모양새다. 중국의 인내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점점 세지는 미국의 대중국 압박

에이자 美 보건장관의 타이완 방문은 또 한 방의 결정타다. 미국이 중국과 수교한 뒤 41년 동안 지켜왔던 불문율을 깬 것이다. 미국은 중국을 방문한 닉슨 전 대통령이 1972년 2월 27일 중국과 함께 발표한 성명(상하이 코뮈니케, Joint Communiqué of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and the People's Republic of China)에 따라 타이완 문제에 대처해 왔다.

상하이 코뮈니케에서 미국은 오직 하나의 중국만 있고, 타이완은 중국 일부라는 것을 인정했다. 이에 따라 1979년 중국과 수교 동시에 타이완과는 단교했다. 고위급 교류도 사실상 중단했다. 그런데 이번에 단교 이후 최고위급 인사가 타이완을 방문한 것이다. 중국 입장에서 보면 미국이 상하이 코뮈니케 정신을 훼손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이 밖에 총영사관 폐쇄, 코로나19 책임, 홍콩·신장웨이우얼 제재, 틱톡과 위챗 퇴출, 화웨이 압박, 사흘이 멀다 하고 벌이는 남중국해 군사 훈련 등 미국의 대중국 압박 수위는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외교안보전문가 문일현 중국 정법대 교수는 "과거에 미·중은 특정 이슈에 국한해 제한적으로 충돌했다면 지금은 전방위적으로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네가 죽어야 내가 산다는 형국이다. 미국은 중국공산당 체제를 바꾸는 게 목표라고 공공연하게 얘기하고 있고, 이를 이루기 위해 뜻을 같이하는 국가들을 규합하고 있다"고 현재 상황을 설명했다.


中, 미국과 트럼프 정부 분리 대응

그럼 중국의 맞대응은 어떨까? 상호주의에 따라 중국 청두 美 영사관을 폐쇄하고, 또 미국의 홍콩 제재에 대한 맞불로 루비오 공화당 상원의원 등 11명을 제재한다고 발표한 게 전부다. 트럼프 행정부의 고위 관리들은 포함되지도 않았다. 또 그 제재가 무슨 내용인지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블룸버그 통신은 중국이 확전을 원하지 않음을 시사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런 뜻은 지난 7일 중국 신화사에 기고한 양제츠 중국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 성명에서도 드러난다. 양제츠는 미·중 양국이 '상호존중과 평등 대우, 구동존이(求同存異, 차이점을 인정하면서 같은 점을 추구함)' 원칙 아래서 발전해 왔다고 평가했다.

중국의 값싼 상품이 미국 소비자들에게 혜택을 주고, 중국의 넓은 시장이 미국 기업에 많은 이윤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한해 500만 명이 넘는 인적 교류, 40만 명에 이르는 유학생, 227곳의 자매도시 등 구체적인 수치도 들었다.

그러면서 지금 미국의 일부 정치인들이 황당한 논리로 수십 년간 양국이 발전하기 위해 기울인 노력과 기여를 심각하게 모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극소수 美 정치인의 사리사욕이 양국 관계를 위험한 지경으로 내몰고 있다는 비난도 내놓았다. 현재 중국을 거칠게 압박하는 것이 미국이라는 나라 자체가 아니라,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트럼프 대통령과 주변 참모라는 주장이다. 미국과 트럼프 정부를 분리해 대응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관변학자들도 11월 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걸어오는 싸움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는 편이 중국 국익에 더 낫다고 조언한다. 중국 국무원 고문 왕후이야오(王輝耀) 중국 세계화연구소 이사장은 "중국은 미국 제재를 완전히 무시할 수도 있다"고 홍콩 매체 인터뷰에서 말했다. 스인훙(時殷弘) 중국 인민대학 교수도 "맞대응하지 않는 비대칭적인 접근이 중국에 더 많은 공간을 제공하고, 미국 차기 대통령과 대화의 창을 남겨둘 수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인내는 어디까지?

그러나 중국 민심은 그렇게 돌아가지 않는 것 같다. 11일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대미 정책에 대한 설문 조사를 공개했다. 중국 누리꾼 4만 8천 429명이 참여한 결과다.

이들 중 97%는 미국의 제재에 맞서 중국이 보복하는 것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적극적으로 지지한다'는 응답자가 66.6%, '동등한 강도의 보복을 해야 한다'는 응답이 30.8%였다. '보복을 하자'는 여론이 압도적이라는 건 거꾸로 지금 중국 정부의 대응이 '미온적'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심지어 '굴욕적'이라고 여기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계속 이렇게 가다가는 중국공산당 지도력에 부담이 갈 건 분명하다.


남중국해에서 우발적이든, 의도적이든 미·중 양국이 실제 군사적 충돌이 발생했을 때 중국이 어떤 태도를 보일지도 중요한 부분이다.

미국 매체 포브스(Forbes)는 9일 "미국이 서태평양에서 중국에 승리하기 위해 낙하산 부대를 투입하거나 해병대를 (중국이 요새화한 남중국해의) 섬 전초기지에 상륙시켜 이를 '빌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지난달 미 육군 27사단 공수부대원 350명이 알래스카에서 괌으로 가는 공군 C-17 수송기에 탑승해 적 비행장을 점령하는 훈련을 했다"고 전했다. 실제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중국은 인내할 수 있을까?

중국의 인내가 폭발할 또 하나의 지점은 타이완이다. 4박 5일 일정으로 타이완을 방문한 에이자 美 보건장관에게 차이잉원 타이완 총통은 "양국이 전염병 예방뿐 아니라 모든 면에서 협력의 더 큰 돌파구와 결실을 보게 될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에이자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타이완에 대한 우의와 지지를 전할 수 있게 돼 영광"이라고 답했다.

차이잉원 총통이 말한 '협력의 결실' 최종판은 무엇일까? 그건 결국 양국이 정상적인 수교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다. 이는 1972년 상하이 코뮈니케 파산 선언이자, 중국에 대한 미국의 선전포고다. 미국은 과연 중국의 인내를 시험할까? 미국은 어디까지 중국을 몰아붙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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